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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나무 골렘의 정원사3화

철나무 골렘의 정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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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숲길을 넘어온 명령

나팔 소리가 세 번째 울렸을 때, 철잎의 가슴에서 박동이 끊겼다. 모아는 골렘의 무릎을 짚었다. 뿌리 감각이 한순간 사라진 듯, 바닥의 물길이 더는 반응하지 않았다. 철잎의 고개는 숲 바깥을 향해 굳어 있었다.

“모아, 저쪽에 사람 그림자가 있어요.” 보리가 속삭였다.

모아는 아이를 샘터 뒤로 보냈다. 연화와 준서도 피난민들을 데리고 폐허 담장 안으로 이동했다. 그녀는 모두에게 쇠붙이를 바닥에 두고, 정해 둔 통로를 따라 움직이라고 했다. 이번에는 나팔 소리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웠다. 골렘이 멈춘 것은 나팔을 전투 신호로 기억했기 때문일 수 있었다. 혹은 그 소리가 동력핵을 자극해 기억을 깨웠을 수도 있었다.

숲길 저편에서 사람 하나가 나타났다. 그는 군복 대신 낡은 작업복을 입고, 한쪽 팔에 금속 보조대를 둘렀다. 허리에 공구 가방이 매달려 있었다. 다온이었다. 모아는 그를 알아봤다. 지난 겨울 골렘의 몸에서 작은 명령판 조각을 떼어 간 뒤,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했던 수리공이었다.

“정찰대는?” 모아가 물었다.

“뒤에 있어. 숲을 돌아오느라 시간이 걸릴 거야.” 다온은 골렘을 올려다봤다. “명령판을 손댔어?”

“아니. 그럴 수가 없었어.”

“그럼 반응이 이상해.”

다온은 공구 가방을 내려놓고 철잎에게 다가가려 했다. 모아가 팔을 뻗어 막았다.

“사람을 적으로 오인하고 있어. 함부로 가까이 가지 마.”

“지금 멈춰 있는 게 더 위험해. 동력핵에 전류가 쌓이면 관절이 튀어.”

“얼마나 남았어?”

“확인해야 알아.”

모아는 그를 믿고 싶지 않았다. 다온은 과거 군대에서 골렘을 조립했고, 전쟁이 끝난 뒤 책임을 피해 숲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지금 그에게 필요한 건 다온의 기술이었다. 그녀는 접근 경로를 설명했다. 물길을 따라가고, 흰 천을 밟지 않으며, 손을 먼저 보일 것. 다온은 고개를 끄덕이고 도구를 들었다.

철잎의 손가락이 땅을 움켜쥐었다. 다온의 금속 보조대가 작은 소리를 냈다. 골렘의 손이 그쪽으로 움직였다. 모아는 즉시 두드리던 박자를 세 번 반복했다. 철잎은 팔을 들어 올렸지만, 내려치지는 않았다. 다온은 그 사이에 한 걸음 다가가 무릎 관절의 떨림을 살폈다.

“뿌리가 동력선을 감쌌어. 원래는 이 정도로 깊지 않았어.”

“뿌리가 들어가면 기억이 살아난다면서.”

“기억이 아니라 기록의 파편이야. 사람처럼 과거를 떠올리는 게 아니야. 눌린 자국이 전류를 타고 반복되는 거지.”

다온은 무릎 안쪽의 덮개를 열었다. 안에서 붉은 빛이 새어 나왔다. 그는 손목의 금속 보조대를 덮개 가장자리에 걸고, 다른 손으로 동력선의 흔들림을 살폈다. 모아는 그에게 절연 천을 건넸다. 다온은 곧바로 받지 않았다.

“이 천은 네가 만든 거야?”

“철나무 껍질과 삼베를 겹쳤어. 전류가 어느 정도 통하는지 몰라.”

“그럼 손으로 주지 마.”

그는 막대기로 천을 끌어당겼다. 모아는 그의 손목을 잠깐 바라봤다. 보조대 안쪽에는 군용 설계 번호가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다. 다온은 그 표식을 천으로 가렸지만 이미 늦었다.

“그 번호가 뭐야?”

“옛 부대 번호야.”

“이 골렘을 만든 팀 번호이기도 하지.”

다온의 입술이 굳었다. 그는 천을 접어 동력선 위에 놓았다. 모아는 더 묻지 않았다. 그 답은 골렘 안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녀는 다온이 수리할 동안 보리와 다른 아이들이 담장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다.

덮개가 열리자 철잎의 몸 전체에서 떨림이 번졌다. 모아는 떨림을 기록했고, 다온은 동력핵의 빛이 켜지는 간격을 세었다. 둘은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다온은 도구를 고를 때마다 모아에게 위험을 알렸고, 모아는 뿌리의 움직임을 읽어 그가 놓칠 수 있는 압력을 짚었다. 기술과 숲의 감각이 처음으로 같은 작업대 위에 놓였다.

그때 철잎의 가슴에서 목소리 같은 소리가 났다. 쇳소리 사이로 깨진 음절이 끼어 있었다. 모아는 손을 멈췄다. 다온은 숫자를 세던 입을 다물었다.

“후…퇴… 민…간…”

다온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무슨 뜻이야?”

“전장 기록의 음성 잔향이야. 명령문만 남은 줄 알았는데.”

모아는 골렘의 가슴에 손을 댔다. 진동은 불규칙했다. 그런데도 그 음절들은 분명한 순서로 반복됐다. ‘후퇴’, ‘민간’, 그리고 마지막에 알아들을 수 없는 저음. 다온은 동력핵의 덮개를 조금 더 열었다.

“이 기록은 지워야 해. 전류가 반복되면 핵이 과열돼.”

“그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영영 모를 거야.”

“골렘이 또 움직이면 여기 있는 사람부터 다칠 수 있어.”

모아는 그 말을 이해했다. 다온은 과거를 감추려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일이 되풀이될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래도 기록을 지우는 건 선택이었다. 그 선택으로 사라지는 것은 골렘의 기억만이 아닐 수도 있었다.

“전류를 끊지 말고 낮출 수 있어?”

“가능은 해. 하지만 핵을 안정시킬 때까지 한 사람이 진동을 잡아 줘야 해.”

“내가 할게.”

모아는 무릎을 꿇고 철잎의 뿌리가 드러난 흙에 손을 댔다. 다온은 보조대의 나사를 풀어, 금속 팔을 덮개 안쪽 접점에 걸었다. 모아는 뿌리의 박동에 맞춰 손바닥을 땅에 눌렀다. 철잎의 가슴이 크게 울릴 때마다 뿌리가 팽팽해졌다. 그녀는 전류가 튀지 않도록 손가락으로 젖은 흙을 조금씩 옮겼다.

“다온, 지금.”

그는 접점 사이에 절연 천을 밀어 넣었다. 붉은 빛이 줄어들었다. 철잎의 머리가 낮아지며, 팔이 땅을 향했다. 그 손끝이 모아의 손바닥을 덮을 듯 내려왔다. 다온은 도구를 떨어뜨리고 모아를 끌어내리려 했다. 모아는 고개를 저었다. 손바닥 아래의 진동은 공격을 앞둔 울림이 아니었다. 마치 무언가를 놓치지 않으려는 떨림이었다.

철잎의 손가락이 땅을 눌렀다. 그 사이에 작은 묘목 하나가 자라고 있었다. 뿌리는 손가락 틈을 따라 퍼져 나갔다. 골렘은 힘을 줄였다. 묘목은 꺾이지 않았다. 모아는 숨을 내쉬며 손을 뺐다.

다온은 동력핵 덮개를 닫았다. 그는 수리 기록에 시간을 적고, 감춰 두었던 군용 번호를 베껴 썼다. 모아는 그 번호가 무슨 뜻인지 다시 물었다.

“철잎을 설계한 팀 번호야. 내 스승이 마지막 수정 명령을 맡았어. ‘숲길 접근자 차단’은 그때 추가됐지.”

“왜 그런 명령을 넣었어?”

“전선이 무너졌어. 숲길로 후퇴하는 병력과 민간인이 한꺼번에 들어왔고, 지휘부는 길을 막으라고 했어. 누군가 민간인을 먼저 보내려 했지만, 명령이 겹치면서 골렘들이 서로 공격했지.”

다온은 자기 보조대의 금속판을 벗겼다. 안쪽에 작은 음성판이 붙어 있었다. 전쟁 때 기록한 조각이었다. 그가 음성판을 떼어 동력핵의 기록 장치에 연결하자, 갈라진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 한 여성이 사람들에게 길을 비우라고 외치고 있었다. 뒤이어 철잎의 전투 식별음이 울렸다. 그 음성은 ‘민간인 대피 확인 전 공격 중지’를 반복했다.

다온은 눈을 감았다.

“내 스승이 명령을 고친 거야. 그런데 군은 그 변경을 불복종으로 기록했어.”

모아는 철잎의 손가락을 보았다. 동력핵 속에서 빛이 한 번 희미하게 번졌다. 과거의 진실은 골렘을 무죄로 만들지 않았다. 그날 누가 다쳤는지, 누가 돌아오지 못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철잎이 사람들을 지키려 했다는 증거가 남았다.

숲 밖에서 나팔이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신호가 끊기지 않고 길게 이어졌다. 나무 사이로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선두의 장교가 두루마리를 펼쳤다.

“왕국군 회수 명령이다. 전쟁 골렘을 즉시 인도하라.”

모아는 피난민들이 담장 안에 있는지 확인했다. 연화는 아이들을 감싸고 있었고, 준서는 수레 앞을 막아섰다. 다온은 자기 이름과 번호가 적힌 기록장을 모아에게 건넸다. 그는 도망칠 수 있었다. 대신 골렘 앞에 섰다.

“이 골렘은 더는 왕국 소유가 아닙니다.” 다온이 말했다. “민간인 대피를 위해 군의 명령을 거부한 기록이 있습니다.”

장교는 두루마리를 접었다. 뒤의 병사들이 창을 들어 올렸다. 철잎의 가슴에 박동이 돌아왔다. 모아는 명령판 앞에 섰다. 이번에는 자신이 골렘에게 누구를 지키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녀는 철잎의 손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가 지킬 대상을 함께 정하자. 우리 모두가 그 약속을 지키는 동안.”

철잎은 고개를 들었다. 손바닥이 땅에 닿고, 뿌리들이 숲길을 따라 퍼졌다. 병사들의 창끝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모아는 그 진동 속에서, 오래된 음성 기록과 같은 박자를 느꼈다. 철잎은 아직 선택을 끝내지 않았다.

병사들이 명령서를 읽는 동안 모아는 숲길에 묶어 둔 흰 천을 바라봤다.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천 한쪽이 흔들렸다. 땅속에서 뿌리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철잎의 손바닥은 병사 쪽이 아니라 수레와 담장 사이를 향했다. 피난민이 지나갈 빈 공간을 남겨 둔 것이다. 모아는 그 공간을 넓히려고 사람들을 안쪽으로 옮겼다. 누구도 골렘 뒤에 숨지 않게 하고, 다친 이들을 샘 옆에 앉혔다.

다온은 장교에게 기록장을 내밀었다. 장교는 종이를 받지 않고 군용 번호만 확인했다. 그는 명령서에 적힌 회수 사유를 읽었다. ‘전쟁 자산의 무단 가동 및 민간 구역 접근.’ 모아는 그 문구에 웃음이 나올 뻔했다. 골렘이 먼저 멈춰 서서 숲을 지켰는데, 군은 그것을 무단 가동이라 불렀다. 다온은 명령서 아래쪽의 날짜를 가리켰다. 왕국군은 철잎이 깨어나기 전부터 이 숲을 알고 있었다.

“누가 신고했습니까?” 모아가 물었다.

장교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두 명의 병사에게 골렘의 발을 묶으라고 지시했다. 병사들이 사슬을 끌고 다가오자 철잎의 손가락이 흙을 움켜쥐었다. 모아는 연화의 지팡이 소리를 따라 세 번 손바닥을 두드렸다. 병사들 발걸음은 일정했지만, 그들은 무기를 내리지 않았다. 철잎의 몸이 더 크게 떨렸다.

모아는 골렘과 병사 사이로 걸어갔다. 사슬 끝이 그녀의 장화에 닿았다. “이걸 걸면 동력핵이 다시 과열돼요. 여기서 묶는 순간 다칠 사람이 생깁니다.” 장교는 그녀에게 비키라고 했다. 모아는 움직이지 않았다. 뒤에서 다온이 공개 기록을 읽기 시작했다. 민간인 대피를 확인할 때까지 공격을 중지하라는 문장, 그 명령을 내린 기술자의 이름, 명령을 거부한 골렘의 기록이 숲에 울렸다.

장교는 병사들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손짓했다. 그의 표정에는 분노보다 당혹감이 먼저 떠올랐다. 모아는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고 피난민들에게 정해 둔 통로로 이동하라고 말했다. 한 명씩 천천히, 빈손을 보이며 지나갔다. 보리는 마지막으로 남아 철잎의 손가락 아래에 놓인 묘목을 가리켰다. 그 작은 나무는 여전히 서 있었다. 아무도 그걸 밟지 않도록 아이는 돌 세 개를 둘러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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