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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남매의 마지막 영업일1화

세 남매의 마지막 영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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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폐업 안내를 붙이는 손

서하진은 식당 문을 닫으러 왔다가 양파부터 썰었다.

문을 열자마자 도윤이 비닐봉지를 던졌기 때문이었다. 봉지 안에서 양파 세 개가 굴러 나왔다. 싱크대에는 씻다 만 배추가 쌓여 있었고, 가스레인지 위의 냄비에서는 된장이 넘치려 하고 있었다.

“불부터 줄여.”

하진이 가방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도윤은 손잡이가 빠진 수납장 문을 어깨로 받치고 있었다.

“누나가 줄이면 되잖아.”

“네가 켰잖아.”

냄비가 먼저 대답했다. 끓어오른 국물이 버너를 덮었다. 하진은 가스 밸브를 잠그고 냄비를 옆으로 밀었다. 쓸 수 있는 마른 행주를 찾다 앞치마가 걸린 벽을 보았다. 어머니가 입던 자주색 앞치마는 없고 도윤의 검은 점퍼만 걸려 있었다.

석 달 만이었다. 장례를 치르고 가게의 물건을 대충 상자에 담아 두고 떠난 뒤, 하진은 한 번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동안 가게는 닫혀 있다고 믿었다.

홀에는 식사 중인 손님 둘이 앉아 있었다.

“도윤아. 계산은 누구한테 해?”

“접시 밑에 두세요. 오늘 카드기는 안 됩니다.”

하진은 동생을 보았다. 도윤은 수납장 문을 내려놓고 손님에게 웃었다. 누나 앞에서 하던 말투와 달랐다. 마치 오래 해 온 가게 주인 같았다.

“문 닫은 줄 알았는데.”

“점심만 열었어.”

“왜 말 안 했어?”

“열었냐고 안 물었으니까.”

도윤은 바닥에 떨어진 양파를 주워 하진 앞에 놓았다. 그는 주방 칼을 어디에 두었는지 몰랐다. 하진은 오른쪽 둘째 서랍을 열었다. 장갑 안쪽에 넣어 두는 어머니의 버릇을 손이 먼저 기억했다.

칼을 씻고 도마에 양파를 올렸다. 그제야 자기가 왜 여기 왔는지 떠올랐다. 가방 안에는 폐업 안내문 열 장과 한 달 뒤 끝나는 임대 계약서 사본이 있었다. 회사에는 목요일부터 사흘 휴가를 냈다. 주말이면 정리를 끝내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문 위의 종이 울렸다. 미래가 카메라 대신 녹음기를 들고 들어왔다. 그 뒤로 시장 상인이 빈 반찬 통을 들고 왔다.

“큰딸 왔네. 엄마 손이랑 똑같구나.”

하진은 양파를 썰던 손을 멈췄다. 그 말은 칭찬이었지만 잘린 양파 사이에 어머니의 손이 끼어드는 듯했다. 그녀는 대답 대신 반찬 통을 받았다.

“오늘은 무슨 반찬인가?”

도윤이 하진을 봤다. 하진은 대파 상자와 오래된 조미료통을 훑었다. 준비된 메뉴는 없었다. 회사에서 만드는 메뉴에는 재료와 분량, 조리 시간, 원가가 반드시 적혔다. 이곳에서는 손님이 반찬을 물은 다음에야 메뉴가 생겼다.

“양파 달걀볶음이요. 드실 거면 십 분만 기다려 주세요.”

“정희 씨는 계란 꼭 하나 더 넣었는데.”

하진은 손님의 빈 통을 보고 달걀 두 개를 꺼냈다. 습관이 먼저 움직였고 계산은 뒤따라왔다. 자기가 딱 그렇게 일하다가 이 가게를 떠났다는 기억도.

점심 손님이 모두 나간 뒤에야 세 남매는 홀에 앉았다. 하진은 가방에서 안내문을 꺼내 테이블 위에 펼쳤다.

그동안 다래식당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 영업일은 다음 달 말일입니다.

도윤은 둘째 줄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다음 달 말일이면 한 달은 더 하네.”

“정리하는 기간이야. 계약서대로 나가는 날짜고.”

“방금 손님한테 반찬 만들어 줬잖아.”

“그게 계속 장사하겠다는 뜻은 아니지.”

미래가 두 사람 사이에 물컵을 놓았다. 맑은 물 두 잔이었다. 자기 컵은 가져오지 않았다. 하진은 그걸 보고도 먼저 말하지 못했다.

“언니, 아까 손님은 엄마가 마지막에 만든 반찬을 못 받았어. 반찬 통만 돌려주러 세 번 왔대.”

“그래서?”

“그래서 오늘 기다리라고 한 거 고마웠어.”

하진은 다음 말을 잃었다. 도윤과는 싸울 수 있었는데 막내의 고맙다는 말은 쉬운 방어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안내문의 날짜 위에 볼펜을 올렸다.

“돈은 있어? 재료 살 돈. 전기요금. 너 배달하는 시간.”

도윤은 냉장고 쪽을 봤다.

“적자는 아니야.”

“적자가 아니라는 걸 뭘로 계산했는데?”

“점심에 번 돈으로 저녁 재료 사면 되잖아.”

“너 일한 건 돈이 아니야?”

동생의 얼굴이 굳었다. 하진은 소리를 높이지 않으려고 물컵을 들었다. 물은 차지도 미지근하지도 않았다. 어느 때 따라 놓았는지 모를 온도였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는 거야. 엄마가 했다고 네가 계속할 필요 없어.”

도윤은 안내문을 접었다. 가운데가 아니라 날짜가 보이지 않게 위로 접었다.

“누나는 안 하고 갔으니까 쉽게 말하지.”

미래가 의자를 밀었다. 바닥을 긁는 소리가 두 사람의 말을 끊었다.

“둘 다 밥 안 먹었잖아. 먹고 싸워.”

막내는 주방에서 남은 밥을 가져왔다. 세 그릇에 나눠 담다 모자라 자기 그릇을 작게 채웠다. 하진이 그 그릇을 바꾸려 하자 미래가 손을 막았다.

“나한테 주지 마. 내가 덜 먹으려고 퍼 온 거 아니야. 밥이 모자란다고 말하는 거야.”

그 말 앞에서 하진은 다시 멈췄다. 어머니가 있었을 때에도 식당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모자란 것을 나눴다. 누군가는 적게 먹고, 누군가는 먼저 먹었는지 몰랐다. 배가 고픈 사람은 밥이 적다고 말하기 전에 미안하다고 했다.

하진은 전기밥솥 안을 들여다봤다. 바닥에 남은 밥을 끓는 물에 풀어 누룽지로 만들었다. 냄비가 데워질 때까지 기다리며 동생들 앞에 있던 안내문을 다시 폈다.

“한 달만 하면 어떻게 나눌 건데?”

도윤이 고개를 들었다.

“정말 할 거야?”

“질문한 거야. 네가 또 혼자 점심을 열면 정리도 못 하니까.”

미래가 녹음기를 내려놓고 종이를 가져왔다. 하진은 주방, 도윤은 배달, 미래는 홀이라고 적었다. 그 아래에 각자의 원래 일을 적으라고 했다. 도윤은 밤 배달 시간표를, 미래는 다음 주 원고 마감을 썼다.

하진은 회사라고 적었다. 휴가 사흘이라는 글씨까지 쓴 뒤 조금 머뭇거렸다. 고쳐 쓰지는 않았다.

“주방을 맡아도 매일 있을 수는 없어. 회사 가는 날은 반찬을 전날 만들든 메뉴를 줄이든 해야 해.”

도윤이 주방 아래에 자기 이름을 쓰려 하자 미래가 볼펜을 가져갔다.

“오빠가 다 한다고 쓰지 말자. 그럴 거면 셋이 하는 게 아니잖아.”

도윤은 한참 종이를 보다가 자기 이름을 배달 칸에만 남겼다. 그때 하진의 전화기에 회사 메신저 알림이 떴다. 월요일 시식회에 쓸 새 메뉴 사진이었다. 동료가 양념이 분리됐다며 어디까지 고쳐야 할지 물었다.

하진은 화면을 확대했다. 동료가 세 번째로 만든 시제품이었다. 여기서 식당을 하겠다고 마음먹어도 저 주방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사라지지 않았다.

“답장부터 해.”

미래가 말했다. 도윤이 반찬 접시를 옮기고 하진 쪽 자리를 넓혔다. 하진은 잘못 넣은 재료 순서를 짧게 설명한 뒤, 오늘은 오후 네 시 이후에 다시 확인하겠다고 적었다. 바로 전화를 받아 해결하던 때와 달랐다.

“내가 맡은 것도 여기 적어야겠네.”

하진은 회사 칸에 시식회 날짜를 덧붙였다. 도윤은 한 달 달력에서 그 날짜를 동그라미로 표시했다. 서로 무엇 때문에 자리를 비우는지 알면, 빈자리가 모두 버림은 아닐 수 있었다.

하진은 누룽지를 세 그릇에 나눴다. 미래의 그릇에도 같은 양을 담았다. 셋이 먹기 시작하자 냄비 바닥이 보였다.

문 위의 종이 다시 울렸다.

노인이 파란 종이 한 장을 들고 서 있었다. 하진은 식사권을 알아봤다. 예전에 어머니가 회사 근처 작은 인쇄소에서 찍어 오던 종이였다. 손님은 종이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메뉴판을 봤다.

“오늘 국은 뭐야?”

도윤이 먼저 일어났다. 하진은 남은 밥이 없다고 말하려다가 종이에 찍힌 날짜를 봤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이었다. 뒷면에는 식사 횟수 열 번이라고 적혔고, 세 칸에만 도장이 찍혀 있었다.

“그거 어디서 받으셨어요?”

“정희 씨한테 샀지. 그날 은행 가는 김에.”

하진은 노인의 말끝을 붙들었다. 받은 것이 아니라 산 것이었다. 돈은 이미 받았는데 밥은 아직 일곱 번 남아 있었다. 도윤이 카운터 서랍을 열었다. 파란 종이 묶음이 고무줄에 끼워져 있었다.

외상 장부라고 생각한 곳이었다.

미래가 자기 앞의 밥을 봤다. 노인은 배고파 보였지만 남의 밥상을 빼앗으려는 사람처럼 서 있는 것이 미안했는지 의자를 당기지 못했다.

하진은 노인에게 의자를 내밀었다.

“국은 조금 기다리셔야 해요. 밥은 지금 새로 하고요.”

“문 닫는다고 해서, 남은 건 버릴까 했는데.”

“버리지 마세요.”

하진은 파란 종이를 도윤에게 넘겼다. 남은 칸을 세라고 하지 않았다. 동생이 종이를 오래 만져 본 손이라는 걸 그제야 알았다.

도윤은 자기 그릇을 노인 앞에 놓으려 했다. 하진은 그릇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먹을 건 먹어. 손님 건 따로 해야지.”

그녀는 주방으로 돌아갔다. 쌀을 씻는 물이 뿌옇게 흐르다가 맑아졌다. 어머니는 손바닥으로 쌀을 눌러 보며 물을 맞췄다. 하진은 계량컵을 꺼냈다. 도윤이 옆에서 뭐라고 하려다가 말을 삼켰다.

“엄마랑 똑같이 안 할 거야.”

하진이 말했다.

“알았어.”

동생은 수납장 문을 다시 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주방 동선을 막지 않도록 바닥에 앉았다. 미래는 노인의 젖은 식사권을 마른 받침 위에 펼쳤다. 셋의 손이 서로 다른 곳에서 움직였다.

밥이 되는 동안 하진은 출입문 유리에 폐업 안내를 붙였다. 마지막 영업일이라는 글씨가 바깥을 향했다. 종이 아래에 자기 손이 비쳤다. 아까 손님이 어머니의 손과 같다고 말한 그 손이었다.

하진은 안내문 아래에 한 줄을 더 썼다.

남은 식사권을 가져와 주세요.

카운터에서 도윤이 고무줄을 풀었다. 파란 종이가 생각보다 많이 쏟아졌다. 그 가운데 흰 봉투 하나가 미끄러져 내려왔다. 봉투 겉면에는 어머니의 글씨로 세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도윤이 봉투를 잡으려 했지만 미래가 먼저 읽었다.

가게 말고, 너희가 나누어 가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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