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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나무 골렘의 정원사1화

철나무 골렘의 정원사

철나무 골렘의 정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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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숲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모아는 철잎의 왼쪽 무릎에 자란 버섯을 먼저 걷어 내지 않았다. 갓 아래로 맑은 물방울이 고여 있었고, 물방울은 골렘의 녹슨 판을 타고 흙으로 떨어졌다. 버섯을 뽑으면 판 사이에 박힌 균사가 함께 찢어질 터였다. 그녀는 작은 나무 쐐기로 갓을 받쳐 놓고, 잎사귀를 겹쳐 만든 그릇을 밑에 놓았다.

“오늘은 비가 안 오는데도 물을 주네.”

마을 아이 하나가 폐허 담장 너머에서 말했다. 모아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답했다.

“철잎이 빗물을 모아 두었어. 버섯은 그 물을 쓰고, 뿌리는 버섯이 남긴 걸 먹지. 둘 다 굶기지 않으려는 거야.”

아이는 신기하다는 듯 코를 담장 위에 걸쳤다. 모아가 손바닥을 들자 그제야 물러났다. 골렘의 몸은 높이가 여덟 미터였다. 허리까지 덮은 철판은 오래된 피처럼 어두웠고, 어깨에 박힌 나무껍질은 비틀린 팔을 따라 자라 있었다. 그 거대한 몸을 아이들이 구경하러 오는 건 흔한 일이었다. 가까이 다가가는 건 허락하지 않았다.

숲 가장자리의 바람이 꺾였다. 낙엽들이 같은 방향으로 쓸려 가고, 모아의 손에 쥔 쇠갈퀴가 가늘게 떨렸다. 그녀는 귀를 기울였다. 땅속에서 짧은 진동이 세 번 울렸다. 철잎의 손가락이 움직일 때 나는 소리와 비슷했지만, 골렘은 지난 겨울부터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다.

“담장 안으로 들어가. 지금.”

아이의 얼굴에서 장난기가 사라졌다. 그는 말없이 뛰어갔다. 모아는 허리춤의 끈을 풀어 나무 기둥에 묶고 골렘의 발치로 다가갔다. 땅은 말라 있었는데 무릎 아래의 흙만 검게 젖어 있었다. 얕게 파인 자국을 따라가자 철판 틈에서 뿌리 하나가 빠져나왔다. 뿌리는 손가락만큼 굵고, 끝에 작은 흰 뿌리털이 돋아 있었다.

그녀는 칼을 꺼내지 않았다. 대신 물통을 기울여 뿌리 주변에 조금씩 적셨다. 흙이 가라앉을 때마다 판 아래에서 낮은 울림이 돌아왔다. 세 번째 물줄기가 닿자, 골렘의 손가락이 흙을 긁었다. 그 움직임은 너무 느려 산사태가 일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모아는 기둥에 묶은 끈을 놓고 두 걸음 물러났다.

손가락 끝이 땅을 움켜쥐었다. 뿌리들이 팽팽해졌고, 어깨의 나무껍질이 벌어졌다. 그 틈에서 쥐 한 마리가 튀어나와 모아의 장화 위를 지나갔다. 모아는 놀라지 않으려 했지만 심장은 목구멍까지 뛰었다. 철잎이 깨어나는 건 바라던 일이었다. 다만 깨어난 뒤 무엇을 할지는 아무도 몰랐다.

“움직이지 마.”

그 말은 골렘에게 한 것인지 자신에게 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작은 소리로 옛 정비 구호를 읊었다. 첫째, 동력핵을 건드리지 않는다. 둘째, 무릎 관절의 뿌리를 자르지 않는다. 셋째, 무기가 움직이면 먼저 사람을 대피시킨다. 마지막 규칙은 군대가 만든 것이 아니었다. 모아가 숲에서 배운 것이었다.

철잎의 가슴 안쪽에서 둔한 박동이 일었다. 한 번, 쉬고, 다시 한 번. 그 간격은 불규칙했고, 모아가 기억하던 전쟁 골렘의 동력음과 달랐다. 그때는 일정한 쇳소리가 밤새 이어졌다. 지금은 젖은 나무를 두드리는 소리였다. 그녀는 손바닥을 땅에 대고 박동을 느꼈다. 그 리듬에 맞춰 뿌리가 조금씩 풀렸다.

“기억해? 네가 쓰러졌을 때 나는 여기 있었어.”

모아는 골렘에게 속삭였다. 대답은 없었다. 대신 왼쪽 팔꿈치의 녹슨 경첩에서 금속 가루가 쏟아졌다. 가루가 흙에 닿자 검은 선이 생겼다. 모아는 허리 주머니에서 말린 약초와 송진을 꺼냈다. 녹을 닦아낼 천도 가져왔지만, 먼저 틈에 낀 나뭇조각을 제거해야 했다. 그녀는 나무 집게로 작은 조각을 하나씩 뽑았다. 조각마다 짙은 갈색 물이 배어 있었다.

손등이 판에 닿는 순간, 철잎의 팔이 덜컥 들렸다. 모아는 숨을 삼켰다. 손가락이 그녀의 어깨 너비만 한 돌을 집어 올리고 있었다. 그 돌은 골렘의 팔이 내려앉을 때마다 바닥에 부딪히던 받침돌이었다. 손가락의 힘이 조금만 더 들어가면 돌은 부서질 것이었다.

“철잎. 그건 받침돌이야. 네 발이 무너지지 않게 받치는 돌.”

손가락이 멈췄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모아는 손바닥을 보여 주며 뒤로 물러났다. 골렘은 돌을 놓았다. 돌은 땅에 부드럽게 내려앉았지만 충격에 먼지가 일었다. 모아는 웃지 않았다. 다만 손끝의 떨림을 숨기려 갈퀴를 꽉 잡았다.

그녀는 무릎 아래를 살폈다. 오래된 명령판이 철잎의 다리 안쪽에 박혀 있었다. 판의 글자는 거의 지워졌고, 가장 깊게 새겨진 두 글자만 읽혔다. ‘수호’. 그 아래에는 전쟁 중 누군가가 덧댄 얇은 금속 띠가 있었다. 띠에는 ‘숲길 접근자 차단’이라고 적혀 있었다. 마지막 글자 사이로 녹이 번져, 누가 어떤 경계선을 정했는지 알 수 없었다.

모아는 금속 띠를 뽑으려다 손을 멈췄다. 명령을 지우면 골렘이 멈출지도 모른다. 그대로 두면 누군가를 공격할지도 모른다. 그녀는 손톱으로 띠 가장자리를 눌렀다. 그 순간 땅속 진동이 다시 세 번 울렸다. 이번에는 숲 안쪽에서 왔다. 모아는 몸을 돌렸다. 폐허 길의 돌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길 끝에 쓰러진 나무가 하나 있었다. 나무 아래에서 새 울음이 났다. 그 울음은 갈라져 있었고, 어미 새의 소리와 달랐다. 모아는 갈퀴를 내려놓고 숲으로 뛰었다. 철잎의 손이 뒤에서 땅을 짚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돌아보지 않았다. 나무에 깔린 것은 어린 사슴이었다. 뒷다리가 가지에 걸려 있었고, 숨을 쉴 때마다 옆구리가 가늘게 들썩였다.

모아는 가지를 들려고 했다. 들어 올릴 수 없었다. 손바닥이 나무껍질에 쓸려 피가 났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매듭끈을 꺼내 가지에 걸고, 다른 끝을 돌기둥에 묶었다. 힘을 주었지만 나무는 움직이지 않았다. 뒤에서 쇠가 땅을 긁는 소리가 가까워졌다. 모아는 고개를 돌렸다. 철잎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멈춰. 아직 네가 뭘 지키려는지 정하지 않았어.”

골렘의 팔이 올라갔다. 모아는 사슴 앞에 섰다. 팔은 그녀의 머리 위에서 정지했다. 손바닥이 나무를 받치고, 손가락이 가지를 감싸 쥐었다. 철잎은 가지를 들어 올리지 않았다. 나무가 부러지지 않도록 힘을 나누어 버틴 것이다. 모아는 그 틈을 이용해 사슴의 다리를 빼냈다. 작은 짐승은 비틀거리며 숲 안으로 도망쳤다.

철잎의 손이 가지를 놓았다. 골렘은 다시 무릎을 굽혔다. 몸을 지탱하던 받침돌이 한쪽으로 밀렸고, 관절 속 뿌리들이 뚝뚝 끊어지는 소리를 냈다. 모아는 달려가 무릎 아래에 쐐기를 끼웠다. 균형을 맞추려고 흙을 덮는 동안 그녀의 팔에는 떨림이 전해졌다.

“조금만 더 버텨. 네가 아니라, 우리 둘 다.”

해가 기울 때까지 모아는 관절을 고쳤다. 검게 썩은 뿌리는 걷어 내고, 살아 있는 뿌리는 젖은 천으로 감쌌다. 녹을 닦은 자리에 송진을 발라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막았다. 철잎은 큰 움직임을 하지 않았다. 손가락 한 마디가 두어 번 접혔을 뿐이었다. 그 작은 움직임에도 모아는 매번 도구를 내려놓고 기다렸다.

저녁 무렵, 담장에 기대 있던 아이가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팔에 붕대를 감은 노파가 함께 있었다. 노파는 숲길 저편을 가리켰다. 피난민들이 폐허로 오는 길에서 멧돼지 떼를 만났다고 했다. 길을 막은 건 멧돼지였지만, 그 뒤에 왕국군 정찰대가 따라오고 있었다.

“정찰대가 골렘을 봤대요. 군대 물건이면 가져가겠다고 했어요.”

노파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분명했다. 모아는 철잎의 명령판을 바라보았다. ‘접근자 차단’이라는 글자가 저녁빛을 받아 검게 빛났다. 누군가 길을 지나오기만 해도 철잎은 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그 누군가는 피난민일 수도, 정찰대일 수도, 숲의 짐승일 수도 있었다.

모아는 노파에게 폐허 안쪽의 샘으로 가서 사람들을 기다리라고 했다. 아이에게는 다른 어른을 불러오라 했다. 둘이 떠나고 나자 숲은 한층 고요해졌다. 그녀는 철잎 앞에 섰다. 무릎의 쐐기는 버티고 있었지만, 손바닥의 상처에서 피가 계속 배어 나왔다.

“수호가 무슨 뜻인지 알아야 해. 네가 지키는 게 길인지, 숲인지, 그 안에 사는 생명인지.”

대답 대신 가슴에서 한 번의 박동이 울렸다. 모아는 그 소리를 기록장에 적었다. 날짜와 시간, 손가락의 움직임, 사슴을 받친 힘의 방향도 적었다. 옛 기록에는 골렘의 행동을 명령 성공과 실패로만 분류해 두었다. 모아는 그 옆에 새로운 항목을 만들었다. ‘무엇을 살렸는가.’

그때 길 건너에서 푸른 섬광이 번쩍였다. 정찰대의 신호등이었다. 두 번째 섬광은 첫 번째보다 가까웠다. 철잎의 머리가 아주 조금 들렸다. 뿌리 사이에서 움직인 빛이 가슴의 동력핵까지 이어졌다. 모아는 기록장을 덮고, 골렘과 길 사이에 섰다.

“오늘은 누구도 적이라고 부르지 마.”

철잎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손가락이 흙을 움켜쥐는 대신, 뿌리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앉았다. 모아는 그 동작을 기록했다. 숲이 먼저 손을 내밀었고, 골렘은 아주 조금 그 손을 받아들였다.

모아는 폐허 우물가에 걸어 둔 풍경을 확인하러 갔다. 바람이 불 때마다 세 번 울리도록 만든 풍경이었다. 오늘은 한 번만 울려 있었다. 실이 끊긴 건 아니었다. 풍경의 아래쪽에 흙이 묻어 있었고, 누군가 손으로 소리를 막은 흔적이 났다. 모아는 손전등 대신 등잔을 들어 주변을 비췄다. 바닥에는 작은 장화 자국과 말굽 자국이 겹쳐 있었다. 피난민이 먼저 왔다가 돌아간 것 같았다.

그녀는 우물 벽에 손을 대고 안쪽을 살폈다. 물은 충분했지만 두레박 줄이 반쯤 끊겨 있었다. 피난민들이 샘으로 가기 전에 물을 길으려 했을 것이다. 모아는 새 줄을 가져와 매듭을 단단히 묶었다. 그동안 철잎 쪽에서는 더 이상 소리가 나지 않았다. 고요함이 안심을 주지는 않았다. 멈춘 것은 판단일 수도, 명령이 대상을 고르는 시간일 수도 있었다.

기록장에 돌아와 그녀는 ‘적’이라는 단어를 지웠다. 그 자리에 ‘다가오는 것’이라고 적고, 옆에 질문을 남겼다. 다가오는 것이 무엇을 원하는지 확인할 때까지 몸을 움직이지 않게 할 수 있을까. 골렘의 명령은 명령판만으로 바뀌지 않는다. 진동과 거리, 손상된 기억이 함께 작동한다. 그렇다면 숲의 감각을 빌려 시간을 벌 수 있을지 몰랐다. 모아는 철나무 뿌리의 수액을 작은 병에 담고, 병 입구에 천을 씌웠다.

새벽이 오기 전까지 그녀는 그 수액을 관절 틈에 바르기로 했다. 그 작업이 성공하면 철잎이 숲의 진동을 더 또렷하게 느낄 것이다. 정찰대가 오기 전에 적어도 한 가지는 확인할 수 있었다. 모아는 도구를 정리하고, 골렘의 무릎 옆에서 밤을 새울 자리를 폈다. 잠들지 않기 위해 상처 난 손을 천천히 감았다. 숲의 박동이 두 번 울리고 쉬었다. 그 사이에 먼 길에서 말방울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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