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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는 내 일기를 읽는다2화

황태자는 내 일기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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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이름 없는 문장

서린은 도서관 반납함에서 일기장을 꺼내자마자 봉투에 넣었다. 도서관 사서와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책을 열어 새 문장을 다시 읽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사서에게 반납함의 잠금 기록과 야간 출입 장부를 요청했다.

“학생이 요청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닙니다.” 사서가 말했다.

“제 물건이 허락 없이 옮겨졌습니다. 언제 누가 반납함을 열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기숙사 관리실에 문의하세요.”

혜주가 그 앞에 섰다. “학교 물건이 아니라 학생 물건이에요. 분실물 규정에 따르면 보관 기록을 요청할 수 있잖아요.”

사서는 규정집을 가져왔다. 반납함은 도서관 직원만 열 수 있었고, 야간 출입자는 학생증으로 기록됐다. 그날 밤 열람한 학생은 없었다. 반납함은 아침 개관 때 처음 열렸다.

“그럼 누가 책을 넣은 거죠?” 서린이 물었다.

“기록만으로는 모릅니다.”

서린은 일기장에 손을 대지 않은 채 봉투를 닫았다. 책은 밤에 옮겨 갔다. 주인을 잃은 동안 가장 강하게 읽으려는 사람 근처로 움직인다면, 도서관 사서나 이안이 아니라 누군가 다른 사람이 원했을 수도 있었다.

강의실에서 이안은 서린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전날 발견한 배급표 사본을 가져왔다. 원본에 있던 어린 시절 서명은 그가 쓴 것이 아니었다. 그는 서명이 언제 추가됐는지 모른다고 했다.

“누가 전하의 이름을 썼죠?”

“아버지의 비서실에서 문서를 정리했습니다.”

“이 일기장 이동과 관계 있을까요?”

“모릅니다. 다만 열쇠 보관 기록이 바뀌었습니다.”

이안은 서랍의 사용 기록을 공개했다. 책상은 황태자 전용이었지만, 매주 두 명의 서기관이 문서 정리를 위해 접근했다. 둘 중 한 명은 계승 시험 자료를 관리했다. 이안은 서린이 원하면 학생 대표를 입회자로 세워 함께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좋아요. 배급표와 열쇠 기록만 확인하겠습니다.”

그들은 학생회 회의실에서 자료를 대조했다. 혜주는 학교 수업자료와 게시판의 배급표를 비교했고, 이안은 왕실 원본을 가져왔다. 셋은 배급 수량이 어느 단계에서 달라졌는지 찾았다. 학교 자료에는 출처가 적혀 있지 않았고, 왕실 원본에는 ‘북부 창고 보고 4호’가 인용돼 있었다.

“창고 보고서를 보면 원래 숫자를 확인할 수 있겠네요.” 혜주가 말했다.

“기록고에서 제한 열람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안이 답했다.

혜주는 황태자의 말에 바로 동의하지 않았다. “학생의 열람권도 보장해 주세요. 전하가 가진 권한에 기대면 자료를 계속 숨길 수 있어요.”

이안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열람 신청서의 공동 신청인란에 혜주의 이름을 적었다. 서린은 일기장이 하루 한 문장을 쓴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래를 확정하는지, 누가 문장을 쓰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혜주는 그 문장을 증거로 쓰려면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 황태자 서재의 열쇠 기록을 확인했다. 서기관 둘 중 한 명은 그날 휴가였고, 다른 한 명은 서재에 들어온 적 없다고 했다. 출입 장부에는 이안의 서명이 있었지만, 그는 그날 수업 중이었다.

“이 기록도 누군가 바꿨을 가능성이 있네요.” 서린이 말했다.

“기록 자체를 믿을 수 없다면 어떤 자료를 근거로 삼죠?”

“서로 다른 출처가 같은 사실을 가리키는지 봐야 해요.”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일기장을 왕실 보관소에 맡기자고 하지 않았다. 대신 학교 규정에 따라 잠금 서랍을 하나 빌려주고, 열쇠는 서린이 갖기로 했다.

“왜 이렇게까지 돕죠?”

“이 일기장이 계승 시험 자료와 연관될 수 있습니다.”

“그게 전부인가요?”

“아직은 그렇습니다.”

그의 정직한 답은 예상보다 불편했다. 서린은 그가 숨기는 것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당장 마음을 내놓으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창고 보고서를 열람했다. 3년 전 작성된 보고서에는 수량을 고친 흔적이 여러 군데 있었다. 수정한 사람은 이름 대신 ‘대리 서기관’이라고만 기록돼 있었다. 혜주는 수정된 부분을 표로 정리했다. 원본 배급 수량은 학교 자료보다 많았지만 창고 보고서보다 적었다. 누군가 두 문서 사이에서 수량을 조정했다. 그 변화는 매년 조금씩 늘어났고 올해 가장 컸다.

“정책을 바꿀 만큼 큰 차이는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겠어요.” 이안이 말했다.

“누적되면 겨울을 버틸 곡물이 달라져요.” 서린이 답했다.

보고서를 반납하기 직전, 이안은 어린 시절 일기장을 가져왔다. 첫 장의 이름이 지워진 이유를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글씨를 배우기 전에 황태자 이름을 대신 써 준 사람이 있었다. 그 문서가 계승 수업에서 자신을 대신해 답을 썼다는 증거로 사용됐을 수 있었다.

“전하가 직접 서명하지 않았다면 누가 썼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 사람은 나를 대신하려 했거나, 보호하려 했을 수도 있습니다.”

“두 가능성을 같이 기록하죠.”

그날 밤 서린은 일기장을 잠금 서랍에 넣고, 열쇠를 목에 걸었다. 다음 날 문장을 확인하자 책에는 ‘문을 열면 시험이 시작된다’고 적혀 있었다. 학교의 계승 시험은 이미 시작됐지만, 일기장이 말하는 시험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기숙사 관리인이 서린의 방을 찾아왔다. 황태자 서재의 문서가 유출됐다는 혐의로 짐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서린은 수색 영장과 물품 목록을 요청했다. 관리인은 절차 없이 방문한 듯 당황했다. 혜주는 규정집을 펼쳐 수색에는 학장과 학생 본인의 입회가 필요하다고 알려 줬다. 관리인은 다음 날 정식 문서를 가져오겠다며 물러났다.

문이 닫힌 뒤 서린은 잠금 서랍을 확인했다. 일기장은 그 안에 없었다. 책은 다시 이안의 서재에 나타났다. 이번에는 작은 열쇠와 함께 놓여 있었다. 이안은 아무도 서재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일기장 아래에는 ‘첫 시험은 누가 답을 썼는지 묻는 일’이라는 문장이 새로 적혀 있었다.

서린은 문장을 읽으며 이안의 어린 시절 서명을 떠올렸다. 서랍 속 원본 배급표에는 아이였던 황태자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일기는 그 문서를 가리키는 것인지, 이안의 정체를 묻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았다.

이안은 작은 열쇠를 돌려주었다. “이제는 내가 열어야 할 서랍이 있군요.”

“함께 열되, 안에 든 건 하나씩 기록해요.”

그는 동의했다. 서린은 학교 학생회 입회자를 부르고 서재 문서함을 열기로 했다.

이안은 일기장을 보는 동안 문장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가 글을 읽는 눈길은 책을 소유하려는 사람보다 오래된 상처를 찾는 사람에 가까웠다. 서린은 그가 어릴 때 쓴 일기장을 다시 펼쳐도 되는지 물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허락했다.

첫 장에는 날씨와 수업 내용만 적혀 있었다. 글씨는 단정했지만 같은 단어를 세 번 지운 흔적이 있었다. ‘이안’이라는 이름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대신 매일 ‘황태자’라고 적혀 있었다.

“이 기록은 누가 보게 될 거라고 생각했나요?”

“교관이 검사했습니다. 일기를 쓰는 법을 배우라는 수업이었죠.”

“그럼 당신 일기는 당신의 것이 아니었네요.”

“그때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안은 책장을 넘기다 손을 멈췄다. 지워진 문장 아래에 ‘나는 왕관이 되고 싶지 않다’는 희미한 자국이 있었다. 서린은 그 글자를 읽어도 되는지 눈으로 물었다.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그 문장을 읽자 손이 떨렸다. 그는 페이지를 덮으려 했지만, 서린은 막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왕관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어머니를 배신하는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죽은 뒤, 황실은 그에게 슬퍼할 시간 대신 계승 수업을 줬다.

“저는 그 문장을 지우고 싶었어요.”

“이미 지워져 있네요.”

“그래도 남아 있습니다.”

서린은 일기장을 돌려주었다. “남아 있는 말은 읽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 말이 지금도 당신의 전부인지는 당신만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안은 답하지 않았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어린 시절 일기장을 서재 금고에서 꺼내 학교로 가져가기로 했다. 누구에게 보여 줄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기록실 문을 나와 교정의 작은 정원으로 갔다. 이안은 서재와 강의실에서 늘 곧게 서 있었지만, 정원 벤치에 앉자 어깨가 내려갔다. 그는 어머니가 자신에게 선택을 남기고 싶어 했다는 말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어머니가 살아 있을 때 한 번도 그런 말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편지가 진짜라면, 왜 직접 말하지 않았을까요?”

“편지가 진짜여도 이유는 하나가 아닐 수 있어요. 왕실이 막았을 수도 있고, 어머니가 망설였을 수도 있죠.”

“당신은 늘 결론을 미루는군요.”

“모르는 일을 확신하는 게 더 무서워요.”

이안은 그 말을 듣고 손바닥을 폈다. 손금에는 오래된 잉크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어린 시절 답안을 쓰며 묻은 흔적이었다. 그는 자기 이름을 손가락으로 따라 그렸다.

“나는 황태자라는 이름으로 너무 오래 불렸습니다. 내 이름을 쓴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머니가 먼저 써 주셨네요.”

“그 이름을 지금 당신이 쓰면 돼요.”

그는 자신의 이름을 종이에 적었다. 이번에는 누구에게 제출하지 않을 문장이었다. 서린은 그 종이를 읽고도 일기장에 옮기지 않았다. 이안의 말은 일기장의 소유물이 아니었다.

이안은 종이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는 서린에게 다음 계승 시험의 자료를 함께 확인하자고 했다. 그녀는 제안을 받아들이되, 학생회와 혜주가 검토에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그가 자신과만 비밀을 나누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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