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원 어린이집 당직표에 제 이름이 있다

3화: 내일 날짜로 적힌 이름
다음 날의 빈칸은 새벽까지 비어 있었다. 이주완은 그 칸에 누가 들어갈지 기다리는 대신 오늘 들어온 사람들의 출입 기록을 바깥 창고에서 확인했다. 정유선의 옛 근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현재 네 사람은 모두 담 밖에 있었다. 건물이 다른 말을 해도 그 사실은 같았다.
전문 확인팀은 낮잠방 바깥창과 구조 상태를 살폈다. 안에 사람이 있다면 외부에서 확인할 통로를 확보해야 했다. 오래된 잠금과 창틀이 젖어 있었으나 전체 건물을 무너뜨릴 상태는 아니라는 보고가 나왔다. 주완은 그들이 승인한 범위 밖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창을 열기 전, 안쪽에서 아이의 기침이 들렸다. 나지아가 소리를 듣고 앞으로 나가려 했다. 확인팀이 그녀를 안전선 밖에 남게 했다. 주완도 같은 소리를 들었지만 과거 기록의 목소리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실제 사람일 가능성을 무시하지는 않았다.
한도민은 현장 확인 내용을 관계 기관에 보고했다. 현재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지 못한 상태이며 잔류 음향의 원인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주완은 유령이라고 적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포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말의 정확함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건물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능력은 아니었다.
낮잠방의 바깥창이 열렸다. 숨처럼 따뜻한 공기가 나왔다. 오래 비어 있던 방이라면 차가워야 했다. 확인팀은 온도와 설비를 다시 확인했다. 전기는 끊겼고 난방 장치도 움직이지 않았다. 바닥의 작은 이불 여섯 채가 정돈돼 있었다.
주완이 처음 본 신발은 문 앞에 없었다. 창 밑에 두 줄로 놓였다. 창을 열어 준 사람을 기다리는 방향이었다. 그는 그 신발에 발을 넣을 아이가 살아 있다고 상상했다가 지아의 말로 돌아왔다. 당시 아이들은 구조됐고 지금 다른 삶을 살았다. 방의 모양이 사람의 생사를 대신 말할 수는 없었다.
확인팀이 외부 조명과 촬영 장비로 방을 살폈다.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 구석의 작은 책장과 이불, 교사 책상만 있었다. 문 안쪽은 잠금 장치가 아니라 뒤틀린 문틀에 걸렸다. 주완은 자신이 8년 전 고쳤다고 말했던 부분이 그대로 남은 것을 봤다.
그는 기존 정상 판정을 정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민이 오늘 발견한 상태와 당시 보고를 구별해 적으라 했다. 지금의 습기가 8년 전과 같다는 증거는 없었다. 주완은 그 지적을 받아 자신이 반복 경고의 원인을 확인하지 않은 사실만 인정했다. 오늘의 문틀 상태는 별도 관측으로 남겼다.
책상 서랍에 천으로 감싼 묶음이 보였다. 확인팀은 자료를 외부에서 회수할 수 있는 범위를 정했다. 주완은 그 절차를 혼자 바꾸지 않았다. 바깥에 남은 사람들에게 각 자료가 어디서 나왔는지 보이게 했고, 회수한 물건은 창고의 마른 상 위에 놓았다.
묶음에는 유선의 근무 수첩과 작은 별 반창고 포장지가 있었다. 수첩의 마지막 장은 폐원 당일이었다. 아이들 대피를 확인하고 뒤쪽 출구의 잠금도 보러 간다는 문장이 있었다. 퇴근한다는 말은 없었다. 그 아래에는 나중에 다른 펜으로 쓴 짧은 글이 있었다.
‘다음 사람이 오면 나갈 수 있다.’
글씨는 오늘 당직표의 주완 이름과 닮았다. 유선의 손으로 쓴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주완은 두 글씨를 사진으로 나란히 남겼다. 어느 순간 자신이 밤을 넘겨받는 사람으로 불렸는지 기억했다. 오늘의 계약은 어린이집 마지막 당직이었다. 건물은 마지막이라는 말을 믿지 않았다.
미경의 전화가 울렸다. 기기는 현장 밖에서 다시 켜 둔 상태였다. 도민이 현장 책임자와 통화한 뒤 내일 인력을 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화면에는 자기 사무실 번호가 떠 있었다. 미경은 바로 받지 않고 다른 기기로 사무실에 확인했다.
직원은 전화를 건 적 없다고 답했다. 미경은 첫 기기의 호출을 끊었다. 낮잠방 안쪽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났다.
“내일 여섯 시에 제가 오겠습니다.”
미경이 도민에게 바깥에서 한 말이었다. 내일 철거를 중지하더라도 현장을 확인하러 올 예정이었다. 건물은 그 약속을 다른 근무로 사용했다. 주완은 접수실 당직표를 봤다. 다음 날짜의 빈칸에 미경의 첫 글자가 나타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지우러 들어가려 했다. 발이 현관 쪽으로 움직였다. 오늘 밤을 지킨 사람을 자신으로 끝내면 다른 사람이 들어오지 않아도 되는 것 같았다. 미경이 이름을 부르자 주완은 다시 얼굴을 확인했다. 그녀는 옆에 있었고 입이 움직였다.
“그 종이를 고치면 바뀐다는 근거가 있습니까?”
그녀가 물었다. 주완은 없다고 답했다. 건물이 종이를 먼저 고쳤고 목소리를 빌렸으며 사람들의 확인을 근무로 바꿨다. 자신의 희생을 이름 하나로 적어도 그 규칙이 끝난다는 증거는 없었다. 그 생각을 누군가 원하고 있을 수 있었다.
그는 현관에 들어가지 않았다. 미경에게 내일 확인을 혼자 하지 말자고 말했다. 도민은 새벽 보고 후 철거를 중지하고 별도의 조사 인력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미경은 현재 약속을 취소하는 말을 건물 안의 목소리에 답하지 않고 실제 현장 책임자에게 전달했다. 수신한 사람과 시각을 기록했다.
당직표의 이름은 멈추지 않았다. 서미경이 완전히 적혔다. 현재 사람들 사이에서 취소된 근무와 건물이 부여한 밤은 달랐다. 주완은 그 차이를 사진으로 남겼다. 안전한 절차가 괴이를 없애는 주문이 아니라 사람들끼리 사실을 유지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다.
낮잠방의 이불 하나가 천천히 접혔다. 바람이 아니라 양쪽 모서리가 동시에 올라왔다. 확인팀의 화면에도 움직임이 남았다. 책상 위의 컵은 움직이지 않았고 창밖의 천도 같은 방향으로 흔들리지 않았다. 누구도 즉시 숨은 장치라고 설명하지 못했다.
접힌 이불 밑에는 작은 출입패가 있었다. 교사 이름이 아니라 시설 담당이라고 적힌 패였다. 주완은 오래전 외부 기사들에게 그 패를 주었다는 것을 기억했다. 반납함에 돌려줘야 했지만 자신은 점검이 끝나고 책상 위에 놓았다. 유선이 대신 반납한다고 했다.
그 패가 낮잠방에 남은 이유는 아직 몰랐다. 주완은 자신이 잃었다고 기억한 것과 실제로 남은 물건을 비교했다. 다음 사람에게 인계했다는 말은 상대가 받아 나왔는지 확인한 것과 달랐다. 과거 보고의 작은 생략들이 지금의 당직표와 닮았다.
지아는 유선의 수첩 끝에 적힌 출구를 보고 뒤쪽 골목을 가리켰다. 폐원 당일 그 문이 새로 잠겨 구조팀이 쓰지 못했다. 유선이 마지막으로 확인하러 갔다면 창에서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주완은 도민에게 뒤쪽 출입 기록도 조사 범위에 넣자고 했다. 유선의 생사를 낮잠방의 잔상으로 결정하지 않을 길이 생겼다.
도민은 수첩 원본의 보관과 추가 조사를 맡았다. 지아는 아이들이 구조됐다는 자료를 주민 대표 기록에도 남겼다. 주완은 자기 점검 정정과 현재 음향 현상을 다른 항목으로 적었다. 하나가 밝혀졌다고 다른 하나까지 해결됐다고 쓰지 않았다.
그때 현관 스피커에서 주완의 목소리가 났다.
“다 끝났습니다. 다음 사람에게 넘겼습니다.”
그는 그 말을 오늘 하지 않았다. 8년 전 작업 완료 통화에서 한 말이었다. 아직 남아 있던 음성 기록의 일부가 건물 안에 흘렀다. 주완은 당직표 위의 내일 이름을 봤다. 자기 목소리가 또 다른 사람의 밤을 만들고 있었다.
그는 밖에서 새로운 정정 음성을 남겼다. 당시 잠금 경고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고 보조교사가 나왔는지도 확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현재 철거 점검은 중지됐으며 누구에게도 혼자 밤을 넘기지 않았다고 했다. 건물에 들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제 사람들 사이의 인계를 바로잡기 위해서였다.
미경과 도민, 지아가 그 녹음을 들었다. 각각 자신이 확인한 내용만 답했다. 네 사람이 같은 말을 외우지 않았다. 지아는 유선이 수첩대로 뒤쪽 출구에 갔는지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미경은 내일 혼자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다. 도민은 철거 중지 요청을 수신했다고 답했다.
낮잠방에서 노래가 멎었다. 마지막 음이 길게 남았다. 유선의 낮은 목소리와 달리 높은 끝음이었다. 지아는 자신이 기억하는 노래가 저렇게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목소리를 남긴 사람이 유선일 수 있었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것은 다른 무엇일 수 있었다.
확인팀은 창을 임시로 보호하고 현재 조사 범위를 마쳤다. 안에 사람이 있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으며 신원을 알 수 없는 음향과 움직임은 자료로 남겼다. 더 깊은 내부 조사에는 별도의 준비가 필요했다. 주완은 새벽빛이 골목에 닿는 것을 보며 처음으로 손전등을 껐다.
벽의 시계는 여전히 여덟 시 삼십 분이었다. 휴대폰은 새벽을 가리켰다. 시작할 때의 우연이 끝나며 서로 다른 시간이 드러났다. 그들이 건물을 떠나기 전에 접수실의 당직표를 외부에서 한 번 더 촬영했다. 오늘의 이주완은 그대로 있었고 내일은 서미경이었다.
주완은 원본을 찢지 않았다. 사람 이름이 남은 문서를 없애는 것이 이름의 존재를 끝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밤새 봤다. 사진과 음성을 서로 다른 보관처에 남기고, 내일 조사 계획을 실제 책임자에게 확인했다. 서류상으로는 오늘의 당직을 종료했다.
차에 타려는데 미경이 주완에게 사진을 다시 보여 줬다. 서명 칸은 이름만이 아니었다. 그 아래 작은 문장이 새로 적혔다.
‘문 밖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당직입니다.’
미경은 오늘 밤 정말 그렇게 일했다. 건물 안에 들어가지 않는 규칙이 당직표의 바깥을 만드는 줄 알았지만, 건물은 그 바깥의 역할까지 이름으로 바꿨다. 주완은 내일 준비에 외부 연락 담당을 하나 더 넣으려던 문장을 지웠다. 또 다른 사람을 같은 칸에 올릴 수 있었다.
그는 미경과 함께 조사 요청서를 고쳤다. 이름을 넘기는 근무표의 현상을 먼저 확인하고, 새 인력을 투입할 때 알지 못한 위험을 모두 설명해야 했다. 오늘 밤을 끝냈지만 다음 밤의 이름은 이미 시작됐다. 차창에 비친 어린이집의 커튼이 한번 들렸다. 그 뒤의 작은 신발 하나가, 바깥을 향해 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