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과수원의 겨울 계약

2화: 얼어붙은 가지
긴급 수리 부품은 오전에 도착하지 않았다. 대신 궁정 재무실에서 폐쇄 예산 통지서가 왔다. 온실 지출을 동결하고, 이번 겨울 수확량이 기준에 못 미치면 남은 나무를 다른 구역으로 옮긴다는 내용이었다. 에린은 통지서를 읽고 손에 힘을 줬다. 종이는 구겨졌지만 찢어지지 않았다.
“우리가 어제 조건을 붙여서 이런 건가요?” 나야가 물었다.
“그럴 수도 있고, 원래 예정돼 있던 걸 지금 보낸 걸 수도 있어요.” 루시안은 통지서 하단을 살폈다. “발행 날짜가 지난주입니다.”
“난방이 고장 나기 전부터 폐쇄를 준비했네요.”
“이건 온실의 실적 심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필요한 수리비를 왜 지급하지 않았는지는 따로 조사할 수 있어요.”
에린은 온실 남쪽의 겨울 사과나무를 보았다. 가지 끝의 꽃눈이 굳어 있었다. 북쪽 묘목을 남쪽으로 옮긴 뒤 오래된 나무가 더 추워진 탓이었다. “당장 해결해야 할 건 이 가지예요. 오늘 밤 영하로 떨어지면 꽃눈이 얼어요.”
“난방관은 아직 수리되지 않았습니다.” 루시안이 말했다.
“열저장실 벽돌은 뜨거워질 수 있어요. 낮에 들어온 햇빛이 남아 있을 거예요.”
나야가 고개를 저었다. “순환 밸브가 막혀 있어요. 억지로 돌리면 압력이 올라갑니다.”
“그럼 밸브를 고치기 전에 우회관을 연결해야 합니다.”
루시안은 계산자를 펼쳤다. 열저장실에서 북쪽 묘목 구역까지는 배관 길이가 길었다. 우회관을 연결하면 벽돌 안의 열을 보낼 수 있었지만, 남쪽 성목 구역은 난방을 거의 받지 못한다. 반대로 성목 구역을 먼저 살리면 묘목은 밤을 버티기 어렵다.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제가 정해야 합니다.” 에린이 말했다.
“수확량을 계산해서 가장 가치가 높은 구역을 우선하겠습니다.”
“가치가 높다는 기준이 뭐죠?”
“겨울 수확량과 판매 단가입니다.”
“그건 이 나무가 마을에 약속된 묘목인지 포함하지 않아요.”
“그 약속은 계약서에 없었습니다.”
에린은 그를 쳐다봤다. “그래서 당신이 회계감사관이라고요. 장부에 없는 약속은 없는 약속이 됩니까?”
“그렇게 계산하면 장부가 틀립니다.”
“그럼 계산을 고쳐야죠.”
루시안은 숨을 내쉬고 계산자를 접었다. “맞아요. 사람의 필요를 금액으로 바꾸면 안 되는 항목도 있습니다.”
나야는 오래된 축열 장치를 가리켰다. 햇빛을 받은 유리벽의 열을 흡수한 벽돌을 연결해, 한 구역의 온기를 다른 구역으로 보내는 순환 장치였다. “이 장치는 한 번에 한 구역만 데울 수 있어요. 벽돌의 열량은 제한돼요. 작동시키면 다른 쪽이 식습니다.”
“그럼 시범 운전은 어디에 연결해야 합니까?” 루시안이 물었다.
“묘목이요.” 에린이 말했다.
나야는 반대했다. “성목은 이미 꽃눈이 올라왔어요. 묘목은 흙만 얼지 않으면 쉬게 둘 수 있어요.”
“마을에 약속한 수량을 채우려면 묘목이 살아야 해요.”
“그럼 올해 사과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어.”
“올해 수확은 줄어도 다음 봄에 나눌 나무가 있어야죠.”
루시안은 두 사람의 말을 끊지 않았다. “결정 전에 실제 열량을 시험하죠. 계산 결과와 나무 상태를 같이 기록하겠습니다.”
그들은 지하 축열실로 내려갔다. 나야는 쇠 밸브에 천을 감아 손잡이를 잡았다. 에린은 흙이 담긴 묘목 상자 세 개를 옮겼다. 루시안은 온도계를 손에 들고 벽돌 안팎의 열을 재었다. 숫자는 예상보다 낮았다. 남쪽 유리벽으로 열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대로면 한 구역도 충분히 못 덥혀요.” 그가 말했다.
“그래도 작은 실험은 할 수 있습니다.”
“실험 중 꽃눈이 얼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일부 가지에만 연결할게요.” 에린은 사과나무 한 그루 중 아래쪽 가지 두 개를 표시했다. “나머지는 임시 보온포를 씌우고요.”
나야는 표시한 가지를 한참 보았다. “그럼 여기서부터 시작하죠.”
루시안은 기록표를 열었다. “열량은 제가 적겠습니다.”
“수확 가능성을 당신이 판단하지는 말아요.”
“현장 판정자는 에린 씨로 명시하겠습니다.”
우회관 연결은 오래 걸렸다. 나야가 밸브를 조금씩 돌리자, 벽돌 틈에서 뜨거운 물이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처음엔 아무 변화가 없었다. 에린은 온도계를 가지 끝에 가까이 댔다. 온도는 오르지 않았다. 루시안은 압력을 다시 확인했다. 계기판은 정상 범위였다.
“열이 오지 않아요.”
“공기 주머니가 있을 수 있어요.” 나야가 말했다. “배기구를 조금 열어야 합니다.”
그녀가 배기 밸브를 돌렸다. 갑자기 뜨거운 물이 튀어나왔다. 에린은 뒤로 물러났지만 물방울이 손목에 닿았다. 나야가 밸브를 다시 닫으려 했고, 루시안은 천을 꺼내 압력 손잡이를 감쌌다.
“맨손으로 만지지 마세요.”
“손이 미끄러져요.”
“제가 받칠게요. 에린 씨, 수건을 주세요.”
에린은 수건을 던지는 대신 그의 손에 건넸다. 루시안은 그녀가 가리킨 방향대로 힘을 줬다. 나야는 밸브를 한 바퀴 더 돌렸다. 뜨거운 물은 멎었고, 우회관으로 가는 압력이 낮아졌다.
“누가 다쳤어요?”
“저는 괜찮아요.” 에린이 말했다.
나야는 손등에 붉은 자국이 생겼다. 이번엔 찬물로 즉시 식혔다. 루시안은 치료 기록에 그녀의 동의를 받아 화상을 적었다. 나야는 자신이 밸브를 무리하게 연 사실도 함께 남기라고 했다.
잠시 뒤 묘목 구역 온도가 1도 올라갔다. 오래된 나무 쪽은 반대로 1도 내려갔다. 에린은 가지 하나에 씌운 보온포를 걷고 꽃눈을 만졌다. 얼지는 않았지만, 끝이 약간 쭈글거렸다.
“우회관을 계속 열면 이쪽이 더 식어요.” 루시안이 말했다.
“묘목은 지금 5도입니다. 밤새 7도 아래면 뿌리가 멈출 수 있어요.”
“성목 꽃눈은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알아요.”
“정말 이쪽을 우선하겠습니까?”
에린은 가지를 놓았다. “네. 다만 전체를 연결하지 말고, 새 묘목 열두 개가 있는 구역에만 6시간 보냅니다. 성목 중 세 그루는 보온포를 씌우고, 나머지 손실은 공동 수확표에 적을게요.”
나야는 고개를 숙였다. 그 선택에 동의한다는 뜻이었다. “제가 밤 교대를 서겠습니다.”
“혼자 서지 마세요. 한 시간마다 온도를 확인하되, 누군가 계속 밖에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휴식 시간을 정해요.”
루시안은 교대표에 자기 이름도 넣었다. “저는 새벽 두 시부터 네 시까지 하겠습니다.”
“당신은 감사관이잖아요.”
“오늘은 계약 공동 책임자입니다.”
“난방을 승인한 걸로 현장 판단까지 할 수는 없어요.”
“그러니 온도 기록만 하겠습니다.”
그날 밤 온실을 돌아가며 지켰다. 에린은 첫 교대에 묘목의 흙을 손가락으로 확인했다. 표면은 차갑지만 뿌리 주변은 얼지 않았다. 두 번째 교대에서 나야는 온도계를 들고 오래된 사과나무 앞에 섰다. 꽃눈 몇 개가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내가 밸브를 오래 열었어.”
“우리가 열량을 나눴어요. 나야 씨 혼자 잘못한 일이 아니에요.”
“그 나무는 내가 젊었을 때 직접 심었습니다.”
“그럼 손실을 이름 없이 기록하지 않을게요. 나무가 누군지, 어떤 상태인지 남기죠.”
나야는 갈색 꽃눈 하나를 잘라 작은 봉투에 담았다. “기억을 남기면 다시 자라나요?”
“아니요. 하지만 누가 잃었는지 잊지 않게 돼요.”
새벽에 루시안의 교대 시간이 왔다. 그는 장부와 계산자를 내려놓고 난방관을 살폈다. 에린은 벤치에서 눈을 감고 있다가 그가 코트를 벗어 덮어 주려는 걸 알아차렸다. 그는 손을 뻗다 멈추었다.
“추우세요?”
“조금요.”
“코트를 빌려 드려도 될까요?”
“네. 대신 당신은 온실 외투를 입어요.”
루시안은 코트를 건네고 본인은 온실 예비 외투를 걸쳤다. 에린은 그가 질문을 먼저 한 게 마음에 들었다. 그는 동정이나 친절을 당연한 권리처럼 내밀지 않았다.
동이 트기 직전, 순환 장치의 표시등이 켜졌다. 묘목 구역은 7도를 유지했고, 뿌리 흙은 얼지 않았다. 에린은 살아 있는 잎을 확인했다. 열두 묘목 중 열 개의 끝잎이 다시 펴졌다. 두 개는 끝이 검게 말라 있었지만, 중심 줄기는 단단했다.
“살았어요.” 루시안이 말했다.
“전부는 아니에요.”
“열 개는 살았습니다.”
“그리고 사과나무 세 그루는 꽃눈을 잃었습니다.”
그는 기록표에 두 가지 결과를 나란히 적었다. 성공만 쓰지 않았고, 실패도 숨기지 않았다. 나야는 떨어진 꽃눈 봉투를 공동 수확표 옆에 놓았다.
온실 입구에 궁정 관리인의 명령서가 붙었다. 순환 장치의 추가 사용을 금지하고, 다음날까지 온실 폐쇄 여부를 결정하라는 내용이었다. 에린은 명령서 아래에 서명하지 않았다. 루시안은 그 대신 감사 의견을 적었다. 실제 온도 개선과 꽃눈 손실, 작업 위험을 함께 공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걸 공개하면 폐쇄가 더 빨라질 수 있어요.” 에린이 말했다.
“숨기면 다음 수확도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습니다.”
“마을이 어떤 선택을 할지 아직 모르죠.”
“그럼 선택할 자료를 보여 줘야 합니다.”
에린은 공동 수확표를 펼쳤다. ‘묘목 열 개 생존, 두 개 손상. 성목 세 그루 꽃눈 손실. 장치 시험 중 나야 경미한 화상.’ 그녀는 각 줄 옆에 책임자와 시간을 적었다. 한 철의 비용이 아니라 한 철의 결과가 처음으로 장부에 들어갔다.
그날 아침, 루시안은 기록을 들고 주민 협의회로 갔다. 에린은 온실 문을 잠그지 않았다. 문 옆에는 공개 시험을 참관할 수 있다는 안내가 붙어 있었다. 태양이 유리벽을 비추자 열벽돌에 작은 빛이 들어왔다. 온기는 약했지만, 이번에는 어디로 흐르는지 모두가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