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마지막 역참

3화: 마지막으로 건너는 사람
송찬은 손가락을 붕대로 감고 수레 뒤에 섰다. 손이 아파 밀 수 없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해준이 어깨를 받치자 그제야 팔을 내렸다. 수레 위의 여자는 두 손으로 배를 잡고 있었다.
“아이 나온대요?”
송찬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도 몰라. 그러니 물어봐.”
해준은 수레를 잡아 주었다. 송찬이 여자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묻자 그녀는 먼저 누울 자리부터 달라고 했다. 역참까지 들어갈 힘이 없었다. 다리 끝에 마른 천을 깔고 수레를 옮겼다. 남편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여자는 남편의 팔을 때렸다.
“내 손 말고, 저 보자기. 그게 우리 옷이야.”
남편이 보자기를 가져왔다. 옷이 있다는 사실에 여자의 눈이 잠깐 풀렸다. 해준은 그 틈에 다리 위를 살폈다. 행렬은 모두 건넜지만 노인 한 명이 뒤에 남아 있었다. 다리 건너의 작은 무덤을 보고 있었다.
해준은 그에게 돌아갔다.
“이제 건너셔야 합니다.”
노인은 강 건너를 가리켰다. 몇 해 전 아내를 묻은 곳이라고 했다. 마을이 타서 돌아가지 못해도 이 강가에는 올 수 있을 줄 알았다. 오늘 다리가 끊어지면 다시 못 올 것 같았다.
해준은 돌아올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자신에게도 그런 곳이 있었다. 오랫동안 열리지 않는 다리 앞에서 기다리던 어린 동생이 있었다. 기다리면 자기 차례가 올 거라고 해준이 말했었다.
“보실 만큼 보셨으면 제 팔을 잡으십시오.”
노인은 한참 뒤 팔을 잡았다. 해준은 그와 함께 느리게 건넜다. 뒤에서 말발굽 소리가 가까워졌다. 초령이 다리 끝에서 두 사람을 불렀지만 해준은 노인의 발보다 빨리 걸을 수 없었다.
군졸 둘이 북쪽 언덕에 나타났다. 그들은 창을 들지 않고 불붙은 땔감을 들었다. 명령을 수행하기 위한 도구였다. 해준과 노인이 아직 다리 가운데 있었는데도 하나가 난간 쪽으로 움직였다.
초령이 돌을 주워 던졌다. 군졸의 발 앞에 떨어졌다. 그가 그녀를 보고 멈췄다. 해준은 그 순간 노인을 안아 올렸다. 안을 수 있는 무게였다. 혼자 건너게 기다린 것이 잘못인지, 마지막까지 자기 발로 걷게 둔 것이 맞는지 알 수 없었다.
노인이 해준의 옷깃을 놓지 않았다.
송찬이 다리 끝으로 와 노인의 다리를 받쳤다. 손의 붕대가 다시 젖었다. 두 사람이 노인을 내려놓자 초령이 밧줄을 잘랐다. 다리의 한쪽 난간이 풀려 아래로 처졌다. 아직 길은 남았다. 군졸들이 서 있는 쪽의 길도 남았다.
“역참으로!”
해준이 외쳤다.
복녀가 사람들이 챙긴 자루를 보고 문을 열어 주었다. 문 안으로 들어온 아이가 자기 신발이 한 짝 없다고 울었다. 복녀는 신발부터 찾으려 하지 않고 아이를 앉혀 두 발을 봤다. 발가락 사이에 돌이 박혀 있었다.
해준은 문을 닫았다. 정호겸이 남쪽 길에서 말을 몰고 돌아왔다. 역참의 말들이 뒤에 줄지어 있었다. 군관은 마당의 문이 닫힌 것을 보고 말에서 내렸다.
“역참 문은 군령을 막는 데 쓰지 않는다.”
정호겸이 말했다.
해준은 문 위에서 대답했다.
“피난민이 모두 건넜습니다. 다리는 끊겠습니다.”
“늦었다.”
해는 산 뒤로 내려가고 있었다. 다리의 물소리가 더 커졌다. 정호겸은 군졸을 문 앞으로 보냈다. 문을 열어 말먹이와 남은 곡식을 가져가겠다고 했다. 문 앞의 사람이 칼집으로 나무를 두드렸다.
해준은 자기가 지키려는 것을 다시 세었다. 두현역의 건물, 곡식, 접수 기록, 밤마다 돌아와 눕던 자리. 그 뒤에 아이 셋과 임산부와 걷지 못하는 노인이 있었다.
그는 접수대의 작은 함을 들고 복녀에게 갔다.
“역참을 버려야 합니다.”
복녀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마당을 봤다. 오래된 구유의 모서리가 말에게 쓸려 반들반들했다. 겨울마다 그 자리를 수리했고 봄에는 새끼 말을 세워 놓았다.
“너 혼자 버리는 줄 알지 마라.”
그녀가 말했다.
해준은 함을 내려놓았다. 복녀는 허리를 펴고 헛간으로 갔다. 잠깐 뒤 안에서 말 한 필이 나왔다. 털이 빠지고 등이 낮은 늙은 말이었다. 해준은 그 말을 알아보았다. 장부에서 죽었다고 지워 준 말이었다.
“살아 있었어요?”
“아팠지. 죽지는 않았어.”
복녀는 그 말에게 수레를 붙였다.
“많이는 못 싣는다. 저 여자랑 아이 하나.”
해준은 복녀가 말을 숨긴 일을 따지지 않았다. 하지만 고맙다는 말도 바로 하지 못했다. 장부가 틀려도 사람을 살릴 수 있었고, 장부가 맞아도 사람을 죽게 할 수 있었다. 그는 함의 문서를 더 적게 챙겼다.
초령이 뒷문을 열었다. 마른길은 잠겼지만 더 위쪽의 좁은 물길을 돌아가면 낮은 언덕으로 갈 수 있었다. 수레는 한 번 기울여 지나가야 했다. 늙은 말이 끝까지 갈 수 있을지는 몰랐다. 복녀는 중간에 쉬어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쉬는 동안 따라오면요?”
송찬이 물었다.
“그때는 너희가 끈다.”
복녀는 고삐를 쥐었다. 사람들은 자기 짐을 다시 골랐다. 수레에는 산모와 아이가 앉았다. 남편은 보자기를 어깨에 메고 옆에서 손을 잡았다. 노인은 송찬의 팔을 잡았다. 다리를 건널 때 혼자 기다리던 노인이 이제 먼저 가겠다고 말했다.
문이 바깥에서 흔들렸다.
해준은 마당에 남았다. 초령이 그를 부르자 잠깐 뒤에 가겠다고 했다. 정호겸에게 자기가 아직 안에 있는 것으로 보여야 사람들이 뒷길로 움직일 시간을 얻었다.
“지금 가면 다리를 끊을 사람이 없습니다.”
초령이 말했다.
그녀는 자기 손의 밧줄을 보여 주었다. 마지막 고리를 끊는 쪽은 다리 남쪽이었다. 아버지가 그렇게 묶었다. 피난민을 모두 보내고 그 길을 접으면 북쪽 군졸은 바로 따라오지 못했다. 하지만 다리 아래로 내려간 사람은 물이 불기 전에 다시 올라와야 했다.
해준은 초령에게 다른 사람과 함께 가라고 했다.
초령은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가 어떻게 묶었는지 당신은 몰라요.”
그 말은 맞았다. 해준이 초령을 대신해 위험을 맡으려 해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마당의 물통을 넘어뜨렸다. 문 앞의 군졸이 그 소리를 듣고 멈췄다. 뒤에서 해준이 달아나는지 안에서 버티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두 사람은 다리 남쪽 아래로 내려갔다. 물이 돌 사이에서 허리 쪽으로 튀었다. 초령은 묶인 줄을 찾아 손을 넣었다. 젖은 매듭이 단단히 굳었다. 아버지가 오래 버티게 만들었다는 뜻이었다.
“안 풀려요.”
그녀가 말했다.
해준은 작은 칼을 건넸다. 초령은 받다가 멈췄다. 손이 줄 위에서 떨렸다. 어제 낮까지 아버지가 만졌을 줄이었다. 끊으면 아버지의 손으로 돌아갈 마지막 길도 없어지는 것 같았다.
다리 북쪽에서 군졸이 나무판을 밟았다.
초령은 줄을 잘랐다.
해준이 그녀의 팔을 잡고 위로 끌었다. 다리의 한쪽이 내려앉았다. 물속으로 판자가 떨어져 큰 소리가 났다.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었지만 길은 이어지지 않았다. 북쪽 군졸이 발을 빼다가 넘어졌다. 다른 사람이 그를 잡았다.
초령은 그쪽을 보았다. 적의 길을 막았는데도 사람이 물로 떨어질까 봐 얼굴이 굳었다. 해준은 그녀를 다시 끌어 위로 올렸다. 두 사람이 돌을 짚고 올라왔을 때 역참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정호겸이 안으로 들어갔다.
해준은 역참 쪽으로 돌아서려 했다. 접수함을 마당에 두고 나왔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지금 돌아가면 마당에서 붙잡혔다. 함에는 봉투 조각과 예전 명령들이 있었다. 그것을 잃으면 자기 판단을 입증할 길이 훨씬 좁아졌다.
초령이 해준의 손을 잡았다.
“먼저 가요. 저기 사람들.”
해준은 사람들의 이름을 떠올렸다. 함의 날짜보다 이름이 먼저였다. 그는 돌아서지 않고 뒷길로 달렸다. 어두워진 숲에서 수레가 고랑에 걸려 있었다. 늙은 말은 숨을 몰아쉬었다. 복녀는 고삐를 풀어 말을 쉬게 두고 수레의 옆을 들어 올렸다.
해준과 송찬이 함께 받쳤다. 수레 안의 여자가 일어나려 하자 복녀가 눕게 했다. 말이 쉬는 동안 사람 넷이 수레를 끌었다. 돌에 바퀴가 부딪힐 때마다 산모가 이를 악물었다. 남편은 보자기를 내려놓고 바퀴를 들어 올렸다.
뒤에서 불빛이 보였다. 두현역의 지붕 쪽이었다. 불을 놓았는지 등불이 옮겨진 것인지 아직 알 수 없었다. 그쪽을 오래 보면 자기 발이 멈췄다. 해준은 앞을 봤다.
낮은 언덕에 불 세 개가 있었다. 아까 두현역에 대답한 불빛이었다. 사람들이 거기서 기다렸다. 초령이 손을 흔들었다. 상대가 그들에게 가까이 와 나무 울타리를 열어 주었다.
해준은 자신이 누구인지 먼저 말했다.
“두현역에서 왔습니다. 쉬어 갈 자리가 필요합니다.”
울타리를 연 남자는 해준을 알아보지 못했다. 초령의 얼굴을 보자 그제야 뒤로 물러났다. 그녀의 아버지가 전날 낮에 여기까지 와서 피난민이 오면 받아 주라고 했다는 말이었다.
초령이 남자의 소매를 붙잡았다.
“아버지 어디 갔어요?”
남자는 동쪽 길을 가리켰다. 봉화대에서 끌려간 것보다 먼저 온 일이었다. 아버지는 누군가를 만나러 갔고 돌아오면 북쪽 길을 막지 말라고 했다. 다만 아무에게도 자신의 이름을 전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고 했다.
초령은 소매를 놓았다. 아버지가 살아 있었다는 소식과, 이제 다시 찾아야 할 길이 함께 늘었다. 그녀는 울지 않았다. 짚신을 꺼내 두 짝이 될 자리를 비워 두었다.
사람들이 물을 나르고 산모를 눕혔다. 송찬은 손의 붕대를 풀었다. 아이는 잃어버린 신발 한 짝을 다시 찾지 않고 맨발로 누웠다. 복녀는 늙은 말 옆에 앉아 자기 물을 나눠 주었다.
울타리의 남자가 작은 접수 표를 가져왔다. 초령의 아버지가 남긴 것이었다. 이 길을 쓰던 옛 전달소의 표식이 찍혀 있었다. 해준은 그것을 보자 손을 뻗지 못했다.
오래전 동생이 다리를 건너기 위해 기다렸을 때, 통행을 막으라는 명이 바로 그 전달소에서 왔다.
그는 표를 받았다. 남자가 물었다.
“다음으로 어디 갈 거요?”
해준은 뒤를 봤다. 두현역이 있던 산 아래에서 불빛이 커지고 있었다. 돌아갈 곳은 오늘 사라졌거나, 적어도 자기 것이 아니게 되었다.
“내일 아침에 사람들에게 묻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이번에는 길을 정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