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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 영애의 새벽 찻집2화

악역 영애의 새벽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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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잔 아래 감춰진 이름

이벨라는 찻집 문을 열기 전 간판을 닦았다. 밤새 내린 비가 나무판에 맺혀 있었다. ‘비밀을 말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라는 문구 아래에 잉크가 번져 작은 물길처럼 흘렀다. 미라는 새 간판을 만들자고 했지만, 이벨라는 그 자국을 그대로 두었다. 손님이 머뭇거리다 떠난 흔적 같았다.

첫 차는 말린 감귤과 홍차를 섞었다. 어제 보리차를 마신 여성 손님은 오지 않았다. 이벨라는 그 여성을 기다리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 다만 상자 안 기록지를 꺼내지 않고 그대로 뒀다.

새벽 세 시 반, 문을 두드린 사람은 왕실 복장을 한 젊은 하인이었다. 그는 문 앞에서 주변을 살핀 뒤, 찻집 안으로 들어왔다. 미라는 그를 알아봤다. 왕궁 마구간에서 일하는 토마스였다.

“오늘은 차만 마시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럼 차만 드시면 돼요.” 이벨라는 찻잔을 놓았다.

토마스는 잔을 받자마자 두 손으로 감쌌다. 손등에 밧줄 자국이 남아 있었다. “어제 황태자 전하가 여기에 왔습니까?”

“손님 개인의 방문 여부는 말하지 않습니다.”

“전하께서 위험해질 수도 있어요.”

“그럼 그분께 직접 말씀하세요.”

그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한참 후 입을 열었다. “누군가 왕실 마차에 가짜 명령서를 실었습니다. 제가 발견했지만, 보고하면 마구간장이 쫓겨날 겁니다.”

“그 명령서는 어디로 갑니까?”

토마스는 고개를 저었다. “이건 제 비밀이 아닙니다. 제 상관의 비밀이에요.”

이벨라는 더 묻지 않았다. 토마스는 차를 마저 마시고 떠났다. 그의 말은 단서였지만, 주인 허락을 받지 않은 비밀이었다. 미라는 종이에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

“적어 두지 않을 거예요?”

“그가 기록하지 말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상관 이야기라고 했어.”

“말한 사람은 토마스잖아요.”

“그의 동의 범위를 확인해야 해.”

미라는 아쉬운 얼굴로 찻잔을 치웠다. 잠시 뒤 그녀는 문을 걸어 잠그고 이벨라에게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저도 궁정에서 본 일이 있어요. 회색 표지의 장부가 서쪽 기록실로 옮겨졌습니다. 그날 밤, 기록관 두 사람이 밖으로 나왔는데 한 사람은 울고 있었어요.”

“왜 지금 말하는 거야?”

“어제 손님 얘기를 들었으니까요. 제가 본 것도 같은 장부일 수 있어요.”

“그 기록을 공개해도 괜찮아?”

미라는 잠시 생각했다. “제 이름을 쓰지 않는다면요. 그리고 제가 나중에 증언을 거부해도 불이익이 없어야 해요.”

“그 조건을 지킬게. 하지만 약속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면 기록하지 않겠어.”

“충분해요. 다만 장부를 옮긴 날을 적고 싶어요. 비가 왔고, 궁정 시계가 두 번 울린 뒤였어요.”

이벨라는 날짜와 날씨, 시간만 적었다. 인물 이름과 추측은 쓰지 않았다. 미라는 기록을 읽고 서명 대신 작은 초승달을 그렸다. 자신이 쓴 문장임을 알아볼 표식이었다.

레온은 그날도 새벽 네 시에 왔다. 그는 어제와 같은 자리에 앉지 않고 문 가까운 탁자를 택했다. 미라는 물을 내오면서 그가 주변을 살폈다.

“오늘은 조사하러 왔나요?” 이벨라가 물었다.

“차를 마시러 왔습니다. 그리고 어제 파혼 공문에 관한 확인을 요청했죠.”

“무엇을 확인했나요?”

“공문에 ‘상호 합의’라는 표현을 넣은 사람은 내 비서실의 서기관입니다. 그는 내가 승인했다고 주장합니다.”

“전하가 승인했나요?”

“원본에 서명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내가 확인하지 않은 문서가 나갔다는 책임은 내게 있습니다.”

이벨라는 그의 답을 듣고 차를 따랐다. 그가 책임을 인정한 것이 파혼을 되돌리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대화를 시작할 이유가 생겼다.

“그 서기관은 아직 궁정에 있나요?”

“오늘 해임할 겁니다. 공식 조사를 함께 열겠습니다.”

“그럼 저는 그 조사에 응하지 않겠습니다.”

레온은 잔을 내려놓았다. “왜죠?”

“저는 아직 그 사람이 왜 거짓 문구를 넣었는지 몰라요. 제 증언이 전하의 결정을 정당화하는 데만 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럼 조사 결과를 먼저 공개해 주세요. 제가 원하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자리도 보장하고요.”

레온은 잠시 생각했다. “그 요청을 기록하겠습니다. 공개 여부는 의회와 협의하겠습니다.”

그는 어떤 비밀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손님 규칙을 지켰다. 차를 마신 뒤 동전을 놓고 일어났다. 문을 나서기 전에 그는 이벨라에게 조용히 물었다.

“장부를 본 사람이 이 찻집에 왔습니까?”

“그 질문에는 답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묻지 않겠습니다.”

레온은 정말로 더 묻지 않았다. 그의 경호가 거리 건너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마차에 오르자 미라가 창을 닫았다.

새벽이 끝날 무렵, 이벨라는 상자 안 기록을 정리했다. 첫 손님은 공개 범위를 허락하지 않았다. 두 번째 손님은 말하지 않기를 선택했다. 미라는 자신의 관찰을 기록하되 신원을 감추었다. 찻집은 정보를 모으고 있었지만, 그 정보가 누구의 것이며 어디까지 나눌 수 있는지는 각각 달랐다.

아침 무렵, 낯선 사람이 문 아래로 쪽지를 밀어 넣었다. ‘회색 장부는 서쪽 기록실에 없습니다. 왕궁 회계실 뒤의 폐쇄된 우물에 있습니다. 첫 손님을 믿지 마십시오.’

쪽지에는 서명이 없었다. 미라는 어제의 손님이 쓴 필체와 비슷하다고 했다. 이벨라는 글자 끝을 비교했지만 확신할 수 없었다. 첫 손님은 문서 작성자였고, 장부가 이동하는 걸 봤다고 했다. 그 사람이 정보를 고의로 흘렸다면 찻집 규칙을 시험하는 것일 수 있었다.

“전하에게 알릴까요?” 미라가 물었다.

“아직은 아니야. 익명의 쪽지는 증거가 아니야.”

“하지만 폐쇄된 우물을 확인하면 알 수 있잖아요.”

“그곳에 가려면 허가가 필요해. 먼저 기록 출처를 찾아야 해.”

미라는 왕궁에서 알던 마부에게 연락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벨라는 이름을 묻지 않았다. 미라가 스스로 맡겠다고 한 범위만 확인했다. 그녀는 문을 열고 나가려다 멈췄다.

“제가 그 마부에게 전할 말은 ‘우물에 장부가 있나’뿐이에요. 장부를 가져오라고 하지는 않을게요.”

“좋아. 답을 받아오면 그 사람에게 공개해도 되는지 먼저 물어봐.”

미라는 떠났다. 이벨라는 찻집 안에 혼자 남아 쪽지를 다시 읽었다. ‘첫 손님을 믿지 마십시오.’ 이 말은 손님에 대한 경고일 수도, 첫 손님을 의심하게 만들려는 함정일 수도 있었다. 그녀는 쪽지를 상자에 넣지 않았다. 출처를 모르는 문서는 손님 비밀과 같은 규칙에 속하지 않았다.

해가 다 뜬 뒤, 왕실 사절이 찻집을 찾아왔다. 그는 이벨라에게 회색 장부와 관련한 증언을 요청했다. 사절은 손님 기록을 공개하라고도 요구했다. 이벨라는 공문을 확인했다. 요청은 왕세자비 후보에 관한 조사라고 쓰여 있었지만, 서명은 섭정대공의 것이었다.

“전하의 요청인가요?”

“황실을 대표하는 요청입니다.”

“그럼 기록 열람은 거절하겠습니다. 제 손님은 자신이 허락한 범위만 공개했습니다.”

“공익을 위해 필요한 자료입니다.”

“공익 심리에서 당사자의 동의를 받을 방법이 있습니다. 그 절차를 밟아 주세요.”

사절은 공문을 두고 떠났다. 이벨라는 종이의 날짜를 적어 기록함에 넣었다. 이번에는 발신자가 명확했다. 그가 요구한 자료는 누군가의 비밀이었다.

그날 밤 찻집 문이 닫힌 뒤, 미라가 급히 돌아왔다. 그녀는 마부에게서 답을 받아 왔다. 폐쇄된 우물에 장부가 있다는 소문은 궁정 하인들 사이에 돌았지만, 그 말을 처음 한 사람은 왕실 회계실의 부관이었다. 그는 장부를 직접 보지는 못했다고 했다.

“그 부관은 왜 소문을 냈을까요?” 이벨라가 물었다.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가 마부에게 이런 말도 했대요. 장부가 사라졌다고 발표되면, 누군가 우물을 열러 갈 거라고요.”

그 말은 함정일 수 있었다. 이벨라는 레온을 찾아가려 했지만, 약속된 방문 시간이 지나 있었다. 그가 찻집에 오지 않은 날은 처음이었다.

대신 문 아래로 새 쪽지가 들어왔다. ‘내일 아침 회계실에서 조사한다. 찻집 손님의 이름을 제출하라. 불응 시 찻집을 폐쇄한다.’

서명은 왕세자 레온의 것이었다. 그의 필체는 파혼 공문과 달랐다. 이벨라는 두 문서를 나란히 놓았다. 누군가 왕실 이름을 빌려 그의 명령을 꾸미고 있었다.

미라는 찻집의 문을 잠갔다. “이제 어떻게 하죠?”

“내일 아침 왕궁에 직접 가자. 손님 이름은 주지 않고, 문서가 위조됐다는 걸 밝힐 거야.”

“그럼 폐쇄를 피할 수 있을까요?”

“모르겠어.”

이벨라는 의자에 앉아 차를 우렸다. 손님이 하지 않은 말을 대신 채우지 말 것.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문서를 증거로 쓰지 말 것. 찻집을 지키려다 손님을 위험에 빠뜨리지 말 것. 그녀는 그 규칙들을 종이에 다시 적었다.

마지막 줄을 쓰자 창밖에서 마차가 멈췄다. 레온이 도착했다. 그는 젖은 외투를 벗지 않은 채 문을 두드렸다. 이벨라는 찻집 규칙을 가리켰다.

“손님으로 오셨나요?”

“오늘은 도움을 요청하러 왔습니다.”

“그럼 차값 대신 고민을 말해 주세요.”

레온은 안으로 들어와 쪽지를 보았다. “이 명령은 내 서명이 아닙니다. 회계실의 부관이 내 도장을 도용했어요.”

“왜 지금 알리러 왔죠?”

“부관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왕실은 당신이 장부를 훔쳤다고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이벨라는 쪽지를 접었다. 첫 손님의 진술, 미라의 목격, 익명의 경고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내일 회계실을 조사하면 장부가 있든 없든 누군가는 손을 쓰게 될 것이다. 그녀는 레온에게 손님 기록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다시 말했다.

“그 기록은 필요 없습니다.” 레온이 답했다. “부관의 명령서와 당신의 파혼 공문을 대조하면 위조자를 찾을 수 있습니다. 손님의 이름은 묻지 않겠습니다.”

“그럼 함께 조사할 수 있어요. 단, 그 사람이 직접 동의하기 전까지 증언으로 쓰지 않겠다는 조건입니다.”

레온은 동의했다. 두 사람은 처음으로 같은 편에서 서류를 펼쳤다. 그런데 쪽지에 찍힌 도장은 왕실의 것이 아니었다. 손님으로 왔던 첫 여성이 찻집 나무판에 새긴 표식과 같은 모양이었다. 이벨라는 그 손님이 누구인지 몰랐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그 표식이 단순한 차값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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