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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아웃 뒤에 발견된 투숙객2화

체크아웃 뒤에 발견된 투숙객

체크아웃 뒤에 발견된 투숙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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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따뜻한 찻잔과 빈 여행가방

1208호에서 나온 시신의 신원은 예약자 한유경과 일치했다. 최도현 경위는 사인을 단정하지 않았고, 호텔 측에 현장 관련 기록만 요청했다. 박지수는 객실 문 앞에서 그 말을 들으며 교대일지를 들고 있었다. 체크아웃 처리된 방에서 발견된 사람은 투숙객이었고, 호텔의 기록에는 그 방이 비어 있다고 적혀 있었다.

“객실에 남은 물건과 가구는 건드리지 말아 주세요.” 도현이 말했다.

“청소팀은 현장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다만 입구에서 객실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그 확인 시각과 직원 이름을 알려 주세요.”

지수는 요청된 정보만 전달했다. 개인 연락처와 다른 객실의 숙박 기록은 제외했다. 도현은 그 구분을 문제 삼지 않았다. 수사를 위해 필요하더라도, 필요 없는 개인정보까지 한꺼번에 넘길 이유는 없었다.

객실 관리 팀장 서민경은 직원 휴게실에서 종이컵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있었다. 컵 안에는 식은 커피가 조금 남아 있었다. “그 손님을 봤다고 확실하게 말할 사람은 유진 씨뿐이에요. 청소 직원은 문 앞에서 이름을 불렀고 대답을 못 들었습니다.”

“객실 안에서 찻잔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지수가 말했다. “체크아웃 후에 누가 차를 놓았을까요?”

“하우스키핑 서비스로는 객실에 음료를 두지 않습니다. 룸서비스 주문이 있었다면 기록에 남아요.”

지수는 시스템에서 한유경의 주문 내역을 확인했다. 자정 전에 홍차 두 잔과 물 한 병이 배달됐다. 주문은 한 잔으로 결제됐고, 배달 담당자 메모에는 ‘문 앞에 두고 벨 두 번’이라고 적혀 있었다. 객실 응답은 없었지만, 주문은 완료 처리됐다.

“누가 완료를 눌렀죠?”

“야간 룸서비스 직원입니다. 배달 후에 종이컵이 비어 있는 걸 봤다고 하네요.”

민경은 주문 기록을 본 뒤 눈을 감았다. “그러면 체크아웃 뒤에도 객실 안에 사람이 있었을 수 있다는 거네요.”

“그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누군지 모르죠.”

도현은 현장 담당자와 함께 찻잔을 사진으로 찍고 온도를 기록했다. 차는 완전히 식지 않았다. 객실 창문은 닫혀 있었지만 발코니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바다 바람이 들어오면 온도가 달라질 수 있어, 찻잔의 온도만으로 언제 놓였는지 계산할 수 없었다.

“호텔이 룸서비스 시간을 잘못 기록한 겁니까?” 도현이 물었다.

“배달 완료를 누른 시각은 남아 있습니다. 실제로 문 앞에 놓인 시각과 객실 안으로 들어간 시각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럼 그 직원이 방에 들어갔는지는요?”

“키 로그와 배달 카트 위치를 대조해야 합니다.”

강태오는 룸서비스 직원의 카트 이동 기록을 가져왔다. 직원은 23시 46분에 12층 복도에 있었고, 1208호 문 앞에서 약 40초 머물렀다. 관리 키 사용 기록은 없었다. 문을 열지 않고 음료를 두었다는 설명과 맞았다. 하지만 그 시각은 체크아웃 처리가 끝난 뒤였다.

“주문은 체크아웃 전에 들어왔습니다.” 태오가 말했다. “직원이 늦게 간 것 같아요.”

“손님이 나간 뒤에 주문이 남았을 수 있죠.”

지수는 결제 기록을 확인했다. 홍차 한 잔 값은 객실 계정에서 승인됐지만, 두 잔을 주문한 내역이 있었다. 한 잔은 취소되었고, 취소 사유는 ‘고객 요청’이었다. 주문 변경은 체크아웃 직후 23시 43분에 처리됐다. 누가 요청했는지 기록은 남지 않았다.

유진은 프런트에서 그 변경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룸서비스 직원도 손님과 통화하지 않았다고 했다. 객실 전화 로그에는 외부로 나간 전화가 없었다. 지수는 내선 호출 기록과 결제 승인 시간이 다르다는 걸 표에 적었다. 따뜻한 찻잔은 손님이 떠난 뒤에도 누군가 방을 이용했다는 증거가 아닐 수 있었다. 다만 한 잔이 취소된 이유는 남아 있었다.

그때 민경이 빈 여행가방을 보관실에서 꺼내 왔다. 가방은 1208호 손님이 체크인할 때 맡긴 것으로, 회색 천에 바퀴 하나가 빠져 있었다. 보안 저울에 기록된 무게는 18킬로그램. 체크아웃 때는 9킬로그램으로 측정되어 있었다. 유진은 손님이 작은 여행가방을 들고 나갔다고 했고, 큰 가방은 보관실에 남겼다고 기억했다.

“그럼 왜 가방 무게가 반으로 줄었죠?”

“기록을 잘못 입력했을 수 있어요.” 민경이 말했다.

태오는 저울의 영점 조정 기록을 확인했다. 이상은 없었다. 보관실 직원은 가방을 옮길 때 바퀴가 걸려 안쪽 물건이 흔들렸다고 했다. 가방은 경찰이 봉인했고, 지수는 직접 열지 않았다. 빈 가방이라는 보고는 호텔 직원이 아니라 현장 확인을 맡은 경찰에게서 들은 것이었다.

“가방을 다시 달아 봐도 됩니까?” 도현이 물었다.

“경찰 입회 하에만 가능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럼 저울 기록과 측정기 검교정 자료를 요청하겠습니다.”

지수는 보안실에서 저울의 점검 기록을 가져왔다. 기기는 전날 교정되었고, 테스트 추를 올렸을 때 오차는 20그램 이내였다. 체크인 때와 체크아웃 때 각각 다른 직원이 무게를 입력했다. 두 값 모두 자동 저장되어 변경 이력이 남았다.

민경은 외주 직원의 근무표를 확인했다. 가방을 보관실로 옮긴 사람은 야간 수하물 담당 김재만이었다. 그는 그날 새벽 퇴근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의 직원 출입증은 정상적으로 반납되었고, 호텔 밖으로 나간 시각은 00시 12분이었다.

“재만 씨가 가방을 가져간 건 아닐까요?” 유진이 말했다.

“확인할 수는 있지만, 지금은 추측이에요.” 지수는 그 말을 기록하지 않았다. “그분이 보관실에서 무게를 잰 시각과 위치를 확인해야 합니다.”

태오는 창고 CCTV를 보관했다. 영상에는 재만이 혼자 가방을 옮기는 모습이 나왔다. 그는 바퀴를 고치려고 가방을 한 번 눕혔고, 손잡이 지퍼를 열었다 닫았다. 하지만 안쪽을 열어 보지는 않았다. 영상의 시각은 객실 시스템보다 3분 늦게 표시됐다.

“CCTV 시계가 정확하지 않네요.”

“매일 서버 시각과 대조하는데, 장비가 재부팅된 뒤 확인을 놓쳤습니다.” 태오는 자기 책임을 인정했다. “저장된 영상에 3분 차이를 표시하겠습니다.”

지수는 그가 실수를 숨기지 않은 걸 기록했다. 시간을 맞추지 않으면 직원 동선이 틀린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 그녀는 교대 일지의 23시 52분 관리자 키 기록과 영상 시각을 함께 보정했다. 태오가 혼자 열쇠를 썼다고 단정할 수 없었다. 영상 속 그는 보안실에 있었고, 키는 호텔 공용 보관함에서 나왔다.

민경은 유진을 따로 부르려 했지만, 도현은 직원 진술을 먼저 정리하겠다고 했다. 유진은 룸서비스 변경 요청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누가 취소해 달라고 했는지 떠오르지 않아요. 손님이 체크아웃할 때는 분명히 작은 가방 하나만 들고 나갔는데, 얼굴이 너무 창백해서 말 걸지 못했어요.”

지수는 유진에게 기억을 떠올리라고 압박하지 않았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적겠습니다. 나중에 생각나면 추가로 말해 주세요.”

새벽 다섯 시, 객실 복도에 있던 직원들은 모두 교대실로 옮겨졌다. 경찰은 찻잔과 가방, 객실키를 증거로 가져갔다. 지수에게는 키카드 로그의 서명과 객실 정산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그녀는 사본을 만들고 원본값을 보존했다.

조식 시간 전에 호텔은 해당 층 객실 일부를 다른 층으로 옮겼다. 투숙객은 사건에 대해 묻고, 프런트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자세히 안내할 수 없다”고 답했다. 유진은 사과를 반복하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지수는 직원 휴게실에 물과 따뜻한 음식을 가져다 놓았다. 누구도 식사할 기분은 아니었지만, 교대는 계속됐다.

도현은 떠나기 전 찻잔 사진과 시간표를 지수에게 보여 주었다. “차가 따뜻했던 건 객실이 닫혀 있어서일 수도 있고, 누군가 늦게 넣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둘 다 가능해요.”

“빈 가방도요?”

“무게 변화는 확인할 겁니다. 다만 호텔에서 기록한 무게가 정확해도,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까지 말해 주진 않죠.”

지수는 그 말을 마음에 새겼다. 무게가 줄었다고 물건이 사라진 건 아닐 수 있었다. 저울을 다시 맞추고, 가방을 다른 지점에서 쟀을 가능성도 있었다. 호텔은 기록을 많이 남겼지만, 기록 사이에는 설명되지 않은 시간이 있었다.

객실 키 보관함을 확인하러 간 태오가 그녀를 불렀다. 1208호 예비키 봉인은 새것으로 교체되어 있었다. 교체 기록에는 00시 05분으로 적혀 있었다. 그런데 그 시각, 지수는 경찰과 함께 복도에 있었다.

봉투 안쪽에는 오래된 금속 키가 하나 더 들어 있었다. 표면에 붙은 태그는 ‘1208’이 아니었다. 바닷가 별관의 폐쇄 객실 번호가 손으로 적혀 있었다.

그 별관은 2년 전 태풍 피해로 폐쇄됐고, 객실 번호는 전산에서 삭제됐다. 지수는 시설팀에 키 대장과 폐쇄 당시 재고표를 요청했다. 태오는 키를 증거 봉투에 넣고 봉인 번호를 적었다. 그가 임의로 번호를 떼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다. 지수는 시스템 검색에서 별관 번호를 찾지 못하자, 오래된 야간 교대 수첩을 창고에서 꺼내기로 했다.

수첩에는 손으로 쓴 객실 정비 기록이 남아 있을 수도 있었다. 그녀는 새벽 근무자들에게 먼저 쉬라고 말하고, 자료 확인은 자신과 민경이 하겠다고 했다. 민경은 “혼자서 열지 마세요”라며 지수에게 장갑 한 켤레를 건넸다. 수첩을 가져올 때는 둘이 함께 서명하기로 했다. 보관실 열쇠를 수령한 시각도 기록지에 남겼다. 자료가 발견되면 사진을 찍기 전에 경찰에게 연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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