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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이름이 바뀌는 기사와 약초상2화

매일 이름이 바뀌는 기사와 약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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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멈춘 풍차

호른은 이름표를 탁자 위에 두었다. “이 천을 누가 바꿨는지는 풍차 안에 있소. 날개가 멈추면 마을의 기억이 엉키고, 이름표도 제 주인을 잃지.”

“왜 어젯밤 말하지 않았습니까?” 베른이 물었다.

“네가 이 남자를 들였을 때, 네가 누구를 지키려는지 먼저 보고 싶었소.”

“그건 당신이 정할 일이 아니에요.”

호른은 고개를 숙였다. 그의 지팡이 끝에는 밀가루 같은 흰 가루가 묻어 있었다. “풍차 날개가 깨졌소. 안쪽 회전축에 오래된 기억판이 끼어 있어. 내가 혼자 빼려다 멈췄지.”

사일이 일어났다. “그 기억판이 제 이름을 바꿉니까?”

“아마도.”

“그럼 보여 주십시오.”

“네가 올라가면 바람잠이 올 때 더 위험해.” 베른이 말했다.

“그렇다고 이름을 계속 잃을 수는 없습니다.”

“기억을 되찾고 싶은 이유가 있나요?”

그는 잠깐 생각했다. “제가 지키지 못한 사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이 살아 있길 바라나요?”

“그렇습니다.”

“그 사람을 찾으면 떠날 건가요?”

사일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에 베른의 가슴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그녀는 환자가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아직 그가 떠나기도 전에 상실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풍차에 올라가되, 혼자 기억판을 만지지 마세요.” 그녀가 말했다. “약초를 챙기고 함께 가겠습니다.”

호른은 먼저 앞장섰다. 언덕길은 눈이 녹아 진흙탕이었다. 풍차 아래에 도착하자 한쪽 날개가 멈춘 채 비스듬히 걸려 있었다. 지붕의 나무판은 바람에 뜯겨 나갔고, 회전축에서 불길한 갈리는 소리가 났다.

베른은 허리 가방에서 민트잎과 발삼을 꺼내 사일에게 건넸다. “어지러우면 냄새를 맡으세요. 기억이 떠오르면 억지로 붙잡으려 하지 말고요.”

“기억은 붙잡아야 사라지지 않는 것 아닌가요?”

“몸이 먼저 버티지 못하면 기억도 소용없습니다.”

그는 약초를 코 가까이 가져갔다. “당신은 늘 이렇게 사람을 말립니까?”

“환자에게는요.”

“저는 환자입니까?”

“지금은 그래요.”

풍차 안은 어두웠다. 나무 계단을 오를 때마다 먼지가 떨어졌다. 호른은 회전축 아래에 놓인 작은 금속판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수십 개의 이름과 날짜가 새겨져 있었다. 판은 기어 사이에 끼어 날개의 회전을 막고 있었다.

“기억을 풍차에 보관한 건 누구죠?” 사일이 물었다.

“오래전 마을의 수호자들이었소.” 호른이 말했다. “길을 잃은 사람을 기억하기 위해서였지. 하지만 사람은 자기 기억을 맡길 수 있어도, 다음 세대에게 넘긴다고 허락한 적은 없소.”

베른은 판을 살폈다. “누가 이걸 축에 끼웠나요?”

“그걸 찾으려면 이름을 하나씩 읽어야 하오.”

그녀는 명부에서 사일의 번호를 찾았다. 번호 17 옆에는 ‘사일, 수호기사, 실종자’가 새겨졌다. 이름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 바뀐 것은 천 조각뿐이었다.

“이름표는 누군가 매일 새 이름을 쓰고 있었다는 뜻인가요?”

“어쩌면 그가 자기 이름을 잊을 때마다 다른 이름을 건넨 걸 수도 있지.”

사일은 금속판을 만지려 했다. 베른이 손을 내밀어 막았다. “맨손은 안 돼요. 기억이 그대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저는 제 기억을 찾으러 왔습니다.”

“어떤 기억인지 모른 채로요.”

“그럼 어떻게 찾아야 합니까?”

“누구의 것인지부터 확인해야죠.”

그녀는 장갑을 끼고 판의 가장자리를 들어 올렸다. 나무기어가 삐걱이며 움직였다. 판을 빼면 날개가 다시 돌아갈 수도 있지만, 그 안에 저장된 기억이 바람을 타고 마을로 퍼질 위험이 있었다. 호른은 고개를 저었다.

“기억을 풀면 주민들이 전날을 잊지 않게 되겠지만, 서로의 꿈과 과거가 섞일 수 있소.”

“풍차를 계속 멈춰 두면요?” 베른이 물었다.

“기억은 더 빨리 사라질 거요.”

“그럼 멈출 수도, 풀 수도 없다는 말이군요.”

“누군가 책임을 져야지.”

사일은 베른을 바라봤다. “제가 하겠습니다.”

“그 말은 금지예요.”

“왜요?”

“책임을 진다는 말로 다른 사람의 선택까지 가져갈 수 있으니까요. 주민들이 원하는 게 뭔지 먼저 물어야 합니다.”

호른은 눈을 감았다. “그렇다면 나는 마을로 내려가겠소. 하지만 날개가 오래 멈추면 오늘 밤 모두가 잠에서 기억을 잃을 거요.”

베른은 금속판을 다시 살폈다. 기어 사이에 오래된 리본 조각이 끼어 있었다. 붉은색이 바래고 끝에 작은 글씨가 남아 있었다. 그녀의 이름과 같은 두 글자였다.

“이건 제 가족의 물건이에요.”

사일이 가까이 다가왔다. “당신 가족도 여기 있었습니까?”

“모르겠어요. 어릴 때 마을에 왔다는 것만 들었어요.”

리본을 빼자 풍차의 축이 갑자기 움직였다. 쇠기어가 날카롭게 울었고, 금속판이 반 바퀴 돌며 사일의 손가락을 끼웠다. 베른은 기어를 붙잡고 호른은 지렛대를 밀었다. 사일은 고통을 참으며 손을 빼냈다. 손등의 살이 찢어졌지만, 그의 손바닥에 낯선 이름이 새겨졌다.

‘로안.’

“그 이름을 압니까?” 베른이 물었다.

사일은 얼굴을 찡그렸다. “아니요. 그런데 이 이름을 들은 적이 있어요. 내가 지키지 못한 사람의 이름일지도 모릅니다.”

아래 마을에서 종이 연달아 울렸다. 누군가 풍차가 멈춘 걸 알아챈 것이다. 호른은 창밖을 내다봤다. 사람들이 광장으로 모이고 있었고, 그중 한 명은 기억판과 똑같은 글씨가 적힌 명부를 들고 있었다.

베른은 먼저 풍차 아래의 집들을 살폈다. 아이들이 문밖으로 나와 자기 부모를 찾고 있었다. 한 노인은 마을 광장 한가운데서 길을 잃고, 자기 집 대신 베른의 가게 쪽으로 걸어왔다. 주민들은 그가 자주 방향을 헷갈린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아내 이름조차 떠올리지 못했다.

“그를 붙잡지 마요.” 베른은 다가가려는 사람을 막았다. “가까이서 말을 걸고, 집으로 가고 싶은지 물어봐요.”

노인은 그녀를 보고 놀랐다. “내가 여기에 왜 왔소?”

“풍차가 잠깐 멈췄어요. 집으로 돌아가고 싶으세요?”

“집이 어디 있지?”

그의 아내가 광장에서 뛰어왔다. “에런, 나야.”

노인은 그녀의 얼굴을 한참 바라봤다. “당신을 압니까?”

“응. 당신의 아내야.”

그녀는 남편의 팔을 잡으려다 멈췄다. 노인은 잠시 망설인 뒤 스스로 손을 내밀었다. 베른은 둘이 함께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기억이 돌아올 때까지 풍차를 붙들어 두는 게 정말 그분들을 돕는 일일까요?”

“모르겠소.” 호른은 지팡이에 몸을 실었다. “예전엔 바람이 돌면 사람들이 다시 서로를 알아봤지. 하지만 그 기억이 자기 것인지, 풍차가 돌려준 것인지는 아무도 확인하지 않았어.”

“그럼 돌려받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네요.”

“있을 거요. 오래전 아내가 그랬소.”

호른의 말에 사일이 그를 바라봤다. “당신 아내의 기억도 풍차에 있습니까?”

“그녀가 원했소. 마지막 병에 걸렸을 때, 자기가 떠나면 내게 목소리를 남기고 싶다고 했지. 하지만 날개가 멈춘 뒤 나는 그 목소리를 잃었소.”

“그걸 다시 찾고 싶지 않습니까?” 베른이 물었다.

“찾고 싶소. 그래도 그녀가 맡긴 기억을 내가 맘대로 꺼내도 되는지는 모르겠어.”

사일은 목에 빈 이름표를 만졌다. “기억은 주인의 동의가 있어야 돌아와야 합니다.”

그 말은 자기 기억을 되찾고 싶다는 욕망과 어긋났다. 베른은 그 모순을 지적하지 않았다. 사일이 선택을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들은 계단을 내려가 광장에 합류했다. 주민들은 풍차를 당장 돌리자는 쪽과, 장치를 부수자는 쪽으로 나뉘어 있었다. 어머니를 알아보지 못한 아이는 집에 돌아가기 싫다고 울었다. 베른은 아이에게 선택지를 억지로 주지 않고, 따뜻한 우유를 내밀었다. 아이는 잔을 받으며 말했다. “오늘은 여기서 자고 싶어요.”

그녀는 그 말을 기록하지 않았다. “오늘은 그러자. 내일 다시 물어볼게.”

호른이 계곡 바람의 방향을 확인했다. “날개가 완전히 고장 나기 전까지 반나절 남았소. 그때까지 주민들이 원하는 방식을 정해야 해.”

사일은 기계실 문턱에서 멈췄다. “제가 기억을 찾으려는 일과 마을이 기억을 돌려받는 일은 다릅니다.”

“맞아요.” 베른이 말했다. “당신의 기억이 필요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것을 열 권리는 생기지 않아요.”

그는 그 말을 받아들였다. 기억판을 바로 꺼내려던 손을 내리고, 광장으로 향했다. 그의 눈은 명부의 17번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 아이가 살아 있다면, 기억을 되찾지 않고도 찾을 수 있을까요?”

“함께 흔적을 찾으면 되죠.”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들은 기억을 풀길 원하지 않을 거요.”

“그럼 선택할 수 있게 말해야죠.” 베른은 리본을 주머니에 넣었다. “저는 풍차를 바로 고치지 않겠습니다. 우선 누가 이 장치를 만들고 무슨 기억을 맡겼는지 확인할 거예요.”

“오늘 밤까지 시간이 많지 않소.”

“압니다.”

사일은 아래로 내려가려다 비틀거렸다. 베른이 팔을 잡았다. 그는 그녀의 손을 내려다봤지만 떼어 내지 않았다. “당신의 이름을 기억하겠습니다.”

“내 이름을 기억하는 건 당신의 치료 목표가 아니에요.”

“그래도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 말에 베른의 숨이 잠시 멎었다. “그럼 먼저 그 이름을 누가 새겼는지 찾아요.”

풍차가 다시 한 번 천천히 돌았다. 하지만 날개는 끝까지 회전하지 못했다. 창밖의 사람들 사이로 니아가 뛰어 올라왔다. 그녀는 명부를 펼쳐 사일에게 보여 줬다.

“17번은 당신이 아니에요.” 니아가 말했다. “이 이름은 오래전에 계곡에서 사라진 아이의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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