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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 영애의 새벽 찻집3화

악역 영애의 새벽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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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이름을 묻지 않는 조사

왕궁 회계실에 들어갈 수 있는 허가를 받기까지 세 시간이 걸렸다. 레온은 자신의 인장을 제시했지만, 섭정대공의 서기관은 회계실 기록이 계승 심리 중인 자료라며 출입을 제한했다. 이벨라는 사절이 가져온 위조 명령서를 내밀었다. 왕실 도장이 찍혀 있었지만, 서명 옆의 압력은 파혼 공문과 같았다.

“이 문서가 거짓이라는 근거가 있습니까?” 서기관이 물었다.

“제 서명은 아닙니다.” 레온이 말했다. “도장은 복제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하께서 직접 명령하셨다는 증거도 없군요.”

“맞습니다. 그래서 원본과 대조해야 합니다.”

서기관은 그들의 요청을 기록했다. 레온은 회계실 책임자와 단둘이 이야기하려 했지만, 이벨라가 동석하겠다고 했다. 책임자는 귀족의 사적인 파혼 문제와 회계 장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제 찻집을 폐쇄하겠다는 명령이 이 장부에서 나왔습니다. 관계가 있습니다.”

그들은 책임자의 책상 위에 있는 서류를 살폈다. 회색 장부는 없었다. 회계 담당자는 최근 폐쇄된 우물에서 물이 샌다고 보고했지만, 우물은 왕실 수리공이 점검할 예정이라 했다. 이벨라는 물이 새는 방향과 냄새를 물었다. 담당자는 대답을 피했다.

“장부를 찾으러 왔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물을 조사하러 왔습니다.”

“우물은 조사 대상이 아닙니다.”

“그럼 기록에 그렇게 적어 주세요.”

담당자는 서기관에게 시선을 보냈다. 서기관은 출입 기록을 계속 적었다. 레온은 책임자에게 공식적인 조사 허가를 요청했다. 그는 조건을 달았다. 찻집 손님의 신원은 요구하지 않고, 우물에서 발견되는 자료는 독립 기록관과 함께 확인한다.

책임자는 한참 망설이다가 열쇠를 꺼냈다. 우물은 회계실 뒤쪽 작은 정원에 있었다. 그 주변에는 새로 깐 돌이 놓여 있었다. 돌 틈에 흰 석회가 묻어 있었고, 최근에 수리한 흔적이 있었다. 미라가 말한 하인들의 소문은 사실일 수 있었다.

이벨라는 우물 뚜껑을 열기 전에 주변의 발자국을 살폈다. 진흙 자국은 두 종류였다. 넓은 밑창 하나, 뒤꿈치가 닳은 좁은 밑창 하나. 레온의 경비들은 우물에 접근하지 않았다. 회계실 직원들이 이미 확인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장부가 있든 없든, 누군가 이곳을 이용한 건 맞습니다.” 이벨라가 말했다.

레온은 책임자에게 우물의 수위를 묻고, 기록에 적힌 마지막 청소 날짜를 확인했다. 날짜는 3주 전이었다. 하지만 돌의 석회는 이틀 안에 마른 흔적이었다. 거짓 기록이 추가됐을 수 있었다.

우물 안에서 물비린내가 올라왔다. 바닥에 장부가 있을지 확인하려면 수리공을 불러야 했다. 책임자는 부하를 보내려 했다. 이벨라는 그를 멈췄다.

“이 장부를 찾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릅니다. 조사 인원을 기록하고, 물건을 꺼내는 순간 모두가 보게 해야 합니다.”

책임자는 마지못해 서기관을 남겼다. 수리공은 밧줄과 갈고리를 가져왔다. 그는 우물 안을 살핀 뒤 물이 생각보다 얕다고 말했다. 바닥에는 돌과 나뭇가지가 쌓여 있었고, 벽돌 사이에 회색 천이 걸려 있었다.

갈고리가 천을 걸었다. 수리공이 밧줄을 당기자 천에 감긴 작은 목함이 올라왔다. 장부는 아니었다. 목함의 잠금장치에는 새벽 인장이 찍혀 있었다. 이벨라는 손을 대지 않았다. 레온은 목함을 열기 전에 확인 기록을 작성했다. 석회 가루와 밧줄 자국을 관찰하고, 발견 시간과 참석자의 이름을 적었다.

목함 안에는 얇은 종이 뭉치가 있었다. 첫 장에는 왕실 회계실이 찻집 손님을 감시하라는 명령이 적혀 있었다. 이벨라의 이름과 미라의 전직 궁정 주소도 있었다. 끝 장에는 ‘회색 장부를 우물에서 발견한 것으로 처리하고, 벨로르 영애를 절도 혐의로 연행한다’고 쓰여 있었다.

“누가 작성했습니까?” 레온이 물었다.

서기관은 문서의 서명을 보았다. “회계실 책임자의 직인이 있습니다.”

책임자는 종이를 부인했다. “도장이 도용된 겁니다.”

“그럼 왜 우물 열쇠를 가지고 있었죠?” 이벨라가 물었다.

“수리 보고를 받았으니까요.”

그의 말은 가능했다. 하지만 목함 안의 문서가 진짜 명령인지, 누군가 책임자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 준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레온은 책임자를 즉시 체포하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그가 사용한 인장과 문서고 기록을 봉인하라고 했다.

이벨라는 목함에서 찻집 손님들의 이름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감시 명령에는 익명 손님을 식별하는 방법이 적혀 있었다. 잉크 묻은 장갑, 보리차, 오른손의 흉터. 첫 손님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였다.

“제가 본 첫 손님이 누군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미라가 속삭였다.

“아직 그분에게 말하지 마. 정보가 밖으로 나갔는지 확인해야 해.”

이벨라는 목함의 문서를 봉인하고, 독립 기록관에게 전달했다. 레온은 찻집 손님의 신원을 묻지 않겠다고 다시 약속했다. 그 약속을 공개 기록에 넣어 달라고 그녀가 요구하자, 그는 직접 문구를 작성했다. ‘손님 기록은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수사 자료로 사용하지 않는다.’

회계실 책임자는 조사 동안 직무에서 물러났다. 그는 억울하다고 주장했지만, 이벨라는 그의 진술도 기록하자고 했다. 거짓 명령서가 그의 것인지 누군가가 도장을 훔쳤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왕궁을 나온 뒤, 미라가 이벨라에게 말했다. “저는 그 첫 손님이 누구인지 압니다. 왕실 문서고에서 일하던 세리나예요. 그녀는 장부를 베끼는 일을 했고, 손에 잉크가 늘 묻어 있었어요.”

“그 이름을 어디서 들었어?”

“하인들 사이에서요. 하지만 그녀가 지금도 궁정에 있는지는 몰라요.”

“그럼 찾아가서 묻지 말자. 그녀가 먼저 연락할 때까지 기다려.”

미라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찻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몇 번이나 뒤를 돌아봤다. 감시 명령이 발견된 이상 그녀도 안전하지 않았다. 이벨라는 미라에게 함께 머물지, 자기 방으로 돌아갈지 선택하게 했다. 미라는 찻집에 남겠다고 했다.

그날 밤 레온은 찻집에 왔다. 그는 우물에서 발견한 목함의 사본을 가져왔다. 이벨라는 사본을 받기 전에 복사본의 보관 위치와 공개 범위를 확인했다.

“제 이름이 적힌 문서를 왜 저에게 보여 주죠?”

“당신이 당사자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문서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본 내용을 확인하고 싶은 겁니다.”

그는 사본을 건넸다. 감시 명령의 필체는 에드릭 회계원의 것이 아니었다. 서명도 아니었다. 종이 아래쪽에는 찻집 간판에 새겨진 작은 표식이 찍혀 있었다. 첫 손님이 남긴 표식과 같은 모양이었다.

이벨라는 잠시 말을 잃었다. “손님이 왕실 명령서를 만들었다는 뜻은 아니겠죠.”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그녀는 손님 기록 상자를 열지 않았다. 레온은 열어 달라고도 하지 않았다. 둘은 문서의 표식만 따로 기록해 두었다.

“내일 공개 심리를 열 수 있습니다.” 레온이 말했다. “하지만 목함 안 문서를 공개하면 찻집 손님이 위험해질 수 있어요.”

“공개 심리를 열되, 이름과 식별 정보는 가리고 명령서의 존재만 밝혀요. 나머지는 당사자에게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그러면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어려운 건 전하의 일입니다. 손님을 노출하는 건 제 일이 아니에요.”

레온은 곧바로 답하지 않았다. 그는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공개 심리의 절차를 바꾸겠다고 했다. 목함을 발견한 경위와 인장 위조 가능성만 먼저 다루고, 손님 신원은 비공개로 보호할 수 있는지 의회에 요청할 것이다.

이벨라는 그가 약속을 지키는지 보기로 했다. 다음 날 심리에서 레온은 손님 신원 공개 요청을 기각해 달라고 청원했다. 왕실 서기관들은 증거가 약해질 것이라며 반대했다. 레온은 감시 명령서에 서명한 사람이 없고, 인장이 도용됐을 가능성을 먼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리 중간에 회계실 책임자는 갑자기 진술을 바꿨다. 그는 목함을 모른다고 했지만, 우물에서 회색 장부를 본 적은 있다고 말했다. 누구에게 들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이벨라는 그의 말을 기록해도 되는지 물었다. 그는 공개 심리 기록에 남겨도 된다고 답했다.

“장부를 본 뒤, 누군가 내게 우물에 넣으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거절했습니다.”

“그럼 왜 목함이 있었죠?” 레온이 물었다.

“우물을 청소할 때 넣었을 수 있습니다. 제 부하 중 하나가요.”

“부하 이름을 공개하겠습니까?”

“아직은 아닙니다.”

그의 거절은 조사에 방해가 되었지만, 동의 없이 강제로 이름을 기록하지 않기로 한 약속은 모두에게 적용됐다. 이벨라는 그 사실을 문서에 남겼다.

심리가 끝나자 궁정 신문에 짧은 기사가 실렸다. ‘파혼당한 악역 영애가 새벽 찻집에서 왕실 비밀을 팔았다.’ 기사는 익명 손님이 군량 장부를 훔쳤다고 주장했다. 찻집 앞에는 군중이 모여 간판을 향해 돌을 던졌다.

미라는 문을 잠그고 창문을 막았다. 이벨라는 돌에 맞아 깨진 찻잔을 치웠다. 한 조각에는 차가 말라붙어 있었다. 그 잔은 어제 손님이 사용한 것과 같았다.

“손님 중 누군가가 정보를 흘렸을까요?” 미라가 물었다.

“아니면 신문이 다른 경로로 알아냈겠지.”

“사람들이 우리를 악역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이벨라는 간판의 젖은 글자를 손으로 닦았다. “그 말은 새롭지 않아. 이번에는 누가 그 말을 만들었는지 기록하자.”

그녀는 파혼 공문, 위조 명령서, 심리 기록, 신문 기사를 한 상자에 넣었다. 안에 손님의 기록은 넣지 않았다. 누구도 침묵을 강요받지 않고, 말한 내용이 허락 없이 무기처럼 쓰이지 않게 하는 것. 그 규칙을 지키는 일이 이제 찻집을 지키는 일과 같아졌다.

문밖에서 누군가 간판을 세 번 두드렸다. 이벨라는 문틈으로 쪽지를 받았다. ‘내일 새벽, 혼자 오십시오. 회색 장부의 원본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서명은 없었지만 쪽지에는 어제의 손님 표식이 찍혀 있었다.

미라가 고개를 저었다. 레온은 쪽지를 확인하고, 경호원을 보내겠다고 했다. 이벨라는 혼자 가지 않겠다고 말하면서도 누가 동행할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쪽지 뒤에는 짧은 문장이 더 있었다. ‘찻집 규칙을 만든 사람은 당신이 아닙니다.’

이벨라는 어머니의 오래된 찻방을 둘러봤다. 규칙은 자신이 정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간판에 새겨진 작은 표식은 어머니의 찻잔 밑바닥에도 있었다. 누군가 이 찻집의 약속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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