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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남매의 마지막 영업일2화

세 남매의 마지막 영업일

세 남매의 마지막 영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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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같은 집에서 다른 국을 먹었다

어머니가 남긴 봉투에는 돈이 없었다.

종이 세 장이 들어 있었다. 공책에서 뜯어 낸 종이에는 각각 하진, 도윤, 미래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접힌 모서리마다 간장과 고춧가루 자국이 났다.

하진은 자기 이름이 적힌 것을 폈다. 어릴 때 먹던 매운 쇠고깃국 조리법이었다. 그런데 분량이 없었다. 무는 이만큼. 파는 애들 잘 먹게. 고기는 넉넉하면 넉넉하게. 회사에서 이런 원고를 받았다면 작성자에게 돌려보냈을 것이다.

“이건 조리법이 아니라 기분이잖아.”

도윤은 자기 종이를 보며 웃었다. 그의 종이에는 맑은 달걀국이라고 적혀 있었다. 미래의 종이에는 된장국이었다. 세 장 모두 마지막 줄은 같았다.

너 집에서도 밥 먹어.

하진은 종이를 접었다. 그 말을 너무 자주 들어 마지막 인사인 줄 몰랐다. 어머니는 전화를 끊기 전에 꼭 밥을 먹었는지 물었고, 하진은 회사에서 먹는다고 답했다. 실제로는 샘플 맛을 본 다음 배가 고프지 않은 척 집에 돌아가는 날이 많았다.

“냄비 하나씩 가져갈까?”

도윤이 말했다. 미래는 빈 봉투를 흔들었다.

“엄마 물건 나누는 게 뽑기야?”

“그렇게 가져가라는 건 아닌가 해서.”

하진은 종이 세 장을 카운터 서랍 안쪽에 넣었다. 오늘 할 일을 정하지 않으면 어머니의 말이 다시 세 사람의 일을 대신 정할 것 같았다. 내일부터 같은 시간에 문을 열려면 메뉴와 인원부터 정해야 했다.

다음 날 아침, 하진은 열한 시에 국을 완성했다.

양념은 저울로 달았다. 무와 고기는 비슷한 크기로 잘랐다. 맛을 보고 소금 두 꼬집을 더 넣은 뒤 국자를 도윤에게 건넸다. 동생은 한 숟갈 먹고 고개를 갸웃했다.

“이건 엄마 국이 아닌데.”

하진은 국자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엄마 국이라고 안 했어. 오늘 팔 국이라고 했지.”

“손님들은 엄마 국을 먹으러 와.”

“그럼 엄마 불러서 만들라고 해야겠다.”

말이 나가자 미래가 고개를 들었다. 도윤은 국자를 내려놓았다. 하진은 곧바로 미안하다고 하지 못했다. 동생이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만큼, 자신은 똑같은 맛을 내지 못할 때마다 비교당하는 일을 두려워했다.

도윤은 냉장고에서 남은 된장을 꺼냈다.

“국 하나 더 끓이면 되잖아.”

“네가 끓이고 그릇까지 씻어. 배달은 내가 대신 못 해.”

동생은 대답하지 않고 냄비를 꺼냈다. 하진은 그가 칼을 어디서 꺼내는지 보았다. 어제처럼 두리번거리지 않았다. 도윤도 알아 가고 있었다. 누나가 돌아왔으니 아무것도 모르는 동생으로 남아 있어도 되는 것은 아니었다.

첫 손님은 어제 파란 식사권을 가져온 노인이었다. 그는 카운터 옆에서 잠깐 기다리며 도장 칸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미래가 자리를 안내하자 출입문이 보이는 안쪽 의자를 골랐다.

어머니가 앉던 자리였다.

“오늘은 맑은국 없나?”

하진은 냄비 두 개를 보았다. 매운국과 된장국이었다. 도윤이 들고 있던 행주를 내려놓았다.

“어르신, 어제는 어떤 국 드셨어요?”

“내 건 정희 씨가 따로 줬지. 소금 거의 없이. 대신 파를 많이 넣어서.”

도윤은 하진 쪽을 보지 않고 작은 냄비를 꺼냈다. 계란을 풀고 국물이 끓기를 기다렸다. 하진은 매운국의 무를 건져 넣으려 하다가 그만두었다. 조리 중인 동생의 손 위로 자기 손을 넣으면 다시 누가 주방의 주인인지 정하는 싸움이 될 것 같았다.

“육수는 저 안에 있어.”

그 말만 했다.

도윤이 만든 국은 조금 싱거웠다. 노인은 한 숟갈을 먹고 눈을 감았다가 떴다.

“파를 더 넣어 줘. 정희 씨는 줄기까지 썰었어.”

동생은 다시 돌아와 파를 썰었다. 하진의 칼보다 느렸고 길이도 일정하지 않았다. 그래도 다시 만든 국을 내갔다. 노인은 이번에는 처음보다 오래 먹었다. 도윤은 손님을 보다가 배달 전화가 울리자 주방으로 뛰어왔다.

“도시락 여섯 개. 맞은편 공사장.”

“몇 시까지?”

“열두 시 십 분.”

하진이 벽시계를 봤다. 지금은 열두 시였다.

“그건 못 해. 삼십 분이라고 말해.”

도윤은 전화기를 귀에 댄 채 어쩔 줄 몰라 했다. 어머니는 언제나 해 줬다고 말하는 손님의 목소리가 하진에게까지 들렸다. 하진은 동생에게 전화기를 넘기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도시락 용기를 여섯 개 꺼내 도윤 앞에 놓았다.

“시간을 정해야 만들 수 있어.”

도윤이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 오늘은 삼십 분이 걸린다고. 손님이 투덜거리자 그는 바로 이유를 늘어놓으려 했다가, 하진과 눈을 맞추고 입을 다물었다. 잠깐 뒤 주문이 확정됐다.

주방은 곧 세 사람의 팔꿈치로 좁아졌다. 미래가 반찬을 담으러 들어오고 도윤이 국을 옮기는 동안 하진은 뜨거운 용기를 피했다. 어머니 혼자였다면 어떻게 움직였을지 떠올리려 했지만 세 사람이 서 있으면 같은 길을 쓸 수 없었다.

“여기로 나가. 이쪽은 뜨거운 거 옮기는 길.”

하진이 바닥 타일을 가리켰다. 미래는 입술을 깨물며 돌아 나갔다. 홀에서 손님이 물을 더 달라고 손을 들었고, 국이 늦다는 다른 손님도 있었다.

도윤이 도시락 가방을 어깨에 메었다. 냄비 뚜껑을 제대로 덮지 않고 나가려는 걸 미래가 붙잡았다. 둘이 잠깐 말을 주고받는 사이 용기 하나가 기울었다. 국물이 가방 안으로 샜다.

“누가 이렇게 담았어?”

도윤이 물었다. 미래가 자신의 손을 봤다. 하진은 새 용기를 가져오며 말했다.

“범인 찾지 말고 닦을 사람부터 정해.”

그 말이 나간 뒤 미래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막내는 행주를 들지 않고 하진을 똑바로 봤다.

“언니도 엄마랑 똑같아.”

하진은 새 용기를 테이블에 너무 세게 놓았다. 뚜껑이 바닥으로 튕겼다. 도윤이 두 사람 사이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내가 닦을게. 먼저 담아.”

미래는 홀로 돌아갔다. 하진은 말을 따라가 붙잡을 수 없었다. 냄비는 끓고 있었고, 여섯 개 도시락에서 비어 있는 한 칸이 자기를 기다렸다. 그녀는 손을 멈추지 않기 위해 밥주걱을 들었다.

마지막 도시락이 나간 뒤에도 홀이 다 차 있었다. 하진은 열 번째 국을 내보낼 때부터 몇 그릇을 만들었는지 잊었다. 어머니를 기억하며 온 손님 중 누군가는 맛이 비슷하다고 했고, 누군가는 달라졌다고 했다. 어느 쪽의 말도 같은 무게로 들어왔다.

한 손님이 미래에게 어머니는 늘 웃으며 장사했다는 말을 했다. 미래는 반찬 그릇을 쌓으며 웃지 않았다.

“엄마가 손님 앞에선 그랬죠.”

하진은 주방 안에서 그 말을 들었다. 자기만 알았다고 생각했던 어머니의 다른 얼굴을 막내도 알았다. 분노가 조금 가라앉고, 대신 훨씬 오래된 서운함이 나왔다. 그러면 왜 둘 다 말하지 않았을까.

점심이 끝났을 때 도윤은 배달 가방을 문밖에 내려놓았다. 전화기에는 저녁 배달 일정이 와 있었다. 동생이 다리를 펴지 못하고 앉는 모습을 보며 하진은 아까의 국을 다시 생각했다. 잘못 만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맞춘 국이었다.

미래는 홀의 마지막 테이블을 닦고 물컵 세 개를 가져왔다. 이번에는 자기 컵도 있었다. 세 남매가 앉자 의자 하나가 남았다.

“아까는 말이 심했어.”

하진이 말했다. 미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바로 괜찮다고 하지 않았다.

“언니가 엄마랑 같다는 것도 심했어.”

막내가 말했다.

“하지만 엄마는 실수하면 사과 전에 일을 시켰어. 난 그때마다 울고 싶은 것도 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했어.”

하진은 물컵을 만졌다. 도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나는 엄마한테 실수해도 된다는 말을 들었는데.”

미래가 고개를 돌렸다. 하진은 마침내 동생을 보고 대답했다.

“그래. 너한텐 그랬지.”

도윤은 변명하지 않았다. 누나의 말이 자기 잘못을 묻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르게 살았다는 사실을 처음 말하는 것임을 알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는 빈 의자를 안쪽으로 밀어 길을 만들었다.

“나도 알아야겠네. 내가 받은 거.”

하진은 어머니의 레시피를 가져왔다. 세 종이를 식탁에 나란히 펼쳤다. 빨간 국, 맑은국, 된장국. 도윤은 맑은국을 가리키며 자기에게는 이게 어머니의 맛이라고 했다.

“너는 배가 자주 아팠으니까.”

하진이 말했다. 말하고 나서야 그 기억을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이 조금 낯설었다. 동생이 아프면 어머니는 자극적인 것을 치웠다. 하진은 같은 식탁에서 뜨겁고 매운 것을 먹었다.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달랐기 때문이다.

미래는 된장국의 마지막 줄을 읽었다. 간은 마지막에 보라고 적혀 있었다.

“엄마는 내가 짜게 먹는다고 맨날 뭐라고 했어. 그러면서 내 것엔 두부를 더 넣어 줬는데.”

도윤이 종이들을 다시 봤다.

“우리는 같은 집에서 다른 국 먹었구나.”

하진은 웃으려다가 울컥했다. 그 말이 과거를 설명해 주었지만, 누나가 더 많이 맡았던 일이 공평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웃지도 울지도 않고 종이 세 장의 간격을 조금 벌렸다.

“내일 국도 셋 다 만들 수는 없어. 오늘처럼 하면 끝나기 전에 누가 먼저 쓰러져.”

미래가 달력을 가져왔다. 맑은국이 필요한 식사권 손님의 요일을 쓰고, 나머지는 돌아가며 하기로 했다. 도윤은 배달 가능한 수량을 적었다. 그 숫자가 작아 마음에 안 들었지만 지우지 않았다.

하진은 된장국 냄비의 뚜껑을 열었다. 도윤이 만들다 남긴 국이 있었다. 모두 다른 맛을 기억해도 지금 같이 먹는 국은 하나일 수 있었다. 그녀는 셋의 그릇을 채웠다.

미래가 국을 먹고는 자기 가방을 보았다.

“엄마 목소리, 들려줄 게 있어.”

하진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도윤도 움직이지 않았다.

막내는 녹음기에서 파일 하나를 골랐다. 재생 버튼을 누르기 직전 세 사람의 이름이 적힌 봉투를 다시 보았다.

“이건 가게를 남기고 싶다는 말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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