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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등대지기와 길 잃은 별2화

겨울 등대지기와 길 잃은 별

겨울 등대지기와 길 잃은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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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등대 아래 묻힌 선박종

새벽이 되자 등대 아래 창고에 있던 종은 멈췄다. 그런데 종을 매달았던 고리는 안쪽을 향해 휘어 있었다. 누군가 힘으로 당긴 흔적이었다.

진태가 수리 가방을 들고 올라왔다. “어젯밤 종소리 들었어?”

“두 번.” 도하가 말했다. “종은 창고에 있었고, 아무도 손대지 않았어요.”

진태는 창고 문에 붙은 얼음 자국을 손끝으로 눌렀다. “그 종은 배에서 떼어 온 게 아니야.”

“아버지 배의 종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 네가 찾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도하는 진태의 표정을 살폈다. 오른손 검지에 손톱이 없는 건 오래전부터 알았지만, 그가 어젯밤보다 더 자주 주머니를 만지는 건 처음이었다.

미주가 내려왔다. “등대 밑 바위에 빈 공간이 있어요. 종이 울릴 때 벽이 떨렸어요.”

“가까이 가지 마.” 진태가 말했다.

“왜요?”

“바위가 갈라졌으니까.”

“아저씨는 종이 어디 있는지 알아요?”

진태는 답하지 않았다. 미주는 고개를 돌려 도하를 봤다. “직접 확인해요. 안 그러면 저 사람 오늘 밤에도 숨길 거예요.”

셋은 창고 바닥에 깔린 나무판을 걷었다. 그 아래로 좁은 사다리가 내려가 있었다. 진태는 손전등을 켜고 먼저 내려갔다. “종을 꺼내면 등대가 흔들릴 수 있어. 별빛을 정면으로 받으면 청동이 갈라져.”

“왜 묻었죠?” 도하가 물었다.

“그 질문은 종을 찾은 다음에 해.”

사다리 끝은 바위 틈과 연결되어 있었다. 아래 공간에는 해초와 오래된 밧줄이 뒤엉켜 있었다. 벽 안쪽에서 희미한 청동빛이 보였다. 미주는 손바닥으로 돌을 쓸며 틈을 찾았다.

“여기, 배 이름이 있어요.”

돌 틈에서 드러난 글자는 ‘새벽호’였다. 미주의 아버지가 타고 나갔던 배 이름이었다. 도하는 글씨를 읽고 그녀의 얼굴을 봤다. 미주는 놀라지 않으려 애썼지만, 입술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아버지 배에 있던 종이라면 왜 등대 밑에 있죠?”

“새벽호는 종을 달지 않았다.” 진태가 말했다. “그 종은 배를 부르는 종이었어. 바다에 길을 잃은 배가 있으면 등대에서 울렸다.”

“그럼 누가 울렸어요?”

“네 아버지.”

도하는 손전등을 진태에게 비췄다. “아버지는 그때 배에 계셨습니까?”

“아니. 그날 등대에 있었지. 너는 잠들어 있었고.”

“그 이야기를 왜 한 번도 안 했어요?”

“그 종을 울리면 별이 바다로 내려온다고 믿었어. 실제로 별이 내려왔고, 돌아오지 못한 배도 있었어.”

“그럼 아버지는 별 때문에 실종된 거예요?”

“난 모른다.”

진태가 바위 틈에 손을 넣었다. 청동 종의 고리는 절반이 바위에 묻혀 있었다. 그는 쐐기를 대고 망치로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첫 타격에는 돌가루만 떨어졌다. 두 번째에는 종이 낮게 울렸다. 바위 공간 전체가 떨리며 미주의 귀마개가 바닥에 떨어졌다.

“멈춰요.” 도하가 말했다.

진태는 망치를 거뒀다. “종을 깨우려면 세 번 쳐야 해.”

“그럼 마지막 한 번은 제가 하겠습니다.”

“네가 치면 이 공간이 무너질 수 있어.”

“아저씨가 계속 치면 종이 아니라 바위가 갈라져요.”

미주가 손전등을 바닥으로 내렸다. 빛이 배 이름 아래 새겨진 작은 흔적을 드러냈다. 세 개의 별과 수평선 하나. 도하는 아버지가 항해 노트 여백에 그리던 표시를 알아보았다.

“이건 항로 표식이에요. 선박종을 울린 방향을 기록했어요.”

진태는 한참 표식을 바라보았다. “네 아버지가 그렸어.”

“어디로 가는 길이었죠?”

“그건 종이 먼저 말하게 해야 해.”

도하는 망치를 들었다. 바루처럼 단단한 청동도 아니고, 별의 목소리도 아니었다. 그는 종의 옆면을 손바닥으로 눌러 떨림을 느꼈다. 선박종을 울리면 별이 내려온다는 말이 두려웠다. 하지만 어젯밤 라라를 구조하고, 바다 아래에서 사람의 소리를 들었다.

“한 번만 울리겠습니다. 배를 부르는 신호로.”

“그 소리가 별을 부르면?”

“그때는 제가 결정하겠습니다.”

도하가 망치를 쳤다. 맑은 소리가 바위 틈을 타고 퍼졌다. 종은 세게 울리지 않았다. 낮은 음이 등대 기둥을 통과해 바다로 향했다. 미주는 눈을 감고 음의 끝을 들었다. “북쪽에서 답이 왔어요.”

“어디서?”

“바다 아래가 아니라, 바위섬 뒤쪽. 작은 배가 떠 있어요.”

셋은 위로 올라와 망원경을 펼쳤다. 수평선에 점처럼 보이는 배 한 척이 얼음 사이에 걸려 있었다. 진태가 구명줄을 들고 나가려 했다. 도하가 그를 막았다.

“혼자 가면 안 돼요.”

“나는 바다에서 일했어.”

“그래도 지금은 겨울 등대 아래입니다.”

미주가 썰매를 끌고 나왔다. “제가 얕은 길을 알아요. 둘이 같이 가요. 차장님은 빛을 돌려 주세요.”

진태는 반박하려다 물러섰다. 도하는 렌즈를 북쪽으로 돌렸고, 미주와 진태는 바위길로 내려갔다. 등대 빛이 얼음 위의 안전한 길을 표시했다. 배에는 낚시꾼 둘이 타고 있었다. 그들은 돛대가 부러져 해안으로 움직이지 못했다. 미주가 밧줄을 던지고 진태가 몸을 고정했다. 둘이 함께 잡아당겨 배를 얕은 물로 끌어냈다.

돌아온 미주는 종 옆에 젖은 밧줄을 놓았다. “배에 타고 있던 사람이 등대지기 이름을 물었어요.”

“뭐라고 했어?”

“정도하라고요.”

“그 사람은 내 이름을 알아?”

“아뇨. 제가 알려 줬어요.”

“그럼 괜찮네.”

“아저씨가 웃으면서 말하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어요. 수선집 아저씨도 그렇고, 이번엔 어망 가게 주인도 그래요. 이름이 계속 사라지는 것 같아요.”

라라는 렌즈 아래에서 작게 반짝였다. “별 하나가 하늘에 도착할 때마다, 지상의 이름 하나가 길을 잃어.”

“그럼 사람들은 다시 기억할 수 있어?”

“새로운 소리를 들으면 돌아올 수 있어. 하지만 옛 이름과 옛 관계가 그대로 돌아오진 않아.”

진태가 종을 바라봤다. “이 종은 이름을 되찾는 종이 아니야.”

“그럼 왜 묻었어요?” 도하가 물었다.

“네 아버지가 별을 부르려고 울렸을 때, 마을 사람 세 명이 너를 알아보지 못했어. 그는 그중 한 사람에게서 네 이름을 지키려고 종을 숨겼다.”

도하는 놀라 그를 바라봤다. “누구한테서요?”

진태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네 아버지가 돌아오면 물어보라고 했어.”

“그분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래. 그래서 내가 말할 수 없었어.”

미주는 바닥의 별 표식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럼 우리가 찾으면 되잖아요. 아버지 배가 어디로 갔는지.”

“이 표식은 방향만 보여 줘.” 진태가 말했다. “좌표는 종 안에 있다.”

등대 문이 열리고 아까 구조한 선장 승호가 들어왔다. 젖은 외투를 벗지도 않은 채 종 앞에 섰다. 그는 도하를 보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아까 빛을 돌려 주신 분이 맞습니까?”

“네.”

“고맙습니다. 이름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미주가 대답하려 했지만 도하가 손을 들었다. “정도하입니다.”

승호는 그 이름을 입 안에서 몇 번 굴렸다. “정도하. 기억하겠습니다.”

“아까 배에서도 들으셨다면서요.” 미주가 말했다.

“들었지만, 기억이 흐려졌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미끼통을 꺼내 종 앞에 놓았다. “제 아내가 매일 낚싯바늘에 끼워 주던 건데, 이제는 이 냄새를 맡아도 누가 줬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이건 돌려 드리고 싶었습니다.”

도하는 통을 돌려주었다. “당신 물건이에요. 제가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럼 제가 여기 두고 가겠습니다. 다음에 이 냄새를 맡으면 누군가에게 고맙다고 말한 날을 떠올릴지 모르니까요.”

승호는 미끼통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계단을 내려갈 때 그는 도하의 이름을 한 번 더 중얼거렸다. 두 계단 뒤에서 이름이 달라졌다. “도윤 씨, 문 좀…”

승호는 멈춰 서서 입을 다물었다. 사과를 기다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모자를 벗어 가슴에 대고 내려갔다.

미주는 노트에 적힌 정도하라는 글씨를 바라봤다. “그 이름을 다시 부르면 돌아올까요?”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아.”

“왜요?”

“그 사람이 지금 기억하는 이름은 도윤 씨일 수도 있으니까.”
도하는 종 안쪽을 살폈다. 검은 청동 표면에 얇은 선들이 겹쳐 있었다. 별자리와 항로가 아니라, 파도가 부딪히는 시간표처럼 보였다. 마지막 선은 지도 밖으로 나가 있었다.

“이 길은 어디로 이어져요?”

진태가 종을 덮었다. “그걸 알면 네 아버지를 찾게 될 거야.”

“그러면 왜 숨기죠?”

“그 길로 가면 돌아온다고 장담할 수 없으니까.”

“그건 제 선택이에요.”

진태는 말없이 손전등을 껐다. 어둠 속에서 종이 한 번 아주 작게 울렸다. 이번에는 누구도 치지 않았다. 라라가 고개를 들었다.

“누군가 별의 이름을 부르고 있어.”

“누구?” 미주가 물었다.

별은 대답 대신 북쪽 창문을 향해 빛을 밀었다. 어둠에 젖은 유리 위로 낯선 별자리 하나가 떠올랐다. 도하는 그 방향을 노트에 옮겼다. 바다 위, 새벽호가 사라진 항로와 정확히 겹쳐 있었다. 도하는 그 위치를 지도에 옮기려다 손을 멈췄다. 표시 위에는 오래전에 지워진 등대의 이름이 희미하게 떠올라 있었다. 미주가 숨을 들이켰다.

“저기 우리 아버지 배가 있어요?”

“모르겠어. 하지만 종은 그쪽을 가리켜.”

그 순간 등대 밖 바다에서 별빛 하나가 낮게 번쩍였다. 라라의 빛은 렌즈 아래에서 잠든 채였다. 도하는 나침반을 들었다. 바늘은 북쪽이 아니라, 얼음 밑을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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