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집의 마지막 손님은 검객이었다

3화: 찻집 동업자가 숨긴 빚
검은 장부 보관소 역의 플랫폼은 열차 창보다 낮았다. 밤물결호가 멈추자 객실 바닥이 한 번 기울었다. 윤은 창문을 통해 선로를 살폈다.
“이쪽은 화물칸만 쓰던 역이야. 승객을 내린 적은 없어.”
백도령이 문가에 섰다. “그럼 내리지 맙시다.”
“화물칸 쪽에서 누군가 문을 열고 있어요.” 소화가 말했다.
철판을 긁는 소리가 들렸다. 객차 밖에서 세 사람이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소화는 찻집을 잠그고 윤에게 손님들을 안쪽으로 옮기라 했다.
“이번엔 네가 앞에 서.”
“내가?”
“네 객차라고 했잖아.”
“내가 그렇게 말한 적 없어.”
“첫 화에 그랬어. 사내가 빚을 안다고 했을 때.”
윤은 장부를 꽉 쥐었다. “나도 숨기고 싶었던 건 아니야.”
“그럼 지금 말해.”
객차 문이 한 번 크게 흔들렸다. 윤은 계산대 밑에서 계약서를 꺼냈다. “밤물결호 찻집 객차는 원래 살수 조직의 운송차였어. 해체될 예정이었는데, 내가 샀어. 빚을 내서. 소화가 조직을 떠난 뒤 여기로 오게 하려고.”
“내가 이 객차를 타겠다고 한 적은 없어.”
“알아. 그래도 네가 다른 곳에 가면 또 혼자 칼을 들 거라 생각했어.”
“그래서 나를 네 빚에 묶었어?”
“그런 뜻은 아니었어.”
“뜻이 아니면 계약이 사라져?”
윤은 계약서의 담보 항목을 보여 줬다. 객차와 찻집 수익, 그리고 ‘연소화의 운행 동행 보증’이라고 적혀 있었다. 서명은 없었다. 윤의 이름만 있었다.
“이건 내가 동의한 적 없어.”
“내가 네 이름을 넣었어. 미안해.”
“그럼 그게 빚의 진짜 이유구나. 객차를 지키려고 한 게 아니라, 내가 떠나지 못하게 하려고.”
“아니야. 조직이 널 쫓아올 때 객차를 숨길 곳이 필요했어. 내가 이걸 담보로 잡히면 그들은 널 건드리지 못할 줄 알았어.”
“결국 그들이 내 이름을 의뢰서에 썼어.”
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바깥에서 세 번째로 문을 두드렸다. 백도령은 지팡이를 들고 출입문에 기대었다.
“저들은 객차와 장부를 함께 가져가려는 것 같소.”
“장부는 당신 것 아닙니까?”
“옮기는 동안은 내 책임이오. 그렇다고 모두를 위험하게 할 권리는 없소.”
소화는 계약서 뒤를 넘겼다. 채권자는 사채 상단 ‘청류방’. 이전 의뢰서의 삼각 인장과 닮은 표식이 옆에 찍혀 있었다.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플랫폼에 선 사람들이 문을 붙잡았고, 잠금쇠가 비틀렸다.
“선로가 닫히기 전에 나가야 해.” 윤이 말했다.
“어디로?”
“화물칸 아래에 비상 발판이 있어.”
“왜 그걸 네가 알아?”
“여기서 일했으니까.”
“사채에 쫓기는 동안에도 찻집을 계속 열었어?”
“손님들이 나를 알아보지 못하게 하려고.”
그는 커다란 차통을 들어 바닥에 놓았다. 안쪽에는 두꺼운 장부와 낡은 열차 노선표가 숨겨져 있었다. 소화는 장부 속 이름을 훑었다. 여러 차례의 계약이 열차 객차 구매와 연결되어 있었다. 손님 명단이 운송표로 쓰였고, 그 중간에 동생 연유진의 이름이 있었다.
“유진이도 이 열차를 탔어?”
“한 번. 약초 견습 역참에 보내려고 내가 태웠어.”
“언제?”
“네가 조직을 떠난 직후.”
“그 애가 표적이 된 적 있어?”
윤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확인한 적은 없어.”
“확인 안 한 거잖아.”
그는 말이 없었다. 소화는 유진에게 연락하려 했지만, 통신 신호가 끊겨 있었다. 그녀는 장부에서 유진 이름이 적힌 줄을 찢지 않았다. 대신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다. 윤은 살수 조직과의 대출을 갚으려고 객차를 담보로 넣었다. 돈을 빌린 날은 소화가 살수 계약을 거부했던 날이었다.
“내가 살린 사람들을 숨기려고 빌렸어?” 소화가 물었다.
“그런 사람도 있었어. 그런데 그 대출로 객차를 사면 네가 여기 있을 거라 생각했어. 그게 내 욕심이었어.”
“나를 지킨다고 말하면서 선택을 뺏었네.”
“맞아.”
“그럼 지금은 네가 선택해. 문을 열고 채권자에게 나가든, 여기 남아 손님을 지키든.”
윤은 계약서를 접었다. “여기 남을게. 이 객차를 지키고 싶은지 아닌지, 내가 직접 말해야 해.”
바깥 손잡이가 떨어져 나갔다. 문이 반쯤 열리며 사채 상단 사람들이 들어왔다.
문이 열리자 상단 짐꾼 둘이 작은 수레를 밀어 객실 안으로 들이려 했다. 수레의 쇠갈고리가 찻집 바닥을 긁었다. 윤이 앞을 막았다.
“객차를 넘기는 계약이지, 손님을 끌어내는 계약은 아니야.”
짐꾼 하나가 그의 어깨를 밀었다. 윤은 넘어지며 찻상에 부딪쳤다. 찻잔이 흔들려 뜨거운 물이 손님의 소매에 쏟아졌다. 소화는 끓는 주전자를 들고 통로를 가로막았다.
“수레를 더 밀면 물을 쏟겠습니다.”
“그럼 찻집이 망가지겠지.”
“손님이 다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백도령이 지팡이를 짚고 섰다. “짐꾼들, 수레에서 손을 떼시오. 이곳은 아직 여객 객실이오.”
그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짐꾼들은 바닥에 놓인 오래된 표국 인장을 알아보고 멈췄다. 윤은 입술을 닦고 일어났다. 소화는 주전자를 내려놓지 않았다.
앞에 선 여자는 청류방의 장부 담당 이련이었다. 그녀의 손에는 담보 계약서와 소화 이름이 적힌 의뢰서가 들려 있었다.
“곽윤, 객차를 넘기면 빚을 절반으로 줄여 주지.”
“절반은 이미 갚았습니다.”
“이자는 아직 남았어.”
“계산 장부를 보여 주세요.”
이련은 계약서를 흔들었다. “도장과 서명이 있어.”
“제 서명은 없고, 객차를 담보로 잡는다고는 했어도 승객 명단을 넘기는 데 동의한 적은 없습니다.”
이련의 눈이 소화로 옮겨갔다. “당신 이름은 이미 계약에 들어갔어요. 살수 조직이 맡긴 의뢰도 우리가 대신 회수 중이고.”
“나는 의뢰를 받은 적이 없어요.”
“그럼 종이를 돌려 주면 되겠군요.”
이련이 손을 내밀었다. 소화는 의뢰서를 건네지 않았다. “이 계약은 객차 채무와 살해 의뢰가 같은 표식에 묶여 있어요. 둘이 한쪽에서 문서를 만들었죠.”
“증거가 있습니까?”
“윤의 장부와 백도령의 기록이 있어요. 당신이 가져가면 우리 손님 이름까지 함께 드러날 겁니다.”
“협박하나요?”
“아니요. 장부를 넘기면 객차가 누구 손에 가는지 묻는 거예요.”
이련은 잠시 눈을 가늘게 떴다. 객차 안의 손님들이 통로에 모여 있었다. 유골 상자를 든 상인은 자기 이름이 장부에 있는지 물었다. 아이를 안은 승객은 문을 닫으라고 요구했다. 소화는 그들에게 대답을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다.
“이 장부에 올라간 분들은 자기 이름이 넘겨지는 데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빚을 갚는 일과 사람을 팔아넘기는 일은 다른 계약이에요.”
이련은 계약서를 내렸다. “내일 해명역에서 다시 얘기하죠. 그때까지 객차는 보류하겠습니다.”
“그 사이에 제 이름을 다시 의뢰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어요?”
“그건 제 권한이 아닙니다.”
“그럼 당신도 자유롭진 않네요.”
이련은 대답하지 않고 플랫폼으로 내렸다. 문이 닫히자 윤은 주저앉았다. 소화는 그의 앞에 계약서를 놓았다.
“빚은 함께 계산하자. 하지만 내 이름은 다음 계약에 넣지 마.”
“그래.”
“그리고 유진이에게 직접 말해. 그 애가 이 열차에 타지 않겠다고 하면, 우리 객차가 없어도 보내.”
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역에서 연락할게.”
“연락할 때 무슨 말을 할 거야?” 소화가 물었다.
“네가 위험하니 오지 말라고.”
“그건 연락이 아니라 명령이야.”
윤은 오래된 편지지를 꺼냈다. 그는 첫 줄을 썼다가 지웠다. “그럼 뭐라고 해야 하지?”
“네가 객차를 담보로 빚을 졌다고 말해. 내 이름을 넣었다는 것도. 갚으라고 부탁하지 말고, 알고 싶은지 물어.”
“그 애가 대답하지 않으면?”
“그것도 대답이야.”
윤은 새 종이에 다시 썼다. 빚의 액수와 계약 날짜, 자기 이름을 적고 마지막에 ‘너는 이 빚을 갚을 의무가 없다’고 덧붙였다. 소화는 편지를 대신 읽어 주지 않았다. 그는 봉투를 닫고 전달원에게 건넬 수 있도록 주머니에 넣었다.
“너는 그 애가 오길 바라는구나.”
“보고 싶어. 하지만 보고 싶은 것과 오라고 할 권리는 다르지.”
“그 말은 네가 먼저 배워야 했네.”
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지금 적었어.” “회신이 없으면 찾으러 가지 않을 거야.” 윤은 봉투를 주머니 안쪽에 넣었다. “답을 기다리는 동안 내 빚부터 갚고, 이 객차의 운행 기록도 모두 보여 주겠어.” 소화는 그가 처음으로 숫자 대신 약속을 말하는 것을 들었다.
백도령이 소화에게 장부의 일부를 건넸다. “당신 이름 옆에 다른 이름이 하나 더 있소.”
그녀는 종이를 펼쳤다. ‘연유진, 다음 표적 전달자.’ 글씨 아래에는 아직 찍히지 않은 도장이 비어 있었다.
“그 아이가 표적이 된 건 아니오.” 백도령이 말했다. “누군가의 이름을 전달하도록 선택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오.”
소화는 종이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 가능성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유진이 직접 거절하게 해야 하오.”
“그 애에게 선택권을 돌려주는 일부터 하겠습니다.”
열차가 다음 역으로 향했다. 찻집 객실에서는 윤이 오래된 장부를 펼쳤다. 그는 자기 빚의 숫자를 처음부터 다시 적기 시작했다. 소화는 마지막 찻잔을 씻어 받침 위에 엎었다.
잔 밑에서 또 다른 종이 조각이 떨어졌다. 이번에는 윤의 서명이 찍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