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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달새 우편마차의 동행인2화

종달새 우편마차의 동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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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눈보라의 지도

눈보라가 마차 옆구리를 후려쳤다. 세 사람을 쫓던 그림자는 어느 순간 사라졌지만, 종소리만은 바람 사이로 따라왔다. 오델은 마부석에서 몸을 낮췄다. 말의 갈기가 얼음 알갱이로 뻣뻣해지고, 앞길은 흰 벽처럼 변했다.

“고삐를 당기면 말이 미끄러집니다.” 테오가 외쳤다.

“그럼 어떻게 해요?”

“바람이 약해지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바람은 사방에서 와요.”

테오는 지도를 펼치려 했지만 종이가 젖어 손에서 미끄러졌다. 오델은 그가 말하려던 말을 기다렸다. 그는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공중에 갈림길을 그렸다. “산 아래 오래된 돌다리가 있습니다. 지도에는 없어요. 거길 건너면 바람을 피할 수 있습니다.”

“그 길을 읽으면 무엇을 잃죠?”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델은 고삐를 한 손에 모으고 마차를 세웠다. “기억의 대가가 또 오면 혼자 버티지 말아요. 무슨 기억인지 말할 수 없더라도, 잃어버린 사실은 말해 줘요.”

테오는 시선을 내렸다. “내가 길을 잘못 읽어서 누군가 다치면, 당신은 저를 버릴 겁니까?”

“잘못 읽으면 같이 고치죠. 사람을 버리는 건 마지막 선택이에요.”

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도가 손 안에서 바스락거렸다. 선 하나가 번쩍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테오는 입술을 깨물고 다시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눈보라가 잠깐 갈라지며 검은 바위가 보였다. 마차를 돌릴 틈은 없었다. 오델은 말들을 왼쪽으로 몰았다.

수레바퀴가 바위 틈에 걸렸다. 마차가 기울어지고, 지붕의 청동 종달새가 길게 울었다. 앞바퀴 하나가 허공에 떠올랐다. 소녀는 좌석 아래로 굴러 떨어졌고, 봉투는 오델의 주머니에서 미끄러졌다. 그녀는 몸을 던져 봉투를 잡았다. 손바닥이 뜨거운 밀랍에 닿자 살갗이 따끔하게 부풀었다.

“손을 떼요!” 테오가 외쳤다.

봉투의 잠금쇠는 그대로였지만, 검은 밀랍 위에 아주 작은 금이 생겼다. 오델은 장갑을 찢어 손에 감고 봉투를 외투 안에 넣었다. 테오는 마차 바깥으로 기어 나가 바퀴를 받칠 돌을 찾았다. 눈이 무릎까지 쌓여 있었고, 비탈 아래로는 얼어붙은 계곡이 검게 입을 벌렸다.

“말부터 풀어야 해요.” 오델이 말했다.

“바퀴를 고정하면 됩니다.”

“수레가 밀리면 말도 같이 떨어져요.”

그녀는 굴레를 풀러 마구간으로 갔던 마라의 말을 떠올렸다. 말은 사람의 공포를 읽었다. 오델은 한 필씩 목덜미를 쓸며 고삐를 건넸다. “둘 다 나를 봐. 발이 땅에 닿을 때까지 멈추지 마.”

말들이 천천히 비탈 위로 올라섰다. 테오는 바퀴 밑에 돌을 끼웠다. 마차가 다시 흔들렸고, 좌석 아래서 소녀가 울음을 삼켰다. 그녀는 두 손으로 종달새 장식을 붙들고 있었다.

“이게 아버지 우편종과 같아요.”

“종달새는 역참마다 하나씩 있어요.” 오델이 말했다.

“아니요. 그가 직접 달아 줬어요. 마차가 길을 잃지 않게.”

오델은 잠깐 멈췄다. “아버지 이름이 기억납니까?”

소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목소리만 남았어요. 제가 열 살 때, 지도청 사람들이 집을 걷어 갔어요. 아버지는 그날 편지를 들고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죠.”

테오는 지도 위에 새로 생긴 선을 보며 얼굴을 굳혔다. “이 편지가 그날의 길을 다시 그리고 있어요.”

“그러면 편지를 따라가면 아버지를 찾을 수 있어요?”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 말은 당신이 결정할 일이 아니에요.” 오델이 소녀를 감쌌다. “우리는 편지를 배달할 뿐이에요.”

테오는 지도와 씨름하고 있었다. 그의 손끝이 산맥을 따라 움직일 때마다 길이 밝아졌다. 그는 갑자기 손을 멈췄다. “돌다리가 보입니다.”

“대가는?”

“어머니가 자장가를 부르던 목소리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의 말은 평평했지만, 손이 떨렸다. 오델은 그의 손목을 잡았다. “그 길은 오늘 안 가요.”

“다른 길은 없습니다.”

“그럼 만들죠.”

오델은 마차에서 쇠지렛대와 말뚝을 꺼냈다. 테오는 웃지도 못하고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바퀴 아래 얼음을 깨고, 눈 속에 묻힌 오래된 길 표지판을 찾아냈다. 목재에 ‘북쪽 수문’이란 글자가 희미했다. 그 길은 돌다리와 다른 계곡으로 이어지는 관리로였다.

“지도에 없는데요.”

“표지판은 아직 여기 있잖아요.”

둘은 눈을 치우며 길을 열었다. 테오는 지도를 접어 품에 넣고, 오델은 말의 걸음을 맞췄다. 손에 박힌 상처가 욱신거렸다. 둘은 한 걸음씩 마차를 밀었다. 소녀도 뒤에서 어깨를 보탰다. 세 사람의 숨이 눈보라 속에서 같은 박자로 끊겼다.

북쪽 수문은 얼어붙은 호수 끝에 있었다. 물이 흐르는 홈은 좁았지만, 말과 마차가 지날 수 있을 만큼 단단했다. 테오는 수문을 열려고 쇠막대를 끼웠다. 얼음이 갈라지며 갑자기 물이 튀었고, 그의 발이 미끄러졌다. 오델이 허리를 잡아 끌어올렸다. 둘은 물가에 무릎을 꿇고, 서로의 얼굴 가까이에서 숨을 골랐다.

“손을 놔도 됩니다.” 테오가 말했다.

“아직 당신이 길을 읽어야 하잖아요.”

“그것뿐입니까?”

오델은 대답 대신 그의 젖은 머리칼에서 얼음 조각을 털었다. 테오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말이 코를 울리자 둘은 동시에 일어섰다. 손이 떨어졌지만 온기가 손바닥에 남아 있었다.

해 질 무렵, 눈보라는 잦아들었다. 테오는 지도 가장자리에 물이 번진 흔적을 살폈다. 새 길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대신 폐역참으로 돌아가는 선 하나가 흐려져 있었다. 마차는 그 길을 지나왔지만, 그는 돌아가는 방향을 읽을 수 없게 됐다.

“기억도 길도 하나씩 대가를 치르는군요.” 오델이 말했다.

“그래도 길을 읽지 않으면 편지를 전할 수 없습니다.”

“읽는 것만이 방법은 아니에요.”

그는 그녀의 상처 난 손을 붕대로 감았다. 매듭이 조금 서툴렀지만, 풀리지 않게 단단했다. 소녀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조용히 물었다. “둘은 원래 서로를 알았어요?”

“오늘 처음 만났습니다.” 오델이 말했다.

테오는 짧게 웃었다. “서로가 무엇을 감당할지 아직 모르는 사이죠.”

그 말이 오델의 마음을 간질였다.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함께 걷는 것. 어쩌면 그것이 배달보다 먼저 필요한 일이었다.

멀리서 종소리가 한 번 울렸다. 이번엔 뒤쪽이 아니라 앞쪽이었다. 눈이 걷힌 계곡 너머로 마을 지붕이 보였다. 지도에는 없는 마을이었다. 종달새가 그쪽을 향해 날개를 폈다.

“거기가 편지의 목적지인가요?” 소녀가 물었다.

테오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주소가 없습니다.”

오델은 봉투를 꺼냈다. 밀랍의 금은 조금 벌어졌지만, 잠금쇠는 잠겨 있었다. 봉투 표면에 희미하게 글자가 떠올랐다. ‘받는 이: 테오.’

그는 편지를 받지 않았다. 그의 얼굴엔 두려움과 안도, 오래된 죄책감이 한꺼번에 스쳤다.

“내가 수신인이라면,” 그가 말했다. “왜 여태 내게 오지 않았을까요?”

마을에서 종이 두 번 울렸다. 누군가 길 아래에서 마차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손목에는 지도청의 은제 나침반이 매달려 있었다.

나침반을 든 사람은 마을 입구에서 기다리지 않고 곧장 마차로 다가왔다. 젊은 여성이었고, 손에 찬 수갑은 한쪽만 채워져 있었다. 왕실 감사관이라면 통상 양손에 권한 표식을 달았지만, 그녀의 왼손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테오, 지도청으로 돌아와.”

“네가 왜 여기 있지, 이리?”

“베른이 보낸 게 아니야. 내가 찾았어.” 여자는 오델을 보고 발걸음을 늦췄다. “이 편지를 넘기면 모두 안전해질 거야.”

“편지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아?” 오델이 물었다.

“내용은 몰라. 하지만 테오가 돌아오면 추방 기록을 지워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어.”

테오는 나침반을 바라봤다. “누구에게서?”

“기록을 관리하는 사람.”

“그게 누구냐고 물었잖아.”

이리는 대답을 피했다. 그녀의 시선은 봉투의 밀랍 금에 꽂혀 있었다. “그 편지는 네가 열어야 해. 내가 여기까지 온 이유도 그거야.”

오델은 편지를 주머니에 넣었다. “수신인은 아직 받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받지 않으면 지도청이 마을을 다시 지울 거야.”

“협박과 배달은 다르죠.”

이리는 붕대 감은 손을 펴 보였다. “여기 사람들은 지도에서 지워진 뒤 세금도, 약도 못 받았어. 난 그 기록을 고치려고 나왔어. 테오가 돌아오면 승인된 지도를 새로 그릴 수 있어.”

테오가 한 걸음 다가갔다. “네가 승인받으려는 건 마을을 되살리는 지도야, 아니면 그들을 다시 통제하는 명부야?”

그 질문에 이리의 표정이 무너졌다. 그녀는 대답 대신 나침반을 마차 바닥에 내려놓았다. 바늘은 북쪽을 가리키지 않고, 숲 너머의 작은 오두막으로 향했다.

소녀가 숨을 들이켰다. “저기 우리 집이 있었어요.”

“지금은 창고야.” 이리가 낮게 말했다. “지도청이 마을 사람들을 몰아낸 뒤 비워 뒀어. 편지가 도착하면 안에 누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거야.”

오델은 봉투를 꺼내지 않았다. “먼저 그 집에 가서 문을 두드리죠. 안에 사람이 있으면 편지보다 그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해요.”

이리는 마차 앞을 막았다. “그러면 너무 늦어.”

오델은 고삐를 잡고 천천히 말들을 움직였다. 이리는 길을 비켜섰다. 그녀의 나침반이 눈 위에서 빙글 돌았다. 테오는 그녀를 지나치며 말했다. “나한테 돌아오라고만 하지 마. 무슨 길을 요구하는지 네 입으로 말해.”

이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차가 떠날 때, 그녀는 나침반을 줍지 않았다. 눈 위에 남은 바늘은 끝내 오두막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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