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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배송 상자에서 지문이 사라졌다2화

새벽 배송 상자에서 지문이 사라졌다

새벽 배송 상자에서 지문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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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기사의 휴대폰은 꺼져 있었다

최나영의 휴대전화가 꺼져 있던 시간은 배송 앱에 완료 기록이 올라온 시각과 겹쳤다. 장혁은 물류센터 안에서 휴대전화를 마지막으로 충전한 시각과 차량 단말기 위치를 맞췄다. 앱은 배송이 완료됐다고 했지만, 회사 차량은 당시 센터 주차장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럼 나영 씨가 배송한 게 아니라는 말이네요.” 센터 관리자 박주원이 말했다.

“차량이 움직이지 않았다는 건 확인됐습니다. 다른 차량을 탔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나영은 근무조 동료와 함께 있었다고 했지만, 동료는 휴대전화가 꺼진 뒤부터 정확한 시간을 기억하지 못했다. 교대 기록에는 나영이 충전대에 단말을 두고 휴게실에 갔다고 적혀 있었다. 그 시간 단말은 잠금이 풀린 채였고, 누구나 들고 나갈 수 있었다.

감식관 이채리는 현장 상자와 분류기에서 복제된 배송번호를 대조했다. 숫자는 같았지만, 라벨의 바코드 줄 간격이 미세하게 달랐다. 두 번째 라벨은 재분류 라인에서 출력된 것으로 보였다. 상자마다 붙는 식별번호가 동일해졌다면, 시스템은 어느 쪽이 원본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같은 번호가 두 개라면 배송 앱은 둘 다 같은 상자로 인식했겠네요.”

“네. 하지만 실제 물건은 따로 움직였을 수 있습니다.”

주원은 재분류 라인의 출력 기록을 열었다. 라벨 출력은 02시 14분 21초, 상자 재투입 스캔은 02시 14분 37초였다. 16초 차이. 그 짧은 시간에 라벨이 새로 출력되고 기존 상자에 붙었다면, 작업자는 포장대를 이미 알고 있어야 했다. 그는 당시 근무자 둘을 조사팀에 연결하겠다고 했다.

나영은 휴대전화를 꺼 둔 이유가 배터리 방전이 아니었다고 정정했다. “배터리가 과열돼서 제가 직접 전원을 껐어요. 충전기에 꽂아 두면 부풀어 오를까 봐 무서웠습니다.”

“그 사실을 관리자에게 보고했나요?”

“근무 끝나고 말하려고 했어요. 그날 센터가 너무 바빠서요.”

그녀는 휴대전화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케이스 한쪽이 들떠 있었지만 배터리가 부푼 흔적은 없었다. 나영은 전원을 켜지 않고, 수리센터에서 받은 진단 영수증을 보여 줬다. 장혁은 영수증을 복사하지 않고 나영의 동의를 받아 사진으로 남겼다. 회사 단말의 작동 상태가 범행 증거와 연결될 수 있어 확인이 필요했다.

“단말을 언제 충전대에 놨어요?”

“02시 06분쯤입니다. 옆에 놓인 다른 기기랑 바꿔 꽂은 적은 없어요.”

주원은 충전대 CCTV를 열었다. 영상에는 나영이 자기 단말을 충전대 왼쪽 끝에 놓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02시 11분, 누군가 화면 밖에서 손을 뻗어 기기를 가져갔다. 얼굴과 몸은 프레임 밖에 있었고, 장갑 낀 오른손만 보였다. 02시 18분에 같은 자리에 다른 단말이 놓였다.

“그게 내 전화일 수 있어요.” 나영이 말했다.

“시간상 가능성은 있지만, 영상만으로 식별할 수 없습니다.”

장혁은 충전대 주변을 확인했다. 기기 밑면에 붙은 자산번호를 찍는 카메라가 있었지만, 그 시각 데이터는 자동 정리로 삭제돼 있었다. 센터 운영팀은 저장 공간을 줄이려고 24시간이 지난 장면을 낮은 해상도로 덮어썼다. 필요한 장면이 남아 있기는 했지만, 작은 번호를 읽을 정도는 아니었다.

주원은 영상 보존 기간을 늘리겠다고 했다. “개인정보 때문에 오래 저장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이해합니다. 다만 사건 확인에 필요한 구간은 별도 보존 절차를 마련해야 해요.”

“작업자들이 감시받는다고 느낄 겁니다.”

나영이 말을 받았다. “우리는 지금도 기록에 감시받아요. 그런데 누가 제 계정을 썼는지 확인할 기록은 없잖아요.”

주원은 반박하지 못했다. 그는 충전대 사용자 확인을 위해 직원들의 동의를 받겠다고 했다. 나영은 본인 단말의 식별번호와 수리 기록만 확인하는 데 동의했다. 동료들의 얼굴을 전체 공개하는 건 원하지 않았다.

장혁은 회사 시스템의 계정 접근 로그를 확인했다. 나영의 계정은 02시 14분 42초에 단말기 7번에서 접속되었다. 7번 단말은 충전대에 놓인 기기의 자산번호와 달랐다. 그 기기는 퇴사한 기사 최민석에게 지급됐던 것으로, 반납 기록은 정상 처리되어 있었다.

“반납됐다고 한 단말이 아직 접속했네요.” 채리가 말했다.

주원은 자산관리 표를 다시 확인했다. 반납 시리얼 번호는 7번 단말과 한 자리 달랐다. 담당자가 숫자를 잘못 적었을 수 있었다. 그는 전산상 반납을 승인한 사람의 이름을 봤다. 현장 책임자의 계정이었다.

나영은 최민석을 알고 있었다. 그는 지난달 다른 센터로 옮겼고, 퇴사한 게 아니었다. “그 사람은 단말을 반납하지 않았을 거예요. 새 센터로 가져갔을 수도 있습니다.”

“계정이 아직 살아 있다는 걸 알았습니까?”

“모릅니다. 다만 배송 앱에서 로그아웃하지 않았던 적은 있어요. 그때 관리자한테 말했는데, 다음 날까지 그냥 쓰라고 했습니다.”

나영은 그 일이 다시 자신의 이름으로 돌아올까 봐 걱정했다. 동료의 단말을 신고하면 괜히 불화를 만들 수 있었지만, 계정이 사용된 기록은 이미 남아 있었다. 장혁은 그녀에게 동료가 범인이라고 말하지 말고, 본인이 직접 본 사실만 진술하도록 했다. 나영은 지난달 로그아웃 문제를 누구에게 보고했는지 기억을 더듬었다. 그때 현장 책임자는 주원이 아니었다.

주원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굳었다. “제가 본사에 보고서를 올렸습니다. 계정 공유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썼어요.”

“그럼 단말 반납과 계정 종료는 왜 별개였습니까?”

“장비 담당과 앱 담당이 나뉘어 있습니다. 반납 승인만으로 계정이 닫히지 않아요.”

그 구조는 사람 한 명의 실수보다 큰 문제였다. 퇴사한 사람의 계정이 살아 있고, 재분류 코드로 배송번호를 복제할 수 있었다. 장혁은 센터 계정의 전체 사용자 목록을 요청하지 않았다. 사건 시간에 접속한 계정과 해당 단말만 확인하도록 범위를 줄였다.

한편 현장 피해자는 상자 안에서 짧은 경보음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채리는 현장 상자의 무게와 센터 계량 로그를 비교했다. 원본 상자는 3.2킬로그램이었고, 현장에서 발견된 상자는 1.8킬로그램이었다. 차이는 내용물뿐 아니라 포장재의 수분이나 저울 오차로도 생길 수 있었다. 센터 저울의 교정 기록에는 200그램 편차가 있었다.

“상자 안에 어떤 물건이 있었는지 모르면, 무게만으로 빠진 걸 말할 수 없어요.” 채리가 말했다.

“그래도 차이를 기록해야 합니다.”

장혁은 포장 라인에서 비슷한 크기의 상자를 찾아 샘플 저울과 비교했다. 같은 규격 상자는 평균 1.6킬로그램이었다. 해당 배송은 3.2킬로그램으로 등록되어 있었다. 상자 안에 추가 물건이 들어 있었을 가능성은 높았지만,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주원은 물품 출고 명세가 원본 발송지와 맞지 않는다고 했다. 발송처는 이미 폐점한 작은 전자부품점이었다. 주문서에는 수취인 주소가 사건 현장과 가까운 아파트로 되어 있었지만, 세대 번호가 없었다. 배송 기사 앱은 주소를 ‘공동현관 앞’으로 자동 수정했다.

“누가 주소를 바꿨습니까?”

“주소 정제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수정했어요. 사용자 입력 기록은 없습니다.”

장혁은 프로그램의 수정 규칙과 입력값을 요청했다. 자동 변환은 우편번호와 도로명만 기준으로 작동했고, 세대 번호는 원래 비어 있었다. 누군가는 그 사실을 알고 상자를 공동현관까지 보낼 수 있었다.

나영은 휴대전화 배터리가 부풀지 않은 걸 확인하고도 전원을 켜지 않았다. “제 계정이 다시 쓰일까 봐요.”

“비밀번호를 바꾸고 인증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지금 계정을 잠그면 업무 일정에 불이익이 있는지 회사에 확인하죠.”

주원은 사건 조사 동안 나영의 계정을 잠그고 별도 기기를 지급하겠다고 했다. 나영은 그 조치가 급여나 실적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내용을 서면으로 달라고 요청했다. 주원은 바로 문서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불가능하다고 했던 조정을, 나영의 이름을 보호하기 위해 선택했다.

그날 저녁, 장혁은 7번 단말의 접속 위치를 확인했다. 단말은 물류센터에 없었다. 마지막 신호는 사건 현장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공용 충전소에서 잡혔다. 단말 소유자로 등록된 최민석은 다음 센터로 이동한 기록이 없었다. 그는 퇴사 처리도, 출근 기록도 없는 상태였다.

주원은 인사 시스템에 최민석이 다른 센터로 전출된 날짜가 남아 있는지 확인했다. 전출 신청은 승인됐지만 새 센터에서 계정 인수 서명이 없었다. 장비는 반납됐다고 처리됐으나 실제 수령 기록이 없었다. “제가 확인하지 않고 승인한 건 맞습니다.” 주원은 그 사실을 감식관 앞에서 인정했다. 나영은 그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조사관은 그 말도 자산관리 오류 진술로 남겼다.

관리자 박주원은 최민석의 전화를 연결해 보았다. 벨이 울렸지만, 받지 않았다. 네 번의 스캔 기록과 꺼진 휴대전화, 살아 있는 옛 단말은 같은 밤에 겹쳤다. 장혁은 계정 도용으로 단정하지 않고, 회사 자산 분실과 수사 협조 요청을 각각 별도로 접수했다.

밤 11시 48분, 분류기 서버에 다시 접속 기록이 남았다. 사용자 이름은 최민석, 사용 단말은 7번. 그가 스캔한 물건은 주소가 없는 작은 봉투 하나였다.

장혁은 봉투의 접수 번호를 다시 확인했다. 어느 직원도 주소를 입력하지 않았다면, 분류기가 먼저 읽은 문자열은 어디서 왔는지 알아내야 했다. 그는 서버를 보존 요청 상태로 바꾸고 조회 권한을 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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