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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물 보관소의 주인들1화

분실물 보관소의 주인들

분실물 보관소의 주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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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보온병 옆의 이름표

첫 물건은 오전 일곱 시 십삼 분에 들어왔다. 2호선 청람역 승강장에서 발견된 보온 도시락 가방. 역무원 인계표에는 검은 천 가방, 은색 지퍼, 오른쪽 주머니에 젖은 우산 자국이라고 적혀 있었다. 한여름은 접수번호를 붙인 뒤 내용물을 열지 않은 채 촬영했다. 새 직원 윤태오는 책상 너머로 몸을 기울였다.

“안에 이름표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열어보면 바로 찾을 텐데요.”

“열기 전에 외부 특징부터 등록해요. 누가 주인이라고 주장하면 안에 든 물건을 본인이 설명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요.”

태오는 손을 거두었다. 그는 분실물 센터가 경찰서처럼 물건을 수사하는 곳은 아니라는 설명을 들은 지 이틀째였다. 그래도 도움이 될 만한 단서를 놓치는 것 같아 답답해 보였다. 여름은 가방의 앞뒤를 다시 찍고, 접수시각과 인계한 역무원 이름을 입력했다. 지퍼 손잡이는 별 모양이었고, 안쪽을 확인하기 전에도 가방 바닥에서 단 냄새가 났다.

오전 아홉 시가 조금 넘어 전화가 왔다. 초등학생 아이의 보호자라는 여성은 청람역에서 도시락 가방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가방 색과 크기, 지퍼 장식은 맞았지만, 보관물의 안쪽 물건을 말해 보라는 요청에 잠시 멈칫했다.

“물통이 들어 있고, 도시락통은 네모예요. 아이가 오늘 체험학습을 가서… 안에 이름표가 있을 거예요.”

여름은 이름표 여부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하고, 다른 특징을 물었다. 여성은 가방 손잡이에 주황색 실이 묶여 있다고 했다. 접수 사진에는 실이 보이지 않았다. 태오가 가방을 들고 와 보여 주려는 순간, 여름은 손바닥을 들어 멈췄다. 사진을 가까이 확대하니 가방 옆 고리에 매듭이 걸려 있었다. 그러나 실이 주황색인지는 화면에서 판단하기 어려웠다.

여름은 전화를 끊지 않은 채 물품을 열었다. 투명한 이름표가 접혀 가방 안쪽 벽에 끼워져 있었다. 이름은 신청자가 말한 아이와 일치했다. 도시락통 두 개와 작은 보온병도 들어 있었다. 물품을 돌려줄 때에는 직접 방문해 인수서에 서명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여성이 아이와 함께 오겠다고 했지만, 여름은 본인 확인이 가능한 보호자만 와도 된다고 덧붙였다.

태오는 통화가 끝난 뒤 말했다.

“주황색 실 하나만 먼저 알려 줬어도 바로 끝날 일이었네요.”

“그 실이 정말 거기에 있는지 확인하기 전엔 우리가 말하면 안 돼요. 다른 사람이 사진을 봤다면 그 정보로 자기 것처럼 주장할 수도 있죠.”

“보호자가 맞았는데도요?”

“이번엔 맞았어요. 다음에도 맞으리란 보장은 없어요.”

태오는 접수 화면을 다시 살폈다. 그는 설명이 맞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 더 빨리 물건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여름은 그 마음 자체를 나무라지 않았다. 대신 손님 앞에서 확인하는 순서가 왜 필요한지 메모하게 했다.

오전 열 시 반, 여성이 센터에 도착했다. 그녀는 가방의 접수번호를 정확히 말했고, 안에 든 도시락통 뚜껑에 아이가 붙인 스티커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름은 보호자 신분을 확인한 뒤 보관물을 내놓았다. 여성이 아이 이름표를 읽고 안도하는 동안, 태오는 인수서의 날짜와 시간을 적었다. 가방은 원래대로 지퍼를 닫은 채 건넸다.

“급해서 아이한테 새 도시락을 사 줄 뻔했어요. 안에 든 건 열어 보지 않으셨죠?”

“소유 확인에 필요한 부분만 확인했습니다. 음식이 들어 있어 위생 상태를 확인했고, 다른 물품은 목록에 기록해 두었습니다.”

여성은 서명한 뒤 아이가 만든 스티커를 보여 달라고 했다. 여름은 소유자가 확인된 뒤라 가방 안쪽에 붙은 스티커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호자는 웃으며 스티커가 그대로라 다행이라고 했다. 보관물에 남은 단서 하나가 주인을 찾는 데 쓰였지만, 모든 내용물을 공개하지 않아도 반환은 가능했다.

여성이 나간 뒤 태오는 인수서에 누락된 항목이 없는지 다시 확인했다. 여름은 접수부터 반환까지의 시간을 시스템에 입력했다. 보온병은 세척을 안내하되 센터에서 직접 열어 음료를 확인하지 않았다. 태오는 그 기록을 보고 “제가 생각한 것보다 확인할 일이 많네요”라고 말했다. 여름은 물건을 돌려주는 순간보다 물건을 맡은 순간부터 기록이 시작된다고 답했다.

도시락 가방을 돌려보낸 뒤 한 남성이 투명 우산을 들고 센터를 찾아왔다. 그는 자신의 우산을 역에 두고 내렸다고 했고, 손잡이에 테이프가 감겨 있다고 설명했다. 태오는 같은 색과 크기의 우산을 두 개 찾아 접수표를 확인했다. 하나는 강변역, 하나는 청람역에서 들어온 물건이었다. 남성은 청람역 우산을 보자마자 자기 것이라고 손을 뻗었다.

여름은 손잡이 테이프의 모양과 접수 사진의 찢어진 부분을 물었다. 남성은 테이프가 두 겹이고, 손잡이 끝에 작은 균열이 있다고 했다. 접수 사진에는 균열이 보이지 않았다. 확인을 위해 우산을 펴자 살 안쪽에 검은 천 조각이 묶여 있었다. 남성은 그것이 자신이 수리할 때 넣은 보강 천이라고 설명했다. 여름은 그가 말하지 않았던 균열과 보강 천을 확인하고 인수서에 서명을 받았다.

“제가 먼저 만졌으면 안 됐죠?” 태오가 물었다.

“맞아요. 주인 확인 전에 물건을 꺼내 주면 다른 손님이 특징을 보고 말할 수 있어요.”

태오는 우산을 제자리에 걸고, 다음 반환 때는 손님이 먼저 특징을 설명할 시간을 주겠다고 메모했다.
점심 무렵 센터 안쪽 보관실에서 카트가 굴러 나왔다. 야간 청소반장 박경숙이 회수 물품을 인계하러 온 것이다. 그녀는 역에서 받은 봉투와 우산을 책상에 놓고, 하나씩 인계표를 읽어 주었다. 태오는 봉투를 받자마자 무게를 들어 보며 안에 든 것을 추측했다. 경숙이 손을 뻗어 봉투를 내려놓았다.

“기록부터 읽어. 손으로 짐작하지 말고.”

“이 정도도요?”

“네가 가볍다고 생각한 게 누군가에겐 중요한 거야.”

경숙은 인계표에 서명하기 전에 봉투 접수 시각을 확인했다. 청람역 출구 근처에서 발견되었고, 봉투 겉면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내용물을 열어야 하는지 여름이 물었다. 경숙은 역무원이 봉투를 봉인해 넘겼다면 센터 절차에 따라 확인하되, 먼저 외부 훼손과 봉인 상태를 남겨야 한다고 했다. 여름은 봉투 사진을 촬영하고 접수표를 만들었다. 안에는 오래된 사진 한 장과 얇은 영수증이 들어 있었다.

사진은 네 모서리가 둥글게 닳아 있었고, 뒤에는 연필로 ‘여름, 열 살’이라고 적혀 있었다. 여름은 사진을 보자 손을 멈췄다. 사진 속 어린아이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녀가 어릴 때 잃어버린 가족사진과 비슷한 구도였다. 하지만 뒷면의 이름이 자신을 가리키는지 알 수 없었다. 접수 정보만으로는 사진의 소유자를 확인할 수 없었다.

태오는 사진 뒷면의 글씨를 읽었다.

“한여름 씨 이름 아닌가요?”

“동명이인일 수도 있어요. 물건이 접수된 역도 확인해야 합니다.”

사진을 찍은 시기는 인화지의 상태만으로 확정할 수 없었다. 사진 속 역 간판은 오래된 노선 표시처럼 보였지만, 여름은 더 확대하지 않았다. 주민등록 정보나 센터 이용 기록으로 자신의 가족을 찾아보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그녀는 접수 시스템에 사진의 크기와 뒷면 메모를 기록하고, 그 메모는 소유자가 확인할 때까지 공개하지 않도록 설정했다.

여름은 경숙에게 접수 시각과 장소를 다시 물었다. 봉투는 청람역이 아니라 환승 통로의 동쪽 출구에서 발견됐다. 그곳은 십여 년 전 공사로 보관대가 옮겨진 구간이었다. 경숙은 그때 분실물 임시 접수대를 맡았던 적이 있다고 했다. 여름은 혹시 사진을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경숙은 한참 사진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이 사진인지는 모르겠다. 그때 비슷한 봉투가 몇 개 들어왔어. 내 기억은 참고야. 장부가 먼저야.”

그 말은 여름을 안심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사진이 자신의 것일 가능성도, 전혀 다른 사람의 물건일 가능성도 함께 열어 두었다. 태오는 자신이 사진의 단서를 접수 게시판에 올리면 주인을 빨리 찾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여름은 이름과 사진 속 얼굴을 공개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사진의 주인을 찾는 일은 센터가 확인할 수 있는 절차에 따라야 했다.

“그럼 어떻게 찾죠?”

“접수번호와 역 인계 기록을 먼저 봐야죠. 소유자가 연락해 오면, 사진 속 인물과 촬영 시기처럼 공개하지 않은 특징을 확인하고요.”

“아무도 연락하지 않으면요?”

여름은 대답하지 못했다. 사진 뒷면의 글씨는 그녀가 오래전 가족앨범에서 본 어머니의 필체와 닮아 있었다. 하지만 닮았다는 느낌으로 물건을 가져갈 수는 없었다. 그녀는 인수 확인을 위한 비공개 특징 칸에 ‘뒷면 연필 메모’라고만 적었다. 세부 내용은 열람 권한이 있는 직원만 확인하도록 설정했다.

센터 문이 닫힐 무렵, 여름은 오래된 자료 요청서를 꺼냈다. 접수된 지 오래된 물품의 기록은 통합 시스템에 모두 남아 있지 않았다. 당시 역의 보관대장과 지금의 번호 체계를 연결하려면 기록 관리 담당자의 승인이 필요했다. 태오는 요청서의 사유란에 ‘가족사진으로 추정’이라고 쓰려다가 멈췄다. 그것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추측이었다.

여름은 사유를 ‘접수 역의 과거 보관 기록과 현행 물품 식별번호 대조’로 고쳤다. 태오는 그 문장을 보고 자신의 수첩에 같은 표현을 적었다. 여름은 사진을 무색 봉투에 넣고, 접수번호가 보관 위치와 일치하는지 확인한 뒤 잠금장에 넣었다.

퇴근길에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까 고민했다. 마지막으로 통화한 지 석 달이 지났고, 가족사진 얘기는 몇 년째 꺼내지 않았다. 사진을 찾았다고 말하면 어머니가 반가워할지, 모른다고 부인할지 알 수 없었다. 여름은 전화를 걸지 않았다. 대신 다음 근무일에 보관대장 열람 요청을 제출하기로 했다. 사진의 주인이 자신인지 먼저 확인해야 했다.

그날 센터에 맡겨진 물건은 열일곱 개였다. 돌려간 것은 도시락 가방 하나였다. 여름은 퇴근 직전 사진봉투 접수번호를 다시 확인했다. 봉투의 접수 역은 과거 사진을 잃어버렸다고 기억한 장소와 가까웠지만, 정확히 같은 출구는 아니었다. 인계 기록은 아직 조회되지 않았다. 사진은 잠금장 안에서 닫힌 채였고, 뒷면의 이름은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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