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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룡의 겨울 신부1화

해룡의 겨울 신부

해룡의 겨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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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얼음 바다의 손님

소하는 제물 바구니를 들고 해안으로 내려갔다. 바구니 안에는 말린 산초, 해조 소금, 흰 천이 들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것을 해룡에게 바치는 신부의 지참물이라고 불렀지만, 소하에게는 얼어붙은 사람을 살리는 약재와 상처를 감쌀 천이었다.

동생 단이는 어촌의 제단 앞에 앉아 있었다. 제물로 뽑힌 아이가 직접 바다로 가야 한다는 규칙 때문에, 그녀의 손목에는 붉은 끈이 묶여 있었다. 소하는 그 끈을 끊어 자신의 손목에 옮겼다.

“언니, 내가 가야 해.”

“네가 갈 필요 없어.”

“제물 이름은 내 이름으로 적혀 있어.”

“내가 대신 가면 이름은 다시 쓰면 돼.”

단이는 언니의 손을 붙잡았다. “그러다 언니가 돌아오지 않으면요?”

소하는 대답을 찾지 못했다. 마을 장로는 제물이 돌아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려고 물은 적이 있지만, 장로들은 기록이 바다에 잠겼다고만 했다. 제물을 바치면 해안이 한겨울을 넘긴다는 전통은 오래되었지만, 누구도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소하는 단이의 손을 떼어 냈다. “네가 남아 있어야 해. 약초방이 비면 병든 사람들이 갈 곳이 없어.”

“언니도 약초방을 지켜야 하잖아요.”

“그래서 돌아올 거야.”

그 말은 약속이라기보다 소하 자신에게 하는 명령이었다. 단이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붉은 끈의 매듭을 풀어 소하의 손목에 다시 묶었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매듭이 단단해졌다.

“내가 자원했다고 기록해 줘요. 언니가 대신 끌려간 게 아니라 내가 선택한 거라고.”

소하는 동생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장로들에게 확인하겠다.”

해가 지자 어촌 사람들은 바닷가에 등불을 줄지어 놓았다. 얼음 위에는 깊은 푸른 금이 뻗어 있었다. 그 금은 해마다 조금씩 바다 쪽으로 늘어났고, 올해는 마을 샘물까지 얼게 했다. 해룡이 제물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저주가 계속된다는 이야기가 퍼져 있었다.

장로는 소하에게 제단으로 가라며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바구니를 건넸지만, 장로가 붉은 끈을 묶으려 하자 팔을 뒤로 뺐다.

“제 동생이 자원했다고 기록해 주세요.”

“제물 이름은 이미 정해졌다.”

“누가 정했죠?”

장로는 대답하지 않았다. 뒤에서 기다리던 주민들이 웅성거렸다. 소하는 사람들 사이로 단이를 찾았다. 동생은 장로의 집 문턱에 서서 자신이 직접 쓴 이름을 들고 있었다. 종이에는 ‘단이, 자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소하는 그 종이를 장로에게 보였다. “이 기록을 받아 주세요.”

장로는 종이를 받아 들고도 찢어 버리지는 않았다. 다만 주머니에 넣었다. 소하는 그 행동을 기억했다. 나중에 장로가 기록을 지웠다고 주장하면, 누가 종이를 보관했는지 따질 수 있었다.

얼음 위로 나가는 길은 미끄러웠다. 소하는 무릎을 굽혀 얼음 표면을 살폈다. 푸른 얼음은 가장자리가 반투명하고, 내부에 흰 소금 줄이 갇혀 있었다. 일반 바닷얼음과 달랐다. 얼음이 바닷물을 밀어내면서 주변 샘물의 염분도 비정상적으로 낮췄다. 제물의 문제라기보다 물길의 문제일 수 있었다.

그녀는 바구니에서 작은 유리병을 꺼내 얼음 틈의 물을 담았다. 장로가 소하를 부르며 돌아오라고 했지만, 그녀는 물병에 마개를 끼웠다. 물이 얼기 전에 분석해야 했다. 병의 표면이 차가워 손가락에 달라붙었다.

“당신은 바다에 무엇을 바치러 왔지?”

사람의 목소리가 얼음 아래에서 들렸다. 소하는 고개를 들었다. 바위 위에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맨손으로 얼음을 짚고 있었지만 손에 상처가 나지 않았다. 검은 머리 사이로 푸른 비늘 같은 흔적이 목까지 이어졌다.

“당신이 해룡인가요?”

“사람들은 그렇게 부른다.”

“그럼 제물을 받으러 온 건가요?”

남자는 소하의 손목에 묶인 붉은 끈을 보았다. “나는 인간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마을에는 매년 제물을 바쳤다고 기록돼 있어요.”

“사람들이 바다에 사람을 두고 갔다는 기록이지, 내가 받았다는 기록은 아니다.”

소하는 그의 말이 회피처럼 들려 바로 믿지 않았다. “그럼 사람들이 사라진 이유는요?”

“얼음 아래에 빠졌거나, 도망쳤거나, 다른 땅으로 갔겠지. 나는 그들의 삶을 알지 못한다.”

그 대답은 냉정했지만 거짓말처럼 들리지는 않았다. 소하는 바구니를 얼음에 내려놓았다. “저는 제 동생을 대신해 왔어요. 사람을 데려가게 두지 않을 겁니다.”

“네가 그를 대신해 왔다면, 네 선택은 네 것이냐?”

그 질문에 소하는 입을 다물었다. 단이는 자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하는 동생이 남도록 설득했고, 자기 목숨을 대신 내놓았다. 그것이 동생의 선택을 존중하는 일인지, 다시 대신 결정한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

“제가 온 건 제 선택입니다.”

남자는 붉은 끈에 손대지 않았다. “나는 라온이다. 바다의 얼음을 만든 자가 아니다. 하지만 얼음의 아래에 봉인이 있다.”

“봉인이 무엇을 막고 있죠?”

“해류를.”

소하는 병에 든 물을 흔들었다. 얼음물은 거의 맑았지만 소금 결정이 떠오르지 않았다. “바다가 얼면서 염분이 밀려났어요. 샘물이 묽어진 것도 같은 이유일까요?”

라온은 그 물병을 보며 표정을 바꿨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

“약초를 달일 때 물이 달라지면 냄새가 달라져요. 바닷물도 그래요.”

“그렇다면 제물 의식은 봉인을 강화할 뿐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럼 왜 그걸 막지 않았죠?”

라온은 바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람들이 내게 오지 못하게 막으면, 그들은 나를 재앙이라 부르고 더 많은 희생을 보낼 것이다. 내가 그들을 다치게 할 수도 있었다.”

그는 자신이 옳았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소하는 그 침묵이 마음에 걸렸다. 바다 밑에서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얼음이 흔들리며 발밑의 금이 길게 늘어났다. 멀리서 마을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얼음 조각 하나가 갈라져 바다 쪽으로 가라앉았다.

라온은 두 손을 얼음에 댔다. 푸른 빛이 손바닥에서 번졌지만, 금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이를 악물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얼음이 그의 팔을 감싸듯 올라왔다.

“손을 떼요!” 소하가 외쳤다.

“놓으면 마을 쪽 물길이 열린다.”

“당신이 버티면 얼음이 계속 자라잖아요.”

라온은 그녀를 바라봤다. “그렇다.”

소하는 바구니를 열어 말린 산초를 꺼냈다. 얼음에 소금을 뿌리면 녹는다는 상식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얼음 속의 흰 소금 줄은 한쪽으로 몰려 있었다. 그녀는 얼음의 가장자리에서 물병을 따르고 소금을 조금 뿌렸다. 얼음 표면은 녹지 않았다. 대신 짙은 푸른 선이 갈라졌다.

라온은 손을 들어 그녀의 행동을 멈추려 했다. “그 선을 건드리면 봉인이 흔들려.”

“이미 흔들리고 있어요. 어느 쪽이 안전한지 확인해야 해요.”

그녀는 산초를 얼음 금의 바깥쪽에 놓고, 흰 소금 줄이 흐르는 방향을 관찰했다. 푸른 빛이 가장 강한 지점은 해안의 오래된 바위굴 쪽이었다. 바람과 무관하게 얼음이 그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저 바위굴에 봉인 장치가 있나요?”

라온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같이 가요. 당신은 바다 아래 길을 알고, 나는 물과 식물의 변화를 읽을 수 있어요.”

“계약이 필요하다.”

“좋아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조사해요. 제물 의식은 중단시키고, 봉인을 풀지 않으면 마을에 생길 위험도 함께 확인합시다.”

라온은 붉은 끈을 바라봤다. 그는 그것을 풀어 주지 않았다. 소하가 직접 매듭을 풀었다. 그 순간 얼음이 다시 갈라졌다. 라온은 손을 뻗어 그녀를 잡으려 했지만, 소하는 이미 바위 쪽으로 뛰고 있었다.

바위굴 입구는 얼음으로 막혀 있었다. 굴 안에서는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소하는 약초 주머니에서 천을 꺼내 입구의 작은 틈을 닦았다. 손가락 끝이 얼어 감각이 무뎌졌지만, 물방울은 염분이 많은 바닷물처럼 피부에 끈적하게 남았다. 이곳은 바다와 지하수가 만나는 자리였다.

라온은 그녀의 어깨 너머로 바다를 바라봤다. “저 안에 들어가면 네가 감당할 수 없는 기억을 볼 수도 있다.”

“기억이 무서우면 문을 닫으면 되죠.”

“닫는 법을 모른다.”

“그럼 같이 배우면 돼요.”

라온은 그 말을 듣고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는 인간과 계약을 맺은 적이 없다고 했다. 소하는 계약 조건을 바꾸었다. 목숨이나 이름을 담보로 잡지 않고, 조사에 필요한 정보만 나누며, 어느 쪽이든 위험을 느끼면 중단할 수 있다고 적었다. 라온은 조건을 듣고 손바닥을 내밀었다.

소하는 그 손을 잡지 않았다. 얼어붙은 그의 손바닥에 자신의 손바닥을 마주 대고, 약초사의 표시를 남겼다. 손등에 붉은 선이 생겼다. 마을의 제물 끈과 달리, 양쪽이 같은 위치에 새긴 표식이었다.

바위굴 안쪽에서 조개껍질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둘은 동시에 몸을 돌렸다. 굴 틈 사이로 손가락만 한 흰 조개판이 밀려 나왔다. 표면에는 파도와 나뭇가지가 교차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라온의 얼굴이 굳었다. “이 표식은 봉인을 만든 자들의 것이다.”

소하는 조개판을 집으려다 멈췄다. 뒷면에는 사람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마을에서 제물로 보낸 이들의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 옆에 하나 더 있었다. 단이의 이름이었다. 아직 바다로 오지도 않은 동생의 이름이 이미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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