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양궁부의 열두 발

1화: 사선에 선 사람
양궁장 입구에는 장비 정리함이 세 개 비어 있었다. 신은아는 잠금장치가 풀려 있는 것을 확인하고, 활 케이스 목록과 실제 보관 수량을 맞췄다. 활 네 대, 예비 시위 세 개, 연습 화살 서른여섯 개. 활 하나는 손잡이에 균열이 있어 사용 금지 표시가 붙어 있었다. 감독의 부상 휴직이 시작된 뒤 장비 확인을 맡은 사람이 없었다.
“이 활도 쓸 수 있어요. 균열이 작잖아요.” 강현민이 말했다.
“작아 보여도 쓰면 안 돼. 시위가 걸리는 부분이면 특히 위험해.”
은아는 활을 별도 보관함에 넣고, 사용 금지 목록에 번호를 적었다. 현민은 입을 다물었다. 그는 장거리 기록을 만회하려면 오늘 한 발이라도 더 쏴야 한다고 생각했다. 윤유진 주장은 뒤에서 화살 깃을 확인하며 조용히 상황을 지켜봤다.
감독의 부상 휴직은 적어도 한 달이었다. 학교는 선수 수가 줄고 최근 대회 성적이 낮다는 이유로 양궁부를 학기 말에 재검토하겠다고 통지했다. 은아는 체육교사였지만 정식 감독이 아니었다. 훈련을 맡을 수 있도록 임시 승인을 받았고, 장비와 안전 절차를 먼저 점검해야 했다.
유진은 활을 들기 전에 팀원들을 사선 뒤에 세웠다. 화살을 장착하기 전 표적과 사선에 사람이 없는지 확인했다. 은아는 안전 통제선을 넘어가면 안 되고, 발사 신호 전에는 시위를 당기지 말라고 다시 설명했다. 선수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바뀐 감독 아래서 절차가 누락되지 않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첫 엔드는 18미터 표적에서 시작했다. 현민은 화살 세 발을 쏘고 기록지를 들여다봤다. 점수는 8, 7, 6. 그룹은 왼쪽 아래로 벌어졌다. 그는 곧바로 활을 다시 잡으려 했다. 은아가 손을 들었다.
“기록 먼저 확인하고 물 마셔. 다음 엔드는 네가 바꿀 한 가지만 정해.”
“더 쏘면 감이 돌아올 것 같아요.”
“지금 필요한 건 발사 수가 아니라 왜 그룹이 벌어졌는지 보는 거야.”
현민은 점수표를 뒤집었다. 왼쪽 어깨가 자꾸 올라갔고, 조준 시간이 길었다고 말했다. 그날 아침부터 어깨가 뻐근했지만, 대회 선발에서 밀릴까 봐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은아는 통증 위치와 시작 시각을 기록하게 했다. 통증이 계속되면 발사량을 줄이고 보건교사와 진료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그럼 오늘 훈련은 끝인가요?”
“통증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의무 담당자와 얘기한 뒤 결정하자. 여기서 참는다고 기록이 좋아지는 건 아니야.”
유진은 자기 활을 내려놓고 현민의 자세를 보려 했다. 은아는 주장이라고 해서 후배의 몸 상태를 판단하는 역할까지 떠맡기지 말라고 했다. 유진은 당황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통증을 기록하는 양식을 가져와 현민에게 건넸다. 현민은 처음엔 표에 적는 걸 망설였지만, 그날 발사 수와 통증 변화를 남겨야 다음 훈련을 정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잠시 뒤 교감과 체육부장이 양궁장에 왔다. 학교는 다음 달 지역 대회에 몇 명을 등록할지 확인하려 했다. 예산 심의 전에 팀 운영 가능성을 보고해야 한다고 했다. 유진은 졸업 예정이라 내년에는 팀에 남지 못했다. 현민은 기록이 기준보다 낮았고, 1학년 선수 두 명은 최근 결석이 잦았다. 은아는 오늘의 점수만으로 엔트리를 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럼 어떤 기준으로 보고하실 건가요?” 체육부장이 물었다.
“안전 교육 이수, 최근 여러 차례 기록, 출석과 훈련 참여를 함께 보겠습니다. 대회 규정과 등록 인원도 확인한 뒤 선수들에게 먼저 공개하겠습니다.”
교감은 학교가 결과를 중요하게 본다고 했다. 은아는 결과를 무시할 수 없지만, 한 번의 연습 점수로 선수의 가능성을 판정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체육부장은 다음 주까지 팀 운영 계획을 제출하라고 했다. 양궁장은 장비 교체 비용과 사선 사용 시간이 부족했지만, 은아는 아직 비용을 확정할 자료가 없었다. 그녀는 요청서를 가져와 우선 장비 상태와 선수별 훈련 기록을 정리하겠다고 했다.
교감이 나간 뒤 유진은 자기 대회 기록을 꺼냈다. 최근 지역 랭킹은 팀에서 가장 높았지만, 공개 테스트 참가 신청이 이번 주 마감이었다. 대회 준비와 테스트 날짜가 겹칠 수 있었다. 유진은 팀 일정부터 맞추고 싶어 아직 신청하지 않았다고 했다. 은아는 주장으로서 팀을 대신해 결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유진은 팀이 해체되면 자기 마지막 대회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네 진로 일정도 팀 운영 계획에 들어가야 해. 혼자 접어 두면 우리가 선택할 수 없어.”
유진은 대답을 미뤘다. 그녀는 자기 테스트의 날짜를 정확히 확인한 뒤 은아에게 알려 주겠다고 했다. 현민은 그 말을 듣고 자신 때문에 유진의 일정까지 늦추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했다. 유진은 그가 사과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자신은 아직 결정을 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훈련 사이 체육부장은 은아에게 지역 대회 엔트리 수를 확인해 달라고 전화했다. 올해는 학교당 선수 네 명까지 신청할 수 있었지만, 교통비와 지도자 동행 비용은 별도 예산 승인이 필요했다. 은아는 이름만 먼저 올렸다가 선수를 바꾸는 것은 가능한지 대회 요강을 확인하겠다고 했다. 부장은 신청 마감 전에 명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은아는 선수들에게 기준과 기한을 공개한 뒤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유진은 통화를 들은 뒤 자기 이름을 먼저 넣어 달라고 하지 않았다. 현민은 대회에 나가려면 지금 점수가 기준에 못 미친다고 했다. 은아는 최근 한 번의 기록이 아니라 정해진 평가 회차와 안전·출석 기준을 함께 보겠다고 설명했다. 아직 선발 점수를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를 약속할 수는 없었다. 선수들은 누구나 같은 조건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동의했다. 은아는 그 합의를 훈련 게시판에 적었다.
현민은 보건실에서 어깨 상태를 확인하고 돌아왔다. 간호교사는 붓기나 급성 손상은 없지만 통증이 반복되면 보호자와 진료를 상의하라고 했다. 은아는 오늘 발사량을 줄이고, 내일 통증이 남으면 사선 훈련 대신 영상 분석을 하겠다고 말했다. 현민은 대회 선발이 걱정된다고 솔직히 답했다. 은아는 부상 기록을 선발에서 벌점처럼 쓰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선수의 건강 정보를 다른 학생에게 공개하지도 않기로 했다.
오후 훈련은 18미터에서 한 엔드 더 진행했다. 현민은 발사 횟수를 줄이고, 조준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목표를 세웠다. 세 발을 쏘고 나서 그는 점수 대신 그룹 위치를 기록했다. 첫 엔드보다 화살이 중앙에 가까워졌지만, 한 발은 바깥쪽으로 빠졌다. 어깨 통증은 발사 뒤 더 심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은아는 그날은 추가 발사를 하지 않고 회복 시간을 갖도록 했다.
“한 엔드로는 달라졌다고 하기 어렵겠죠.” 현민이 말했다.
“맞아. 그래서 반복해서 확인해야 해.”
유진은 사선 뒤에서 현민의 발사 시간을 기록해 주었다. 그녀는 자세를 대신 수정하지 않고, 조준이 길어진 화살만 표시했다. 현민은 그 표시를 보고 다음 훈련에서 무엇을 살필지 정했다. 은아는 선수별 훈련표에 목표를 기록하고, 오늘 사용한 장비 번호를 적었다.
훈련이 끝나자 선수들은 활 시위를 풀고 화살을 다시 세었다. 한 발이 수량에서 빠져 있었다. 사선 앞에 남은 것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통제 신호를 내리고, 모두가 대기선 뒤에 섰다. 유진이 표적 옆에 꽂힌 화살을 발견했다. 회수 뒤에는 화살촉과 깃 손상을 살폈다. 이상은 없었지만, 은아는 분실 방지와 안전 확인을 기록했다.
현민은 화살을 정리하면서 오늘 더 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그는 장거리에서 점수를 올리려면 평소보다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은아는 추가 발사가 늘 항상 성적을 높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어깨 통증이 있는 상태에서 쏘면 자세가 무너지고, 다음날까지 영향이 갈 수 있었다. 현민은 처음으로 자기 기록과 통증을 한 표에 함께 적었다.
유진은 남은 팀원들에게 안전 점검 순서를 다시 알려 주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주장을 맡아 왔고, 후배들이 물어보지 않아도 필요한 일을 먼저 했다. 은아는 다음 주부터 장비 확인과 기록 정리를 돌아가며 맡자고 했다. 유진은 부담을 덜 수 있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누가 그 일을 제대로 할지 걱정된다고 했다. 은아는 체크리스트를 함께 만들고,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인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저녁이 가까워지자 은아는 체육부장에게 보낼 첫 운영표를 작성했다. 선수별로 최근 점수, 결석, 통증 기록, 안전 교육 상태를 구분했다. 현민의 어깨 상태는 개인 정보라 공개 범위를 제한하고, 선수 본인과 지도 책임자만 열람하도록 했다. 유진의 대회 참가와 테스트 일정은 아직 확인 중으로 표시했다. 장비 교체 비용도 견적을 받기 전까지 금액을 적지 않았다.
양궁부는 아직 해체를 피하지 못했고, 지역 대회 엔트리도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안전하지 않은 활 한 대는 사용에서 제외했고, 현민은 통증을 숨기지 않았으며, 유진은 자기 진로 일정을 처음으로 공유하기 시작했다. 은아는 훈련을 마친 뒤 통제 깃발을 접어 제자리에 걸었다.
내일 첫 시간에는 선수들의 루틴을 영상으로 기록하기로 했다. 현민은 발사 횟수 대신 조준 시간과 어깨 상태를 확인하고, 유진은 개인 일정과 팀 역할을 다시 협의해야 했다. 양궁장 입구에는 여전히 비어 있는 장비함이 세 칸 남아 있었다. 은아는 그 빈칸을 점수로 채우지 않고, 학교에 제출할 운영 계획의 첫 질문으로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