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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세를 면제받은 공녀2화

촛불세를 면제받은 공녀

촛불세를 면제받은 공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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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불탄 장부

불탄 장부의 냄새는 젖은 재와 식초를 섞은 것 같았다. 아델은 왕실 문장이 찍힌 부분을 천으로 감싸 들었다. 페이지가 손끝에서 부스러질 정도로 약해져 있었다. 미카는 작업장에 들여놓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려, 바깥 처마 밑에 작은 탁자를 폈다.

“이대로 두면 장부를 읽지 못해요.”

“불에 탄 건 우리가 아니라 장부예요.” 미카가 대답했다. “왕실 기록원에게 가져가면 누가 태웠는지 찾겠죠.”

“그 전에 원본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지키겠다고요?”

“제 이름으로 봉인했어요.”

“면제증이 붙은 이름으로요.”

아델은 되받아치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왕실 면제증을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 그 문서는 빛이 닿으면 은색 테두리가 번쩍였다. “이건 더 이상 방패처럼 쓰지 않겠습니다. 장부를 가져가려면 세라 씨와 주민 대표가 함께 가야 합니다.”

미카는 문서를 보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공녀가 내는 돈이 실제로 늘어나나요?”

“제가 특권을 포기한다고 세금이 사라지진 않죠. 먼저 왕실 면제액을 공개하고, 그 돈이 순찰과 구조등에 어떻게 쓰였는지 밝히겠습니다.”

“그 뒤엔요?”

“주민이 안전등을 켠 시간을 세금에서 뺄 수 있는 기준을 만들겠습니다.”

“그 비용은 누가 내죠?”

아델은 대답을 바로 찾지 못했다. 이 골목에서 번번이 자신이 잘못된 답을 내놓는다는 걸 알았다. “공작령의 야간 경비 예산에서요. 지금처럼 주민에게 넘기지 않고, 재무청이 얼마나 부족한지 함께 공개하겠습니다.”

“말은 그럴듯하군요.”

“제 말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도 알아요.”

미카는 탁자 아래에 무릎을 꿇고, 장부를 받칠 나무틀을 만들었다. 그의 손등 붕대는 이미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델이 붕대 끝을 잡자 그가 손을 뺐다.

“피가 다시 나요.”

“유리 만드는 사람은 상처를 자주 입습니다.”

“그게 괜찮다는 뜻은 아니죠.”

“괜찮다고 말한 적 없습니다.”

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조는 무뚝뚝했지만, 그 말에는 자신의 아픔을 작게 만들지 말라는 뜻이 있었다. 아델은 새 붕대를 탁자에 놓고 손을 거뒀다. 미카가 스스로 감도록 두었다.

세라가 진료소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손에 등불 심지 상자를 들고 있었다. “장부에 이름이 바뀐 집들을 확인했어요. 세금 징수원이 집을 비운 틈에 주소를 바꿔 적었어요. 열일곱 집은 실제로 납부했는데 미납자로 등록됐습니다.”

“그 돈은 어디로 갔죠?”

“순찰대 인건비로 처리됐지만, 순찰대는 돈을 받은 적 없다고 했어요.”

아델은 재무청 인장에 손을 올렸다. “누군가 예산을 빼돌렸어요.”

“그렇다고 해도 지금 불을 켜면 주민들이 체납자로 잡힐 거예요.” 미카가 말했다.

“오늘 밤 구조등만 다시 걸겠습니다.”

“그 등도 신고 대상이에요.”

“제가 현장에서 명령을 내리죠.”

“법에 근거가 없으면, 내일 공녀가 떠난 뒤 다시 잘릴 겁니다.”

아델은 망토에 붙은 재를 털었다. “그럼 오늘 밤에 규정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을 여기로 부르겠습니다.”

“누구요?”

“로엔 재무관.”

세라는 눈을 크게 떴다. “그분이 직접 오면 주민들이 겁을 먹을 거예요.”

“맞아요. 그래서 먼저 당신이 그를 만나야 해요. 그가 듣지 않으면, 골목 사람들이 직접 묻도록 하죠.”

“장부를 태운 사람이 그걸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미카가 작업대에서 고개를 들었다. “불을 낸 건 누군가 기록을 없애고 싶어서겠죠. 다시 장부를 읽으려면 밤까지 기다리지 말고 지금 움직여야 합니다.”

그들은 남은 페이지에서 주소를 찾아갔다. 장부에 미납으로 표시된 집은 골목 반대편의 빈집이었다. 문은 잠겼지만, 안쪽에서 구리 동전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미카는 창문으로 돌아갔다. 아델은 문 앞에서 기다렸다.

“세금 징수원은 매일 해가 진 뒤 이곳에 옵니다.” 세라가 말했다. “실제로는 빈집인데 점등 기록을 올리려고 등불을 켜 둬요.”

미카가 창문을 열자 작은 불꽃이 커튼을 태우기 시작했다. 방 안에는 세금 봉투와 깨진 등불 부품이 흩어져 있었다. 그는 유리 덮개를 들고 불길을 눌렀다. 아델은 문을 발로 차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뜨거운 공기가 얼굴을 때렸다. 그녀는 젖은 망토를 불 위에 던져 불씨를 덮었다. 미카는 등불 심지를 뽑아 불길을 끊었다.

바닥에 떨어진 봉투 하나가 타고 있었다. 안에는 납부한 돈이 아니라, 징수원에게 보내는 쪽지가 남았다. ‘점등 기록 17세대 추가. 장부 원본은 불태울 것.’ 서명은 없었지만, 종이 바깥에 왕실 재무청 도장이 찍혀 있었다.

“누가 이 집에 불을 냈죠?” 아델이 물었다.

“아무도 없어요.” 미카가 창틀을 만졌다. “불은 밖에서 시작된 게 아니라, 안에서 등불이 넘어지며 붙었습니다. 누군가 급히 나가다 건드린 모양이에요.”

“그럼 방화가 아니라 증거 인멸을 하려다 사고가 났을 수도 있겠네요.”

“그럴 수도 있고, 누군가 그런 것처럼 꾸몄을 수도 있죠.”

아델은 봉투를 주워 남은 문장을 읽었다. 재무청 도장은 오라비의 부서가 쓰는 것이었다. 그녀는 오래전 왕실 연회에서 오라비가 “골목 세금은 누구도 확인하지 않는다”고 웃던 장면을 떠올렸다. 그때는 농담이라 여겼다. 장부 앞에 선 지금, 웃음소리는 협박처럼 들렸다.

“가족이 관련됐습니까?” 미카가 물었다.

“아직 몰라요.”

“이번엔 그 말을 믿겠습니다. 하지만 조사 결과가 나오면 모른다고 하지 마요.”

“그러지 않을게요.”

그들은 빈집의 창문에 임시 구조등을 걸었다. 불을 켜자 어둠에 숨어 있던 아이 둘이 옆방에서 나왔다. 그들은 징수원에게 쫓겨 들어와 문을 잠근 이웃의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연기를 마셨지만 걸을 수 있었다. 세라가 진료소로 데려갔다.

미카는 깨진 등불을 살폈다. “이건 제 작업장에서 만든 게 아니에요. 유리를 이렇게 얇게 만들면 열에 닿아 터집니다.”

“세금을 줄이려고 값싼 등불을 대량으로 설치한 걸까요?”

“모르죠. 하지만 누가 돈을 받았는지는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아델은 깨진 유리와 영수증을 각각 다른 봉투에 넣었다. 그녀는 주민 앞에서 약속한 대로 사본을 세라에게 맡기고, 원본에는 이름을 기록했다. 미카는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다가 조용히 물었다.

“왜 공녀가 이 일을 맡았습니까?”

“제가 결정하는 일에 세금이 걸려 있었으니까요.”

“그게 전부인가요?”

“처음엔 그랬어요.”

그는 더 캐묻지 않았다. 아델은 그 침묵이 다정함인지 경계인지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작업장 천막 사이로 빛이 비쳤다. 문은 닫혀 있었지만, 미카는 안에 있던 작은 램프 하나를 꺼내 진료소에 건넸다.

“아직 작업장을 공개하는 건 아니에요.”

“알아요.”

“그리고 이걸 쓰면 유리 수리비는 받아야 해요.”

“청구서에 세라 씨 이름을 적지 않도록 하죠.”

“공녀 이름도 적지 마세요.”

아델은 웃었다. “이번에는 제 이름이 없어도 됩니다.”

그 순간 골목 위 종루에서 통행 종이 울렸다. 모든 불을 끄라는 신호였다. 진료소 앞의 등불이 흔들렸고, 환자들이 창문에 모였다. 불을 끄면 구조 신호도 사라진다. 아델은 종루 쪽을 올려다봤다. 로엔 재무관이 보낸 명령이었다.

“등불을 모두 끄면 세금을 물지 않습니다.” 세라가 말했다.

“그럼 누가 다쳐도 찾을 수 없겠죠.” 미카가 램프를 들었다.

아델은 망토에서 면제증을 떼어냈다. “오늘 밤 이 구역의 등불은 제 면제증 아래 켜진 걸로 기록하세요. 내일이면 왜 그랬는지 제가 공개적으로 설명하겠습니다.”

“그건 당신만 면제받는 방식이에요.” 미카가 말했다.

“오늘 밤은 응급 상황입니다. 내일 기준을 바꾸겠습니다.”

미카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불을 더 밝게 올렸다. “그럼 오늘은 우리가 등불을 듭니다. 내일은 그 종이가 누구를 비췄는지 다 같이 묻죠.”

그들은 진료소에서 골목 끝까지 램프를 나눠 걸었다. 가장 어두운 계단 밑에서 아델은 벽에 긁힌 문장을 발견했다. ‘예산은 왕실 창고로.’ 글자 옆에는 오라비의 인장과 닮은 흔적이 눌려 있었다.

그녀가 손을 뻗자 미카가 손목을 잡았다. 벽 아래 돌이 흔들리고, 검은 유리 파편이 떨어졌다. “뒤로 물러나요.”

파편 사이에는 납작한 황동판 하나가 박혀 있었다. 미카는 집게로 그것을 집어 등불에 비추었다. 왕실 창고의 자물쇠에 쓰는 번호가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숫자 두 자리가 긁혀 알아볼 수 없었다.

“이걸 증거로 가져가야겠어요.” 아델이 말했다.

“또 왕실에 맡기려고요?”

“아뇨. 세라 씨에게 사본을 두고, 원본은 내일 공개 심사에서 직접 보여 줄 겁니다.”

“재무관이 막을 겁니다.”

“그럼 왜 막는지 묻겠죠.”

그들은 황동판을 천에 싸서 진료소의 약 상자 밑에 숨겼다. 아델은 공녀 인장이 아니라 자기 서명으로 보관 위치를 남겼다. 그때 골목 반대편에서 짧은 휘파람이 울렸다. 누군가 어둠 속을 가로질러 달렸고, 바닥에 왕실 재무청의 붉은 끈이 떨어져 있었다.

미카가 쫓아가려 하자 아델은 어깨를 막았다. “혼자 가지 마요.”

“붙잡으면 장부를 태운 사람을 알 수 있어요.”

“그 사람을 놓치는 것보다 당신을 잃는 게 더 큰일이에요.”

그녀는 말을 하고서야 자신이 얼마나 가까이 다가갔는지 알았다. 미카는 잠깐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럼 같이 가요. 하지만 먼저 손을 치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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