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달 뒷면 통신기지의 마지막 교대자2화

달 뒷면 통신기지의 마지막 교대자

달 뒷면 통신기지의 마지막 교대자

AD
스폰서 광고

2화: 폐쇄 기지의 응답 주기

안테나를 돌렸을 때 신호가 사라졌다.

가람은 예상했던 방향에서 수신 세기가 커질 줄 알았다. 아스테르 관측소는 지도상 북쪽 능선 뒤에 있었다. 그런데 그쪽으로 안테나를 옮기자 기록기의 선이 평평해졌다. 원래 각도에 가까워졌을 때는 다시 반복 신호가 나타났다. 큰 전력을 들여 얻은 첫 결과는 발신 위치가 아니라 방향의 불일치였다.

“반사일까요?”

라울이 물었다. 가람은 대답 대신 주변 지형 자료를 펼쳤다. 옛 기지와 직접 시야가 이어지는 곳은 아니었다. 능선의 모양과 안테나 방향을 보면 다른 지점에서 반사된 신호를 받은 것일 수도 있었다. 지금 한 번의 측정으로는 경로를 정할 수 없었다.

“북쪽에서 곧장 온 신호는 아닐 수 있습니다. 다른 경로를 거쳤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건우는 안테나를 더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구동부 예열에 들어간 전력이 예상보다 컸다. 마리는 작업을 중단한 뒤 남은 열을 유지할지, 나중에 다시 예열할지 계산했다. 결국 잠깐의 대기를 허용했다. 바로 껐다가 다시 켜는 것도 비용이었다.

가람은 측정한 수신 세기와 방향을 기록기에 입력했다. 발신 위치는 넓은 부채꼴로 표시됐다. 그 안에는 옛 관측소도, 무인 중계 장치도, 현 기지의 비상 자재 보관소도 있었다. 처음 고른 이름은 그중 하나에 불과했다.

라울은 보관소까지의 외부 이동 시간을 물었다. 걸어가 확인하는 것과 로버를 쓰는 것이 어느 쪽이 더 낫냐는 질문이었다. 마리는 두 방법 모두 보호복의 소모품과 차량 예열을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고 바로 돌아와도 지금 여유량에서 빠집니다. 저건 위치가 아니라 범위잖아요. 거기서 아무것도 못 찾으면?”

라울은 헬멧을 내려놓았다. 그는 늘 외부에 나가는 일을 맡았지만, 이번에는 통신실에서 기다리는 것보다 밖에 나가는 쪽이 편해서 질문했음을 인정했다.

“문 앞에서 맴도는 기분이라서요.”

건우가 말했다.

“나도 출발 허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누군가 위험한 곳에 있다고 해서 지금 확인도 못 한 방향으로 보내지는 않겠습니다.”

가람은 발신 위치 추정 그림 아래에 외부 탐사 보류라고 적었다. 무언가 결정을 내리면 알아낸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는 모르는 범위를 유지하는 결정이었다.

중계 메시지가 한 묶음 더 도착했다. 유이는 오래된 장비의 원본 로그를 첨부했다. 지구에서 들은 음성은 손실이 심해서 판독 불가라고 했다. 구조 요청이라고 확정하지 말라는 주의가 붙어 있었다. 가람은 그 문장을 건우에게 먼저 보여 줬다.

원본에는 현 기지의 파일에 없던 항목이 있었다. 아스테르 비상 채널의 자동 점검 송신은 일정 간격으로 반복하지만, 응답을 받으면 세 번의 확인 펄스를 보냈다. 그 펄스가 없는 상태에서 음성 채널을 켜면 출력이 제한됐다. 오래된 통신 방식의 인증 단계였다.

“아직 우리가 아무것도 안 보냈죠?”

마리가 물었다. 가람은 송신 기록이 비어 있음을 보여 줬다. 현재 반복 신호 뒤에 섞인 잡음이 약한 이유가 그 제한 때문일 가능성이 생겼다. 그러나 원래 장비가 폐기됐다는 문서와는 여전히 맞지 않았다.

유이의 다음 첨부 파일은 폐기 확인의 수정 내역이었다. 명부의 발신 장치는 궤도 화물에 실리지 않았다. 무게가 초과돼 달 표면 보관소에 남겨졌다. 자동으로 소각 완료 상태를 복사한 오류가 나중에 발견됐지만, 현 기지 배포 자료에는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건우가 문서를 보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럼 버린 기계가 아직 울리는 겁니다.”

가람은 수정본을 끝까지 읽었다. 보관소에 있던 송신기는 반출 전 전력부를 제거했다. 독립적으로 송신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누군가 전원을 다시 연결했거나, 다른 장비가 같은 식별 정보를 쓰고 있었다.

“문서가 하나 맞아졌습니다. 실제 상태는 아직 아닙니다.”

가람의 말에 건우가 입술을 다물었다. 여기서 단정했다가 틀리면 출발 준비와 구조 모두 잘못될 수 있었다. 그는 송신 인증 한 번에 드는 비용을 계산해 달라고 했다.

마리는 먼저 생명유지 장치의 현재 값을 확인했다. 산소량만 봐서는 충분했지만 정화 설비를 계속 돌릴 전력과 수송차 준비 전력이 함께 필요했다. 신호를 한 번 보내는 일보다 송신기의 온도를 올리고 유지하는 일이 더 큰 부담이었다.

“예열하면 세 번까지 짧은 응답은 가능합니다. 장시간 음성을 내보내는 건 안 됩니다. 돌아갈 차량 예비량이 줄어듭니다.”

건우는 그런 선택을 지금 해야 하는지 물었다. 가람은 옛 점검 로그와 현재 신호를 겹쳐 놓았다. 자동 신호가 전부 같다면 저장만 하고 출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주기는 반복할 때마다 조금씩 늘어났다. 자동 송신기의 시계가 흔들리는 것이라면 전력 문제일 수 있었고, 외부에서 조절한다면 다른 의도가 있을 수 있었다.

“다음 중계 창에 자료를 더 받으면 늦습니까?”

건우의 질문에 가람은 정확히 모른다고 대답했다. 현재 줄어드는 세기만으로 꺼질 시각을 계산하는 것은 위험했다. 그래서 선택의 대가를 확정할 수 없었다.

그 말 뒤에 라울이 의자를 당겨 앉았다.

“밖에 나가서 찾을 수는 없으니,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부터 했으면 좋겠습니다. 탐사는 안 나갑니다. 제 보호복 예열도 미뤄 주세요.”

마리가 고개를 저었다. 외부 탐사용 보호복 준비를 미루면 조금 절약되지만 귀환 때 쓸 보호복은 미리 준비해야 했다. 라울은 두 작업을 잘못 합쳐 말한 것이라고 바로 고쳤다. 자기 출발 장비를 희생하는 영웅적인 말보다, 실제로 어디서 줄일 수 있는지 구분하는 일이 필요했다.

가람은 녹음 재생 화면과 큰 로그 단말을 껐다. 독립 기록기 하나로 수신을 유지하고, 보내야 하는 자료는 묶어서 처리했다. 마리는 빈 방 두 곳의 환경 제어를 단계적으로 줄였다. 사람 네 명은 통신실과 연결 복도에서만 머물기로 했다.

복도 끝의 불이 꺼지자 건우가 출입문 폐쇄 상태를 확인했다. 그는 옛 관측소에 응답하려고 현재 기지를 비우는 꼴이라고 말했다. 가람은 지금 사람이 있는 공간만큼은 줄일 수 없다고 답했다. 모두가 같이 계산한 뒤, 조건부 송신 준비를 승인했다.

마리가 설비실로 내려갔다. 라울이 그녀를 따라갔다. 가람은 건우와 통신실에 남아 발신용 코드를 만들었다. 현재 기지 식별, 현재 시각, 받은 신호의 확인 요청. 자동 인증이 돌아오면 그 다음에 음성 연결을 검토하고, 없으면 정지한다는 절차였다.

가람은 상대가 이해할지 모르면서 사람이 있다는 말을 먼저 넣고 싶었다. 그러나 아직 연결 방식도 모른 채 긴 문장을 보내면 인증 정보를 덮을 수 있었다. 마음이 급할수록 짧은 질문부터 써야 했다.

설비실에서 마리의 목소리가 무전으로 왔다.

“예열 올립니다. 기지 환경 유지 소비가 예상보다 큽니다. 현재 표보다 더 늘어나면 세 번째는 취소합니다.”

가람은 중단 조건을 송신창 위에 적었다. 건우가 확인 서명을 했다. 반복 신호가 다음 주기에 들어오려는 순간 수신이 약해졌다. 그녀는 송신 버튼을 누르지 않고 기다렸다. 불완전한 상대 신호에 맞춰 잘못 응답하면 남은 기회를 소모할 수 있었다.

다음 반복도 같은 곳에서 끊겼다. 긴 음 둘, 짧은 음 둘. 마지막 긴 음이 사라진 상태였다. 어쩌면 구조 요청이라는 해석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됐을 수도 있었다.

가람은 원본 기록기의 시각을 주 단말과 비교했다. 시계 오차는 작았다. 옛 장비 로그의 주기와 현재 주기를 가장 잘 겹치는 부분을 찾아 보니, 앞쪽 배열은 일치했다. 다만 끝부분의 작은 충격음은 점검 문서에 없는 신호였다.

건우는 사람 목소리처럼 들렸던 부분을 다시 재생해 달라고 했다. 가람은 재생 전에 두 사람이 다르게 들었다는 종이를 보여 줬다. 그는 그 종이를 읽고 나서 귀로 들었다. 한동안 듣다가 헤드셋을 벗었다.

“나는 문이라고 들립니다.”

세 번째 다른 단어였다. 가람은 그 결과를 추가했다. 목소리에 기대어 판단하면 각자 기다리는 말을 듣고 있을 수 있었다. 폐쇄된 기지에서 누군가 문을 열어 달라고 한다는 이야기는 그럴듯했다. 그럴듯함은 증거가 아니었다.

대신 가람은 세 번의 충격음 간격을 비교했다. 점검 인증 설명에 나온 확인 펄스와 정확히 같은 간격이었다. 아직 응답하지 않은 장비가 확인 펄스를 보내고 있는 셈이었다.

“다른 누군가가 먼저 응답했을 수 있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건우는 현재 송신 시스템 전체를 조회했다. 현 기지와 수송차에서 보낸 적은 없었다. 지구 중계가 원격으로 응답했을 가능성도 생각했지만, 그 경로가 현재 열려 있지 않았다. 누군가가 있었다면 기지 근처의 또 다른 장비였다.

라울이 설비실에서 돌아왔다. 그는 외부 탐사용 로버의 대기 수신 기록을 가져왔다. 로버는 자신의 유도 신호를 받기 위해 넓은 범위를 듣고 있었고, 그 안에 가람이 저장한 배열과 비슷한 신호가 있었다.

“이건 이십 분 전입니다. 기지에서 들린 것보다 먼저예요.”

가람은 기록 시각을 맞추고 두 파형을 비교했다. 로버의 처음 수신에는 긴 음 세 개가 모두 남아 있었다. 끝에 붙은 변조도 더 선명했다. 복도 뒤에서 들리는 말을 문을 닫고 듣다가, 문 앞에 서서 듣는 것처럼 차이가 났다.

장비 위치 차이에 비해 세기의 변화가 컸다. 단순한 거리 때문은 아닐 수 있었다. 가람은 현재 기지의 차폐 구조와 수신 경로를 표시했다. 로버 수신기를 추가 관측점으로 쓰면 방향 범위를 조금 좁힐 수 있었다. 외부에 사람이 나가지 않고도 얻은 자료였다.

두 관측의 오차 범위를 겹치자 아스테르 보관소 주변이 남았다. 여전히 사람의 위치는 아니었다. 하지만 어디에도 없는 소리가 아니라 현재 장비 두 대가 동시에 받고 있는 신호였다.

건우는 송신 준비 상태를 물었다. 마리는 예열이 끝났지만 시간 여유가 길지 않다고 답했다. 예상 전력표의 맨 아래에 귀환 예비량 경고가 생겼다. 현재 환경 유지가 대기 시간만큼 늘고 있었다.

가람은 송신창을 열었다. 처음 정한 인증 요청을 다시 읽었다. 아직 실제 구조자가 있다고 선언하지 않았다. 그녀가 보내려는 것은 수신 확인과 현재 발신 가능 여부를 묻는 짧은 질문이었다.

그 순간 상대 신호가 멎었다.

세 사람은 기록기를 보았다. 마리의 무전에서도 말이 멈췄다. 꺼졌다고 판단하기 직전에 마지막 긴 음 하나가 돌아왔다. 앞의 배열 없이 그 음만 이어졌다.

건우가 가람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한 조건대로 갑시다. 세 번 넘기지 않습니다.”

가람은 마이크 대신 먼저 데이터 송신 버튼에 손을 올렸다. 사람의 말보다 짧은 확인 신호를 보내는 일이 이렇게 망설여질 줄은 몰랐다. 수신창의 평평한 선이 한 번 더 떨렸다. 그 뒤에 무엇이 있든, 이제 응답의 비용은 이 기지 네 사람이 같이 내야 했다.

AD
스폰서 광고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