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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법정의 변론은 새벽에 끝난다1화

거울 법정의 변론은 새벽에 끝난다

거울 법정의 변론은 새벽에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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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반사된 증언

변론가 엘시안은 거울 속 피고가 눈을 깜박이는 순간을 세 번 재생했다. 처음에는 눈꺼풀만 보였다. 두 번째에는 깜박임 전후로 방 안의 촛불이 흔들렸다. 세 번째에는 그 반사에 낯선 얼굴이 끼어들었다. 피고 칼룸의 얼굴과 닮지 않은 남자였다.

“이 사람은 누구죠?”

법정 기록관은 거울을 정지했다. “저장된 기억의 원본에는 이런 얼굴이 없습니다.”

엘시안은 장갑을 벗었다. “원본이 있다고요?”

“검찰이 제출한 거울은 사본입니다.”

“그러면 재생을 멈춰야 합니다. 원본과 편집 이력을 공개하지 않으면 증거로 쓸 수 없어요.”

맞은편의 검사관 다몬은 관자놀이의 거울 파편 흉터를 만지지 않으려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피고가 원본 제출을 거부했습니다.”

“그는 거울 사용을 거부했어요. 그게 원본 제출 거부와 같습니까?”

“검찰은 기록실 화재가 난 시간의 거울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누가 그 자료를 맡겼죠?”

“기록실 소유자입니다.”

“피고의 기억이 아니군요.”

다몬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역시 거울 기억을 법정에 내놓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는 피고의 거부를 수사 방해라고 부르지 않았지만, 원본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거울 증거는 저장한 사람의 시야와 주의를 담습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먼저 확인해야 해요.” 엘시안이 말했다.

“그럼 현장에 있었던 사람부터 만나세요.”

칼룸은 법정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그의 소매에는 푸른 잉크가 묻어 있었고, 손은 무릎 위에서 가만히 떨렸다. 엘시안은 그를 안심시키려 하지 않았다. “거울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다만 사건과 관련된 사실은 따로 질문할 수 있어요. 답하고 싶지 않은 부분은 거절해도 됩니다.”

“그럼 제가 불리해지나요?”

“거절 자체가 유죄 증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다른 기록은 따로 심사될 수 있어요.”

칼룸은 눈을 내리깔았다. “그날 밤 기록실에 갔습니다. 하지만 불은 제가 낸 게 아닙니다.”

“왜 거기에 있었죠?”

“기록을 옮기려고요.”

“어떤 기록이요?”

“그건 제 동생 이름이 들어 있어서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엘시안은 더 묻지 않았다. “그 부분은 아직 변론에 쓰지 않겠습니다. 출입 기록과 화재 시각만 확인할게요.”

칼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신을 지키려는 변호인의 선의를 의심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비밀을 완전히 빼앗기지 않았다는 점은 확인했다.

법정에는 거울벽이 세워져 있었다. 증거를 제출한 사람은 앞에 서서 기억을 재생할 수 있었고, 변론가는 반대 심문 창에서 기록을 멈추거나 확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거울은 거짓말을 판별하지 않았다. 사용자가 보고 기억한 장면만 담았다. 엘시안은 법원 규칙집을 펴서 시야편과 은막 흔적의 조항을 찾았다.

“검찰은 저장자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다몬은 서류철을 펼쳤다. “이 자료는 밤 11시 42분에 기록실 벽면 거울에서 추출했습니다. 원본 장치는 기록관청 소유입니다.”

“누가 저장했습니까?”

“장치가 자동으로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 거울은 자동으로 저장하지 않아요.”

법정 기록관이 그 말을 들었다. “센서형 기록 거울은 움직임이 있으면 자동으로 보조 로그를 남깁니다.”

“보조 로그와 기억 증거는 달라요. 사람이 저장을 승인했습니까?”

다몬은 자료를 뒤졌다. “승인 서명은 없습니다.”

“그럼 법정 증거가 될 수 없어요.”

“그렇다고 내용이 무의미해지는 건 아닙니다.”

“무의미하다고 하지 않았어요. 주체와 범위를 확인하자는 겁니다.”

엘시안은 거울 영상의 편집 흔적을 색 잉크로 표시했다. 청색은 원본 구간, 붉은색은 잘린 시각, 금색은 재생 장치의 후처리 시간. 처음 세 구간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마지막 12초가 잘려 있었다. 그 직후에 다른 얼굴이 나타났다.

“이 얼굴은 편집 전에 있었습니까?”

“기록실 거울의 원본 로그에 접근해야 합니다.” 다몬이 말했다.

“그럼 접근 권한을 요청하세요. 오늘은 이 사본을 범행 증거로 채택하지 말아야 합니다.”

다몬은 판사에게 임시 보류를 요청했다. 판사는 원본 제출과 저장자 확인까지 재생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 결정은 칼룸을 풀어 주지 않았다. 그는 화재 방화 혐의로 계속 구금되어 있었다.

법정 밖 복도에서 다몬은 엘시안에게 말했다. “당신은 피고가 거울을 거부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까?”

“그가 거울을 거부하는 이유를 제가 대신 정하면 안 됩니다.”

“거울 없이는 범인을 찾기 어려울 수 있어요.”

“그럼 거울 아닌 증거를 찾으세요.”

“출입 기록이 없습니다.”

“사람은 출입 기록 없이도 문을 드나들어요.”

다몬은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있었다. 그의 흉터는 오래된 유리 조각이 피부에 박힌 자국 같았다. 엘시안은 묻고 싶은 게 있었지만, 질문할 때가 아니었다.

그들은 기록실 현장을 조사했다. 불은 서고 오른쪽 아래에서 시작됐고, 타버린 종이는 목록에서 빠져 있었다. 다몬은 남은 재를 만지지 않고, 금속 집게로 잔해를 옮겼다. 엘시안은 출입문과 거울 장치 사이의 거리를 재었다.

“칼룸은 들어왔지만 불을 낸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군요.”

“아직 아무도 불을 냈다고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다몬은 바닥에서 거울 조각을 하나 발견했다. 뒷면에는 보관 번호가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자동기록 거울의 일부였다.

“사본이 아니라 다른 거울을 가져다 놓은 건가요?” 엘시안이 물었다.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유대장은 아직 못 찾았어요.”

그는 주머니에서 번호가 찍힌 금속 조각을 꺼냈다. 조각의 가장자리는 오래된 흉터와 비슷하게 깨져 있었다. 엘시안은 그가 거울 파편을 봐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걸 알아차렸다.

“당신은 거울 증거를 직접 사용하지 않죠.”

“검사관으로서 다른 방식의 증거를 우선합니다.”

“그 이유가 직무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요.”

“그 질문은 사건과 관계없습니다.”

“맞아요. 그래서 지금은 묻지 않을게요.”

그들은 거울 장치 뒤쪽을 살폈다. 지지대에 타버린 천 조각이 감겨 있었고, 그 사이에 작은 금속 열쇠가 끼어 있었다. 열쇠에는 보관고의 표시가 있었다. 다몬은 현장 기록에 열쇠가 발견된 위치와 시각을 적었다.

“이 열쇠는 칼룸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알아요?”

“그는 어제 조사에서 자기 열쇠를 제출했습니다. 번호가 다릅니다.”

“그럼 누군가 그보다 먼저 기록실에 들어왔겠네요.”

“가능성은 있습니다.”

엘시안은 열쇠를 증거 봉투에 넣지 않았다. “현장 보존 규칙에 따라 인수인계 기록부터 확인하세요. 지금 손에 든 건 당신 수사 자료니까요.”

다몬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이 절차를 믿을 수 있게 만들고 싶은 거군요.”

“저는 절차를 믿는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확인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고 했죠.”

그들은 서로의 말을 고치지 않았다. 현장에 남은 열쇠는 방화의 답이 아니었고, 거울 속 얼굴도 범인을 가리키지 않았다. 그래도 두 증거는 사본 영상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흔적이었다.

기록실 당직자 모나는 늦게 도착했다. 그녀는 열쇠 번호를 보자마자 얼굴이 굳었다. “그건 보관고 열쇠예요. 화재 난 날이 아니라 사흘 전, 거울 기록실 자물쇠가 바뀌었을 때 썼어요.”

“누가 바꿨습니까?” 다몬이 물었다.

“수리업체가 왔습니다. 업체 이름은 계약서에 있지만, 저는 얼굴을 몰라요. 낡은 자물쇠를 가져간 뒤 새 열쇠를 놓고 갔어요.”

“교체 기록이 남았나요?”

“보관 장부에는 없었습니다. 저는 종이 영수증을 따로 모아 둡니다.”

모나는 자기 가방에서 접힌 영수증을 꺼냈다. 금액은 작았고 발주자는 기록관청이 아니라 법원 감찰실이었다. 다몬은 그녀에게 종이를 그대로 보관해 달라고 했다. 모나는 누구를 의심하느냐고 묻지 않았다. 대신 영수증을 증거로 제출할 때 이름이 공개되는지 확인했다.

“원하시면 신원은 비공개로 요청할 수 있습니다.” 엘시안이 설명했다.

“그럼 그 조건을 적어 주세요. 저는 수리비를 받았을 뿐, 누가 무엇을 했는지는 모릅니다.”

다몬은 영수증을 훼손하지 않고 봉투에 넣었다. 작은 거래 하나가 거울의 출처를 추적할 길을 열었지만, 수리업체가 실제로 거울을 교체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밤이 깊어 법원 종이 울렸다. 새벽 심리는 다음 날로 미뤄졌지만 칼룸의 구금은 계속됐다. 엘시안은 의뢰인에게 그 사실을 알리러 갔다. 칼룸은 동생 기록을 옮기려 했다고 인정했지만, 어느 문서를 가져갔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 부분은 말하지 않아도 돼요.” 엘시안이 말했다. “제가 무죄를 입증하려면 필요한 것만 물을게요.”

“그럼 거울도 안 보여 줄게요.”

“그 선택을 존중합니다.”

칼룸은 처음으로 그녀의 눈을 똑바로 봤다. “검사관은요? 다몬은 거울을 왜 안 쓰죠?”

“그 질문에는 그가 직접 답해야 해요.”

엘시안은 법정으로 돌아와 자료를 정리했다. 거울 속의 다른 얼굴은 편집 후에 나타났고, 원본 장치는 기록실 소유가 아니었다. 칼룸은 불을 낸 사실을 부인했고, 현장에 금속 열쇠가 있었다. 이제 필요한 건 저장자가 누구인지 밝히는 일이었다.

거울 기록관청에서 회신이 왔다. 그 밤 장치에 접근한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엘시안은 문서를 읽다가 마지막 줄에서 멈췄다. 출입 시스템은 꺼져 있었고, 복구 작업은 다음 날 새벽에 이뤄졌다.

“자동 기록이라고 했는데, 장치는 그날 전원이 꺼져 있었군요.”

다몬은 서류를 받아 읽었다. 그의 표정이 굳었다. “그럼 누군가 기억을 다른 거울에서 옮겼습니다.”

“그리고 그 거울은 누구의 것인지 모릅니다.”

거울벽 한가운데, 아무도 서 있지 않은 자리에 다른 얼굴이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엘시안의 옆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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