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세를 면제받은 공녀

3화: 밤에 켜 둔 불
통행 종이 울리자 골목의 창문들이 하나씩 어두워졌다. 진료소의 등불만 남았다. 세라는 환자들의 침대를 창가에서 안쪽으로 옮겼고, 미카는 등불의 유리 덮개를 고쳐 끼웠다. 유리판 한쪽에 생긴 균열이 불빛을 세 갈래로 흩뜨렸다.
“이대로 켜 두면 열이 올라 깨질 거예요.” 그가 말했다.
“얼마나 버팁니까?” 아델이 물었다.
“한 시간, 길어야 한 시간 반.”
“그 뒤에는요?”
“유리를 바꾸려면 작업장에 있는 예비판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 가면 불법 점등 단속에 걸리겠죠.”
아델은 창문 밖을 봤다. 골목의 등불은 대부분 꺼져 있었다. 그런데 어둠 너머에서 작은 불빛이 흔들렸다. 주민들이 촛불을 손에 들고 진료소로 오고 있었다. 징수원이 잘라 간 심지를 서로 나눠 불을 붙인 것이다. 불꽃은 작았지만, 계단의 모서리와 돌출된 배수관을 비추기엔 충분했다.
“저 불을 꺼뜨리면 사람이 넘어집니다.” 세라가 말했다.
“그럼 세금은?” 미카가 물었다.
아델은 면제증을 꺼내 진료소 문에 걸었다. “오늘 밤은 공녀의 특혜로 모두를 숨기지 않겠습니다. 누가 켰는지 기록하고, 왜 켰는지 기록하죠. 내일 왕실에 면제액을 공개 청구할 겁니다.”
“그 문서는 당신 가족이 막을 수 있어요.”
“막으면 막았다는 사실도 공개할 거예요.”
미카는 램프를 내려놓았다. “그 말로 위험을 없앨 순 없습니다.”
“없앨 수 없으니 같이 판단하고 싶어요.”
“무엇을요?”
“작업장 예비 유리를 쓰려면 미카 씨 동의가 필요해요. 왕실에 걸릴 위험은 제가 책임지더라도, 당신의 작업장을 마음대로 쓰지 않겠습니다.”
그는 곧바로 답하지 않았다. 작업장 문 건너편으로 순찰대가 지나가는 발소리가 들렸다. 쇠창이 돌을 긁는 소리가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 미카는 불길을 확인하고, 비싼 예비판 대신 한쪽 가장자리가 깨진 작은 유리 조각을 골랐다.
“이걸 끼우면 빛은 약해지지만, 열은 버틸 수 있어요. 대신 다음 주문은 못 만들 겁니다.”
“그 주문은 누구 것이죠?”
“상인조합. 왕실 축제용 등불이에요.”
“그럼 취소 비용은 제가 조사비에서 보전하겠습니다.”
“주민이 낸 세금으로 제 손해를 메운다고요?”
아델은 말문이 막혔다. “그럼 제가 개인 자금으로 갚겠습니다.”
“그것도 공녀의 돈이잖아요. 공녀가 아닌 아델의 돈은 있어요?”
“없어요.”
미카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솔직해서 다행이네요. 손해를 갚는 대신, 내일 주민 앞에서 이유를 설명해 주세요. 축제용 등불을 취소하면 누가 불편해지는지도요.”
“그렇게 하죠.”
“그러면 유리를 내놓겠습니다.”
그는 골목을 가로질러 작업장 뒤쪽 문으로 향했다. 아델은 따라가려다 멈췄다. “내가 같이 가도 될까요?”
“밖에서 기다리세요. 제가 문을 열겠습니다.”
그녀는 그 거절을 받아들였다. 미카는 혼자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작업장 안에서 유리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고, 불빛이 훅 꺼졌다. 아델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순찰대가 근처에서 호루라기를 불었다.
“미카!”
“괜찮아요!” 안쪽에서 답이 왔다.
그는 깨진 유리판을 안고 나왔다. 손에 두꺼운 가죽 장갑을 꼈고, 앞치마에 새로 난 찢김이 있었다. 뒤편 창문 너머로 그림자가 하나 움직였다. 미카는 그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진료소에 돌아와 유리를 바꾸는 동안 불꽃은 점점 낮아졌다. 세라는 환자의 숨소리를 세며 시간을 벌었다. 아델은 랜턴을 받치고, 미카는 깨진 테두리를 제거했다. 유리의 날이 그의 장갑을 찢고 들어갔다. 그는 움찔했지만 손을 멈추지 않았다.
“잠깐 멈춰요. 손이 다쳤어요.”
“손을 놓으면 유리가 기울어요.”
“제가 받칠게요.”
“당신은 유리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모릅니다.”
“가르쳐 주세요.”
그는 잠시 망설였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힘을 주지 말고, 손바닥으로 아래를 받쳐요. 깨진 가장자리에는 닿지 않게.”
아델은 그의 손을 따라 유리의 무게를 받았다. 불꽃이 확 흔들렸다. 둘의 얼굴이 한 뼘 거리로 가까워졌다. 미카의 이마에는 땀이 맺혀 있었다.
“움직이지 마요.”
“당신이 그렇게 가까이 있으면 더 어렵습니다.”
“유리가 흔들리니까요?”
“그것도 있고요.”
그의 시선은 잠깐 아델의 눈에 머물렀다. 그녀는 먼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세라가 기침을 하며 깨진 유리 조각을 가져오자, 둘은 동시에 손을 놓았다. 유리판은 제자리에 걸렸고, 불빛이 다시 일렁였다.
진료소 밖에서 주민들이 환호했다. 작은 촛불들이 골목 끝까지 이어졌다. 그 순간 순찰대가 진료소 문을 열고 들어왔다.
“허가되지 않은 등불이 여럿 켜졌습니다. 모두 끄십시오.”
“응급 구조등입니다.” 아델이 말했다.
“명령서가 없습니다.”
그녀는 문에 걸린 면제증을 떼어 순찰대장에게 내밀었다. “왕실 임시 명령으로 이 구역의 응급 등불을 허가합니다. 제 이름으로 기록하세요.”
“공녀가 주민의 세금까지 대신 낼 수는 없습니다.”
“대신 내지 않겠습니다. 왜 과세해야 하는지 내일 공개 심사에서 설명하죠. 그때까지 누구도 불을 끄지 못하게 하세요.”
순찰대장은 잠시 망설였다. 그 뒤로 환자와 아이들, 물동이를 든 주민들이 서 있었다. 그는 창을 내리고 명령서를 받아 적었다.
“날이 밝기 전에 왕실에서 취소 명령이 오면 어떻게 합니까?”
“그때도 제가 여기 있겠습니다.”
대원들이 물러간 뒤, 세라는 아델에게 작은 종을 건넸다. “종이 울리면 골목 사람들이 모여요. 명령서보다 이게 더 빨리 통할 때가 있습니다.”
아델은 종을 받았다. “제가 이걸 가져가도 될까요?”
“가져가는 게 아니라, 돌려주러 와야죠.”
미카는 상처 난 손을 바라봤다. “내일 공개 심사에선 왕실 면제액만 얘기하지 마세요. 이 골목을 밝히는 데 누가 얼마나 손을 보탰는지도 말해야 합니다.”
“당신 작업장도 공개해야 하나요?”
“아니요. 내 작업장은 내 허락 없이는 보여 주지 않습니다.”
“그럼 그렇게 할게요.”
그의 표정이 누그러졌다. 그는 유리 조각을 주머니에 넣었다. “당신이 문을 열지 않고도 일할 수 있다는 걸 오늘 알았어요.”
“그리고 당신이 거절해도 함께할 수 있다는 것도요.”
새벽이 오기 직전, 로엔 재무관의 사자가 골목에 도착했다. 그는 아델의 오라비가 보낸 명령서를 내밀었다. 야간 감사를 중지하고, 빈민구역의 등불세 장부를 왕궁으로 반납하라는 내용이었다. 문서 아래에는 왕실 인장이 찍혀 있었다.
아델은 명령서를 접지 않았다. “이건 반납하지 않겠습니다. 공개 심사에 제출할게요.”
사자는 목소리를 낮췄다. “공녀 전하께서 거역하시면 가족의 예산도 함께 조사받습니다.”
“그게 바로 제가 확인하려던 예산입니다.”
그녀는 사자에게 돌아가라 했다. 미카는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가 진료소의 등불을 다시 채워 넣었고, 아델은 그가 남은 밤도 곁에 있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날이 밝자 로엔 재무관이 직접 골목에 들어왔다. 그의 망토는 빗물에 젖었고, 뒤에는 장부 운반용 상자를 든 서기관 둘이 따랐다. 주민들은 진료소 앞에 모여 있었지만 아무도 길을 비켜 주지 않았다.
“야간 감사 중지 명령을 받으셨을 겁니다.” 로엔이 아델에게 말했다.
“받았습니다. 그래서 공개 심사를 요청하려 합니다.”
“왕실 예산은 공개 심사 대상이 아닙니다.”
“그럼 주민에게 세금을 매긴 근거도 공개할 수 없겠군요.”
로엔은 대답하지 않고 서기관에게 손짓했다. 그가 장부를 가져가려는 순간 세라가 영수증을 들어 올렸다. “이 집은 세금을 냈습니다. 그런데 미납으로 적혀 있어요.”
다른 주민도 납부표를 들었다. 하나, 둘, 열일곱 장이 모였다. 아델은 장부에서 숫자가 부풀려진 세대들의 실제 영수증을 대조했다. 로엔의 얼굴이 굳었다.
“이 문서는 복사본일 수 있습니다.”
“원본은 세라 씨가 갖고 있어요. 서명과 재무청 도장이 남았습니다.”
로엔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는 순찰 예산을 지키려고 했습니다. 왕실이 내려보낸 총액은 줄었고, 부족분을 맞추지 않으면 사람들은 밤에 순찰을 돌지 못해요.”
“그래서 존재하지 않는 등불을 만들었습니까?”
“저는 점등표를 받았습니다. 현장 수치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책임입니다.” 아델이 말했다.
로엔은 그녀를 똑바로 보았다. “공녀 전하의 가족이 예산을 가져갔다는 증거가 있어도 공개하시겠습니까?”
“예.”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상자의 자물쇠를 열었다. 안에는 반납된 장부 원본이 아니라, 야간 순찰 예산의 지급 내역이 들어 있었다. 창고로 보낸 돈의 수령인 칸은 비어 있었다.
“어젯밤 누군가 이 기록을 가져가려 했습니다.” 로엔이 말했다. “저도 그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미카가 앞으로 나왔다. “그럼 왜 등불을 끄라고 했죠?”
“구역이 밝아지면 창고로 가는 길이 노출됩니다. 그 길에서 움직이는 사람을 잡으려 했습니다.”
“그 계획을 주민에게 말하지 않은 채 불을 끄라 했군요.”
로엔은 대답하지 않았다. 세라가 종을 울렸다. 사람들은 불을 다시 켜는 대신, 장부와 영수증을 들고 길 양쪽에 섰다. 골목은 밝았고, 창고로 이어지는 좁은 통로가 또렷이 드러났다. 그 끝에 붉은 끈을 맨 남자가 뛰어나왔다.
순찰대가 그를 붙잡았다. 남자는 아델의 오라비가 고용한 사환이었고, 왕실 창고에 장부를 옮기는 임무를 맡았다고 털어놨다. 그의 품에 든 열쇠는 황동판 번호와 맞았다. 그는 명령서를 내밀었지만 서명은 없었다.
아델은 문서를 받아 들었다. “그 명령을 내린 사람을 증언대에 세울 겁니다.”
사환은 고개를 들었다. “공녀 전하, 가족을 고발할 겁니까?”
“그 사람이 누구든, 이 골목에서 거짓으로 걷은 돈을 설명해야 합니다.”
로엔은 순찰대를 불러 사환을 데려가게 했다. 이 일로 밤 순찰 예산이 비어 버리자 주민들은 자기 집 앞에 불을 하나씩 나눠 걸었다. 미카는 안전한 유리를 만드는 법을 작업장 문밖에 적어 두되, 누구든 가져다 고칠 수 있도록 도면을 공개했다. 상인조합의 축제 주문은 취소했지만, 그 손실을 공동 수리기금으로 바꾸기로 했다.
아델은 면제증을 세라에게 맡겼다. 세라는 그것을 등불 아래 두었다. 은색 글자는 강한 빛을 받아도 더는 특권처럼 반짝이지 않았다.
“오늘부터 구조등은 촛불세를 면제합니다.” 아델이 주민들 앞에서 말했다. “하지만 기준과 비용은 장부에 공개하고, 이 구역 주민이 매달 검토할 겁니다.”
미카는 그녀 곁에 섰다. “그 약속이 깨지면 작업장 문을 닫겠습니다.”
“그럼 문을 다시 열어 달라고 부탁하러 올게요.”
“공녀가 부탁하러요?”
“아델로요.”
그는 그녀의 손등에 붙은 새 붕대를 살폈다. “그 이름으로 부르면, 대답은 해 볼게요.”
골목에 종이 울렸다. 이번에는 통행을 막는 신호가 아니었다. 주민들이 자기 집 불을 다시 켜는 소리였다. 아델은 그 불빛 아래에서 왕실 창고 열쇠를 받아 들었다. 번호는 오라비의 서재 금고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