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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물 보관소의 주인들2화

분실물 보관소의 주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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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짝이 없는 장갑

오전 근무를 시작하자마자 전화가 왔다. 열한 살 아이가 청담역에서 장갑 한 짝을 잃어버렸다는 아버지였다. 장갑은 초록색이고 손목 안쪽에 작은 토끼가 그려져 있다고 했다. 태오는 어제 들어온 물품 중 비슷한 장갑을 찾아 보관대에서 가져왔다. 여름은 손을 들어 그를 멈추게 했다.

“색과 그림은 공개된 특징일 수 있어요. 아이가 다른 특징을 더 기억하는지 물어봐요.”

남성은 아이와 상의하겠다며 잠시 전화를 끊었다. 몇 분 뒤 다시 전화해 장갑 손바닥에 흰색 수선 자국이 있다고 했다. 여름은 접수 사진을 확대했다. 수선은 보이지 않았지만, 손목 시보리 안쪽이 다른 부분보다 짙게 닳아 있었다. 그 특징은 사진만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남성은 아이에게 보관물 설명을 더 요청했고, 아이는 엄지 끝에 작은 구멍이 났지만 어머니가 안쪽에서 꿰매 주었다고 말했다.

여름은 물품을 꺼내어 안쪽을 확인했다. 흰색 실로 촘촘하게 꿰맨 흔적이 있었다. 남성은 장갑을 찾으러 오기 전에 아이가 직접 설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태오는 접수번호를 알려 주기 전에 방문 시 신분 확인이 필요하다고 안내했다. 여름은 장갑은 아이의 소유가 확인되어도 보호자에게 전달하되, 인수서에는 실제로 온 성인의 정보를 기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시간 뒤 남성과 아이가 센터에 왔다. 아이는 여름이 장갑을 내놓자 곧바로 손을 뻗지 않았다. 대신 오른쪽 장갑을 끼워 보며 손목이 길다고 말했다. 여름은 접수된 것은 왼쪽 장갑 한 짝이라고 확인했다. 아이는 오른손 장갑을 가방에서 꺼내 짝을 맞췄다. 손가락 끝의 길이가 서로 달랐다. 어머니가 한 짝을 먼저 사서 나중에 다른 색을 맞춰 샀다고 했다.

“새로 사면 되는데도 꼭 이걸 찾고 싶었어요?” 태오가 물었다.

“아빠가 처음 혼자 등교할 때 사 준 거예요. 이번에 잃어버려서 아빠가 또 미안해할까 봐요.”

아이의 아버지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등교길에 장갑을 챙기라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아이가 벗어 놓을 걸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여름은 아이가 장갑을 돌려받은 뒤에도 그 이야기를 계속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아이는 인수서 옆에 이름을 적고, 아버지가 서명했다. 여름은 사람들의 사연을 기록하지 않았다. 물품을 찾는 데 필요한 정보와 반환 사실만 남겼다.

센터 문을 나서기 전 아이가 다시 돌아와 여름에게 장갑 안쪽 수선은 엄마가 한 거라고 말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여름은 그건 아이가 가족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면 괜찮지만, 센터가 보관하는 반환 기록에는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버지와 함께 개찰구 쪽으로 걸어갔다. 태오는 그 말을 듣고 어떤 이야기를 남길지는 물건 주인이 고르는 일이라고 이해했다.
둘이 나간 뒤 태오는 아이가 왜 장갑을 찾았는지 입력란에 쓰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여름은 그 이유는 센터 기록에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인수 확인과 보관 이력은 남겨야 하지만, 가족 사이의 감정은 그들이 가져가도 되는 몫이었다. 태오는 수첩에 ‘사연은 기록하지 않기’라고 적었다.

오후에는 사진봉투의 과거 접수 기록을 위한 자료 열람 신청이 반려됐다. 여름이 제출한 신청에는 해당 보관 연도만 있고, 필요한 자료의 구간이 좁혀져 있지 않았다. 기록관리 담당자는 보관고가 세 차례 옮겨졌고, 신청 범위가 넓으면 다른 물품의 인적 정보까지 함께 열람하게 될 수 있다고 했다. 여름은 기록 요청서를 다시 썼다. 접수번호 앞자리, 청람역 동쪽 출구, 공사 전후의 세 달을 범위로 적고, 개인 정보는 가림 처리된 인계 일지만 확인하겠다고 명시했다.

태오는 신청서를 보고 과거 기록을 찾으면 사진의 주인도 바로 알 수 있느냐고 물었다. 여름은 기록에 남은 건 발견 장소와 센터로 옮긴 시각, 담당자의 서명뿐이라고 했다. 누가 잃어버렸는지는 알 수 없을 수 있다. 물품을 발견한 사람이 다른 역의 보관대로 옮겼거나, 분실 신고 없이 오래 지나갔을 수도 있었다. 기록이 있다는 것과 기억이 복원된다는 건 다른 문제였다.

자료 요청서를 다시 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남성이 사진봉투를 문의했다. 그는 오래전 청람역에서 어머니가 가족사진을 잃어버렸고, 센터에 남아 있으면 찾고 싶다고 했다. 이름과 잃어버린 시기는 사진봉투의 단서와 일부 맞았다. 남성은 어머니가 사진에 자신과 누나가 함께 있었다고 했으며, 누나 이름이 여름이라고 덧붙였다.

여름은 마음이 먼저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사진 속 아이가 둘인지, 누나 이름이 무엇인지, 어머니가 사진 뒷면에 어떤 글씨를 썼는지는 그가 말하지 않았다. 그가 여름의 이름을 아는 경로도 확인할 수 없었다. 태오는 사진을 보여 주면 가족인지 금방 알 수 있지 않느냐고 작게 물었다. 여름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 사진을 보여 주는 순간 공개하지 않은 특징이 사라지고, 다른 사람의 사생활도 드러날 수 있었다.

“성함과 연락처를 남겨 주시면, 소유 확인에 필요한 절차가 진행될 때 연락드리겠습니다.”

“지금 여기 있는데 왜 바로 확인을 못 하죠?”

“비공개 특징을 먼저 말씀해 주셔야 하고, 센터 기록과 맞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사진 자체를 보시고 기억을 맞추게 할 수는 없어요.”

남성은 불쾌한 표정으로 돌아섰지만, 요청을 취소하진 않았다. 여름은 그가 남긴 정보도 제한된 접근 권한으로 저장했다. 가족사진을 찾는 마음이 절차를 생략할 근거가 되지는 않았다. 태오는 아까 하려던 말을 접고, 문의가 들어온 시각과 확인한 항목을 기록했다.
청소반장 경숙이 점심 무렵 센터에 들렀다. 여름은 사진봉투가 발견된 곳과 과거 공사 구간을 보여 주었다. 경숙은 당시 동쪽 출구 임시 접수대가 지하 상가 통로 가까이에 있었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그 시기의 장부는 역에 남아 있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역무실은 보관 공간이 좁아 기록을 옮겼고,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오래된 상자를 다른 창고에 나눠 보냈다.

“사진이 맞으면 어머니한테 돌려주면 되잖아요.” 태오가 말했다.

경숙은 그 말을 바로 끊었다.

“맞다는 걸 누가 확인했는데? 이름 한 글자가 같다고 가져가는 게 아니야.”

태오는 여름을 바라봤다. 여름은 경숙 말이 맞다고 했다. 뒷면의 ‘여름’은 흔한 이름이고, 사진에 찍힌 아이가 자신과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소유자라고 주장할 수 없었다. 어머니에게 전화해 사진을 아는지 물을 수는 있지만, 그 대답도 센터의 소유 확인과는 별개였다. 여름은 당사자로서 사진을 찾고 싶은 마음과 직원으로서 지켜야 할 절차를 분리해야 했다.

기록관리 담당자는 다음 날 오전에 옛 장부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고 답했다. 다만 인계표 일부는 보관기한이 지나 파쇄됐고, 자료가 불완전할 수 있다고 했다. 여름은 열람 가능 범위와 가림 처리 조건을 확인한 뒤 일정에 동의했다. 사진봉투의 현재 보관 상태는 잠금장 기록에 남아 있었고, 봉투는 그날도 손대지 않은 채 보관되었다.

그 사이 접수된 물건은 아이의 접이식 우산, 카드지갑, 그리고 작은 봉제 고양이였다. 태오는 우산에 붙은 학교 스티커를 보고 학교에 전화하면 찾을 수 있겠다고 했다. 여름은 소유자 확인 없이 기관에 연락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스티커에는 학교 이름뿐 아니라 반 번호도 있었다. 공개하면 아이의 동선이 드러날 수 있었다. 태오는 우산을 촬영할 때 스티커 부분을 가리고, 내부 목록에만 표시했다.

카드지갑은 현금과 교통카드가 들어 있어 별도 보관함에 넣었다. 태오는 주운 위치를 설명하는 시민의 연락처를 확인하고 접수 기록에 추가했다. 물건을 발견한 사람은 주인을 직접 찾아주고 싶었다고 했지만, 여름은 센터가 반환을 맡기로 했다면 시민의 전화번호를 주인에게 전달하지 않는다고 안내했다. 그 사람은 아쉬워했지만, 지갑 주인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인계서에 서명했다.

저녁이 되자 오래된 장부가 있는 보관고의 담당자가 연락을 줬다. 내일 볼 자료 상자는 확인됐지만, 사진봉투 접수일보다 이틀 뒤부터 기록이 시작된다고 했다. 접수 당일 기록은 이전 역무실에 남았을 가능성이 있었다. 여름은 일정에 맞춰 상자를 먼저 확인하고, 빠진 하루의 기록은 별도 요청하기로 했다.

퇴근 전에 여름은 사진 뒷면 메모를 다시 보았다. “여름, 열 살.” 그 문장은 자신을 가리킬 수 있었지만, 사진 속 아이의 얼굴은 오래전 기억과 달랐다. 어머니가 가족사진을 잃어버렸다고 했을 때, 여름은 그 사진이 집 안 어딘가에 있다고 믿었다. 이후 이사와 정리를 거치며 가족앨범이 사라졌다. 어머니는 어느 순간부터 사진 얘기를 피했다.

태오는 출입 기록을 저장하고, 장부 열람 시간에 맞춰 교대 일정표를 바꿨다. 여름은 자신이 자료를 보는 동안 현재 접수 물품의 반환 업무를 맡아 달라고 했다. 태오는 대답하기 전에 개인정보 가림 규칙을 다시 읽었다. 여름은 그가 자기 가족의 일에 호기심을 보이면서도 질문을 억지로 이어 가지 않는 점을 알아차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름은 어머니에게 문자를 쓰기 시작했다. ‘오래된 사진 하나를 찾았어.’ 그 문장을 지웠다. 자신이 사진의 소유자라고 확인된 것은 아니었다. 결국 ‘요즘 어떻게 지내?’라고만 보냈다. 답은 오지 않았다. 여름은 사진을 찾는 일이 대화를 대신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도, 여전히 그 사진을 보고 싶었다.

다음 날 열람할 상자 번호는 청람-동측-이전보관-17이었다. 경숙은 상자 목록에서 그 번호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여름은 봉투 접수일 다음날의 인계표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신청서에 다시 적었다. 사진을 찾는 조사는 시작됐지만, 가장 중요한 하루의 기록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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