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원 어린이집 당직표에 제 이름이 있다

1화: 철거 전 마지막 당직
어린이집의 시계는 여덟 시 삼십 분에 멈춰 있었다. 이주완의 휴대폰도 여덟 시 삼십 분을 가리켰다. 우연이었다. 그는 손전등을 벽의 시계에 대고 배터리 덮개가 열린 것을 확인했다. 배터리는 없었다. 현재 시간과 같다는 사실을 기록하고 손전등을 내렸다.
서미경은 문밖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다. 주완이 안에 들어온 뒤 출입문은 완전히 열어 둔 상태였다. 철거 전 마지막 당직이라지만 실제 점검은 현관과 전기실, 창문의 잠금 상태까지였다. 어두운 내부 방은 둘이 함께 확인하고, 필요한 구간만 낮에 다시 보기로 했다.
“접수실부터 봅니다.”
주완이 전화로 말했다. 미경은 자기 위치도 답했다. 현관 바깥, 노란 우산 옆. 둘은 얼굴이 보이는 곳에서도 연락 상태를 먼저 확인했다. 비 오는 폐건물은 소리보다 실제 시야가 중요했다.
접수실에는 어린 의자 여섯 개가 있었다. 다섯은 벽을 향했고 하나만 문을 향했다. 주완은 의자의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 재산 목록과 철거 전 사진에 원래 상태를 남겨야 했다. 책상 위의 파일철은 먼지가 두껍게 쌓였다. 그 옆의 종이 한 장만 먼지가 없었다.
당직표였다.
왼쪽 위에는 폐원한 어린이집 이름이 적혔고 오른쪽에는 오늘 날짜가 있었다. 야간 근무자 칸은 이주완. 서명 칸도 같은 이름이었다. 자신의 글씨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름의 마지막 획을 길게 빼는 버릇은 같았다.
그는 미경에게 사진을 보냈다. 관리인이 미리 배치했을 수 있었다. 미경은 전화로 표를 만든 적 없다고 했다. 외주 계약은 오전에 확정됐고 주완의 이름을 현장 파일에 넣지 않았다는 설명이었다. 철거 담당 한도민이 당직자 이름을 알았을 수 있었다.
주완은 도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응답은 잠시 뒤 왔다. 표를 만들지 않았으며 현장 책상 위에는 과거 폐원 문서만 남아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종이를 손으로 만지지 않고 다시 촬영했다. 푸른 펜 잉크가 선명했고 용지는 눅눅하지 않았다. 오래된 먼지와 새 종이 사이가 어울리지 않았다.
접수실 바깥에서 낮은 노래가 들렸다. 사람이 부르는 동요였다. 장난감의 스피커 같은 일정한 소리가 아니었다. 숨을 쉴 때 마지막 음이 조금 떨렸다. 주완은 발을 멈추고 미경에게 방금 소리를 들었느냐고 물었다.
미경은 빗소리만 들린다고 했다. 주완은 녹음을 켰다. 소리는 복도 끝 낮잠방 쪽이었다. 문은 닫혀 있고 유리창 아래에 작은 신발이 놓였다. 붉은 신발 둘, 노란 신발 하나, 회색 실내화 두 켤레. 먼지가 얇게 내려앉았다.
그는 낮잠방으로 가지 않았다. 당직표 사진과 음성을 미경에게 전하고 현관 쪽으로 물러났다. 노래는 그가 뒤로 걸을 때도 같은 크기로 들렸다. 문 가까이 있을 때보다 오히려 단어가 분명했다. 잠들 때까지 선생님이 여기 있다는 가사였다.
미경이 접수실 앞까지 들어왔다. 둘은 서로를 보고 통화를 끝내지 않았다. 누군가 건물 안에 숨어 있으면 확인해야 했지만 범위를 넘기면 경찰이나 시설 책임자에게 알릴 일이었다. 주완은 사람 소리가 들린다며 철거 담당자에게 현재 상태를 보고했다.
“오래된 음향 장치가 남았을 수 있습니다.”
도민의 답이었다. 전기를 차단했으니 작동할 이유가 없다는 주완의 말에는 점검 배터리를 확인하라고 했다. 주완은 낮잠방에 혼자 들어가지 않겠다고 답했다. 도민은 알았다고 했지만 당직 전체를 중지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미경은 파일철을 살폈다. 폐원 8년이라는 말을 확인할 문서가 있었다. 마지막 운영일과 철거 허가 신청일 사이가 길게 비었다. 주민 민원 때문에 건물을 여러 번 팔지 못했고, 오늘 처음 전체 철거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소문에 아이들이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줄이 메모에 적혔다.
주완은 그 소문에 표시하지 않았다. 낮잠방에서 노래가 난다는 사실과 과거 아이들이 사라졌다는 말은 연결되지 않았다. 미경도 주민에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실제 사람이 남아 있는지 우선 바깥 창에서 보자고 제안했다.
둘은 현관을 나와 건물 측면으로 돌아갔다. 낮잠방의 바깥창은 낮고 불투명한 필름이 붙었다. 실내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주완이 빛을 비추자 안쪽에서 노래가 멎었다. 그는 손전등을 내리고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사람에게 놀라게 하는지 장치가 반응하는지 아직 몰랐다.
창틀 아래에 작은 손자국이 있었다. 오늘 찍힌 것처럼 젖었다. 그러나 비는 창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주완은 손을 대지 않고 사진을 찍었다. 손자국의 손가락은 다섯인데 엄지가 창문 밖의 방향이었다. 안에서 손바닥을 댄 사람의 모양과 반대였다.
미경은 창이 두 겹이라 바깥 유리에 생긴 자국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완은 그 설명을 받아 창의 두께를 확인했다. 오래된 단창이었다. 눈에 보이는 차이를 설명하려 추측을 붙이면 편했지만, 설명이 맞는지 확인해야 했다. 둘은 자국을 알 수 없음으로 남겼다.
전화에서 미경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완 씨, 안으로 들어오세요.”
미경은 그때 주완 옆에 서 있었다. 그녀의 입은 움직이지 않았다. 휴대폰 화면에는 둘의 통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주완이 화면을 보자 미경도 자신의 기기를 들었다. 통화는 연결됐지만 그녀는 방금 말하지 않았다.
둘은 서로를 본 채 전화를 끊었다. 연결 종료의 짧은 소리가 났다. 그 뒤에도 주완의 휴대폰에서 같은 목소리가 한번 더 나왔다.
“문 밖은 비 와요. 안으로 들어오세요.”
그는 소리를 녹음하려 다른 기기를 꺼냈다. 미경은 본인의 전화 전원을 내렸다. 현재 음성을 보낼 수 없는 상태였지만 주완의 휴대폰은 계속 그 목소리를 냈다. 둘이 건물의 담을 벗어나자 멎었다. 화면에는 알림도 새 통화도 없었다.
비는 여전히 내렸다. 주완은 현장 수위나 감전 같은 위험을 점검할 때보다 손이 더 떨렸다. 사람이나 장비를 찾으면 설명할 수 있었다. 지금은 연락을 유지하는 규칙 자체를 누군가 흉내 냈다. 그는 미경에게 건물 앞에서 통화를 다시 연결하지 말자고 했다. 서로 보이는 범위에서만 움직이고 외부 사람에게 별도 기기로 상태를 알리기로 했다.
도민은 직접 현장으로 오겠다고 답했다. 도착까지 한 시간이었다. 주완은 철거 중지 요청을 정식으로 보냈다. 사람 소리와 미확인 음향이 있어 내부 점검을 진행하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유령이라는 단어는 넣지 않았다.
주민 대표 나지아와 연락이 닿았다. 그녀는 아이들이 전부 사라졌다는 소문이 틀렸다고 했다. 자기 딸은 당시 대피했고 지금도 집에 있었다. 낮잠방의 잠금이 풀리지 않아 소란이 있었지만 아이들은 외부 문으로 나왔다. 그때 도운 보조교사 한 명의 연락이 이후 끊겼다는 말이 있었다.
주완은 보조교사의 이름을 물었다. 지아는 정유선이라고 답했다. 마지막 사진을 보관했으니 현장에 가져가겠다고 했다. 아이들 이름이나 얼굴을 공개하지 말라는 요청도 함께 했다. 주완은 확인하는 범위에만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잠금 경고라는 말이 오래된 기억을 건드렸다. 주완은 자신의 작업 이력을 떠올렸다. 8년 전 그가 맡은 어린이집은 두 곳이었다. 한 곳의 낮잠방 잠금 알림이 자주 울려 현장 담당자가 오작동으로 처리해 달라고 했다. 그는 기계의 반응만 확인하고 문이 실제로 어떻게 열리는지 오래 보지 않았다.
그 장소가 여기인지 아직 확신하지 못했다. 그는 휴대폰에 남은 옛 작업 번호를 검색했다. 회사가 바뀌며 자료 일부가 삭제됐지만 영수증 파일에 주소가 있었다. 지금 서 있는 골목이었다. 이름도 같은 어린이집이었다.
미경이 그의 얼굴을 봤다.
“전에 오신 적 있어요?”
“점검했습니다. 잠금 경고를 오류라고 정리한 적 있습니다.”
그 말을 소리 내 하자 담 안쪽에서 동요가 다시 들렸다. 이번에는 가사가 달랐다. 선생님이 아니라 기사님이 여기 있다는 소리였다. 현재 대화를 들은 장치처럼 한 단어만 바뀌었다. 주완은 담에서 더 물러났다.
접수실의 작은 의자가 문을 향해 있었다. 바깥창으로 보이는 여섯 의자가 모두 같은 방향이었다. 처음에는 다섯이 벽을 향했다. 이동하는 순간을 보지 못했다. 미경은 건물 안에 사람 있는지 다시 확인하려고 문으로 갔지만 주완이 멈춰 달라고 말했다.
“누가 있는지 몰라도 지금 둘만 들어갈 범위는 아닙니다.”
그녀는 발을 뺐다. 안전 규칙이 건물을 이해하게 해 주지는 않았지만 안쪽으로 부르는 말에 바로 응답하지 않을 시간을 줬다. 둘은 담 바깥에서 도민과 지아를 기다렸다. 현재 출입 기록에는 접수실 확인, 내부 점검 보류, 외부 이동이 남았다.
주완의 휴대폰 사진에서 당직표의 서명 칸을 다시 확대했다. 오늘의 이름 아래에 옛 종이의 글자가 비쳤다. 같은 자리의 다른 이름이 지워지지 않은 흔적이었다. 정유선. 마지막 획은 종이의 찢긴 부분에 걸렸다.
그는 원본을 다시 가지러 들어가지 않았다. 사진으로 읽은 내용과 추정을 따로 적었다. 미경은 도민이 오면 접수실까지만 함께 확인하자고 했다. 누구도 낮잠방 문 안에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자료를 바깥으로 옮기는 방법을 먼저 정하기로 했다.
그때 비어 있던 현관의 벨이 울렸다. 외부 호출 버튼은 전원이 없었고 누른 사람도 없었다. 같은 짧은 소리가 세 번 났다. 동요가 멎고 낮잠방 안에서 의자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들렸다.
주완은 벨에 답하지 않았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자신의 목소리가 현관 스피커에서 나왔다.
“저 여기 있습니다.”
아까 미경에게 위치를 확인하며 한 말이었다. 문 안에는 주완이 없었다. 그는 미경과 담 밖에서 서 있었다. 스피커는 그 한마디를 한 번 더 반복했다. 오늘의 당직자는 이미 안에 있다는 것처럼, 오래된 건물은 현재 이름의 목소리로 자기 근무를 확인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