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창객잔의 주인 대리

2화: 회의에서 사라진 장부
아침에 연화는 회의실의 문을 열기 전에 창을 문턱에 걸었다. 안쪽에서 마른 종이 찢기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누가 들어갔습니까?”
서진이 문 뒤에서 답했다. “아무도 안 들어갔습니다.”
“그럼 안에서 누가 장부를 찢고 있죠?”
대답은 없었다. 연화는 창끝을 바닥에 붙이고 문을 밀었다. 책상은 어젯밤 그대로였지만, 장부가 놓였던 자리에는 회색 먼지만 남아 있었다. 서진은 창문 아래에 서서 두 손을 보였다.
“장부가 사라졌어요.”
“문은 잠겨 있었는데요.”
“제가 잠갔습니다.”
“열쇠는 누가 가지고 있었죠?”
“저와 연화 씨요.”
연화는 허리띠를 확인했다. 자기 열쇠는 그대로 있었다. 서진은 주머니를 뒤져 열쇠를 꺼냈다. 손잡이에 새로 긁힌 자국이 있었다.
“어젯밤 누가 들렀습니까?”
“손님은 모두 객실에 있었습니다.”
“누가 가장 늦게 잤죠?”
“저요.”
“누가 가장 일찍 일어났고요?”
“저도요.”
연화는 웃지 않았다. “그럼 제일 먼저 의심받을 사람이 서진 씨네요.”
“그렇게 하셔도 됩니다.”
“장부에는 누가 서명했죠?”
“참석자 전원입니다.”
“사라진 페이지에는 무엇이 있었나요?”
서진은 대답을 미뤘다. “산길 통행패에 대한 지난 회의 기록입니다.”
“아버지가 숨긴 장부와 관련 있습니까?”
그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분 장부가 여기 있습니까?”
“저도 몰라요. 기둥에 열지 말라는 문구가 있었을 뿐.”
“그럼 기둥을 열면 안 됩니다.”
“왜요?”
“안에 있는 것을 확인하기 전에는 누구 손에 들어갈지 모르니까요.”
“그럼 장부가 사라진 지금은요?”
서진은 창밖을 살폈다. 마당에는 호위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고, 화진은 약초 꾸러미를 말리고 있었다. 상단 대표는 식탁을 두드리며 종업원을 재촉했다. 아무도 회의실에 가까이 오지 않았다.
연화는 문지방에 흙이 묻은 것을 봤다. 흙은 객잔 뒤뜰의 것이 아니었다. 붉은 마당길의 진흙이었다. “어젯밤 비가 왔어요. 붉은 마당길을 쓴 사람이 방 안으로 들어왔군요.”
“그 길은 객잔 서쪽 창문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서진 씨는 그걸 어떻게 알아요?”
“회의 준비 때 확인했습니다.”
연화는 그의 문서 가방을 바라봤다. 가방 끈의 안쪽에 붉은 흙이 묻었다. 서진은 가방을 뒤로 감췄다.
“장부를 가져간 사람이 당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연화가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숨기는 서류가 있다는 건 알겠어요.”
“제가 복사한 문서가 있습니다.”
“누구 문서죠?”
“적련문에서 제출한 통행세 안건.”
“왜 복사했어요?”
“원본이 바뀌었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왜 말하지 않았죠?”
“누가 바꿨는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산촌 사람들은 통행패가 폐지될 줄 알고 기다렸어요.”
서진은 가방을 내려놓았다. “제가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가 꺼낸 종이는 회의 장부의 문장과 다르게 쓰여 있었다. 원본에는 “겨울 산길의 통행세를 한 문파가 관리한다”고 적혔지만, 복사본에는 “산길 이용자에게 통행패를 발급하고 수로와 함께 공동 관리한다”고 돼 있었다.
“누가 문장을 바꿨죠?”
“회의 서기장이 바꿨습니다.”
“서기장이 여기 있나요?”
“아닙니다. 어젯밤 회의 뒤에 산을 내려갔습니다.”
화진이 문밖에서 들었다. “그럼 길을 폐지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먼저 찾아야겠네.”
상단 대표가 복도 끝에서 돌아섰다. 연화는 그를 불렀다. “회의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어요.”
“장부도 없는데 무슨 회의를 한다는 거요?”
“사라진 장부를 찾는 회의를 하죠.”
그는 객잔 출입문 쪽으로 걸었다. 연화는 창대를 그의 앞에 놓았다. “잠시만요.”
“주인 대리가 손님을 막을 권한이 있소?”
“객잔 안에서 장부가 사라졌습니다. 나가려면 방을 확인해 주세요.”
“내 방은 이미 확인했소.”
“누가 확인했죠?”
그는 답하지 않았다. 상단 호위가 칼자루를 잡았다. 다른 문파의 무인들도 일어섰다. 연화는 등불을 껐다. 객잔 약조에 따라 칼을 뽑으면 홀의 문을 닫아야 했다.
“등불을 다시 켜시오!” 상단 대표가 소리쳤다.
“칼을 놓으면 켜겠습니다.”
호위가 검을 뽑았다. 연화는 창대로 그의 손목을 쳤다. 칼날이 바닥에 닿기 전에 창대가 그를 벽 쪽으로 밀었다. 좁은 통로라 다른 무인은 지나올 수 없었다. 연화는 팔을 뻗어 출구의 거리를 재고, 두 번째 호위의 발을 걸었다. 그를 넘어뜨리되 머리는 바닥에 닿지 않게 창끝으로 어깨를 받쳤다.
“누구도 다치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그럼 장부를 내놓으시오.”
“장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아야죠.”
화진은 상단 대표의 발목을 가리켰다. 붉은 마당길 흙이 신발에 묻어 있었다. 그는 아침부터 그 길을 통과한 흔적이 있었다.
“대표님 방을 확인하면 되겠네.”
“이건 모욕이오.”
“저쪽 사람만 확인하자는 건 모욕이 아니고?”
상단 대표는 창을 바라봤다. 연화가 한 걸음 다가서자 그는 손을 들었다. “내 방에 장부는 없소. 하지만 내가 가져간 건 있어.”
그는 옷 안쪽에서 회의 장부의 찢어진 페이지를 꺼냈다. 그 페이지에는 산촌에서 낸 통행세 내역과 서명, 그리고 연화 아버지의 인장이 있었다.
“왜 가져갔죠?”
“이 문서가 공개되면 산길 수익을 돌려줘야 하오.”
“누구에게요?”
“약초상과 표국에.”
화진이 말했다. “그럼 돌려줘야지.”
“과거의 통행세는 합의로 받은 돈이오.”
“합의한 사람 중에는 내가 없었어.”
연화는 페이지를 받아 들었다. 아버지의 인장은 진짜였지만, 서명 옆의 날짜가 맞지 않았다. 그해 겨울 아버지는 산길에서 다쳐 객잔에 누워 있었다.
“이 날짜에 아버지는 서명할 수 없었어요.”
상단 대표가 눈을 피했다. “위임 인장이었소.”
“누구에게 위임했죠?”
“당신 아버지가 직접 말해야 알겠지.”
“그분은 돌아가셨어요.”
“그럼 이제는 당신이 결정할 일이오.”
연화는 찢어진 페이지를 서진에게 건네지 않았다. 화진에게도 주지 않았다. 대신 세 그릇 약조의 빈 자리 가운데 놓았다. “이 문서가 진짜인지 확인하기 전에는 누구도 가져가지 못합니다.”
서진은 자신의 복사본을 꺼냈다. “서명 잉크를 대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본 장부가 없으면 회의는 무효가 됩니다.”
“그럼 기둥을 열어야겠네.” 화진이 말했다.
연화는 첫 화살의 숫자 3을 기억했다. 기둥에 이름을 새긴 표식, 사라진 장부, 아버지의 인장. 모두 기둥을 열지 말라는 경고와 이어져 있었다.
“아니요. 열기 전에 누구 이름이 더 적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서진의 가방에서 종이 한 장이 떨어졌다. 그가 급히 주웠지만 연화가 먼저 읽었다. 종이 아래에 ‘진백로, 통행 약조의 증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버지 이름이 왜 서진 씨 문서에 있어요?”
“그분은 이 장부를 작성한 서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럼 누구였죠?”
서진은 종이를 접었다. “서명한 사람입니다.”
바깥에서 다시 활시위 당기는 소리가 났다. 객잔에 모인 모두가 창문을 보았다. 이번에는 기둥 쪽에서 화살이 날아들었다. 연화는 창을 들어 화살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화살대에는 새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화진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내 이름이네. 그렇다고 내가 입을 다물지는 않을 거야.”
연화는 창을 들고 바깥으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화진이 그녀의 소매를 붙잡았다. “쫓지 마. 저 사람은 내가 나가길 바라고 쏜 거야.”
“그럼 여기서 기다려야 해요?”
“아니. 누가 쏘는지 알아야지. 나 대신 객잔 뒤편에서 사람을 보내.”
서진은 약초 꾸러미를 들고 복도 끝으로 달려갔다. 그는 객잔의 뒷문을 열고 산길 초소에 신호를 보냈다. 연화는 창문을 통해 화살이 날아온 각도를 살폈다. 각도는 언덕이 아니라 객잔 지붕 위를 가리켰다.
“저격수는 지붕에 있어요.”
“어젯밤부터 그랬을 수 있겠네.” 화진이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 보여.”
연화는 창을 들고 계단을 뛰어올랐다. 지붕 끝에는 젖은 발자국 두 개가 남아 있었다. 한 사람의 발자국은 대나무 숲 쪽으로, 다른 하나는 객잔 굴뚝 뒤로 돌아갔다. 그녀는 가장 가까운 흔적을 쫓으려다 멈췄다. 굴뚝 아래엔 식당에서 일하는 소년이 장작을 들고 있었다. 지붕의 눈이 무너지며 소년 쪽으로 기울었다.
연화는 창대를 굴뚝에 걸어 눈더미를 밀어냈다. 소년은 장작을 떨어뜨리고 주저앉았다. 지붕에 남은 자국은 그사이 빗물에 씻겼다.
“왜 안 쫓아갔어요?” 소년이 물었다.
“너를 먼저 지켜야 했으니까.”
“저는 괜찮아요.”
“그걸 확인한 다음에 가는 거야.”
연화는 소년을 홀로 내려보내고 지붕의 흙을 손가락으로 만졌다. 붉은 흙이 아니라 검은 재였다. 화살을 쏜 사람은 산촌 길이 아니라 객잔 굴뚝을 타고 올랐다. 기둥의 첫 화살도, 서진의 이름을 새긴 사람도 같은 곳에서 들어왔을 수 있었다.
연화는 창으로 지붕 밑 널빤지를 밀었다. 그 안에 작은 종이 묶음이 끼어 있었다. 찢겨 나간 장부의 나머지 반쪽이었다. 첫 줄에는 서화진 이름 옆에 ‘증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화살은 그녀를 입막음하려 한 게 아니라, 회의에서 발언하라고 밀어 넣은 신호일 수도 있었다.
“이름을 새긴 사람이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는 건 위험해요.” 서진이 지붕으로 올라왔다.
“알아요. 그래도 누군가 화진 어르신의 말을 기록하려고 했어요.”
“그게 협박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물어봐야죠. 결정은 본인이 하게 두고.”
화진은 아래에서 장부 조각을 받아 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 옆의 글자를 확인하고 종이를 찢지 않았다. “내가 증인이라면, 내가 직접 증언하겠어.”
서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