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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 없는 산의 구조 요청3화

지도에 없는 산의 구조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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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세 명 중 한 명

지훈은 무전기의 전원을 끄고도 목소리를 들었다.

산장 안은 조용했다. 도윤은 의료 담요를 덮고 잠들어 있었고, 한별은 기압계를 다시 확인하고 있었다. 박노인은 문 가까이에서 낡은 지도를 접었다. 무전은 꺼져 있었지만, 서지훈을 부르는 목소리는 산장 벽 안쪽에서 울렸다.

“유민 목소리예요?” 한별이 물었다.

“아니요. 도윤 목소리와 같아요.”

지훈은 무전기 전지를 분리했다. 스피커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벽면을 두드려 소리의 방향을 확인했다. 창문 아래쪽 벽에서 빈 소리가 났다. 노인은 그곳에 예전 산악 무전기 중계 장치가 있었다고 했다.

“그 장치는 철거했잖아요.”

“선은 남았을 수 있어.”

한별은 장비를 이용해 벽 안쪽의 전자 신호를 확인했다. 송신 주파수는 현재 구조대가 쓰는 대역과 달랐다. 하지만 호출음의 간격은 같았다. 그녀는 신호를 기록하면서도 무전으로 답하지 말라고 했다. 발신자가 누군지 확인되지 않았다.

도윤이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산장에 왜 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자신의 이름을 듣고서야 누구인지 떠올렸다. 그는 자신이 2015년에 실종됐다는 말을 계속 반복했지만, 자신이 구조됐다는 사실도 이해하지 못했다.

“당신이 무전으로 지훈을 불렀어요.”

“나는 안 불렀어요.”

“그럼 누가 당신 목소리를 썼을까요?”

도윤은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한 적이 없다고 했다. 지훈은 수첩에 그의 진술을 적고, 이전 진술과 비교했다. 처음 구조 때는 세 명이라고 했고, 지금은 둘이라고 했다. 말이 바뀌는 순간은 무전 호출 직후였다.

한별은 구조 기록에서 11년 전 눈사태의 수색 지도를 찾았다. 당시 구조대가 접근한 좌표는 현재 무전이 부르는 위치와 400미터 차이가 났다. 좌표계가 달라서 생긴 차이일 수도 있었다. 옛 지도는 북쪽 기준이 아니라 자기 북극을 사용했고, 현재의 지도와 자북 편차를 맞춰야 했다.

노인은 지도 위에 손가락을 얹었다. “이 길은 폐쇄된 게 아니야. 이름이 바뀌었을 뿐이지.”

지훈은 그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노인은 지도를 접어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의 걸음은 익숙한 방향으로 향했다. 한별은 그를 따라가려 했고, 지훈은 구조 대상인 도윤을 산장에 남겨 둘 수 없다고 했다. 네 사람은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바람이 거세지자 지훈은 능선 진입을 취소했다. 노인은 반대했지만, 한별은 기압이 빠르게 떨어지는 것을 보여 줬다. 눈이 올 수도 있었다. 지훈은 산장 안에서 방향 탐지기를 작동시켰다. 신호는 북쪽이 아니라 산 아래 계곡에서 왔다. 무전 좌표와 신호 방향이 맞지 않았다.

도윤은 창문 밖을 보다가 손가락으로 계곡을 가리켰다. “엄마가 저기 있어요.”

노인이 그의 손을 내렸다. “거긴 절벽이야.”

“아니요. 산 아래에서 기다린다고 했어요.”

지훈은 도윤에게 지금은 이동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그가 원한다면 새벽에 안전한 경로로 내려갈 수 있었다. 도윤은 자신이 어머니를 찾으러 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한별이 보여 준 지도에는 안전한 접근로가 없었다.

무전기 없이도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세 명 중 한 명이 떨어졌다.”

노인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11년 전 구조 기록에서 실종자는 두 명이라고 했다. 한 사람은 도윤의 어머니, 다른 한 사람은 당시 구조대 보조원이었다. 기록에는 보조원의 이름이 없었다.

지훈은 3년 전 실종된 동료 유민의 기록을 떠올렸다. 유민은 당시 보조원으로 그 수색에 참여했다. 그는 사라진 두 번째 사람이 아니라, 세 번째 구조자였을 수 있었다.

노인은 낡은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 “그날 내가 먼저 산장으로 돌아왔어. 유민은 뒤에 남았지. 나는 그를 기다렸지만, 다시 올라가지 않았다.”

그의 고백은 죄책감처럼 들렸지만, 아직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지훈은 노인의 무전기를 열어 배터리 기록을 봤다. 기기는 11년 전 모델이었고, 수리 흔적이 최근에 남아 있었다. 누군가 매일 같은 시각에 충전을 하고 있었다.

지훈은 구조대 본부에 추가 수색을 요청했다. 기상 악화 때문에 승인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는 인원 수와 로프 길이, 철수 시각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한별은 기압이 떨어지는 속도를 계산해 20분 뒤에 시야가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본부는 산장 주변의 안전 구역을 유지하되 능선으로 진입하지 말라고 했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예요.” 한별이 말했다.

“저 불빛이 움직이고 있어요.”

“움직이는 불빛이 사람이라는 증거는 없어요.”

지훈은 무전 응답이 없는 상태로 구조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산장 바깥의 표식등을 켜고, 그 불빛을 향해 응답 신호를 보내기로 했다. 세 번의 흰색 점멸은 구조대 위치, 한 번의 적색 점멸은 접근 금지를 의미했다. 그들은 정해진 신호만 반복하고, 상대가 응답하기를 기다렸다.

첫 번째 불빛은 흰색 신호에 두 번 깜빡였다. 두 번째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세 번째 불빛은 천천히 산장 쪽으로 움직였다. 한별은 그 움직임의 속도를 측정했다. 사람의 걸음이라면 너무 느렸고, 바람에 밀리는 불빛이라면 너무 일정했다.

도윤은 침상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갔다. “그 사람이 나를 찾고 있어요.”

“누구요?”

“나도 몰라요. 그런데 문을 열어야 해요.”

지훈은 문을 잠그지 않고, 도윤이 바깥으로 나가지 않도록 앞에 섰다. 그에게 왜 밖으로 가야 하는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설명을 요청했다. 도윤은 누군가 자신을 찾고 있다면 혼자 두고 싶지 않다고 했다. 지훈은 그 마음을 인정하면서도, 기상 상황과 위치 불명을 알려 줬다. 도윤은 잠시 생각한 뒤 지금은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

박노인은 옛 무전기의 스피커를 분리했다. 배터리를 빼도 신호가 들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하려 했다. 기기 내부에는 최근 교체된 작은 송신기가 들어 있었다. 노인은 자신이 장치를 개조한 적이 없다고 했다. 누군가 산장에 들어와 설치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한별은 장치의 일련번호를 확인했다. 송신기는 3년 전 실종된 유민의 구조 장비와 같은 모델이었다. 유민의 장비는 수색 후 회수되지 않았다. 지훈은 무전기를 건드리지 않은 채 사진을 찍고, 본부에 장비 번호를 보고했다. 기록에는 유민의 장비가 회수된 것으로 처리돼 있었다.

“누가 회수했다고 보고했나요?”

노인은 당시 자신이 신고서를 작성했다고 했다. 그는 장비를 찾지 못했지만, 구조대장에게 이미 회수됐다고 들었다. 그 말을 믿고 서명했다. 자신이 왜 확인하지 않았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지훈은 유민의 실종 때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로 했다. 확인하지 못한 장비를 회수했다고 기록하지 않고, 찾지 못했다고 적었다. 동시에 장비가 산장에 있는 이유를 조사 요청했다. 그 선택으로 구조대 내부의 과거 기록이 다시 열릴 수 있었다.

도윤은 무전기를 멀리서 바라보며 한 말을 반복했다. “세 명 중 한 명은 떨어졌다.” 이번에는 자신이 그 문장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했다. 지훈은 그것이 기억인지, 계속 들은 소리를 따라 하는 것인지 물었다. 도윤은 둘 다일 수 있다고 답했다.

지훈은 도윤을 구조 수첩의 증인으로 기록했다. 그가 말한 날짜와 현재 날짜를 나란히 적고, 어느 하나를 지우지 않았다. 한별은 불빛이 가까워질 때마다 기압이 반대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다. 산장 근처에 국지적 저기압이 생기고 있었다.

그때 산장 무전기에서 지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셋 다 데리고 와.” 지훈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는 음성 기록을 저장하지 못했지만, 한별과 노인도 같은 말을 들었다.

한별은 창밖의 능선에 불빛 세 개가 켜지는 것을 보았다. 하나는 산장 앞, 하나는 북쪽 절벽, 하나는 지도에 없는 빈 공간에 있었다. 마지막 불빛은 천천히 움직였다.

무전기가 꺼진 상태에서 유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훈아, 이번엔 셋 다 데리고 와.”

지훈은 무전기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호출 시각과 목소리가 나온 방향을 구조 수첩에 적었다. 한별은 녹음 장비를 켜고, 박노인은 옛 지도에서 능선의 경계를 짚었다. 누구도 셋 다 데리고 오라는 말에 따라 움직이지 않았다.

도윤은 침상에서 일어나 나갈 준비를 했다가, 지훈이 앞을 막자 멈췄다. 그는 혼자 가고 싶은 게 아니라, 누군가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지훈은 수색을 시작할 수 없는 이유와 날이 밝으면 다시 판단할 절차를 설명했다. 도윤은 잠시 고민한 뒤 밖으로 나가지 않기로 했다.

한별은 불빛 세 개의 위치를 지도에 표시했다. 그중 하나는 산장 앞, 하나는 폐쇄 능선, 마지막 하나는 지도에서 지워진 좌표에 있었다. 불빛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동안, 노인은 오래된 무전기의 배터리 덮개를 열었다. 안쪽에는 손으로 쓴 호출 부호가 남아 있었다.

유민의 이름 아래, 낯선 구조자 한 명의 이름이 더 있었다. 글씨는 지워지다 말았고 첫 글자만 읽혔다. ‘서’. 지훈은 그 흔적을 촬영하고, 날이 밝은 뒤 대조하기로 했다.
지훈은 본부에 셋 다 데리고 오라는 호출을 보고했다. 본부는 위치를 확인할 때까지 산장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했다. 그는 지시를 따르되, 다음 구조를 준비할 수 있도록 로프와 의료 장비를 정리했다. 동료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해서 곧바로 산으로 뛰어들지는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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