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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집 골목의 세 가지 국물3화

만두집 골목의 세 가지 국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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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한 냄비로 합칠 수 없는 것

민재는 세 집 이름 옆에 적힌 날짜를 들고 춘희의 국밥집을 찾았다. 날짜는 아버지가 쓰러지기 사흘 전이었다. 춘희는 그날 배수 공사 업체가 왔고, 아버지가 가게 셔터를 내린 뒤 세 사람이 한참 이야기했다고 했다. 자신은 그때 정배와 다툰 뒤라 자리를 피했다. 세 번째 국물 이야기는 그보다 훨씬 오래전에 시작됐지만, 아버지가 왜 그날 다시 이름을 적었는지는 몰랐다.

“어머니가 오셨던 날이기도 해.” 춘희가 말했다.

민재는 그 말을 처음 들었다. 어머니는 민재가 열 살 때 집을 나갔고, 그 뒤로 연락이 뜸했다. 가족들은 어머니가 가게를 떠났다고만 했지, 골목에 왔다는 얘기는 한 적이 없었다. 민재는 어머니가 어떤 국물을 남겼는지 물었다. 춘희는 자신이 가진 기억을 사실처럼 말하면 안 된다며, 병실에서 아버지가 깨어나면 직접 물어보라고 했다.

그날 오전 임대인 대리인에게서 정정 견적서가 왔다. 공용 배관 교체비와 점포 내부 배수구 공사비가 분리되어 있었다. 서씨 만두가 부담할 금액은 처음 통지서보다 줄었지만, 당장 납부하기엔 여전히 큰돈이었다. 민아는 병원비와 월세를 함께 적은 표를 다시 만들었다. 그녀는 가게 영업을 늘려 매출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공사비 일부를 납부하고 나머지는 두 차례로 나누는 안을 제안했다.

민재는 대리인과 통화했다. 그는 공용 공사에 해당하는 금액을 건물주가 부담한다는 조건을 확인하고, 자기 점포 몫의 첫 회분을 약속했다. 대리인은 다른 점포와 형평을 맞춰야 한다고 했지만, 분리 견적이 나온 만큼 점포마다 실제 공사 범위가 다르다고 인정했다. 민재는 서면으로 합의 내용을 받아 장부에 붙였다. 추후 추가 비용이 생기면 사전에 동의를 구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가게를 잠시 비우는 동안 춘희가 주문 전화를 받기로 했다. 그녀는 맑은 국물만 파는 서씨 만두와 국밥집이 같은 손님을 두고 경쟁하게 될 거라고 말했다. 민재는 춘희가 도와주는 만큼 빚을 지는 기분이 들었다. 춘희는 서로의 재료와 손님을 빼앗지 않는 선에서 임시로 영업을 돕는 것이라고 했다. 민재는 정확한 시간을 정해 달라고 했고, 춘희는 점심 한 시간 동안 주문 전달만 맡겠다고 했다. 가게의 돈과 재료는 민재가 관리하기로 했다.

점심 장사가 시작되자 국물 냄새가 골목으로 퍼졌다. 정배는 셔츠를 맡기러 오는 손님들에게 오늘은 서씨 만두가 시식 그릇을 내놓는다고 알렸다. 민재는 그 사실을 듣고 당황했다. 시식은 세 국물의 맛을 비교하는 작은 자리로 준비하려던 것이었다. 가게가 혼잡해지면 사람마다 다른 맛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는 정배에게 먼저 물어보지 않고 손님을 부른 일을 지적했다. 정배는 골목 사람들에게 알리기 전에 민재에게 물었어야 한다고 인정했다.

“취소할까요?”

“이미 오겠다고 한 분들까지 돌려보내진 않을 거예요. 대신 오늘은 한 그릇씩만 내고, 레시피는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민재는 시식 자리를 점심 피크가 지난 두 시로 옮겼다. 민아는 아버지 병원에 다녀온 뒤 참석하겠다고 했다. 춘희는 자신의 국밥집에서 쓰는 맑은 육수를 아주 작은 보온통에 담아 오기로 했다. 정배는 자신이 기억하는 아버지의 국물을 가져오겠다고 했다. 민재는 그들이 각자 내놓는 것을 허락했지만, 가게 메뉴로 묶어 팔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두 시가 되자 손님 다섯 명이 좁은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첫 그릇은 민재의 멸치와 무 국물이었다. 두 번째는 춘희의 대파 뿌리와 사골을 우린 국물이었다. 세 번째는 정배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표고 국물이었다. 세 그릇은 색부터 달랐다. 민재는 아버지 국물과 가장 비슷한 그릇이 무엇인지 손님들에게 묻지 않았다. 대신 각자 어떤 때에 찾고 싶은 맛인지 물었다.

세탁소 손님은 정배의 국물이 오래 기다린 날에 어울린다고 했다. 점심마다 서씨 만두에 들르던 경비원은 민재의 국물이 부담 없이 먹기 좋다고 말했다. 춘희의 국물은 감기 기운이 있을 때 생각난다는 사람이 있었다. 같은 골목에 세 가지가 있어 다행이라는 말도 나왔다. 민재는 그 말을 장부 뒷면에 적었다. 아버지의 맛을 복원하는 게 목표라고 여겼는데, 손님들은 누구의 맛인지보다 자기 삶의 어떤 순간에 그릇을 찾았는지 말했다.

시식이 끝난 뒤 민아가 병원에서 돌아왔다. 그녀는 자리에 앉자마자 세 그릇을 한 숟가락씩 맛봤다. 민재는 어머니가 남긴 국물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느냐고 물었다. 민아는 대답하기 전에 앞치마 끈을 풀었다. 어머니가 집을 나가기 전, 민아에게는 다시마를 불리는 시간과 간을 보는 순서를 가르쳤다고 했다. 민재에게는 밀가루 반죽을 다루는 법을 가르쳤다. 두 사람에게 다른 것을 알려 준 이유를 민아는 몰랐다. 어머니가 남긴 조리 카드가 자신의 짐 속에 한 장 남아 있었지만, 아버지가 쓰러진 날까지 공개하지 않았다고 했다.

“왜 지금 말해?”

“네가 그 종이를 아버지한테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어. 내 카드가 네가 찾는 답처럼 보일까 봐.”

민아는 가방에서 작은 조리 카드를 꺼냈다. 카드에는 ‘다시마는 찬물에서 시작하고, 민재가 빚은 만두와 함께 끓이지 말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마지막 문장은 지워졌다가 다시 쓰인 흔적이 있었다. 민재는 그 문장을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뜻으로 읽었다. 민아는 어머니가 각자의 솜씨를 한데 합쳐 하나의 비법으로 만들지 말라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억이 흐려져 이유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때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아버지가 잠시 눈을 떴고, 가족을 알아본 것 같다는 연락이었다. 민재와 민아는 병원으로 향했다. 병실에서 아버지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민아가 손을 잡자 손가락을 움직였다. 민재는 장부에서 찾은 세 집 이름과 날짜를 말해 주었다. 아버지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 민재가 조리 노트를 찾고 있다고 하자 아버지는 고개를 아주 조금 저었다.

“노트는… 셋이 나눠 가졌어.” 아버지가 힘겹게 말했다.

민재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묻고 싶었지만, 민아가 먼저 물을 준비를 했다. 아버지는 문장을 잇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간호사가 면회를 끝내 달라고 했다. 민재는 더 묻지 않았다. 병실 밖에서 민아가 카드에 적힌 자기 몫을 보여 줬다. 민재는 어머니의 글씨와 아버지의 글씨를 비교했다. 글씨가 달랐지만, 두 사람 모두 레시피를 통째로 한 사람에게 넘기지 않으려 했던 것 같았다.

병원을 나서며 민아는 조리 카드를 다시 접었다. 민재가 왜 그동안 숨겼느냐고 묻자, 민아는 아버지에게 먼저 보여 주면 자신이 레시피를 독점하려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겁났다고 했다. 그녀는 간호 일과 가게 일을 함께 하느라 지쳤고, 언젠가 가게를 떠나더라도 가족에게 이기적인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았다.

“네가 계속 여기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적 없어.” 민재가 말했다.

“그 말은 지금도 해 줄 수 있어?”

민재는 대답을 서두르지 않았다. 가게를 이어받을지, 병원 일을 계속할지, 두 사람은 각자 선택할 수 있어야 했다. 대신 장부를 공유하고 필요한 때 업무를 나누자고 제안했다. 민아는 당장 병원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게에는 매주 한 번만 와서 계정을 확인하고, 조리에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민재는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두 남매는 병실의 일을 해결했다고 여기지 않았지만, 서로에게 맡길 수 있는 범위를 처음으로 정확히 정했다.
가게로 돌아온 두 남매는 정배와 춘희를 불렀다. 정배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표고를 고르는 법이 적힌 쪽을 맡겼다고 했다. 춘희는 자신이 가진 건 배합이 아니라 끓이는 불의 세기와 시간을 적은 종이라고 밝혔다. 각자 그 조각을 보관했던 이유가 달랐다. 정배는 가게 문을 닫은 뒤 아버지가 다시 찾아가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기다렸고, 춘희는 가족 사이의 일을 대신 결정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민아는 자신의 카드가 남매에게 공평하게 나뉜 줄 알았지만, 민재에게는 반죽법이 이미 전해져 있었다.

“그럼 아버지는 우리한테 뭘 남기려 한 거지?” 민재가 물었다.

“한 냄비에 섞으라고 남긴 건 아닌 것 같아.” 춘희가 말했다.

민재는 세 조각의 기록을 복사해 한 권으로 묶자는 제안을 거절했다. 각자 원본을 가지고, 함께 조리할 때만 서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공유 문서를 만들면 편하겠지만, 레시피를 공개하는 범위는 각자 정해야 했다. 정배는 일부 기록을 가게 손님에게 공개해도 좋다고 했고, 춘희는 자기 국밥집 재료는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다. 민아는 어머니의 카드는 남매에게만 보여 주기로 했다.

민재는 장부의 ‘골목 몫’을 지우지 않았다. 대신 점포별 수리비와 공동 비용을 나눠 적었다. 공사 비용은 정정 견적과 합의서에 따라 납부하기로 했다. 세 국물은 메뉴에 나란히 올리지 않았다. 아직 가게가 감당할 수 있는 건 자신이 만든 맑은 국물 하나였다. 그는 정배와 춘희가 내놓은 조리 조각에 감사하다고 말했고, 나중에 함께 끓여 보고 싶을 때 다시 약속을 잡자고 했다.

집에 돌아가기 전 민아는 어머니에게 연락할지 물었다. 민재는 당장 레시피를 확인하려고 전화하지 않겠다고 했다. 어머니가 왜 떠났는지 묻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지만, 병실의 아버지에게 답을 요구한 것처럼 어머니에게도 한 번에 모든 말을 해 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는 우선 카드에 적힌 다시마 시간을 직접 실험해 보겠다고 했다. 민아는 그 선택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날 마지막 주문은 두부만두와 맑은 국물이었다. 민재는 그릇을 내며 오늘 끓인 국물이라고 설명했다. 손님은 한 숟가락 먹고 담백하다고 말했다. 민재는 아버지의 맛이라고 고치지 않았다. 세 가지 국물은 여전히 각자의 주인과 이유를 갖고 있었다. 아버지가 깨어나 더 말할 수 있게 되면, 그 이유를 하나씩 듣기로 했다. 그때까지 민재는 자기 냄비의 불을 직접 조절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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