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원 어린이집 당직표에 제 이름이 있다

2화: 빈 낮잠방의 노래
철거 담당 한도민이 도착했을 때 어린이집 안은 조용했다. 현관 스피커도 노래도 멎었다. 이주완은 그 침묵이 마음을 편하게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다른 사람 앞에서 멈추면, 자신이 무엇을 들었는지부터 다시 의심해야 했다.
그는 당직표 사진과 녹음, 출입 기록을 보여 줬다. 도민은 휴대폰의 미확인 소리까지 확인하고 오늘 내부 점검을 중지한다고 말했다. 철거 전체의 중지는 다음날 책임자에게 보고해야 했지만 오늘 더 안으로 들어갈 이유는 없었다. 현관과 접수실의 자료를 바깥에서 확보하는 범위만 남겼다.
서미경은 주민 대표 나지아를 데려왔다. 지아는 낡은 사진을 봉투에 넣었다. 아이들 얼굴을 가린 복사본과, 보조교사의 손만 확대한 사진이었다. 손등에 별 모양 반창고가 붙었다. 주완은 그 별을 처음 보는 것이 아니라고 느꼈다.
8년 전 현장 점검 때 정유선이 문틀을 잡아 주었다. 손등에 다친 자리가 있었고 주완이 경고 장치를 살필 때 작은 반창고가 떨어졌다. 그는 그때 문이 몇 번 잘 열렸으니 잠금 경고는 오작동이라고 적었다. 실제로 모든 시간에 열렸다는 뜻은 아니었다.
지아는 당시 아이들이 무사히 대피했다고 말했다. 낮잠방 문이 갑자기 걸렸고 바깥창으로 아이들을 빼냈다. 정유선이 안에서 한 명씩 들어 올렸다. 마지막 아이가 나간 뒤 다른 교사가 창을 닫았고, 유선은 뒤쪽 출구로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아무도 확인하지 않았습니까?”
미경이 물었다. 지아는 보호자들도 자기 아이를 찾느라 흩어졌다고 답했다. 책임자가 모두 나왔다고 말했고, 그 뒤 폐원 절차가 빨라졌다. 유선에게 전화했지만 한동안 연결되지 않았다. 관청의 문서에는 당일 퇴근이라고 적혔다.
주완은 퇴근 기록과 실종 신고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이 다른 곳으로 떠났을 수도 있었다. 연락이 끊긴 일을 괴담의 죽음으로 채울 수는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 근무를 확인하지 않은 사실은 분명했다. 그는 자기 점검 보고도 함께 대조하겠다고 했다.
도민은 현장 보관함의 열쇠를 가져왔다. 접수실 파일과 같은 자료가 담 밖의 작은 창고에도 있었다. 주완과 미경은 바깥 창고까지만 함께 들어갔다. 지아와 도민이 문을 지켜 서로 보이는 위치를 유지했다.
창고에는 폐원 서류 묶음이 있었다. 주완은 날짜순으로 펼쳤다. 아이들의 구조 확인서, 시설 점검, 인계 명단. 교사들은 대부분 서명했다. 유선의 퇴근 칸은 다른 펜으로 적혔다. 서명은 없었다. 책임자가 대신 처리했다는 작은 메모가 있었다.
자신의 시설 점검 보고에는 문이 수동으로 열림이라고 적혔다. 그는 그 문장을 보고 오래 멈췄다. 정말 열었던 때의 기록이었다. 반복 경고가 왜 나왔는지 확인하는 점검을 하지 않았다. 마지막 칸의 정상 판정은 자신이 직접 썼다.
접수실에서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가 났다. 현관은 비어 있었다. 주완은 바깥 창고에서 몸을 움직이지 않고 도민에게 안쪽이 보이느냐고 물었다. 철거 담당자는 책상 위의 당직표가 뒤집혔다고 말했다. 바람은 현관 바깥으로 불었고 창은 닫혀 있었다.
당직표 뒷면에 새 글씨가 있었다. 도민은 멀리서 읽으려 고개를 내밀었다. 미경이 가까이 가지 말라고 했다. 네 사람은 창고의 기록을 마친 뒤 바깥에서 긴 카메라 거치대를 이용해 종이를 촬영했다. 누구도 낮잠방 앞을 지나지 않았다.
사진에는 당직자 확인이라는 문구가 보였다. 오늘의 이주완 아래에 수신한 이름이 늘었다. 서미경, 한도민, 나지아. 현장에 온 사람의 이름이었다. 주완은 그 이름들이 언제 말해졌는지 생각했다. 모두 담 밖에서 본인을 소개하거나 통화할 때 나왔다. 건물은 지금 들은 이름을 종이에 쓰고 있었다.
지아는 자기 이름을 보고 봉투를 꼭 쥐었다. 그 안에 딸의 얼굴이 있는 원본 사진은 없었다. 주완은 아이 이름을 소리 내 말하지 않기로 했다. 옛 구조 기록의 이름은 가려진 상태로 확인하고 별도의 안전한 보관처로 옮기기로 했다.
휴대폰에서 미경의 목소리가 났다.
“이름이 있으면 제가 들어가야죠.”
실제 미경은 주완의 오른쪽에 서 있었다. 그녀가 말할 때와 똑같은 낮은 끝음이었다. 도민도 이번에는 들었다. 현장에 네 사람이 있는데 목소리는 닫힌 낮잠방 쪽에서도 동시에 나왔다. 지아는 전화기를 귀에 대지 말라고 말했다.
주완은 전원을 완전히 내렸다. 소리는 기기에서 멎었지만 건물 안에서는 계속됐다. 오늘 근무는 기사님이 맡았다는 말이 동요 가락에 붙었다. 주완은 자신이 밖으로 나오며 오늘 점검을 중지한다 말한 내용이 어떻게 쓰일지 두려워졌다. 건물은 중지라는 단어를 아직 따라하지 않았다.
낮잠방 창에 불이 켜졌다. 전원이 차단된 건물이었다. 실내는 직접 보이지 않았으나 커튼에 작은 그림자들이 나란히 앉았다. 주완은 아이 수를 세지 않았다. 사진 속의 구조 인원과 맞춰 유령이라고 단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 그림자는 다리를 갖고 있지 않았다. 의자의 등받이 위로 머리 모양만 있었다.
도민은 실제 침입자나 잔류 전원이 있는지 별도 전문 확인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그는 바깥 전기함을 확인하고 실내로 들어가지 않았다. 지금 눈에 보이는 것은 밝기와 그림자였지 사람의 생존 신호가 아니었다. 그래도 누군가 있을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다.
지아의 손등에 별 그림자가 닿았다. 그녀가 사진을 들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했지만 빛은 사진 반대쪽에서 왔다. 낮잠방 창 한쪽에 사람의 손이 보였다. 손등에 작은 별이 있었다. 처음 주완이 본 젖은 손자국과 다른 방향이었다.
그 손이 한 번 천천히 내려갔다. 창문의 빛도 멎었다. 지아는 유선이 아이들을 창 밖으로 들어 올릴 때 마지막 손짓이 그랬다고 말했다. 이제 모두 나갔으니 창을 닫아 달라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했다.
“그분이 나갔다는 뜻은 아니었네요.”
주완이 말했다. 지아는 눈을 감았다. 8년 동안 다른 사람의 설명에 맡겨 둔 마지막 동작이었다. 지금 다시 본 손이 유선인지 알 수 없어도, 그때의 해석은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미경은 낮잠방을 바깥에서 열어 안에 누군가 있는지 전문 인력과 확인할 수 있는지 물었다. 도민은 임의로 부수면 구조가 불안정하고 자료도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창을 열기 전에 잠금 상태와 건물의 위험을 다시 봐야 했다. 주완은 그 일을 낮에 미루고 싶었으나 안에서 현재 사람의 구조 요청이 들리면 따로 대응해야 했다.
동요 사이에 짧은 말이 나왔다.
“마지막 사람은 어디로 갑니까?”
아이 목소리가 아니었다. 주완의 목소리였다. 그는 방금 지아에게 물은 질문과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옛 시설 점검 보고의 확인 음성에 자신이 그런 말을 했을 수 있었다. 지금의 말과 오래전의 말이 섞여 있었다. 건물이 무엇을 기억하는지 아직 범위를 몰랐다.
그는 낮잠방 잠금 장치의 옛 점검 사진을 봤다. 문틀이 습기로 부풀어 일정한 방향에서 힘을 받으면 걸렸다. 경고를 해제한 것은 원인을 고친 일이 아니었다. 수동으로 열렸다는 한 번의 결과가 반복 잠김을 덮었다. 주완은 그 오류를 자신의 정정 기록으로 적었다.
한도민은 전문 확인팀을 호출했다. 도착까지 기다리면서 네 사람은 담 밖에서 자료를 나눠 촬영했다. 원본을 한 사람만 들고 들어가지 않았고, 아이들의 개인정보가 있는 기록은 지아가 지정한 범위로 가렸다. 그 과정 중 누구의 이름도 당직표에 새로 쓰지 않았다.
그러나 종이는 다시 뒤집혔다. 오늘 이름의 칸 아래에 정유선의 퇴근이라는 문장이 보였다. 주완이 읽던 옛 기록의 문구였다. 옆의 작은 글씨는 '대신 남을 사람'이었다. 자기 이름이 그 바로 아래로 옮겨졌다.
주완은 복도 안으로 뛰어가 종이를 찢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자신이 기사로 일한 기록을 잘못 남긴 탓에 지금 갇히는 것 같았다. 미경이 그의 팔을 잡지 않고 이름을 한번 불렀다. 실제 사람이 옆에서 부른 목소리였다. 주완은 얼굴을 보고 돌아섰다.
“안 들어갑니다.”
그가 말했다. 미경은 그 답을 현재 출입 기록에 적었다. 건물이 받아들이는 근무표와 바깥 사람들이 남기는 기록이 같을 필요는 없었다. 주완은 자기 잘못을 확인하면서도 오늘 누군가 대신 남아야 한다는 규칙까지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전문 확인팀이 도착하기 직전 낮잠방의 신발들이 보였다. 바깥창에 빛을 대자 작은 신발들이 모두 창 쪽을 향했다. 처음은 문 쪽이었다. 그 사이 안으로 들어간 사람은 없었다. 움직이는 순간을 또 보지 못했다.
사진 속 별 반창고와 당직표의 퇴근 칸을 주완은 나란히 놓았다. 아이들을 내보내는 손은 있었고 그 손의 주인이 나온 기록은 없었다. 오늘의 빈 방은 아무도 없었던 방이 아니었다. 어떤 사람의 마지막 근무가 아직 종료되지 않은 것으로 남은 방이었다.
건물 안에서 벨이 한번 울렸다. 오늘 근무를 끝낼 때 누르라는 계약 안내에 적힌 소리와 같았다. 주완은 벨에 응답하지 않았다. 대신 현장 책임자에게 현재 점검을 종료하고 외부 확인으로 전환했다고 직접 말했다. 미경과 도민이 모두 수신했다.
그 순간 낮잠방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났다. 네 사람 중 누구도 아니었지만 지아는 고개를 들었다. 정유선의 낮은 끝음이었다.
“아직 내일 사람이 안 왔어요.”
당직표의 날짜가 사진 속에서 번졌다. 오늘 다음의 칸이 생겼다. 이름은 비어 있었다. 주완은 그 빈칸을 보고 안도의 숨을 쉬지 못했다. 종이가 고르는 것은 남은 사람의 과거가 아니라, 이제 도착할 다른 사람의 밤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