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뒷면 통신기지의 마지막 교대자

1화: 교대 종료 뒤 들어온 신호
윤가람이 교대 종료 서명을 마친 지 사 분 뒤에 수신기가 울렸다.
다음 근무자는 오지 않았다. 마지막 운용조 네 명이 남긴 인계 문서는 사람이 아니라 폐쇄 절차 프로그램으로 넘어갔다. 월면 기지 현관에는 귀환용 수송차가 연결돼 있었지만, 중계 장애 때문에 출발 허가가 내려오지 않았다. 달 뒷면의 창밖에는 지구 대신 검은 하늘과 부서진 능선만 보였다.
가람은 아직 벗지 않은 헤드셋을 다시 눌렀다. 정상 경보라면 종료 단말 전체가 울려야 했다. 소리가 난 것은 퇴역 장비가 쌓인 통신실 구석이었다. 오래된 방향성 수신기가 낮은 음을 반복했다. 세 번 길게, 두 번 짧게, 다시 긴 소리 하나.
“외부 잡음입니다.”
기지장 박건우가 말했다. 그는 출발 대기 문서를 열어 놓고 있었다. 돌아갈 배의 탑승 시간은 예정대로 유지되고, 수송차만 출발을 미루라는 마지막 지구 메시지가 남아 있었다. 그 뒤 중계 위성의 연결 상태가 비활성으로 바뀌었다.
“잡음이면 형태부터 확인하겠습니다.”
가람은 종료된 주 단말 대신 예비 기록기를 켰다. 신호를 직접 듣는 것과 저장된 패턴을 확인하는 일은 달랐다. 오래된 수신기 출력선에서 기록기로 원시 파형을 넘겼다. 스물세 번째 초가 지나자 같은 배열이 반복됐다.
건우가 그녀의 의자 뒤에 섰다.
“우리 점검 송신은 모두 끝났어요.”
“그래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가람은 내부 장비의 시험 기록부터 찾았다. 종료 작업 마지막에 각 통신 장비가 보낸 인증 신호와는 간격이 달랐다. 수송차의 유도 비콘 주파수도 아니었다. 오래된 수신기는 협대역 장비여서 현재 쓰는 통신 체계에서 제외돼 있었다. 비상 전원에 연결해 둔 이유는 점검 문서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다.
벽 너머 공기 순환기 소리가 잠시 커졌다. 생명유지 기술자 송마리가 복도에서 손을 들었다.
“기지장님, 수송차 정화 장치 예열을 계속 유지할까요?”
건우는 유지하라고 했다. 마리는 그 대답을 듣고 예상 전력표를 새로 만들었다. 가람이 수신기 볼륨을 올리자 마리가 화면을 들여다봤다.
“이건 누가 보내요?”
“그걸 아직 모릅니다.”
마리는 신호 간격을 손가락으로 셌다. 긴 음과 짧은 음 사이에 미세한 높낮이 차이가 있었다. 세 번째 긴 음 끝에 낮은 떨림이 섞였다. 가람은 그것을 음성으로 분류하지 않고, 신호 중심의 흔들림으로 표시했다.
건우가 수신기를 끄려고 손을 뻗었다. 가람은 저장 종료까지 십 초만 달라고 했다. 그가 시계를 보며 기다리는 동안 배열이 한 번 더 들어왔다. 마지막 긴 음 뒤에 화면의 평평한 선이 튀었다.
“저 부분은 왜 달라졌죠?”
가람이 되물었다. 건우는 손을 거뒀다. 앞의 배열은 거의 같았는데 마지막에는 짧은 변조가 붙었다. 단순하게 고정된 시험 신호라면 그 부분까지 반복돼야 했다. 그렇다고 사람이 보내고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장비가 기록된 여러 패턴을 순서대로 재생할 수도 있었다.
가람은 한 번 더 저장하고 수신 전용 상태를 잠갔다. 전력표에는 기록기 소비만 더했다. 아직 송신하지 않았다.
로버 조종사 라울 김이 수송차에서 돌아왔다. 헬멧을 한쪽 팔에 끼운 채 안으로 들어온 그는 네 사람의 귀환 좌석 확인표를 건우에게 내밀었다.
“밖에서 안테나가 안 움직이던데요. 끝난 줄 알았습니다.”
“끝났어요. 이상 수신 하나가 남았습니다.”
건우의 대답이 단호했다. 가람은 끝났다는 말 뒤에 남은 일을 그대로 두고 로그 창을 열었다. 장비 식별 번호가 붙지 않은 신호였지만, 주파수 옆에 예전 채널명이 있었다. 아스테르 기지 비상.
라울이 이름을 읽더니 고개를 들었다.
“그거 폐쇄 구역 아니에요?”
달 탐사 지도에 작은 회색 사각형이 있었다. 아스테르. 현 기지에서 능선 두 개를 넘은 곳, 장비 회수 뒤 진입을 금지한 옛 관측소였다. 건우는 사람을 철수한 지 여섯 해 됐다고 말했다. 가람은 지도상 거리를 믿기 전에 실제 통신 경로 자료를 펼쳤다. 가까운 지역도 능선에 가리면 직접 수신이 안 되는 곳이었다.
“위치가 아스테르라는 뜻은 아닙니다. 이 수신기에 남은 채널명만 그런 겁니다.”
“자동 송신기일 가능성이 크죠.”
건우가 말했다. 가람은 가능성으로 기록했다. 마리는 수신기를 끄지 않고 그대로 둔 전력과, 추적 장치를 켰을 때의 전력을 계산했다. 둘의 차이가 눈에 띄었다. 화면에 붉은 선이 하나 생겼다.
“안테나 구동부는 난방부터 해야 합니다. 종료하면서 온도가 내려갔어요. 방향을 찾으려면 수신만 하는 것보다 많이 씁니다.”
가람은 창밖 능선을 보았다. 그 안테나를 돌리지 않고는 들어온 방향도 제대로 구분하기 어려웠다. 늦은 시간에 알 수 없는 신호를 받은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는 느낌은 없었다. 마지막 근무자라는 이유로 고장까지 떠안았다는 피로가 먼저 왔다.
그러나 긴 음 끝의 떨림이 계속 다르게 변했다. 서른두 번째 배열에서 음이 둘로 갈라졌다. 가람은 해당 구간을 따로 복사했다. 건우는 신호를 구조 요청으로 보고할 것인지 물었다.
“채널 용도는 비상입니다. 실제 발신자가 있는지는 아직 모르고요.”
“모르는 요청에 응답하면서 귀환 자원을 줄일 수는 없습니다.”
가람은 수신기를 가리켰다.
“그럼 응답 전에 구분할 근거를 찾아야 합니다. 기존 기록과 같은 부분이 있는지 보겠습니다.”
건우는 수신 자료 보존과 과거 로그 확인만 허용했다. 송신은 별도 승인, 외부 활동은 금지. 가람은 그 조건을 기록한 뒤 오래된 기지 파일을 열었다. 아스테르 관련 자료는 종료된 탐사 사업의 첨부 기록으로 묶여 있었다. 작업 시간이 길어지자 라울은 수송차를 확인하러 돌아갔고, 마리는 생명유지 설비의 단계별 정지를 연기했다.
대피 계획표는 그대로인데 실제 소비량이 늘었다. 가람은 자기 작업도 그 시간을 쓰고 있다는 것을 보았다. 필요하다는 말만으로 공짜가 되는 행동은 없었다.
옛 로그에는 단말 번호와 반복 송신 주기가 나왔다. 아스테르의 비상 점검 신호는 이십삼 초. 지금 들어온 주기는 이십삼 초에 가까웠지만 정확히 맞지는 않았다. 초기 자료에서는 이십삼 초보다 약간 짧았고, 현재 수신에서는 조금 길었다. 시계 자체의 오차일 수도 있었다.
마리가 화면 앞에서 멈췄다.
“예전에는 사람이 이 채널을 썼어요?”
“점검 기록에는 운용자 이름이 없습니다. 철수 뒤 남은 장비로 표시돼 있어요.”
“그런데 누가 원격으로 켤 수는 있죠?”
가람은 지구에서 보낸 명령 기록을 확인했다. 현재 공개된 운용 이력에는 아스테르 송신기를 다시 켠 기록이 없었다. 공개된 자료가 모든 자료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녀는 확인 범위를 적었다. 현 기지에 남은 마지막 배포 자료, 수신 시각 기준. 지구 중계가 돌아오면 나카무라 유이 담당관에게 원본과 설정을 물어야 했다.
그때 주 통신 화면에 초록 점이 들어왔다. 중계 위성이 돌아온 것이 아니라 저장해 둔 메시지 묶음이 늦게 도착한 표시였다. 유이는 수송차 출발을 보류한 이유로 궤도 접속 시험 실패를 설명했다. 지금 떠나면 귀환선과의 만남 시각을 맞출 수 없다고 했다.
가람은 지구와 실시간으로 연결된 줄 알고 말을 시작했다가 멈췄다. 화면 아래에 응답 가능한 창이 없었다. 보내려는 메시지는 대기열에 들어갈 뿐이었다. 그녀는 이곳에서 보존한 신호와 동료들이 떠날 수 없는 상황을 한 묶음으로 작성했다.
건우는 출발 시각을 다시 계산했다. 이미 끄려던 기지를 몇 시간 더 유지해야 했다. 예전 관측소의 신호는 그때도 계속 들어왔다. 가람은 수송차 배터리로 기록 장비를 옮길 수 있는지 마리에게 물었다. 마리는 연결 가능 여부부터 확인하자며 케이블 목록을 찾았다.
“절약한다고 검증 안 된 연결을 하지는 말죠.”
그녀의 말에 가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실험을 빨리 하려다 기록 장비와 귀환 준비를 함께 망가뜨리면 끝이었다. 마리는 호환되는 독립 기록기 하나를 찾았다. 큰 화면을 끄고 작은 기록기로 넘기면 그만큼 소비가 줄었다.
장비를 바꾸는 순간, 마지막 떨림이 헤드셋에서 짧게 들렸다. 가람은 음량을 높이지 않고 원본을 다시 재생했다. 마리는 아무 말 없이 가까이 앉았다. 두 사람이 각자 들은 내용을 적었다.
가람의 종이에는 열어라는 단어가 있었다. 마리의 종이에는 여기라는 단어가 있었다. 한 사람의 목소리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가람은 두 결과를 나란히 놓고 음성 인식 결과에는 넣지 않았다.
라울이 돌아와 두 종이를 보았다.
“들으려고 하면 다 들리는 거 아닌가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 단어로 합치지 않았어요.”
가람은 오래된 점검 신호에 사람 목소리가 미리 녹음돼 있었는지 찾아 봤다. 파일 목록에는 음성 샘플이 없었다. 대신 철수 때 작성된 장비 반출 명부에 아스테르 비상 송신기가 있었다. 일련번호는 지금 수신기가 보고하는 예전 발신 장비 번호와 같았다.
가람은 지도와 명부를 겹쳐 볼 수 없어서 화면을 둘로 나눴다. 발신기가 옛 기지에서 사라졌는데 그 채널에서 계속 신호가 들어온다. 반출 후 다른 곳에서 쓰였다면 이상하지 않았지만, 명부 마지막 칸에는 폐기 장소가 적혀 있었다.
달 궤도 폐기 화물, 소각 완료.
건우가 그 문서를 읽었다. 그는 한동안 말을 하지 않다가 유이에게 보낼 첨부 항목을 하나 더 만들라고 했다. 가람은 발신 장비의 실제 폐기 확인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명부가 틀렸을 가능성도 남겼다.
수신기에서 새 배열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앞의 긴 음이 둘뿐이었다. 마지막 긴 음이 빠진 자리에는 작은 충격음이 세 번 기록됐다. 누가 문을 두드리는 것처럼 일정했지만, 그 표현은 가람의 머릿속에만 남았다.
마리가 전력표를 새로 출력했다. 수송차 대기 시간이 늘어난 탓에 처음보다 예비량이 줄어 있었다. 앞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종이의 한 칸씩 지워졌다. 가람은 그 종이를 신호 로그 옆에 두었다.
“추적에 쓸 수 있는 시간을 먼저 정해 주세요.”
그녀가 말했다. 건우는 안테나의 제한 구동을 허용했다. 한 방향만 확인하고 정지하는 조건이었다. 가람은 전원을 올리기 전에 현재 수신기 원본을 두 개 저장했다. 마지막 교대의 빈 서명칸에 새 작업 번호가 생겼다.
창밖에서 차가운 안테나가 천천히 돌아갔다. 기지 복도는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다. 가람은 그 어둠을 등지고, 지도에 없는 발신 위치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