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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의 목격자는 매일 바뀐다3화

막차의 목격자는 매일 바뀐다

막차의 목격자는 매일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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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점검표의 뒷면

지완은 밤새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증거 봉투는 잠금 서랍에 넣었고, 승차권의 앞뒷면을 따로 촬영해 보리에게 전달했다. 사진은 원본 파일과 함께 보존했다. 누군가 자료를 수정하거나 분실했다는 의심이 생기면 복사본의 생성 시각부터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아침이 되자 지하철 본부는 막차 운행 중단 요청을 거부했다. 고장 신고가 공식 접수되지 않았고, 선로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이유였다. 지완은 직권으로 열차를 멈출 수 없었다. 보리는 반복 신고가 생긴 열차의 수기 점검표를 찾아보겠다고 했고, 도윤은 개인적으로 보관한 과거 서류가 있다고 말했다.

“점검표를 왜 따로 갖고 있습니까?” 지완이 물었다.

“기록이 고쳐진 적이 있습니다.”

“누가 고쳤죠?”

“그때는 몰랐습니다. 지금도 확실한 건 없습니다.”

도윤은 사무실 문을 닫고 낡은 봉투를 꺼냈다. 봉투 겉면에는 13호선 사고 구간 번호가 적혀 있었다. 안에는 점검표 사본과 손으로 그린 선로도가 들어 있었다. 공식 도면에서는 13호선이 사고 직후 완전히 봉쇄된 것으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수기 도면에는 지하 연결 통로가 하나 더 표시되어 있었다.

“이 통로는 어디로 이어집니까?”

“폐쇄 승강장과 정비실 사이입니다. 사고 당일 임시로 열어 두었습니다.”

“왜 공식 도면에는 없죠?”

“사고가 끝난 뒤 구조물 자체를 없앴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폐쇄 작업에 참여하지 않았어요.”

“비상문을 잠근 날 점검표도 있습니까?”

도윤은 한 장을 더 꺼냈다. 해당 칸에는 ‘비상문 폐쇄 확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서명은 도윤의 이름이었다. 그는 종이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이 서명은 제가 했습니다. 그런데 그 문을 확인한 기억이 없습니다.”

“서명만으로 실제 확인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네요.”

“알고 있습니다.”

“그날 누가 대신했습니까?”

“작업조가 셋이었습니다. 저는 남쪽 선로를 점검했고, 다른 두 명이 북쪽 구간에 있었어요.”

그는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지완은 봉투를 밀어 두며 자료를 가져갈지 물었다. 도윤은 원본은 내놓지 않겠다고 했다. 아직 자신이 쓴 서명의 경위부터 알아야 했다. 지완은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원본을 본 자리에서 촬영하고, 봉인된 사본을 함께 작성하자고 제안했다.

보리는 본부 기록실에서 백업 테이프 목록을 찾아왔다. 12년 전 사고 자료는 폐기 완료로 표시됐지만, 백업 목록에는 영상 테이프 번호가 남아 있었다. 폐기 확인자의 서명은 사고 조사 책임자와 같았다. 그의 이름은 현재 관측·안전재단의 자문위원 명단에도 올라 있었다.

“폐기됐다고 한 자료가 실제로 어디 있는지는 모릅니다.” 보리가 말했다. “다만 목록 자체가 두 번 수정됐어요. 첫 목록에는 테이프가 여섯 개, 두 번째에는 네 개, 최종본에는 세 개라고 적혔습니다.”

“누가 수정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까?”

“기록 열람 로그가 있으면 가능해요. 그런데 제 계정으로는 접근이 막혀 있습니다.”

지완은 정식 열람 요청을 작성했다. 사건 번호와 수사 필요성을 적고, 원본 로그 보존을 요청했다. 답을 기다리는 동안 그는 13호선 사고 당시 구조 보고서를 다시 읽었다. 승객 42명, 사망 3명, 부상 9명. 공식 기록상 나머지는 전원 대피했다. 지수의 이름은 승차 명단에 없었다.

그때 보리가 다른 자료를 보여 줬다. 응급실 이송 기록에는 신원 미상의 여성 한 명이 추가되어 있었다. 나이는 열아홉 살, 왼손에 별 문신. 이송 시각은 사고 발생 18분 뒤. 병원 이름은 현재 폐업했다.

“이 사람이 지수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래서 확인하러 가야죠.”

지완은 병원 기록의 보존 기관에 연락했다. 개인정보 제한과 오래된 기록의 폐기 가능성 때문에 바로 답을 받을 수 없었다. 그는 기다리는 동안 6C 좌석의 작은 흔적을 다시 조사하기로 했다.

도윤은 열차를 정비선에서 분리하지 않은 채 승인을 받아 객차를 열었다. 지완과 보리는 카메라 녹화가 유지되는지 확인했고, 객차 번호와 출입 시간을 기록했다. 6C 좌석의 아래쪽에는 작은 금속 조각이 끼어 있었다. 손톱만 한 승차권 펀치였다. 오래된 철도 회사 표식이 새겨져 있었다.

도윤은 그 조각을 알아봤다. “이건 13호선에서 쓰던 펀치예요. 지금 노선에는 이 모양이 없습니다.”

“언제 마지막으로 보셨습니까?”

“사고 당일. 구조 인원이 승차권을 확인할 때 썼습니다.”

“누가 갖고 있었죠?”

“역무원 이정선 씨. 사고 이후 퇴직했습니다.”

보리는 인사 기록을 찾아 이정선의 주소를 확인했다. 그는 연락을 거부하고 있었다. 지완은 무리하게 집을 찾아가지 않았다. 먼저 공식 출석 요청을 보내고, 답변 기한을 기다리기로 했다. 증거가 있다고 해서 원하는 말을 들을 권리가 생기는 건 아니었다.

유리창 앞에서 지완은 다른 승객의 시선을 확인했다. 두 사람은 창문을 보지 못했고, 한 사람은 안내 방송만 들었다고 했다. 객차 안에 있던 아이는 숫자를 세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모두가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증언은 겹치지 않았다. 지완은 각 승객의 이름과 좌석 위치, 하차역을 따로 적었다.

“저는 아무것도 못 봤어요.” 한 승객이 말했다. “그런데 열차가 멈추기 직전에 누가 제 어깨를 잡았습니다.”

“뒤를 돌아봤습니까?”

“아뇨. 창문에 제 얼굴만 보여서요.”

“그것도 그대로 기록하겠습니다.”

보리는 객차의 천장 카메라가 정상 녹화 중이라고 확인했다. 지완은 카메라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사각지대를 도면에 표시했다. 6C 좌석은 창문 반사와 출입문을 동시에 비추는 각도였다. 좌석에 누군가 앉아 있으면 얼굴은 안 보이고 반사만 찍힐 수 있었다.

“영상 속 사람이 실제 좌석에 있었는데 카메라 각도 때문에 빈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군요.”

“가능성은 있습니다.” 보리가 말했다. “그렇다면 체중 센서나 좌석 압력 기록이 필요합니다.”

도윤은 해당 열차에 그런 센서가 없다고 했다. 대신 좌석 프레임에 압력 흔적이 남았는지 점검할 수 있었다. 세 사람은 객차 출입을 통제하고, 발자국을 먼저 촬영했다. 새 흔적은 없었다. 바닥 먼지에도 누군가 지나간 자국은 보이지 않았다.

지완은 빈 좌석 사진과 창문 반사를 나란히 저장했다. 파일 이름에는 목격자 이름 대신 날짜와 시각만 넣었다. 신고자가 달라져도 자료를 같은 사건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보리는 복사본을 별도 저장 장치에 기록하고, 도윤은 객차 문을 잠갔다.

작업을 마친 뒤 도윤은 예전 점검 기록을 한 장 더 꺼냈다. 사고 당일 새벽, 폐쇄 승강장 전원이 완전히 내려가지 않았다는 메모가 있었다. 서명은 없었다. 메모 아래에는 작은 별 표시와 함께 ‘문 앞 대기’라고 쓰여 있었다.

“누가 쓴 건지 아십니까?”

“모릅니다. 하지만 이 표현은 그때 역무원들이 쓰던 말이 아닙니다.”

보리는 그 문장을 촬영한 뒤 원본은 봉투에 넣었다. 종이 가장자리에는 지하철 회사의 옛 도장이 찍혀 있었다.

그날 밤, 지완은 막차 승강장에 직접 나갔다. 운전실과 마지막 칸에 카메라를 더 달고, 안내 방송 로그도 별도로 저장했다. 보리는 통제실에서 기록을 지켰고, 도윤은 선로 접근을 맡았다. 세 사람은 역할을 나눠 같은 장면을 다른 장치로 남기기로 했다.

열차가 출발한 뒤 세 번째 터널에 들어섰다. 승객 수가 열두 명에서 열셋으로 바뀌었다. 이번에는 지완이 마지막 칸에 서 있었다. 6C 좌석은 비어 있었지만, 창문에는 그의 모습이 반사됐다. 반사된 지완은 실제보다 조금 어려 보였다. 사고 당일, 지수의 전화를 받지 않았던 스물두 살의 얼굴이었다.

그는 숨을 고르고 창문에 손을 대지 않았다. 반사된 자기 모습이 고개를 돌렸다. 객차 문 쪽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형, 이번엔 문 좀 열어 줘.”

지완은 그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지수는 사고 당일 전화에서 똑같은 부탁을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통화 내용은 녹음되지 않았다. 그의 기억은 그날 이후 수십 번 바뀌었다. 누군가 문을 열어 달라고 했다는 기억은 있었지만, 지수가 실제로 말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는 통신기에 대고 말했다. “현재 창문에 반사된 인물은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음성은 기록하되 신원은 미확정으로 둡니다.”

반사된 지완은 입을 다물었다. 대신 유리 위에 손가락으로 작은 별을 그렸다. 왼손 약지 아래, 지수의 문신과 같은 자리였다.

열차는 종점에 도착했다. 승객들은 평소처럼 내렸다. 객차는 비었고, 녹화 영상에는 지완이 혼자 서 있었다. 그러나 실시간 음성 파일에는 두 번째 목소리가 남았다. 보리는 파일을 복사하고 체크섬을 기록했다. 도윤은 문 주변을 살펴보다 객차 아래쪽에서 오래된 분필 표시를 찾았다.

“이 선은 폐쇄 역 쪽을 가리킵니다.”

그는 공식 도면과 수기 도면을 겹쳐 놓았다. 둘 사이에 숨은 정비 통로가 있었다. 통로의 끝은 13호선 승강장이 아니라,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작은 방으로 이어졌다.

지완은 문양이 그려진 창문을 다시 바라봤다. 별의 한쪽 끝이 유리의 틈을 향하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그린 것처럼 흐릿했지만, 검은 바탕 위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내일 밤 그 통로로 갑니다.”

“안전 확인부터 해야 합니다.” 도윤이 말했다.

“확인하고 들어가죠.”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셋이 같이 가는 겁니다.”

보리는 백업 테이프 요청서에 서명했다. 도윤은 수기 도면을 봉투에 넣었다. 지완은 통신기에 남은 음성 파일을 다시 확인했다. 잡음 뒤에서 아주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이번에는 나를 먼저 찾지 마.”

그 말 뒤로 열차의 안내 방송이 이어졌다.

“이번 역은 폐쇄된 13호선입니다. 내리실 문은 양쪽 모두 열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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