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체크아웃 뒤에 발견된 투숙객3화

체크아웃 뒤에 발견된 투숙객

체크아웃 뒤에 발견된 투숙객

AD
스폰서 광고

3화: 새벽 두 시의 객실키

해안 별관의 오래된 객실키는 호텔 문서 보관실에 봉투째 남아 있었다. 박지수는 봉투를 개봉하지 않고 최도현 경위에게 연락했다. 경찰 입회 아래 봉인 번호를 확인하고, 현장 보관 경위를 기록한 뒤에야 봉투를 열었다. 안에는 금속 키 하나와 열쇠고리, 희미하게 지워진 객실 번호가 있었다.

“이건 1208호 키가 아니에요.” 지수가 말했다.

“그렇다고 1208호와 무관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도현이 답했다. “폐쇄된 별관의 출입 기록을 확인해야겠네요.”

별관은 태풍 피해로 문을 닫았고, 전산 객실 목록에서 번호가 지워진 지 2년이 지났다. 하지만 시설팀의 종이 대장에는 문 잠금과 키 회수 날짜가 남아 있었다. 마지막 키 회수는 지수의 전임 지배인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다만 회수 수량은 기록되지 않았다.

야간 보안요원 강태오는 예비키 보관함을 다시 점검했다. 1208호 봉인 기록은 정상처럼 보였지만, 사용 시각이 인쇄된 작은 라벨의 잉크가 새것이었다. “기록 시스템에서 출력하면 번호가 아래쪽에 찍힙니다. 이건 라벨을 잘라 위에 붙였어요.”

“누가 붙였는지 알 수 있습니까?”

“공용 프린터는 보안실과 프런트에 있습니다. 로그를 확인해야 합니다.”

지수는 태오를 의심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가 키를 관리하는 책임자라는 사실도 숨길 수 없었다. “당신 계정도 확인 대상에 넣겠습니다.”

태오는 잠시 굳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다만 제 개인 카드와 관리자 키는 분리해서 확인해 주세요.”

“그대로 기록하겠습니다.”

최도현은 지수에게 23시 52분 관리자 키 로그와 00시 05분 봉인 교체 기록의 차이를 물었다. 지수는 당시 로비 CCTV에 자신이 찍혀 있었다고 말했지만, 자신의 기억은 증거가 아니었다. CCTV에는 그녀가 단체 손님에게 임시 키를 발급하는 장면이 남아 있었다. 다만 프런트 책상 아래 서랍은 카메라 사각이라, 누군가 보관함 열쇠를 꺼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내 계정이 사용된 건 맞습니다.” 지수가 말했다. “하지만 제가 입력한 건 아닙니다.”

“그 구분은 로그로 확인하죠. 계정을 공유했습니까?”

“긴급 교대 때 공동 로그인한 적이 있습니다. 그건 제 책임입니다.”

도현은 그 사실을 기록했다. 지수는 변명하지 않았다. 호텔이 바쁠 때 계정을 공유하면 빠르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습관 때문에 누가 무엇을 입력했는지 가릴 수 없었다.

한유진은 자기 계정으로 체크아웃 처리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녀는 손님이 카드 반납함에 키를 넣은 걸 직접 봤고, 작은 가방 하나를 들고 나가는 것도 봤다고 했다. 다만 그 손님이 객실에서 혼자 나왔는지는 기억하지 못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에 회색 코트를 한 번 더 봤어요. 그런데 로비 CCTV에는 그 시간에 그 사람이 안 나와요.”

“엘리베이터를 다른 층에서 내렸을 수도 있습니다.” 태오가 말했다.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어요. 제가 본 건 뒷모습뿐이에요.”

지수는 객실 엘리베이터 로그를 층별로 비교했다. 23시 36분, 12층에서 아래로 내려간 호출이 있었고, 1층에 도착한 기록은 없었다. 엘리베이터는 7층에서 멈췄다가 다시 위로 올라갔다. 그 시간 7층 복도 카메라는 점검으로 꺼져 있었다.

“객실 직원 교대와 겹치나요?” 도현이 물었다.

민경은 교대표를 가져왔다. 7층에는 직원이 두 명 있었고, 한 명은 린넨 보관실에 들어가 있었다. 다른 직원은 정전 점검을 돕느라 비상계단 쪽에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누가 내렸는지 본 사람은 없었다. 객실 전화 내선 호출 기록에는 1208호에서 7층으로 연락한 흔적이 없었지만, 공용 비상 전화가 한 차례 사용됐다.

“그 전화는 복도 끝에 있어요.” 민경이 말했다. “객실 사람이 내려와서 썼을 수도 있고, 직원이 썼을 수도 있습니다.”

호출 시각은 23시 39분. 체크아웃 2분 전이었다. 지수는 호텔 운영 화면을 열고 그 시간에 공용 전화가 고장 접수되었는지 확인했다. 시스템에는 아무 기록이 없었다. 도현은 통화 내역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지수는 자료 제출 범위를 확인하고, 외부 전화번호가 포함된 경우 경찰 요청에 맞춰 제공하기로 했다.

그날 새벽, 객실관리 팀장 서민경은 청소 직원과 함께 1208호 앞에 다시 섰다. 현장은 이미 경찰이 확보했지만, 문 앞 복도 카펫의 얼룩을 확인하려는 목적이었다. 지수는 현장에 들어가지 않고 경찰이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직원 발자국과 비교했다. 바닷물 자국은 청소 직원의 신발보다 크고, 왼발 바깥쪽이 닳은 형태였다.

“유진 씨가 본 회색 코트 손님과 같은 사람이었을까요?” 민경이 물었다.

“가능성은 있지만 확정할 수 없어요. 발자국 하나로 얼굴을 특정하지 못합니다.”

민경은 손에 든 교대표를 접었다 폈다. “직원들이 용의자로 몰리는 것 같아요. 외주 직원은 집에 못 가고 경찰서에서 밤을 보냈습니다.”

“직원이 사실을 말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공개는 막겠습니다. 하지만 근무 동선은 확인해야 해요.”

“그게 공정한 건지 잘 모르겠네요.”

지수도 답하지 못했다. 호텔은 손님을 보호해야 하지만, 직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됐다. 그녀는 외주 계약 담당자에게 변호사 연락망과 휴식 공간을 요청했다. 민경은 직원들에게 현장 사진을 돌리지 말라고 공지했다.

오후가 되자 한유진은 퇴근을 앞두고 지수에게 말을 걸었다. “제가 체크아웃을 잘못 처리한 건가요?”

“그 부분은 확인 중이에요. 지금까지 기록으로는 당신 계정에서 처리된 게 맞습니다.”

“그럼 제가 책임을 져야겠죠.”

“계정 사용이 곧 당신의 의도였다는 뜻은 아니에요. 다만 어디서 누가 로그인했는지는 확인해야 합니다.”

유진은 휴대전화에 저장된 업무 메모를 열었다. 체크아웃 직전, 1208호에 있던 투숙객이 ‘객실에 남은 짐은 보관실에 옮겨 달라’고 말했다고 적혀 있었다. 메모 시각은 23시 32분. 유진은 그 손님이 복도에서 직접 부탁했다고 기억했다. 작은 가방 하나만 들고 나간 뒤, 자신이 보관실로 호출을 받았다고 했다.

“그 메모는 왜 시스템에 등록하지 않았어요?”

“무전으로 들은 것 같아서요. 바빠서 나중에 입력하려고 했습니다.”

“그 무전이 누구 목소리였는지는요?”

“잘 모르겠어요. 제가 들은 게 아니라, 누가 제게 전달했을 수도 있어요.”

다인은 아니, 지수는 메모를 사진으로 찍지 않고 유진의 동의를 받아 경찰에게 직접 보여 주도록 안내했다. 유진은 그 메모가 자신을 의심에서 벗어나게 해 줄 거라 기대했지만, 오히려 객실을 비운 사람이 하나 더 있었을 가능성을 열었다. 그녀는 손끝으로 휴대전화 모서리를 긁었다.

도현은 현장 자료를 대조해 1208호 관리키가 실제 문을 열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안쪽 안전고리가 걸린 문은 관리자 키로도 완전히 열 수 없었고, 로그에는 잠금 해제 시도만 기록될 수 있었다. 문을 다시 연 사람은 안에 남아 있던 투숙객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누군가 체크아웃 뒤 방 안에 있었다. 그 사람이 한유경인지, 동행자인지, 다른 직원인지 알 수 없었다. 객실은 깨끗하게 정리된 듯했지만, 침대 커버 한쪽에 눌린 자국이 남아 있었다. 현장 사진에는 그 자국 옆으로 짧은 검은 실 한 가닥이 보였다.

지수는 객실 시스템의 체크아웃 상태를 다시 확인했다. 23시 41분에 방은 비어 있다고 표시되었다. 그러나 예비키 로그는 23시 52분, 봉인 교체는 00시 05분. 그 사이에 누구도 객실을 확인하지 않았다. 호텔 기록은 방이 비었다고 말했지만, 문은 한 번도 완전히 닫히지 않았을 수 있었다.

해가 지고 난 뒤, 태오는 보안실에서 오래된 키 대장을 찾았다. 별관의 폐쇄 객실은 1208호와 같은 층 번호 체계를 썼다. 열쇠고리에는 ‘B-12’라는 각인이 보였다. 그 객실은 태풍 직후 봉쇄됐지만, 전임 지배인이 비상 통로로 연결되는 문을 한 번 열었다는 메모가 남아 있었다.

“객실에서 별관으로 이어지는 문이 있었나요?” 지수가 물었다.

“도면에는 벽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도면이 맞는지 현장 확인이 필요하겠네요.”

도현은 호텔에 추가 확인을 요청했다. 지수는 야간 점검을 혼자 하지 않겠다고 했고, 민경과 태오가 함께 가기로 했다. 객실이 아니라 오래된 별관의 폐쇄 구역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그날 밤 2시, 보안실 모니터에 빈 12층 복도가 떴다. 1208호 문 앞의 센서등이 저절로 켜졌다. 엘리베이터는 움직이지 않았다. 카메라 화면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문손잡이가 안쪽에서 천천히 내려갔다.

태오는 즉시 해당 층의 문을 잠그고, 지수와 민경에게 보안실로 오라고 연락했다. 지수는 경찰에 먼저 신고했고, 도현은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누구도 객실 문을 열지 말라고 했다. 화면 속 손잡이는 원위치로 돌아왔지만, 센서등은 계속 켜져 있었다.

“안에 사람이 남아 있는 겁니까?” 민경이 물었다.

도현은 대답을 보류했다. “지금 확인하러 갑니다. 세 사람은 복도 끝에서 기다리세요.” 지수는 그 지시에 따르며 엘리베이터 앞에서 객실키 보관함의 봉인 번호를 다시 적었다. 아무도 손잡이에 닿지 않았다는 사실부터 남겨야 했다. 태오는 카메라 화면을 저장하고 접근 권한을 잠시 제한했다. 경찰이 도착하자 지수는 화면을 직접 넘기지 않고 요청서를 확인했다.

AD
스폰서 광고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