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의 목격자는 매일 바뀐다

2화: 어제의 증언과 반대편
다음 날 신고자는 김윤호였다. 전날 밤 막차에 탔던 대학생은 아니었다. 윤호는 쉰여덟 살의 택시 기사였고, 승객으로 열차에 오른 건 십 년 만이라고 했다. 그는 역무실에서 세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했다.
“아무도 죽지 않았습니다. 제가 본 건 빈 좌석이었습니다.”
지완은 녹음기를 켜고 첫 신고 내용을 다시 물었다.
“어제는 피해자가 칼에 찔렸다고 신고했습니다.”
“그런 적 없습니다.”
“전화 발신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윤호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 전화는 제가 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기억으로는 아무도 죽지 않았어요. 자리가 비어 있었고, 제가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쳤습니다.”
“어디서 내렸습니까?”
“13호선 환승 통로요.”
지완은 메모를 멈췄다. “13호선은 폐쇄됐습니다.”
“그럼 제가 어디로 간 거죠?”
윤호는 정말로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휴대폰 사진을 보여 줬다. 승강장 안내판 아래에 서 있는 사진이었다. 안내판에는 없는 노선 번호가 찍혀 있었다. 사진 속 윤호의 얼굴은 창백했고, 뒤편에는 승객이 줄지어 서 있었다. 모두 카메라를 등지고 있었다.
보리는 사진 원본의 촬영 정보를 확인했다. 시각은 새벽 0시 41분. 위치 정보는 열차 종점이었다. 사진 배경에는 유리문과 비상 표지가 있었다. 보리가 도면을 대조하자, 그 구조는 현재 역이 아니라 폐쇄된 13호선 지하 승강장과 일치했다.
“사진을 조작할 수는 있죠.” 지완이 말했다.
“가능합니다.” 보리가 답했다. “하지만 원본 파일의 센서 노이즈가 휴대폰 기록과 맞습니다. 조작 흔적은 아직 못 찾았어요.”
“그럼 오늘 밤에도 같은 일이 생기는지 확인해야겠군요.”
도윤은 그 계획을 듣고 반대했다. 막차에 타면 위험하다고 했다. 무엇이 위험한지는 말하지 않았다. 지완은 열차에 탑승하는 대신 승강장과 운전실에 감시 인원을 배치하겠다고 했다. 보리는 카메라 원본을 보존하고, 도윤은 정비 점검표를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그는 종점 대합실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대신, 윤호와 함께 폐쇄된 승강장 안내판 사진을 확인했다. 실제 역의 타일 무늬와 사진의 무늬는 비슷했지만, 기둥 간격이 달랐다. 보리는 공개된 역 도면을 출력해 사진 위에 겹쳤다. 안내판이 찍힌 위치는 현재 역에서 18미터 아래였다.
“이 정도 차이는 렌즈 왜곡일 수도 있습니다.” 지완이 말했다.
“맞아요. 그래서 기둥 간격만으로 단정하지 않을게요.” 보리는 사진의 여러 지점을 표시했다. “바닥 배수구와 벽면의 전선 홈은 도면과 안 맞습니다. 옛 13호선 기록이 있어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윤호는 사진을 바라보다가 이마를 문질렀다. “그날은 제가 누군가를 도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오늘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기억이 변했다고 해서 어느 쪽이 거짓이라고 보진 않겠습니다.”
“그럼 제가 책임질 일도 없어지는 겁니까?”
“그것도 아직 모릅니다. 기억과 행동은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윤호는 고개를 숙였다. 그는 사진을 가져가고 싶어 했지만, 보리가 원본과 복사본을 분리해 보관하는 이유를 설명하자 동의했다. 서명란에 이름을 쓰기 전 그는 한 번 더 확인했다. 자료를 제출해도 신고 철회로 처리되지 않는다는 답을 듣고서야 펜을 들었다.
기록을 마친 뒤 지완은 막차 운행을 담당한 역무원에게 연락했다. 그는 승객 수가 열둘로 집계됐지만 교통카드 집계는 열셋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 명은 요금이 처리되지 않은 상태로 탑승한 셈이었다. 역무원은 자동 게이트 오류라고 생각해 별도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보리는 그날의 정산 로그를 요청했다. 자료는 당일이 아니라 다음 날 새벽에 한 번 수정되어 있었다. 수정자는 퇴사한 직원 계정이었다. 계정 사용 기록에는 사번과 접근 단말이 남아 있었다. 그 단말은 12년 전 사고 보고서를 보관한 기록실에 있었다.
“사람이 계정을 빌려 썼을 수도 있습니다.” 보리가 덧붙였다.
“사용자를 특정하려면 근무 기록이 필요하겠네요.”
“그 기록도 요청할게요.”
지완은 사건 범위를 넓히지 않기 위해 관련 자료를 하나씩 묶었다. 막차 승객 수, 0시 41분 로그, 사진 원본, 신고 통화, 수정 계정. 각 자료가 같은 사람을 가리키는지 아직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모두 같은 시각에 남았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그날 밤 열차는 정시에 출발했다. 지완은 종점 역무실에서 모니터를 지켜봤다. 화면 속 승객은 열두 명이었다. 6C 좌석은 비어 있었다. 열차가 세 번째 터널을 지날 때, 탑승 인원 수가 열셋으로 바뀌었다. 승객 한 명이 새로 나타난 것도, 문이 열린 것도 아니었다.
“정차 기록은?”
“없습니다.” 보리가 화면을 가리켰다. “차량 내부 카운터만 바뀌었어요.”
지완은 도윤에게 연락했다. 도윤은 선로 반대편에서 점검 중이었다. 그는 통신기에 대고 무언가 말하려다 멈췄다.
“지금 터널 안에 있습니다. 전등이 하나씩 꺼져요.”
“열차 위치는요?”
“지도에는 종점 직전으로 나옵니다.”
“육안으로 확인됩니까?”
“선로 앞에 열차가 서 있습니다.”
지완은 모니터를 봤다. 열차는 계속 달리고 있었다. 도윤이 있는 구간에 열차가 있을 수 없었다. 보리는 시스템에 오류를 등록하려 했지만, 입력창이 멈췄다.
“기록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화면의 출발 시각이 0시 41분으로 되돌아갔다. 승객 수는 열두 명. 6C의 유리창에는 누군가 앉은 반사가 보였다. 이번에는 남자였다. 반사는 한 손으로 창문을 두드렸다.
지완은 열차 운전실에 연결했다. 기관사는 아무도 보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평소대로 종점으로 이동 중이었다. 지완은 마지막 칸 내부의 비상 인터폰을 켰다.
“6C 승객, 들립니까?”
노이즈 사이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면 안 돼요.”
“누구죠?”
“어제 그 남자에게 말했어요. 내리지 말라고.”
지완은 화면을 확대했다. 유리창에는 빈 좌석만 비쳤다. “당신 이름이 뭡니까?”
“그걸 알려 주면, 오빠가 또 전화를 안 받을 거예요.”
지완은 숨을 멈췄다. 보리는 그를 돌아봤다. 지완은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다. 목소리는 지수와 비슷했지만, 그 사실만으로 지수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열두 해 동안 그는 지수의 목소리를 잊지 않으려 했고, 그 기억이 오히려 귀를 속일 수 있었다.
“누구를 기다리고 있습니까?”
“기다리는 게 아니에요. 누군가를 내보내야 해요.”
“어디서요?”
“문이 열리기 전에.”
열차가 급제동했다. 모니터가 흔들리고 내부 카메라가 모두 검게 변했다. 몇 초 뒤 영상이 복구되자 열차는 종점에 서 있었다. 승객은 열두 명. 6C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객차 바닥에 오래된 종이 승차권 한 장이 남아 있었다.
보리가 화면을 캡처하고 시간값을 기록했다. 지완은 역무원에게 승차권을 회수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현장에 도착한 그는 장갑을 끼고 종이를 집었다. 승차권에는 13호선 3구간, 성명 오지수, 날짜는 12년 전 사고 당일로 찍혀 있었다.
도윤이 현장으로 돌아왔다. 그의 얼굴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제가 봤던 열차는 없었습니다.”
“당신이 본 건 무엇이었습니까?”
“닫힌 비상문이었습니다. 누군가 안쪽에서 두드렸어요.”
“누가요?”
“이름은 모릅니다.”
“문을 열었습니까?”
도윤은 눈을 내렸다. “잠금 표시가 켜져 있었습니다. 규정대로라면 열면 안 됐어요.”
“그럼 당신은 안 열었군요.”
“네.”
그는 더 말하지 않았다. 지완은 승차권을 증거 봉투에 넣었다. 이름과 날짜는 지수의 실종 기록과 일치했다. 하지만 승차권만으로 그날 지수가 이 열차에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보리는 봉투에 봉인 시간을 적었다.
“어제 영상에서 보셨던 문신이 지수 씨와 같습니까?”
“그럴 수 있습니다. 확인은 못 했습니다.”
“목소리는요?”
“닮았습니다. 확정하지 않겠습니다.”
지완은 그 말을 녹음했다. 자기 자신을 증언에서 분리하려는 것처럼 들렸지만, 그는 그렇게 해야 했다. 곧바로 여동생에게 전화한 기록을 꺼냈다. 사고 당일 부재중 전화는 한 통이었다. 그 뒤로 지수의 번호는 해지됐다.
운행을 멈춘 뒤 지완은 기관사와 승객을 한 명씩 객차 밖으로 안내했다. 아무도 6C 가까이 가지 않도록 현장선을 쳤다. 윤호는 승강장에 남아 사진 속 사람의 손목을 다시 살폈다. 흰 병원 팔찌에 적힌 번호는 흐려졌지만, 끝자리 세 개는 읽을 수 있었다.
보리는 사고 당시 응급실 이송 기록에서 같은 끝자리의 팔찌가 발급됐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자료 접근 권한은 아직 승인되지 않았으므로, 그는 번호를 추측해 검색하지 않고 정식 요청서에 기록했다. 지완은 환자 신원을 알아내기 전까지 가족에게 연락하지 않기로 했다. 잘못된 이름으로 연락하면 살아 있는 사람에게 또 다른 공포를 줄 수 있었다.
“오늘 밤에도 출발시킬 겁니까?” 윤호가 물었다.
“통제실과 안전 담당자가 결정합니다. 저는 승객이 남지 않도록 확인하겠습니다.”
“제가 다시 타면 기억할 수 있을까요?”
“그걸 확인하려고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습니다.”
윤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완은 그를 집까지 데려다줄 역무원과 연결했다. 신고를 마친 사람을 현장에 세워 둔 채 열차만 쫓을 수는 없었다.
막차의 문이 닫히려는 순간, 빈 객차에서 안내 방송이 흘렀다.
“이번 역은 13호선, 3구간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도윤은 비상 정지 버튼을 눌렀다. 열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방송이 끝난 뒤, 6C 좌석의 유리창에 글자가 나타났다.
‘다음에는 네가 타.’
지완은 화면을 바라봤다. 지수의 문장인지, 누군가 지수를 흉내 내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가 아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오늘 밤의 목격자는 어제와 달랐고, 증거는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