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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식 밤, 기사님이 내 판결문을 훔쳤다2화

월식 밤, 기사님이 내 판결문을 훔쳤다

월식 밤, 기사님이 내 판결문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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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사라진 원본

솔레아는 은색 단추에서 묻어난 달빛 잉크를 닦지 않았다. 잉크는 천 조각의 접힌 자국을 따라 희미한 글자를 보였다. ‘지하 기록실, 서쪽 환기구.’ 이반이 남긴 표시인지, 망토가 보관소 벽에 닿으며 드러난 압흔인지 알 수 없었다.

월식까지 두 시간. 솔레아는 경비대장에게 원본을 찾는 동안 죄수 이송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장은 왕녀의 서명이 없는 명령은 따를 수 없다고 했다. 그 말은 곧 판결문에 찍힌 왕녀의 인장이 조작됐더라도 효력이 있다는 뜻이었다.

“기록을 대조하면 서명이 달라요.”

“그건 당신의 의견입니까, 서기관의 증언입니까?”

“둘 다요.”

“원본은 당신 손에 없죠.”

그녀는 단추를 주머니에 넣었다. “곧 찾겠습니다.”

서쪽 환기구는 궁정 지하의 옛 보관실로 연결됐다. 솔레아는 얇은 문서칼을 틈에 넣고 걸쇠를 들어 올렸다. 안쪽은 먼지와 곰팡이 냄새로 가득했다. 벽에는 폐기된 판결문이 상자째 쌓여 있었고, 바닥에는 무릎 자국이 선명했다.

“이반?”

대답 대신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그녀는 소리 쪽으로 몸을 낮췄다. 이반은 죄수의 족쇄를 풀고 있었다. 죄수는 젊은 남자였고, 오른쪽 눈썹 위에 오래된 흉터가 있었다.

“판결문은 어디 있죠?” 솔레아가 물었다.

“이 안에 있습니다.” 이반은 갑옷 안쪽에서 원본을 꺼냈다. “저는 태우지 않았어요.”

“그럼 왜 훔쳤습니까?”

“집행관이 도착하기 전에 죄수를 빼내야 했습니다.”

“그가 무죄인지도 모르면서요.”

죄수가 말했다. “저는 무죄가 아닙니다.”

솔레아는 그를 바라봤다.

“왕실 창고를 털었습니다. 겨울 식량을 가져가 굶는 사람들에게 나눠 줬어요. 절도죄는 인정합니다. 하지만 반역죄는 아니에요. 판결문엔 왕녀가 반역을 명령했다고 적혀 있어요.”

이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죄를 부인하지 않습니다. 반역 혐의만 조작됐습니다.”

“그렇다면 원본을 법정으로 가져가야 해요.”

“법정은 왕녀의 서명을 확인하지 않고 집행할 겁니다.”

“그럼 증거를 보여 주죠.”

솔레아는 달빛 잉크 병을 열었다. 원본에 닿지 않도록 종이 아래쪽에 한 방울을 흘렸다. 압흔이 빛나며 숨겨진 문장이 나타났다. ‘반역 혐의 추가, 오든의 지시.’ 문서 아래 왕녀의 서명은 두 번 덧그어져 있었고, 잉크의 각도가 달랐다.

그녀는 숨을 내쉬었다. “이게 증거예요.”

“당신이 잉크를 쓰면 기억을 잃는다고 들었습니다.” 이반이 말했다.

“누가 말했죠?”

“왕녀님이요. 당신 어머니가 같은 잉크를 사용했다고.”

솔레아의 손이 떨렸다. “그녀는 왜 그런 얘길 했죠?”

“당신을 기록실에서 멀리하려고 했습니다.”

“그녀가 판결문을 뒤집었나요?”

“아니요. 제가 묻기도 전에 격리됐습니다.”

지하실 문 너머로 경비들의 발소리가 들렸다. 이반은 죄수의 족쇄를 완전히 풀었다. “이쪽 통로로 나가면 궁정 밖의 마구간과 이어집니다.”

“도망치면 당신도 이 죄수도 반역자로 확정됩니다.”

“원본을 들고 법정에 들어가면 바로 빼앗길 겁니다.”

“그럼 이중 봉인으로 갑시다.”

이반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솔레아는 규정집을 꺼냈다. “원본과 사본을 서로 다른 당사자가 보관하면 월식 중 집행을 멈출 수 있어요. 왕녀의 봉인과 서기관장 봉인을 동시에 받아야 합니다.”

“서기관장은 원본을 조작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왕녀도 증인으로 세워야 합니다.”

죄수는 벽에 기대 숨을 골랐다. “왕녀가 증언하면 왕실이 흔들릴 겁니다.”

“이미 누군가 판결을 바꿨어요. 흔들릴 권력은 흔들려야 합니다.”

그들은 비밀 통로를 통해 궁정 예배당으로 향했다. 길목에 경비들이 쳐 놓은 철망이 있었고, 자물쇠는 왕실 표식으로 봉해져 있었다. 이반이 칼을 들자 솔레아가 손을 들었다.

“부수면 순찰대가 더 몰려와요.”

“그럼 어떻게 열죠?”

솔레아는 자물쇠의 달 문양을 살폈다. 월식 때만 작동하는 잠금 장치였다. “이 잠금쇠는 판결의 효력이 뒤집히는 순간 풀리도록 만들어졌어요. 누군가 일부러 이 통로를 닫았어요.”

“그럼 기다릴까요?”

“월식까지 한 시간 남았습니다.”

죄수는 철망 너머의 벽을 두드렸다. “여기서 나가면 동생을 만날 수 있어요. 하지만 도망치고 싶진 않습니다. 제 죄를 인정하고, 반역 혐의를 벗고 싶어요.”

이반은 그를 바라봤다. “네가 잡히면 처형될 수도 있어.”

“그럼에도요. 도둑질한 걸 없었던 일로 만들 수는 없어요.”

이반은 칼을 내렸다. 그는 죄수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다. 솔레아는 어두운 복도에 세 사람의 이름과 현재 위치를 기록했다. “이 기록은 제가 보관합니다. 당신이 도망쳤다고 쓰지 않을게요.”

“믿어도 됩니까?”

“믿으라고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비들이 환기구를 열어젖혔다. 이반은 솔레아와 죄수 앞에 섰다. 그가 방패를 들어 올리자 화살이 철망에 부딪혔다.

“왕녀의 명령이다! 원본을 넘겨라!”

이반은 외쳤다. “왕녀에게 직접 확인해라!”

“왕녀는 격리되어 있다!”

“그러면 누가 명령을 대신했는지 확인해야지!”

병사들이 물러서지 않았다. 솔레아는 원본을 쥐고 벽 뒤의 배수 통로로 몸을 낮췄다. 이반은 방패로 화살을 막으며 그녀를 따라갔다. 죄수도 도망치지 않고 뒤따랐다.

예배당 문에 도착했을 때, 제단 위 초승달 장식이 흔들렸다. 그 뒤에서 나린 왕녀가 걸어 나왔다. 그녀의 왼손에는 봉인 반지가 없었다.

“솔레아, 그 판결문을 내게 가져와.”

“왕녀 전하께서 내린 명령입니까?”

“그렇다.”

솔레아는 문서에서 달빛 압흔을 다시 보았다. 원본의 서명은 왕녀의 것이었지만, 글씨는 그녀의 손으로 쓰이지 않았다. 나린의 손가락에는 잉크가 묻어 있지 않았다.

“그럼 제게 인장을 보여 주세요.”

왕녀는 손을 내밀었다. 반지가 없었다. “누군가 가져갔어.”

예배당의 종이 월식의 시작을 알렸다. 문이 저절로 잠기고, 죄수의 판결이 다시 효력을 얻기 시작했다.

나린은 제단 뒤의 작은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 왕실의 임시 봉인 인장이 있어야 했지만, 서랍에는 검은 먼지만 남았다. 그녀는 손을 넣어 바닥을 더듬었다. 가죽끈이 끊긴 조각이 손끝에 걸렸다.

“인장을 가져간 사람이 오든인가요?” 솔레아가 물었다.

“그가 서랍 열쇠를 갖고 있었어. 하지만 열쇠만으로는 봉인을 떼어 낼 수 없어. 누군가 내 손을 흉내 내야 해.”

이반이 말했다. “왕녀의 손을 잡고 강제로 인장을 찍게 했다면요?”

나린의 눈이 굳었다. “그럴 수 있어. 내가 직접 증언할게.”

“기억하시는 장면이 있습니까?” 솔레아는 달빛 잉크를 꺼내려다 다시 병마개를 잠갔다. “잉크는 쓰지 않겠습니다. 우선 말로 듣고, 다른 증인과 대조할게요.”

나린은 예배당의 제단 앞에 섰다. 그녀는 월식 전에 오든이 인장을 들고 왔을 때, 탑의 회의실에서 문서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형 집행이 아니라 재심을 위한 임시 조치라고 설명했다. 나린은 죄수가 반역 혐의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 문서가 판결을 뒤집을지 몰랐다.

“서명한 건 제 선택이었습니다. 설명을 확인하지 않은 것도 제 책임이에요.”

“그런데 인장은 언제 사라졌습니까?” 솔레아가 물었다.

“문서에 서명한 뒤, 오든이 원본을 들고 나가면서 가져갔어. 내가 돌려 달라고 하자, 왕실 기록을 안전하게 보관하겠다고 했지.”

죄수 레안은 족쇄에 묶인 손을 들어 보였다. “제가 훔친 식량은 기록에 남았습니다. 굶은 사람들에게 나눴다는 말은 지워졌고요. 저는 처벌을 피하려고 온 게 아닙니다. 반역죄를 인정하면 동생까지 처형될 수 있어서 말하려는 겁니다.”

“동생도 재판받고 있습니까?” 솔레아가 물었다.

“아직은 아니지만, 오든이 가족을 함께 묶겠다고 했습니다.”

이반이 주먹을 쥐었다. “그가 그렇게 말했습니까?”

“그가 직접 협박한 건 아니에요.” 레안은 그를 진정시켰다. “기록실 사람들이 그렇게 전했죠.”

“증인이 더 필요하네요.” 솔레아가 말했다.

문밖에선 집행관이 문을 두드렸다. “월식 판결에 따라 죄수를 인도하라!”

나린은 무기를 들지 않았다. “문을 열지 마세요. 그들이 강제로 들어오면 원본을 기록관들에게 보여 줘야 합니다.”

“문이 열리면 원본부터 압수할 겁니다.” 이반이 방패를 들었다.

“그럼 그들 앞에서 제가 증언하겠습니다.” 솔레아는 원본을 품에 넣었다. 그녀는 문 앞으로 가서 문고리에 손을 올렸지만, 잠금쇠를 열지는 않았다.

“서기관님, 나서지 마십시오.” 경비대장이 문 너머에서 말했다.

“저는 이 문서를 보관하는 서기관입니다. 원본의 진위와 서명 흔적을 증언하겠습니다.”

“왕녀의 명령이 없으면 증언을 받을 수 없습니다.”

“왕녀가 여기 있습니다.”

문밖이 조용해졌다. 나린은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내가 명령한다. 공개 재심이 열릴 때까지 집행을 멈춰라.”

“전하의 인장을 확인해야 합니다.”

“인장을 빼앗긴 경위를 먼저 조사해야겠지.”

경비대장은 문을 부수지 않았다. 그러나 발소리는 멀어지지 않았다. 그들은 새벽까지 예배당을 포위할 참이었다. 솔레아는 벽에 등을 대고 숨을 골랐다.

이반이 물었다. “당신은 왜 기록을 지키려고 합니까?”

“어머니가 기록을 조작했다고 몰려 쫓겨났어요. 저는 어머니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그럼 이 사건은 복수이기도 하군요.”

“그럴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제 기억과 분노를 증거로 내놓지 않으려 합니다. 압흔과 증언을 보여 주겠어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레안을 구하려는 게 전우에게 한 약속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이번엔 다른 선택을 하고 싶어요.”

둘 사이에 잠깐 침묵이 놓였다. 나린은 제단의 촛불을 하나씩 껐다. 마지막 불이 사라지자, 예배당 창문에 월식의 붉은 테두리가 드러났다. 그 빛 아래에서 원본 판결문 위의 수정 흔적이 더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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