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칸에서 매주 같은 자리에 앉는 이유

2화: 시범 주행
시범 운행 날, 예린은 냄비보다 먼저 고무 매트를 살폈다. 조리대 앞 바닥에 깔린 미끄럼 방지 매트의 모서리가 들려 있었다. 평소라면 청소 담당에게 맡겼겠지만, 오늘은 진동 측정기가 놓일 자리가 바로 그 앞이었다.
“저기 고정 테이프 가져와요.”
미정이 공구함을 열었다. “오늘 식당칸 좌석도 다 찼대요. 본부 직원들까지 탄다고 합니다.”
“일하는 사람보다 보는 사람이 많네요.”
“그래도 메뉴는 평소처럼 나가야죠?”
“오늘 메뉴는 절반 수량만 냅니다. 호밀빵도 절반이고, 대체 재료는 안 써요.”
예린은 예약표마다 한정 수량 안내를 붙였다. 현자는 그 문구를 보고 난색을 보였다.
“시범 메뉴가 부족해 보일 수 있어.”
“부족한 걸 숨기고 다른 걸 넣는 것보다 낫습니다.”
식당차 문 앞에서 우석이 측정 장비를 꺼냈다. 본부의 감찰 담당자가 그 옆에서 태블릿을 들여다봤다. 우석은 조리실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직원 통로 바깥 바닥에 측정기를 고정했다. 예린이 허용한 선이었다.
“출발 전 기준값을 기록합니다.” 우석이 말했다. “첫 구간은 조리대에서 1미터, 둘째는 냉장고 앞. 승객 좌석의 개인 기록은 수집하지 않습니다.”
감찰 담당자가 끼어들었다. “원래 계획은 전 구간 좌석 점유율까지 보게 되어 있습니다.”
우석은 태블릿을 닫았다. “그건 운행 분석의 범위에 넣지 않기로 했습니다. 동의가 없으니까요.”
“그럼 데이터가 부족해요.”
“필요한 데이터와 쉽게 얻을 수 있는 데이터는 다릅니다.”
예린은 그 말을 듣고 주방으로 돌아갔다. 잠시 후 열차가 출발했다. 흔들림은 약했지만, 조리대 위 계량컵이 조금씩 떨렸다. 수프는 미리 한 번 끓여 두지 않고, 기차가 안정 구간에 들어선 뒤 마무리하기로 했다. 예린은 호박 퓌레와 채소 육수를 섞고 불을 올렸다.
“1차 측정값은 정상입니다.” 우석이 통로에서 알렸다.
“조리 시작합니다.”
미정은 냄비를 붙들고 예린은 국자를 저었다. 바퀴가 레일 이음매를 밟자 국물이 한쪽으로 쏠렸다. 미정이 냄비를 잡아당겼고, 예린은 불을 줄였다. 김이 얼굴을 스쳤다. 수프가 조금 튀어 손등에 닿았지만 뜨겁게 데일 정도는 아니었다.
“다음 진동까지 30초.” 우석이 말했다.
“측정기 수치로 알았어요?”
“차량이 다음 분기점에 들어갑니다.”
“그럼 지금 불 끌게요.”
예린은 불을 끄고 냄비 뚜껑을 덮었다. 열차가 커브를 돌았다. 측정기의 경고음이 울렸다. 조리대 위 컵들이 서로 부딪혔다. 미정이 손을 뻗자 예린은 팔을 잡아 끌었다. 뜨거운 국물이 튀는 대신 뚜껑이 흔들려 제자리에서 멈췄다.
“데이터는 기준을 넘었어요?” 예린이 물었다.
우석이 화면을 봤다. “이 구간만 세 번 튀었습니다. 그런데 측정기가 바닥에 붙어 있지 않고 2밀리미터 떠 있어요.”
감찰 담당자가 즉시 말했다. “장비가 기준을 넘겼으면 실패로 보고해야죠.”
“장비 설치 오류가 있습니다. 다시 고정해서 재측정하겠습니다.”
“그럼 안전 기준을 무력화하는 것 아닙니까?”
“오류를 확인하지 않고 수치만 제출하는 게 더 위험합니다.”
우석은 측정기를 떼어 바닥을 확인했다. 매트 모서리가 들린 쪽에서 먼지가 눌려 있었다. 예린은 아침에 본 테이프가 제대로 붙었는지 떠올렸다. 테이프는 고정됐지만, 매트 아래쪽에는 기름기가 남아 있었다. 설치 전 바닥을 닦지 않은 탓에 접착이 약해졌다.
“제 확인이 부족했어요.” 예린이 말했다.
감찰 담당자는 그 말을 놓치지 않았다. “그럼 조리실 관리 소홀로 기록하겠습니다.”
“원인을 확인할 때까지는 그렇게 단정하지 마세요.” 우석이 말했다. “매트 고정 불량과 차량 진동은 별개로 기록해야 합니다.”
예린은 주방 수건으로 바닥의 기름기를 닦았다. 미정이 새 테이프를 가져와 매트 가장자리를 눌렀다. 우석은 장비를 다시 부착하기 전에 측정 지점을 세 군데로 늘렸다. 그는 예린에게 시험 운행을 멈출지 물었다.
“승객이 타고 있으니 즉시 운행을 중단할 이유가 있습니까?”
“아직 없습니다. 조리 중단하고, 승객에게 뜨거운 메뉴를 내지 않는 상태로 재측정하면 됩니다.”
“그럼 메뉴는요?” 현자가 물었다.
“따뜻하게 유지한 수프는 기준 온도 안에 있어요. 추가 조리는 멈추겠습니다. 냉장고에서 바로 내는 차가운 메뉴는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오늘 손님이 수프를 기다리고 있어요.”
“안전하게 내지 못하면 기다려 달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예린은 앞치마에 손을 닦고 식당칸으로 나갔다. 승객들은 진동을 느꼈는지 서로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 조리실에서 측정 문제가 생겨 메뉴 제공이 늦어진다고 설명했다. 취소를 원하면 비용을 돌려주겠다고 덧붙였다. 한 노인이 창밖을 보며 말했다.
“기차에서 밥이 늦는 건 처음이네.”
“저희도 이런 방식으로 진동을 확인하는 건 처음입니다.”
“그럼 오늘은 기다려 볼게요.”
몇몇 승객은 주문을 취소했고, 몇몇은 기다리기로 했다. 예린은 이유를 묻지 않았다. 어린 승객 하나가 식당차가 멈출 거냐고 물었다. “열차는 그대로 가요. 주방만 잠깐 쉬는 중이에요.” 예린이 말하자 아이는 창밖을 확인하고 보호자 손을 잡았다. 그녀는 기다리겠다고 한 손님들에게 새로 조리한 음식을 내겠다고 약속했다. 돌아왔을 때 우석은 재측정을 마쳤다. 매트는 단단히 고정됐고, 같은 커브에서 진동이 다시 나타났지만 아까보다 수치가 낮았다. 안전 기준에는 들어왔으나, 다른 구간에 비교할 자료가 필요했다.
“한 번의 수치로 안전하다고 말하진 않겠습니다.” 우석이 말했다. “오늘은 정상 구간과 문제 구간을 나눠 봤습니다.”
“그럼 보고서에 두 결과 다 쓰세요.”
“그렇게 할 겁니다.”
“본부가 불편해해도요?”
“불편한 결과가 위험한 결과보다 낫습니다.”
예린은 그를 잠깐 바라봤다. “당신은 늘 이렇게 확실하게 말해요?”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은 확실한 게 있어요. 매트를 제대로 고정하지 못한 건 우리 쪽의 실수고, 장비 오류는 데이터에서 제외해야 합니다.”
“우리 쪽이라고 했네요.”
“시범 운행을 같이 하고 있으니까요.”
예린은 남은 수프를 작은 그릇에 옮겨 우석에게 내밀었다. “이건 시험 메뉴입니다. 손님용이 아니라서 기록하지 마세요.”
“동료 시식으로 먹겠습니다.”
“동료는 아직 아니죠.”
“그럼 현장 협조자로요.”
“그건 맞네요.”
우석은 숟가락을 들어 수프를 먹었다. 식당차가 다시 흔들렸지만 그릇은 제자리에 있었다. 그는 천천히 삼키고 말했다.
“오늘은 껍질 향이 더 나요.”
“열을 낮게 유지해서 그래요.”
“처음 먹었을 때보다 조금 더 진한데요.”
“수프가 기다리는 동안 수분이 날아갔습니다. 손님께 내기엔 새로 끓여야 해요.”
“그럼 맛있어도 내지 않겠네요.”
“맞아요. 맛은 안전을 대신하지 않으니까요.”
우석은 그릇을 내려놓았다. “그 기준, 보고서에도 넣겠습니다.”
종착역에 도착한 뒤, 본부 직원은 시범 검토 중단을 제안했다. 측정 장비를 다시 설치해야 하고, 메뉴 제공이 늦어 승객 불만이 생겼다는 이유였다. 현자는 열차 운영팀에 설명할 자료가 부족하다고 걱정했다. 예린은 승객의 취소 숫자만 따로 떼어 쓰지 말고, 원인과 조치 시간도 함께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정도면 식당차 운영이 불안정하다는 뜻입니다.” 감찰 담당자가 말했다.
“오히려 문제를 발견하고 조리 중단한 기록입니다.” 우석이 반박했다.
“그건 분석관 개인 의견이죠.”
“제가 측정했고, 책임도 집니다. 원본 로그를 첨부하겠습니다.”
감찰 담당자는 우석에게 본부 회의가 끝날 때까지 최종 자료를 보류하라고 했다. 그는 잠시 망설였다. 예린은 그를 압박하고 싶지 않았다. 그의 직장과 권한은 그녀가 대신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보류하라는 지시가 있으면 따를 건가요?” 예린이 물었다.
“그럴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장비 오류와 실제 진동을 구분한 기록은 삭제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제가 승객에게 안내한 내용과 조리 중단 시각을 보내겠습니다. 필요한 자료인지 당신이 판단하세요.”
“고맙습니다.”
“감사 인사보다 결과를 알려 주세요.”
우석은 웃음을 삼켰다. “알겠습니다.”
열차를 비운 뒤 예린은 매트를 들어 올렸다. 바닥에는 기름과 접착제가 섞인 검은 자국이 남았다. 미정은 다음 시범에는 작업 전 청소 확인을 두 번 하겠다고 했다. 예린은 고개를 저었다.
“두 번 확인하는 대신 체크 담당자를 정하자. 같은 사람이 두 번 보면 같은 걸 놓칠 수 있어.”
현자가 승무원 명단에 조리실 확인자를 추가했다. 예린은 그 사람에게 확인 권한을 넘겼다. 자신의 실수라 해서 자신 혼자 고치려 들면 다시 놓칠 수 있었다.
플랫폼에서 우석은 본부 직원과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그는 수첩을 열고 아버지의 승차권을 잠깐 바라보다 다시 덮었다. 예린은 그를 부르지 않았다. 대신 메시지를 보냈다. ‘시범 결과 원본 기록을 공유할 준비가 되면 연락 주세요. 손님 반응은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잠시 뒤 답이 왔다. ‘고맙습니다. 다음 주에는 냉장고 온도 편차도 같이 보겠습니다. 그리고 6A가 아니라 작업 테이블에서 수프를 먹어도 될까요?’
예린은 웃었다. ‘일할 때는요.’
그는 ‘그럼 일할 때’라고 답했다. 다음 주 열차에는 다시 같은 노선이 잡혔지만, 승객 좌석을 기록하던 측정기는 직원 통로로 옮겨질 예정이었다. 대신 식당차 냉장고가 예상보다 자주 재가동한다는 새로운 문제가 기록에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