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양궁부의 열두 발

2화: 열두 발의 순서
강현민은 훈련 전 어깨를 돌려 보고 통증을 0부터 10까지 적었다. 전날에는 3이라고 썼고, 오늘 아침은 2였다. 신은아는 점수가 줄었다고 바로 발사를 늘리지 말라고 했다. 몸 상태와 훈련량을 함께 확인해야 했다. 현민은 18미터에서 6발만 쏘고 자세 영상을 찍기로 했다. 목표는 점수를 올리는 게 아니라 조준 시간이 길어지는 지점을 찾는 것이었다.
윤유진은 촬영 위치를 정하고, 영상에 다른 선수의 얼굴이 나오지 않도록 프레임을 조정했다. 선수들은 자신의 자세를 확인하기 위해 영상 촬영에 동의했지만, 학교 홍보에 쓰는 데는 동의하지 않았다. 은아는 영상 파일을 개인별로 저장하고, 훈련 분석이 끝나면 공유 범위를 다시 확인하기로 했다. 유진은 자기 영상도 함께 찍어 달라고 했다. 주장이라고 피드백을 주기만 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했다.
첫 엔드에서 현민은 화살을 여섯 발 쐈다. 점수는 어제보다 2점 높았지만, 4번째 화살의 조준 시간이 특히 길었다. 그는 과녁을 오래 바라보다가 손목을 다시 세웠고, 릴리스 뒤에 팔을 빨리 내렸다. 은아는 영상에서 그 순간을 멈추고 물었다.
“네가 느낀 건 뭐였어?”
“시위가 걸린 것 같았어요. 놓으면 빗나갈 것 같아서 더 잡고 있었어요.”
“그럴 때 네 루틴에는 중단 신호가 있어?”
현민은 활을 내리고 다시 시작하는 기준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조준이 일정 시간 안에 잡히지 않으면 활을 내리고 호흡부터 다시 시작하는 방법을 연습하기로 했다. 은아는 그 시간을 임의로 정하지 않고, 지도자와 선수의 안전 기준을 확인해 조정했다. 현민은 너무 오래 조준하면 어깨가 떨린다는 걸 기록했다.
유진은 자신의 영상을 분석하며 발사 뒤 팔이 표적 방향을 유지하는 시간을 체크했다. 그녀는 평소보다 팔을 빨리 내렸고, 이유는 다음 화살을 급히 준비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은아는 팀 전체 훈련 시간을 고려해 루틴을 짧게 만들기보다, 필요한 동작을 일정하게 반복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유진은 주장 역할 때문에 다른 선수보다 더 빨리 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녀는 그 기준이 어디서 왔는지 대답하지 못했다.
훈련이 끝난 뒤 학교에서 양궁부 운영 계획 중간 점검을 요청했다. 체육부장은 정식 지도 자격이 없는 은아가 언제까지 감독 대행을 맡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했다. 은아는 임시 승인 기간이 이번 학기까지이고, 자격 갱신 연수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연수 일정을 잡으면 훈련 시간 일부를 비워야 했다. 학교는 감독을 새로 구할지, 은아가 계속 맡을지 결정하기 전에 선수 출석과 운영 계획을 보겠다고 했다.
“대회에 나가려면 성적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필요합니다. 다만 안전 관리와 지도 자격도 필요해요. 한 항목으로 나머지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은아는 선수들이 준비하는 동안 자신도 지도 자격을 갱신하겠다고 했다. 유진은 감독이 없는 기간에 자신이 일부 훈련을 책임져야 하는지 물었다. 은아는 사선 안전을 보조할 수는 있지만, 감독의 결정을 대신하거나 부상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고 했다. 유진은 다음 주까지 체육부와 역할을 나눠 정리하겠다고 했다.
은아는 지도자 연수 신청서를 열어 두었다. 갱신 교육은 주말 이틀간 진행되고, 수강료는 개인 부담이었다. 감독 대행을 계속하려면 필요했지만, 그 주말에는 학교 체육 행사도 예정돼 있었다. 체육부장은 다른 교사에게 행사 감독을 부탁해 보겠다고 했다. 은아는 자신이 팀을 위해 연수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 않았다. 일정을 조정할 수 있는지 확인한 뒤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점심 뒤 유진은 휴대전화로 실업팀 공개 테스트 날짜를 확인했다. 테스트는 지역 예선 이틀 전이었다. 참가하려면 이동과 하루 전 적응 훈련까지 고려해야 했다. 유진은 테스트를 포기하면 고교 졸업 뒤 선택지가 줄고, 참가하면 팀 예선을 앞두고 자리를 비우게 될 수 있었다. 현민은 자신이 팀 엔트리에 들면 유진이 신경 쓸 일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유진은 그가 자기 진로를 대신 책임질 필요는 없다고 했다.
“내가 테스트를 가고 싶은지 먼저 정할게. 네가 대회 기록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까지 얹을 필요 없어.”
유진은 은아에게 테스트 일정을 공식적으로 공유했다. 은아는 대회 출전 명단과 개인 진로 일정을 별도로 관리하고, 어떤 선택도 팀을 배신하는 일로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 유진은 신청서를 제출하되, 합숙일과 겹치는지 주최 측에 확인하기로 했다. 그 결정은 아직 참가 확정이 아니었지만, 혼자 고민하던 일은 팀이 알아야 할 일정이 됐다.
오후에는 전원이 사선 안전 점검을 했다. 현민은 사용 금지 활을 옮길 때 번호를 확인하고, 장비함 안쪽에 보관 사유를 붙였다. 신입 선수 한 명이 화살을 들고 사선 앞에 나가려 했지만, 은아는 발사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 대기선 뒤에 있으라고 안내했다. 그 선수는 서두르지 않았고, 유진은 옆에서 화살 개수를 다시 확인했다. 안전 규칙은 점수와 상관없이 모든 훈련에 적용됐다.
안전 점검이 끝난 뒤 1학년 선수 서준이 은아에게 선발 기준의 ‘훈련 출석’이 결석 사유와 상관없이 같은 점수인지 물었다. 그는 최근 가족 돌봄 때문에 두 번 결석했고, 그날은 결석 확인서를 냈다. 유진은 출석을 기준으로 하면 실력이 아니라 사정이 평가된다고 걱정했다. 은아는 출석을 성적처럼 점수화하지 않고, 훈련 참여 여부와 대회 참가가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자료로 쓰겠다고 했다. 정당한 사유와 보충 훈련도 함께 기록해야 했다.
서준은 결석한 날의 훈련을 집에서 영상으로 따라 했지만, 활을 쏘지는 못했다. 은아는 그 기록을 정식 훈련으로 계산할 수는 없지만, 팀 일정에 참여하려 한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에게 같은 평가를 한다는 것은 같은 상황을 가진 척하는 게 아니라, 기준과 예외를 모두 공개하는 일이었다. 유진은 다음 회의에서 결석 사유를 공개하지 않는 절차를 제안하기로 했다.
현민은 같은 거리에서 두 번째 6발을 쐈다. 그는 조준 시간이 기준을 넘은 화살에서 활을 내리고 호흡을 다시 시작했다. 점수는 44점에서 42점으로 낮아졌다. 그러나 그룹은 표적 왼쪽에서 중앙 쪽으로 좁아졌다. 그는 점수가 낮아졌는데도 자세가 나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은아는 그룹과 루틴 모두를 기록하되, 다음 훈련에서 반복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유진은 현민의 기록을 보면서 “조준을 끊은 뒤 두 번째 시도에서 어깨가 덜 올라갔다”고 말했다. 현민은 그 피드백을 받아 적었다. 유진은 점수 대신 자기 관찰이 도움이 된 것 같아 안도했다. 주장은 답을 알려 주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선수가 자기 기록을 읽도록 돕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연습 마지막에 은아는 각 선수에게 다음 주 평가 기준을 설명했다. 지정 거리의 여러 엔드 기록, 훈련 출석, 장비와 안전 규칙 준수, 선수의 몸 상태를 함께 본다. 통증 정보는 지도 책임자와 선수 사이에서 관리하고, 선발 심사에는 출전 가능한 상태 여부만 필요한 범위로 반영한다. 대회 등록 인원과 성적 기준은 요강을 확인한 뒤 게시하겠다고 했다.
한 선수는 이 기준이면 성적이 낮아도 대회에 나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은아는 누구나 자동으로 출전하는 것은 아니며, 엔트리 수보다 지원 가능한 선수 수가 많으면 공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다만 기준이 정해지기 전에 특정 선수를 미리 약속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선수들은 점수표를 공유하고, 선발 기준을 함께 확인하기로 했다.
수업이 끝나갈 때 사선 옆 바람깃이 한 번 크게 흔들렸다. 선수들은 발사 준비를 멈추고 은아의 신호를 기다렸다. 바람이 잦아든 뒤에도 현민은 활을 들지 않았다. 그는 조준 시간이 길어진 순간을 떠올리며, 바람이 일정하지 않을 때 루틴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지 물었다. 은아는 경기 규정과 지도자 지침에 맞춰 중단 신호를 확인하자고 했다. 유진은 바람에 따라 표적 조준을 조정하는 것과 자기 호흡을 끊는 것을 구분해서 연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민은 마지막 엔드를 쏘지 않고 기록표에 사선 대기 시간을 적었다. 점수는 추가되지 않았지만, 날씨가 바뀔 때 무리하게 발사하지 않는 선택을 연습했다. 은아는 다음 훈련에서 바람이 일정하지 않은 상황을 안전하게 재현할 수 있는지 검토하기로 했다.
훈련 종료 뒤 은아는 촬영 영상을 저장하고 선수별 접근 권한을 확인했다. 현민은 자기 영상에서 조준이 길어지는 장면만 따로 표시했다. 그는 어깨 통증이 다음 날에도 남으면 보건실에 다시 가기로 했다. 유진은 테스트 일정 확인 메일을 보냈다. 답이 오기 전까지는 출전 여부를 결정하지 않기로 했다.
체육부장은 운영 계획서에 지도자 연수 일정과 예산을 추가하라고 했다. 은아는 자격 갱신에 필요한 시간을 계산해 훈련표를 수정했다. 그동안 선수들이 혼자 사선을 운영하지 않도록 교내 체육교사 한 명의 보조 시간을 요청했다. 학교는 아직 예산을 승인하지 않았지만, 대안 계획을 제출하면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해가 질 무렵 선수들은 활의 시위를 풀고 장비를 보관했다. 현민은 예전처럼 점수를 만회하려고 발사를 늘리지 않았다. 유진은 팀의 일정만 먼저 보지 않고 자기 테스트를 신청할 준비를 했다. 은아는 벽에 붙인 선발 기준 초안을 선수들과 함께 읽었다. 규칙은 아직 최종이 아니었지만, 누가 어떤 기준으로 평가받는지는 모두 알게 됐다.
다음 주 평가전까지 현민은 장거리 훈련을 재개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의 어깨 상태와 그룹 기록이 먼저 확인돼야 했다. 유진의 테스트 일정도 대회와 충돌할 가능성이 남아 있었다. 팀이 열두 발을 쏘기 전에 먼저 합의해야 할 것은 누가 더 잘 쏘는지가 아니라, 각자 어떤 조건에서 끝까지 자기 루틴을 지킬 수 있는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