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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집 골목의 세 가지 국물4화

만두집 골목의 세 가지 국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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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두 번째 냄비의 자리

민재는 냉장고 앞에서 만두소 통을 들고 서 있었다. 다시마를 담근 용기 두 개가 그 통의 자리를 차지했다. 옆 선반이 비어 보였지만 안쪽에는 두부 통이 있었다.

목요일 새벽이었다. 그는 만두소를 작업대에 내려놓고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민아에게 보낸 문장은 두 줄이었다.

‘찬물에서 시작. 내가 빚은 만두와 같이 끓이지 말 것. 이렇게 적혀 있었지?’

답은 짧았다.

‘맞아. 시간은 안 적혀 있어.’

민재는 수첩에서 ‘어머니의 시간’이라고 쓴 말을 지웠다. 그 아래에 삼십 분과 육십 분을 적었다. 지금부터 재려는 시간은 자기 것이었다.

카드를 찍어 보내 달라고 쓸 뻔했지만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았다. 문구는 확인했다. 지워진 자국까지 들여다본다고 오늘 냄비에 넣을 양이 정해지지는 않았다.

두 용기에는 같은 봉지에서 꺼낸 다시마를 오 그램씩 넣었다. 물도 같은 계량컵으로 오백 밀리리터씩 부었다. 냉장고에 같이 넣은 뒤 하나는 삼십 분에 건지고 다른 하나는 더 두었다. 끝난 용기에서 다시마를 꺼내 뚜껑을 닫자 둘은 같은 선반에 다시 들어갔다. 만두소는 다른 통을 옮겨 자리를 낸 뒤에야 넣을 수 있었다.

한 시간 뒤 멸치와 무를 건진 기본 국물을 작은 냄비 두 개에 같은 양으로 나눴다. 각각의 다시마 우린 물도 같은 양씩 보태 데웠다. 소금은 저울에 올려 똑같이 넣었다.

첫 숟가락은 뜨거워 혀보다 윗입술에 먼저 닿았다. 민재는 시식 그릇 둘을 옆으로 밀었다가 조금 식은 뒤 다시 맛봤다. 육십 분 쪽은 무를 삼키고 난 뒤에도 맛이 조금 더 남았다. 삼십 분 쪽은 가벼웠다. 어느 쪽도 어머니가 만들던 국물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오늘 점심에는 육십 분 쪽을 쓰기로 했다. 삼십 분 용기에는 시험용이라고 붙였다.

만두 네 알은 맹물을 받은 냄비에 따로 삶았다. 한 알을 건지다가 피가 터져 두부가 물속에 흩어졌다. 국물 냄비는 여전히 맑았다.

‘만두와 따로 끓임. 한 알 터짐. 국물에는 안 들어감.’

민재는 거기까지만 썼다. 어머니가 자신을 못 믿었다는 문장은 쓰지 않았다. 터진 만두는 건져 자기 아침 그릇에 담았다.


아침상을 치우고 다시 냉장고를 열었을 때도 빈자리는 없었다. 점심 국물을 넉넉히 준비하려면 다시마 물을 더 만들고 만두도 더 빚어야 했다. 용기를 겹쳐 놓자 뒤쪽 만두소 통을 꺼낼 수 없었다.

민재는 휴대전화를 들었다. 민아에게 오전에 잠깐 올 수 있느냐고 묻는 대신 장부를 볼 요일을 물었다.

‘일요일 오후. 한 시간은 돼. 이제 근무 들어가.’

‘그때 맞춰 둘게. 오늘은 안 와도 돼.’

보내 놓고 보니 마지막 문장이 이상했다. 민아가 오겠다고 한 적은 없었다. 그는 뒤에 한 줄을 더 보냈다.

‘점심은 내가 준비한 만큼만 받을게.’

답을 기다리지 않고 국밥집으로 갔다. 춘희는 냉장고 아래 칸에 대파가 든 바구니를 밀어 넣고 있었다. 민재가 다시마 물 한 통을 맡아 줄 수 있느냐고 묻자 그녀는 열린 문 안을 가리켰다. 뼈를 담은 통 위에 납품 날짜가 붙어 있었다.

“그것도 들어갈 데가 없어요?”

“오늘 쓸 걸 꺼내야 내일 쓸 게 들어가.”

춘희는 걸린 바구니를 다시 빼서 방향을 돌린 뒤 냉장고 문을 닫았다. 민재는 통을 빌려 달라는 말도 하지 못했다. 더 담을 그릇이 생긴다고 넣을 곳이 생기는 건 아니었다.

“주문 전화도 오늘은 내가 받아요. 어제 시간 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춘희는 고무장갑을 당겨 끼웠다.

“안 받는 주문부터 정해. 전화 받을 때 생각하면 늦어.”

가게로 돌아온 민재는 두부만두 스물네 그릇분을 세었다. 고기만두 속 재료는 아직 손질하지 않았다. 둘을 같이 준비하면 점심 전에 국물 간을 볼 시간이 줄었다. 그는 고기만두 옆에 ‘저녁 준비 예정’을 붙이고 맑은 국물과 두부만두만 점심 칸에 남겼다.

비교를 마친 시험 용기를 비우고 씻었다. 그 자리에 만두소를 넣었다. 판매용 다시마 물은 육십 분 뒤 건져 멸치와 무 국물에 보탰다. 점심에 낼 국물은 모두 여섯 리터였다.

작은 냄비에 절반을 옮겼고 큰 냄비에는 세 리터를 남겨 데웠다. 만두 삶는 냄비까지 놓으니 작업대에서 그릇을 둘 자리가 손바닥 두 개만큼 남았다.

민재는 작은 냄비 안쪽 수위를 봤다. 한 그릇에 이백오십 밀리리터씩이면 열두 그릇이었다. 국자의 안쪽 눈금을 확인하고 손잡이가 주문표 쪽으로 나오게 놓았다. 아침보다 준비가 느렸지만 계산은 맞았다.


경비원 손님이 숟가락을 내려놓았을 때 민재는 만두 체를 들고 있었다.

“오늘은 국물이 좀 짜네.”

“아침에 간 봤을 때는 괜찮았는데요.”

말을 마친 순간 작은 냄비에서 김이 세게 올라왔다. 옮긴 국물을 데우려고 올린 불이 그대로였다. 첫 주문이 들어왔을 때 만두 냄비 불만 줄였던 게 떠올랐다.

민재는 체를 내려놓고 새 시식 그릇에 국물을 떴다. 소금 맛이 먼저 치밀었다. 혀끝에 남는 맛은 아침에 고른 육십 분짜리와 달랐다.

벽에 붙인 주문표에는 나간 그릇이 여덟 개였다. 세 리터에서 두 리터를 덜었으면 한 리터가 남아 있어야 했다. 그는 불을 끄고 냄비 안의 국물을 계량 용기에 옮겼다. 칠백 밀리리터 남짓이었다.

“국물 다시 맞추겠습니다. 새 걸로 드릴게요.”

경비원의 그릇을 거두자 문 쪽 손님이 시계를 봤다. 두부만두 포장을 기다리던 사람이었다.

“얼마나 걸려요?”

민재는 ‘금방’이라는 말을 삼켰다. 국물을 되돌리고 간을 확인하는 동안 만두도 새로 건져야 했다.

“십 분쯤 더 필요합니다. 기다리기 어려우시면 취소해 드릴게요.”

손님은 오후 작업에 늦는다며 포장을 취소했다. 민재는 받은 돈을 돌려줬다. 만두는 아직 삶기 전이었다. 주문표 한 줄에 선을 긋고 다른 손님에게도 같은 시간을 알렸다.

주전자에서 새 물을 끓였다. 냄비에 국물을 돌려놓고 끓인 물 삼백 밀리리터를 더했다. 다시 데워 새 그릇으로 간을 확인했다. 이번에는 짠맛이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는 수첩에 보탠 물의 양을 적었다.

불을 낮추고 뚜껑을 얹었다. 남은 국물의 수위를 눈으로 한 번 더 익힌 뒤 경비원에게 새 국물을 냈다. 돌아온 것은 싱크대에 버렸다. 만두는 국물 문제를 확인하는 동안 이미 다 먹은 뒤였다.

경비원이 국물을 맛봤다.

“이건 괜찮네. 만두피도 오늘은 덜 퍼졌어.”

민재는 빈 만두 접시를 봤다. 떨어진 피 한 조각에도 빚을 때 잡은 주름이 남아 있었다.

“국물하고 따로 삶았어요.”

“그래? 그런데 오래 걸리면 나는 점심 때 못 오지.”

민재는 웃으려다 고개만 끄덕였다. 덜 퍼지는 만두를 만들었어도 빨리 낼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였다.

다음 주문부터는 국물을 덜기 전에 냄비를 봤다. 작은 냄비가 비면 큰 냄비에서 옮겼다. 옮길 때도 간을 확인했다. 국자를 쥔 손으로 전화기를 받으려다 물을 떨어뜨렸다. 그는 손을 닦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오늘 준비한 만두만큼만 받을 수 있다고 먼저 말했다.


점심 손님이 빠지자 삶지 않은 만두 두 그릇분이 남았다. 민재는 팔린 스물두 그릇을 적었다. 취소한 한 건은 판매 합계에서 빼고 따로 표시했다. 그 주문에 쓰려던 만두도 남은 두 그릇분에 포함돼 있었다.

만두를 냉장고에 넣고 시험용 다시마 물까지 포함한 재료비를 적었다. 정배가 늦은 점심을 먹으러 왔다. 민재는 남은 만두 한 그릇분을 꺼내 삶았다.

정배는 국물 그릇을 당기다가 수첩의 육십 분이라는 글씨를 봤다.

“그 시간이 네 아버지 기록에 있어?”

“제가 정한 시간이요. 오늘은 두 번 해 봤어요.”

“같은 걸 두 번 확인했어?”

민재는 수첩을 당겼다. 삼십 분과 육십 분을 한 차례씩 비교한 것이었다. 두 번 반복해 같은 결과를 얻은 건 아니었다.

“한 번씩이요. 둘이 달랐어요.”

그는 ‘첫 비교’라고 적었다. 정배에게 어머니 카드의 문장을 보여 주면 한마디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왜 만두를 같이 넣지 말라고 했는지 정배가 기억할지도 몰랐다. 민재는 수첩을 펼쳐 둔 채 휴대전화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만두를 따로 삶으니까 국물은 안 흐려졌어요. 그런데 작은 냄비의 국물이 졸았어요.”

정배는 국물을 한 숟가락 더 먹었다.

“그럼 내일도 이만큼 내?”

민재는 주문표에 지워진 줄을 봤다. 스물네 그릇을 준비했다고 스물네 그릇을 제시간에 팔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는 다음 날도 점심 스물네 그릇까지만 준비하기로 했다. 큰 냄비에 국물을 두고 작은 냄비에는 네 그릇분씩만 옮길 생각이었다. 두 냄비의 수위를 모두 확인해야 했다. 정배에게 맛의 이름을 물어보는 대신 손님이 몰리기 전 네 그릇을 내는 데 몇 분 걸리는지 재 보기로 했다.

정배의 식사까지 판매 스물세 그릇이었다. 남은 한 그릇분은 저녁 준비에 더했다. 민재는 고친 판매 수량과 환불 기록이 있는 장부를 일요일에 볼 자리에 뒀다. 민아에게도 그 위치와 수량을 보냈다. 불 세기와 보충량을 적은 수첩은 가스레인지 옆에 남겼다.

저녁 준비를 시작하려는데 임대인 대리인의 문자가 왔다. 업체가 다음 날 오전 아홉 시부터 정오까지 배관 작업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시간에는 건물 물을 잠가야 하니 영업 가능 여부를 알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민재는 벽의 시계를 올려다봤다. 아홉 시면 국물을 마저 끓이고 만두를 빚을 시간이었다. 정오까지 기다렸다 문을 열면 오늘 취소한 손님처럼 점심을 놓치는 사람이 더 생길 수 있었다.

싱크대에는 씻을 그릇이 남아 있었다. 민재는 수도를 틀고 손에 묻은 밀가루부터 씻었다. 음식만 미리 만들어 놓아서는 그 시간에 문을 열 수 없었다.

그는 단수 구간과 실제 작업 시간, 정오에 물을 쓸 수 있는지가 확정된 내용인지 물었다. 답을 받은 뒤 영업시간을 정하겠다고 썼다.

수첩 맨 아래에는 아직 비어 있는 내일 칸이 있었다. 민재는 준비 수량 옆에 두 가지 안을 적었다. 단수 전에 이른 아침 손님을 받고 쉬는 안과 물이 나온 뒤 늦게 문을 여는 안이었다. 스물네 그릇의 자리를 마련했는데 이번에는 그 그릇을 낼 시간을 골라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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