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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시계가 모이는 집2화

고장 난 시계가 모이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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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고치지 말아 달라는 부탁

벽시계는 하룻밤 동안 7분 늦어졌다. 이재하는 측정 시각과 실내 온도를 다시 확인했다. 창가의 온도는 낮보다 네 도 낮았고, 시계의 진자는 약간 기울어져 있었다. 그는 시계를 바닥에 내려놓지 않고 벽에서 분리하기 전 최복자에게 연락했다. 수리 접수표에는 열지 말라는 요청이 있었다.

복자는 전화로 시계가 늦는 이유를 알려 달라고 했다. 재하는 외부 측정만으로는 원인을 확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진자 길이, 기어 마모, 벽의 기울기 중 무엇이 영향을 주는지 보려면 내부를 확인해야 했다. 복자는 시계를 고치지 말아 달라고 했지만, 왜 늦는지는 알고 싶었다. 재하는 그 두 요청이 다르다는 걸 확인하고, 외부 상태와 추가 측정까지만 진행하겠다고 했다.

“열지 않으면 모르는 것도 있겠죠?”

“네. 내부 부품이 마모됐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대신 원하시면 측정을 멈추고 시계를 돌려드릴 수 있어요.”

“그럼 우선 이대로 하루 더 봐 주세요.”

재하는 동의를 기록했다. 정미는 수리점에 시계를 계속 걸어 두면 다른 의뢰를 받을 공간이 줄어든다고 했다. 재하는 복자의 시계가 보관 중인지 측정 중인지 구분해 기록했다. 한 건이 차지하는 자리와 작업 시간도 실제 운영 비용이었다. 정미는 수리 의뢰를 받아도 보관 기간과 측정 비용을 안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전에는 회중시계 수리를 문의한 복자가 다시 왔다. 그녀는 할아버지가 10년 전에 시계를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다. 재하는 보류표와 날짜를 보여 주었다. 부품이 약해 원형 부품을 확인한 뒤 결정한다는 메모만 남아 있었다. 어떤 부품이 약했는지, 왜 작업을 중단했는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시계를 고쳐 주겠다고 했나요?” 재하가 물었다.

“그런 말은 안 했어. 내가 먼저 부탁한 것도 아니야. 역무실에 있던 시계가 멈춰서 시간을 물으러 갔더니, 이걸 보관하라고 했지.”

“그럼 왜 여기 맡겨 두셨어요?”

복자는 회중시계를 천에서 꺼내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본체를 열어 보고, 그날은 손대지 말자고 말했다고 했다. 복자는 그 말을 수리 약속으로 이해하지 않았지만,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재하는 시계가 가게 소유가 아니고, 접수되지 않은 상태라면 지금 맡기는 것부터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복자는 오늘은 시계를 꺼내지 않고 돌아갔다.

정미는 복자에게서 받아야 할 미수금이 있는지 장부를 살폈다. 수리비 항목은 없었지만, 할아버지의 손글씨로 ‘복자, 시계 보관’이라고 적힌 줄이 있었다. 돈이 오간 기록은 없었다. 정미는 구두 약속을 채무처럼 적지 말자고 했다. 재하는 복자가 보관을 부탁했는지, 할아버지가 맡아 둔 건지 확인하기 전에는 장부에 의뢰인으로 등록하지 않겠다고 했다.

점심 무렵 새 손님이 전자식 탁상시계를 가져왔다. 화면 숫자가 켜졌다가 꺼지고, 알람 소리도 나지 않는다고 했다. 재하는 시계 뒷면을 보고 배터리 누액이 전원 접점까지 번진 흔적을 확인했다. 전자회로 수리는 자신이 배우지 않은 분야였다. 그는 무리하게 분해하지 않고, 부품 수급이 가능한 기술자에게 연결하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손님은 부품을 살 수 있는 곳만 알려 달라고 했다. 재하는 근처 수리점 연락처를 주고, 시계를 그대로 돌려줬다.

손님이 떠난 뒤 정미는 하루에 세 건을 받았는데 실제 수리는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재하는 자신이 일을 못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싫었지만, 수리 가능한 척하는 편이 더 위험했다. 그는 점검표에 작업을 거절한 이유와 안내한 선택을 적었다. 정미는 그 종이를 보고 가게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입구에 안내하자고 했다. 고객이 수리 가능 여부를 알기 전에 시계를 맡기지 않아도 되도록 하자는 제안이었다.

재하는 안내문 초안을 썼다. 기계식 시계의 기본 점검과 오차 측정은 가능하지만, 전자 회로와 특정 제조사의 전용 부품은 접수 전에 확인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정미는 ‘수리 불가’라는 단어를 넣어야 한다고 했다. 재하는 ‘부품이나 기술 범위에 따라 다른 전문 수리점으로 안내할 수 있다’고 바꾸었다. 정미는 그 말이 친절하지만 길다고 했고, 둘은 입구와 접수표에 서로 다른 길이로 안내를 붙이기로 했다.

오후 늦게 최복자가 벽시계를 보러 왔다. 하루 더 측정한 결과, 시계는 7분 14초 늦어졌다. 재하는 오차가 매일 일정하지 않고 기온이 내려갈수록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내부를 열지 않은 상태에서는 진자나 기어 문제를 구분할 수 없었다. 복자는 그 정도 차이면 시계가 쓸모없어지는지 물었다.

“벽에 걸어 두고 시간을 확인하는 용도라면 불편할 수 있어요. 다만 추를 멈추거나 시간을 맞추는 방식으로 계속 쓰는 건 가능합니다. 정확한 시각이 필요하면 다른 시계를 함께 두는 게 좋습니다.”

“그럼 더 늦기 전에 손보면 되나요?”

“가능성은 있지만, 열어 본 뒤에야 견적과 위험을 말씀드릴 수 있어요.”

복자는 시계를 고쳐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 오차 측정 기록만 받아 가겠다고 했다. 재하는 측정 결과와 제한 사항을 종이에 적어 서명받았다. 복자는 시계가 늦는 걸 알고도 쓰는 편이 낫다고 했다. 그녀는 시계가 멈추지 않는지만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지만, 더 설명하지 않았다.

그녀가 나간 뒤 정미는 가게 매각 문의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수자는 내부를 비우고 새 점포로 바꾸려 했고, 공구와 수리대를 보관할 공간을 제공하지 않았다. 정미는 할아버지의 공구를 모두 가져갈 수 있는지 확인 중이었다. 재하는 가게가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면 자기가 할아버지의 일을 이어받는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럼 가게를 유지하고 싶어?”

“아직 모르겠어요. 기술을 배울 시간과 임대료를 낼 수 있는지부터 알아야 해요.”

“한 달 동안 숫자를 같이 보자고 했지. 그 전에 네가 배우려던 과정도 말해.”

재하는 견습 과정을 신청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수업료와 작업 시간을 맞출 수 있을지 몰라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정미는 자신이 가게를 팔지 않기로 결정할 권한도, 재하에게 대신 빚을 떠안기라고 요구할 권한도 없다고 말했다. 둘은 한 달 동안 접수량과 지출, 재하의 교육 일정을 함께 표에 적기로 했다.

문을 닫기 한 시간 전, 골목 빵집 주인이 태엽식 주방 타이머를 가지고 왔다. 초침이 40초 근처에서 걸리고, 종이 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타이머는 할아버지 가게에서 오래전에 구입한 것이었다. 주인은 매일 반죽 발효 시간을 잴 때 썼지만, 이번 주에만 이미 두 번 멈췄다고 했다. 재하는 뒷판을 열기 전에 부품을 바꾸면 눈금판을 긁을 수 있고, 원형 손잡이를 남기려면 세척 시간이 더 걸린다고 설명했다.

“새 타이머를 사는 게 낫겠네요.” 주인이 말했다.

“시간만 재면 새 제품이 정확할 수 있습니다. 이걸 계속 쓰고 싶은 이유가 있나요?”

주인은 매장에서 이 타이머를 쓰기 시작한 날짜를 기억하고 싶지는 않지만, 손에 익어서 발효 시간을 바로 맞출 수 있다고 했다. 재하는 한 번 감아 작동을 확인해도 되는지 허락을 구했다. 태엽은 절반쯤 감긴 위치에서 뻑뻑해졌고, 종을 울리는 레버는 움직이지 않았다. 원인을 확인하려면 분해가 필요했다. 주인은 견적을 먼저 받고 다음 날 결정하겠다고 했다. 재하는 타이머를 열지 않고 접수표에 시간 측정 오차와 예상 확인 단계를 적었다.

“오늘 빵은 어떻게 구우실 거예요?”

“휴대전화 타이머 쓰죠. 빵집도 계속 돌아가야 하니까.”

그는 타이머를 맡기고 돌아갔다. 재하는 작업대에 손을 대지 않았고, 고객은 내일 견적을 받아 수리 여부를 고르기로 했다. 가게의 일을 잇는다는 건 모든 물건을 고쳐 주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정확히 말하는 일이었다.
퇴근 전 재하는 할아버지의 수리함을 정리했다. 보류된 시계마다 이유가 적힌 표가 있었지만, 일부는 날짜만 있었다. ‘원형 부품 확인 후 결정’이라는 문구는 복자의 회중시계에만 적혀 있지 않았다. 비슷한 문구가 붙은 탁상시계도 있었고, 옆에는 주인이 맡기지 않았다는 메모가 있었다. 재하는 그 시계들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전에는 열어볼 수 없었다.

그는 보류표를 촬영해 목록화했다. 수리 완료, 수리 중, 의뢰 보류, 가게 보관을 네 칸으로 나누었다. 복자의 회중시계는 의뢰 보류가 아니라 고객 미접수로 분류했다. 정미는 그 표를 보고 가게의 자산과 고객 물품을 구분할 수 있겠다고 했다. 재하는 책상에 남은 종이를 다시 살폈다.

맨 아래 서랍에는 할아버지가 가게 매각 상담을 받았던 날짜가 적힌 명함이 있었다. 명함 뒤에는 ‘공구는 그대로 둘 수 있는지 확인’이라고 메모되어 있었다. 정미는 그 상담이 자신이 매각 문의를 받은 것보다 먼저라고 했다. 재하는 할아버지가 가게를 팔려 했는지, 공구를 남기려 했는지 알 수 없었다. 남은 기록은 두 선택을 동시에 준비했던 흔적이었다.

그날 저녁 재하에게 견습 과정 담당자의 문자가 왔다. 다음 달 실습에 참여하려면 이번 주 안에 수강료와 주당 가능한 시간을 제출해야 했다. 그는 수리점 운영을 이유로 참여를 미뤄 왔다. 정미는 문자 내용을 읽고, 가게가 한 달 시험 운영을 하더라도 교육을 빼지 말자고 했다. 다만 주간 수입이 줄어들면 운영 기간을 다시 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하는 수업 시간을 달력에 넣고, 가능한 접수 시간만 열어 두기로 했다.
다음 날 복자는 회중시계를 실제 접수할지 결정해 연락하겠다고 했다. 정미는 매각 상담 담당자에게 보관 공간 조건을 다시 물어보기로 했다. 재하는 작업실 운영 표에 교육 시간을 추가했다. 할아버지의 수리대는 그대로 놓여 있었지만, 가게를 이어 갈지 결정할 시간은 무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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