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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탑 수습생은 귀신의 퇴근을 돕는다2화

종탑 수습생은 귀신의 퇴근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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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돌아온 시민들의 공통 장소

폐역 환승 광장에는 출입 금지 테이프가 두 겹으로 둘러져 있었다.

무진은 버스 엔진을 끄고 문을 열었다. 귀신들은 차례로 내리지 못했다. 먼저 내려선 작업복 남자가 광장 바닥의 금속 원을 보며 멈췄다.

“여기가 공장이었소?”

“아니요.” 태린이 답했다. “여긴 역 앞 환승 광장이었어요.”

“난 공장에 가야 해.”

“공장은 없어졌어요. 당신이 마지막으로 그 사람을 기다린 곳은 여기예요.”

남자는 출근 카드를 손바닥에서 돌렸다. “그 사람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백교가 종탑에서 내려왔다. 그는 광장에 들어오지 않고 펜스 바깥에 섰다. “귀신들은 처음 떠난 장소에 돌아온 게 아니야. 마지막으로 기다린 곳에 돌아온 거다.”

“모두 같은 곳에서 기다렸어요?” 태린이 물었다.

“이 도시의 오래된 환승은 여기서 시작했어. 버스, 전차, 공장 통근차가 다 여기 모였지.”

“왜 지금까지 말하지 않았어요?”

“내가 알고 있는 건 여기까지야.”

무진은 버스에 기대 있었다. “이곳을 철거하면 야간 노선도 완전히 없어집니다.”

“회사가 노선을 지운 지 오래잖아요.” 태린이 말했다.

“노선표에서 지웠죠. 길에 기다리는 사람까지 지운 건 아닙니다.”

그가 광장 바닥을 발로 가리켰다. 금속 원이 종탑 문양을 닮았다. 귀신들은 그 주위를 둥글게 둘러싸고 있었다. 도시락을 든 여자는 원의 가장자리에 앉았고, 작업복 남자는 출근 카드를 원 안에 내려놓았다.

“이걸 열면 뭐가 나와요?” 태린이 물었다.

백교는 펜스에 손을 얹었다. “모른다. 백 년 전 종탑을 세울 때 이 광장에 있던 종추를 묻었다고 기록돼 있어.”

“왜요?”

“첫 종이 울렸을 때 한 사람이 떠나지 못했어. 종지기가 억지로 보냈고, 그 뒤로는 종추를 묻었다.”

“누군가를 강제로 보냈다고요?”

백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기록은 내가 숨겼어.”

“그 사람은 누군데요?”

“이름이 없어.”

태린은 그를 똑바로 봤다. “사람을 보내 놓고 이름까지 지우면, 그건 의식이 아니라 살인과 다를 게 없어요.”

“그래서 내가 종을 울리지 않았어.”

“그러면 오늘은 누가 울렸죠?”

백교는 답하지 않았다. 광장 밖에 도착한 굴착기 한 대가 펜스 안으로 들어오려 했다. 현장 감독은 출입 허가서를 들고 있었다. 오늘 아침부터 철거를 시작한다는 일정이었다.

“여긴 위험 구역입니다. 전부 밖으로 나가 주세요.” 감독이 말했다.

“사람들이 아직 안에 있어요.” 태린이 답했다.

“사람은 없고, 미허가 인원만 있습니다.”

무진이 버스 문을 열어 두었다. 귀신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감독은 운전기사에게 나가라고 손짓했다. 그때 도시락을 든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오늘은 못 가요. 남편이 아직 안 왔어요.”

“이분은 귀신입니다.” 태린이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철거하면 여기서 기다리는 흔적이 없어집니다.”

“흔적은 사진으로 남기면 됩니다.”

“누가 기다렸는지 사진으로 남길 수 있어요?”

감독은 한숨을 쉬었다. “공사 시간을 늦추면 위약금이 생깁니다. 저는 현장 인원들 월급도 책임져야 해요.”

“그럼 공사 예정 구역만 비워 주세요. 이 원 주변은 오전까지.”

“그런 조건은 제 권한 밖입니다.”

백교가 입을 열었다. “내가 종지기 자격으로 요청합니다.”

“종탑도 철거 대상입니다. 자격은 도시에서 인정하지 않습니다.”

감독은 테이프를 다시 당겼다. 작업자 둘이 안전모를 쓰고 안으로 들어왔다. 귀신들은 그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비켜섰지만, 도시락 든 여자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태린은 손종을 꺼냈다. 백교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강제로 남겨 두면 안 돼.”

“저는 보내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그분이 원하는 걸 묻고 싶어요.”

“종을 울리면 다시 대답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저 종을 울리지 않을게요.”

태린은 손종을 바닥에 내려놓고 여자에게 다가갔다. “남편이 오늘 안 오면, 여기서 기다리실 건가요?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가고 싶으세요?”

“남편은 매일 여기서 퇴근했어요. 내가 도시락을 주면 늘 한입만 먹고, 나머지는 버스에서 먹었죠.”

“그 사람을 기다리는 게 일이라면, 오늘 끝내도 괜찮을까요?”

여자는 도시락 통을 열었다. 안에는 음식이 없었다. 뚜껑 안쪽의 메모만 남아 있었다. ‘늦으면 먼저 먹어.’ 그녀는 그 문장을 읽고 웃었다.

“내가 늦은 건 줄 알았는데, 그 사람도 나를 기다렸네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여자는 통을 닫았다. “이걸 집에 가져가고 싶어요. 집은 없어졌지만, 버스 노선은 아직 남아 있죠?”

무진이 말했다. “제가 그 주소 근처를 지나갑니다. 운행을 끝내는 길에 내려 드릴게요.”

“정말요?”

“살아 있는 손님도 그쪽에서 내립니다. 한 번 더 운행하면 됩니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귀신들도 차례로 버스 쪽을 바라봤다. 작업복 남자는 출근 카드를 무진에게 건넸다.

“막내 이름을 찾으면 알려 주시오. 그 아이가 살아 있다면, 내가 공장을 멈추지 못한 이유를 말해야겠소.”

무진은 카드를 받았다. “찾겠습니다. 다만 그 사람을 만나게 되면, 대답은 본인이 하게 둘게요.”
철거 작업자 중 한 명이 출근 카드를 알아봤다. “박윤수 반장님, 이 이름 맞습니까?”

귀신 남자가 버스 계단에서 돌아섰다. “너, 누구냐?”

작업자는 안전모를 벗었다. 머리에는 오래된 화상 흉터가 있었다. “최민석입니다. 야간조 막내였어요. 반장님이 공장 셧다운 전에 제 어깨를 잡고 밖으로 밀어냈어요.”

“너는 살아 있었구나.”

“그날 반장님이 압력계를 28에서 멈췄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안전문 밖으로 나간 뒤 다시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어요. 그 뒤에 설비가 터졌다는 소문만 들었습니다.”

“내가 멈추지 못했어.”

“아니요. 그때 멈춘 건 저였어요. 겁먹고 문을 잠갔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봤다. 작업자는 카드를 받으려 손을 내밀었지만, 박윤수는 건네지 않았다. “그걸 네가 갖고 있어. 네가 겁먹었다는 것도, 내가 널 밀어냈다는 것도 둘 다 기록해야지.”

민석은 카드를 받았다. “반장님 이름은 공장 사고 보고서에서 빠졌습니다. 책임을 떠안게 될까 봐 제가 증언을 안 했어요.”

박윤수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 “나도 너를 찾지 않았다. 네가 살아 있는지 확인하면 내가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이제 알아도 괜찮아요?”

“괜찮지는 않지. 그래도 더는 교대 시간을 기다리지 않겠다.”

태린은 손종을 울리지 않았다. 두 사람이 서로의 말을 들을 동안, 광장의 진동이 조금 잦아들었다. 귀신 남자는 버스 문턱에서 한 발 물러섰다. “내가 그날 실패했다고 생각했는데, 넌 살아서 다른 일을 하고 있구나.”

“반장님도 제게 빚진 게 있어요.”

“뭔데?”

“살아서 잘못을 말해 준 거요. 그걸로 됐어요.”

현장 감독은 민석의 증언을 듣고도 작업 중단을 결정하지 못했다. “저는 사고 당시 직원도 아니고, 오늘 공정을 취소하면 인부들에게 주말 수당을 못 줍니다.”

“그럼 오전만 늦춰 주세요.” 태린이 말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자기 이름을 찾고 있어요.”

“이분들이 누구인지 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민석은 안전모를 다시 썼다. “내가 증언할게요. 공장 사고를 숨긴 건 우리 회사였어요. 광장을 밀어 버리면 그 기록도 없어질 겁니다.”

감독은 일정표를 접었다. “오전 조는 일단 멈추겠습니다. 하지만 오후엔 다시 들어옵니다.”

“그때까지 저도 남아 있겠습니다.” 민석이 말했다.

백교는 태린을 바라봤다. “귀신을 보내는 일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구나.”

“남은 사람이 뭘 할지도 물어야 하니까요.”
그때 굴착기 팔이 광장의 펜스를 넘어왔다. 작업자들이 물러서려 했지만 기계는 멈추지 않았다. 백교가 굴착기 앞에 섰다. 귀신들은 그를 피해 둥글게 모였다.

태린은 바닥의 금속 원에서 다시 진동을 느꼈다. 손종은 울리지 않았는데도 손잡이가 떨렸다. “아래에 종추가 있어요. 이 진동이 올라오면 기계가 멈출 수 있어요.”

“그걸 꺼내면 안 돼.” 백교가 말했다.

“왜요? 그 종추를 묻은 일 때문에 귀신들이 아직 여기 있는 거잖아요.”

“열면 네가 그 사람의 마지막 목소리를 듣게 될 거야.”

“그 목소리도 기록에서 지우실 건가요?”

백교는 대답하지 못했다. 감독은 굴착기를 끄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현장 기사는 엔진을 멈추지 않았다. 기계의 쇠 팔이 금속 원을 긁었다.

광장 아래에서 낮은 종소리가 울렸다. 귀신들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그들은 다시 버스에 오르지 않고 종탑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백교는 태린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번에는 내가 함께 듣겠다.”

태린은 손종을 집어 들었다. “그럼 문을 열어 주세요.”

백교는 잠시 망설이다 펜스 문을 열었다. 귀신들이 종탑을 향해 걷는 가운데, 금속 원 한복판에 낡은 이름 하나가 나타났다.

백교는 그 글자를 보자 손목의 종추 자국을 가렸다. “이 이름을 본 사람은 모두 떠나지 못했다.”

“그럼 이번엔 같이 봐요.” 태린이 말했다. “혼자 묻어 두지 말고요.” 백교는 이름을 덮지 않았다. 손목에 남은 종추 자국이 붉어지며, 광장에 모인 귀신들의 입에서 같은 이름이 흘러나왔다. 백교는 처음으로 자기 이름을 듣고도 문을 닫지 않았다.
백교의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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