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찢어진 지도를 잇는 수선점3화

찢어진 지도를 잇는 수선점

찢어진 지도를 잇는 수선점

AD
스폰서 광고

3화: 새 경로를 꿰매다

연수는 다음 날 혼자 수선점에 왔다. 단우는 오지 않았다.

“아드님은요?” 여울이 물었다.

“우체국에 갔소. 어제 떠내려간 편지를 대신 보내 주겠다고 하더군.”

“그럼 강은 둘이서 확인하나요?”

“내가 원한다면 같이 가겠다고 했소. 나는 혼자도 갈 수 있어.”

여울은 지도를 내밀지 않았다. “갈 수 있는 것과 가고 싶은 건 달라요. 어제 연수 씨가 선택한 건 아이를 집에 데려다주는 일이었어요. 오늘은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연수는 작업대의 지도 조각을 보았다. “강 건너편에 정말 집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소. 그곳에 누가 있든, 내가 왜 기억하지 못하는지 알고 싶어.”

“기억나지 않아도 거기 갈 겁니까?”

“그렇소.”

“그럼 길을 나서죠. 다만 위험하면 돌아올 수 있어요.”

연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울은 회청색 실을 지도에 다시 걸었다. 이번에는 찢긴 자리를 덮지 않고, 어제 걸었던 둑길의 끝에 짧은 매듭을 하나 놓았다. 경로를 이어 줄 수는 있지만 강을 건너는 선을 먼저 그리지는 않았다.

강변에 도착하자 단우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어깨에는 마른 외투와 작은 구급주머니가 걸려 있었다.

“같이 가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단우가 연수를 바라봤다. “제가 따라가도 됩니까?”

연수는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아는 걸 말해도 좋다. 다만 내게 기억하라고 명령하지는 마.”

단우는 입술을 깨물고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세 사람은 전날 흙이 무너진 둑을 피해 상류로 걸었다. 지도에 새로 나타난 회청색 선은 강변의 오래된 돌계단에서 갈대밭 쪽으로 이어졌다. 여울은 종이를 걷는 방향으로 기울여 들었다. 실밥이 빛을 받아 약하게 반짝였다.

“이 길은 사람이 걷던 길인가요?” 단우가 물었다.

“아직은 모르죠. 우리가 걸은 자리만 표시된 거예요.”

갈대밭 끝에 낮은 나무기둥 하나가 박혀 있었다. 기둥에는 북나루 표찰의 무늬와 같은 둥근 홈이 있었다. 주변의 흙은 푹신했고, 발자국이 전날 비에 지워진 뒤였다. 단우는 나무기둥을 잡아 흔들었다. 뿌리째 움직였다.

“이건 나루 표지판이 아니에요. 그냥 떠밀려온 나무일 수도 있어요.”

연수는 기둥에 새긴 얕은 칼자국을 손끝으로 쓸었다. “이렇게 칼로 표시하던 사람이 있었소. 글씨를 쓰지 못하는 사람도 알아보게.”

“누가요?”

“기억은 안 나.”

단우가 한숨을 내쉬려다 참았다. “그럼 이 기둥은 표지판이 아닐 수 있어요. 확인할 다른 흔적이 필요합니다.”

그들은 주변을 살폈다. 물가의 돌에는 배를 묶을 때 생기는 마찰 자국이 있었지만, 최근 것인지 오래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여울은 지도에 기호를 그려 넣지 않았다. 대신 세 사람이 본 것을 각각 말해 달라고 했다.

“돌에 홈이 두 줄.” 단우가 말했다.

“갈대가 한 방향으로 눕고, 바닥이 여기서 딱딱해졌소.” 연수가 덧붙였다.

“기둥은 땅에 고정되지 않았고, 북쪽 면에 칼자국이 있어요.” 여울이 적었다.

서로의 관찰을 맞추자 단우는 강 반대편의 자갈턱을 가리켰다. “건너편에도 같은 돌이 있다면 배를 댄 곳일 수 있어요. 하지만 물이 더 불어나기 전에 건너면 안 됩니다.”

연수는 반대편을 바라보았다. “그럼 기다리면 되오?”

“오늘 물이 빠질 때까지요. 그때까지 여기서 찾을 수 있는 것만 확인합시다.”

여울은 지도 주머니에서 실과 바늘을 꺼냈다. “두 분이 여기까지 함께 걸었으니 길의 일부는 나타날 수 있어요. 다만 강 건너편은 아직 비어 있습니다.”

연수가 손을 뻗었다. “실을 더 놓아 주시오.”

“여기서 강 건너로 직접 꿰매면 실제로 걷지 않은 길을 그리게 됩니다.”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보여야 건너지.”

“길을 대신 그리면 연수 씨가 선택할 수 없어요.”

연수는 손을 거둬들였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오?”

단우가 말했다. “물 빠지는 동안 기다리면서 배를 구할 방법을 찾죠. 위험하면 돌아오고요.”

“네가 나와 함께 배를 탄다고?”

“강 건너편까지는요. 거기서 더 갈지는 아버지가 정하세요.”

연수는 아들의 얼굴을 살폈다. “그때 네가 말한 걸 듣고 싶다.”

단우는 입을 다물었다. “내가 같이 건너면, 그때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들은 강변 마을로 내려갔다. 정례의 오랜 동료인 나룻배 주인이 배를 빌려줄 수 있었지만, 바닥판이 한쪽으로 들떠 있었다. 여울은 지도 수선에 쓰는 얇은 삼나무 보강지를 꺼냈다가 다시 넣었다. 종이는 물을 견디지 못한다. 대신 단우가 선착장의 버려진 판자를 골랐다.

“이걸 덧대면 한 번 건널 수 있어요. 하지만 배가 무거우면 물이 샙니다.”

“셋이 타면 무거울 거요.” 연수가 말했다.

“제가 남을게요.” 여울이 말했다. “지도 주인이 강 건너까지 가야 선이 나타나겠지만, 단우 씨가 함께라면 안전 확인을 할 수 있어요. 저는 둑에서 길을 기록하겠습니다.”

연수는 반대하지 않았다. 단우는 판자를 못으로 고정했다. 망치가 미끄러져 손가락을 쳤지만 그는 소리 내지 않았다. 여울이 천을 건네자 그제야 손끝에 피가 배어 있는 걸 확인했다.

“오늘은 건너는 게 목적이 아니에요.” 여울이 말했다. “배가 물을 견디는지 보고 돌아와도 됩니다.”

단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연수는 잠깐 강을 보다가 먼저 배에 올랐다. 단우가 노를 잡았다. 물은 오전보다 낮아졌지만 여전히 빨랐다. 배는 두 번 크게 흔들리고, 세 번째 물살에서 바닥판이 삐걱거렸다.

“돌아옵시다!” 단우가 외쳤다.

연수는 맞은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표지판이 보여.”

“지금 가면 배가 뒤집혀요.”

“조금만 더—”

단우는 노를 강변 쪽으로 돌렸다. 연수는 그의 팔을 잡으려다 손을 멈췄다. 배는 무사히 얕은 물로 돌아왔다. 단우는 숨을 몰아쉬며 노를 내려놓았다.

“당신이 또 내 길을 막았군.”

“그래요. 이번에는 제가 잘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배가 뒤집히면 둘 다 물에 빠져요.”

연수는 한참 그를 노려보다가 낮게 말했다. “동생도 그렇게 말했나?”

단우는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그날 저는 배를 띄우지 말라고 했습니다. 동생이 강을 건너려 했고, 저는 못 가게 막았어요. 그 애는 혼자라도 가겠다고 했는데, 저는 뒤에서 욕을 했죠.”

“왜 말리지 않았어?”

“말렸습니다. 너무 세게.” 단우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그 애가 떠나고 나서 저는 한 번도 건너편에 가 보지 않았어요. 실패하면 정말 떠난 게 되니까.”

연수는 고개를 숙였다. “난 그걸 잊었구나.”

“아버지는 그날을 잊은 게 아니에요. 저와 그 애의 이름을 바꿔 기억하셨습니다.”

말이 끝나자 둘 사이에 강물 소리만 남았다. 여울은 한쪽이 사과를 요구하고 다른 쪽이 기억을 강요하는 순간을 기다렸다. 그러나 연수는 바닥판의 젖은 못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널 막았던 것 같기도 해. 하지만 지금은 확실히 알 수 없어.”

“괜찮습니다.” 단우는 바로 답했지만, 얼굴은 풀리지 않았다. “기억이 돌아와야 용서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에요. 다만 모른다고 해서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라고요.”

연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배에서 내려 둑 위로 올라왔다. 그가 직접 걸어온 길이 지도에 조금 더 길게 나타났다. 여울은 그 선을 확인하고 바늘을 들었다. 새 경로는 나루의 돌에 멈춰 있었다. 강 건너는 여전히 공백이었다.

“오늘은 여기까지예요.” 그녀는 실을 매듭지었다. “배가 수리되고 물이 잦아들면 다시 선택하면 됩니다.”

연수는 지도 위의 빈 곳을 오래 보았다. “목적지 없이도 길을 남길 수 있군.”

“걸은 만큼은요.”

“그럼 여기에 오늘 돌아온 자리도 남겨 주시오.”

여울은 그가 직접 가리킨 둑의 위치에 작은 매듭을 놓았다. 지도에 돌아온 길이 기록되었다. 그건 강을 건너는 성취는 아니었지만, 위험 앞에서 돌아오는 선택도 길의 일부라는 증거였다.

그날 저녁, 다정이 수선점으로 편지 한 통을 가져왔다. 봉투에는 주소 대신 나무 표찰의 둥근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단우가 받자 손이 떨렸다. 발신지는 강 건너편이었다.

편지를 열기 전에 단우는 봉투를 작업대에 내려놓았다. “아버지, 오늘 왜 강 건너고 싶었는지 다시 물어도 됩니까?”

연수는 나침반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바늘은 여전히 북쪽을 못 찾았지만, 그는 이번엔 쇳조각을 끼우지 않았다. “누군가가 기다린다는 느낌이 들었어. 그게 네 동생인지, 내가 오래전에 두고 온 사람인지는 모르겠더군.”

“그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모른다고 말하고, 이름을 물어보겠지.” 연수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돌아오길 원하지 않는다면, 돌아서야겠지.”

단우는 그 대답을 오래 들고 있었다. “동생이 어디 있는지 알게 돼도, 제가 대신 답하지 않을게요.”

“고맙다.” 연수는 편지 봉투를 그에게 밀었다. “읽어 보렴. 이번엔 내가 묻고, 네가 결정해.”

단우는 봉투를 뜯었지만, 먼저 여울에게 읽어도 되겠냐고 물었다. 여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작은 허락이 수선점 안에서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편지 속에는 짧은 문장 하나가 있었다.

‘아버지에게, 나를 찾으러 오지 말고 먼저 당신이 어디로 가고 싶은지 물어보세요.’

연수는 그 문장을 소리 내 읽었다. 그는 단우에게 편지를 건넨 뒤, 내일 다시 배를 보러 가겠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동생을 찾으러 가는 길이 아니라, 자기 목적지를 정하기 위해서였다.

지도 아래의 빈자리에 아주 옅은 갈색 선이 나타났다. 아직 건너지 않은 길이었다. 연수의 손이 종이 위에 머물렀다.

AD
스폰서 광고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