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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서 다시 시작2화

물속에서 다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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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기록보다 먼저 묻는 것

풀리프트는 아직 수리 중이었다. 시설 담당자는 제조사 점검 후 부품을 주문해야 한다고 했고, 언제 도착할지는 확정할 수 없었다. 박수진은 대체 장비의 충전량과 슬링 상태를 확인했다. 지난 수업 뒤 민호는 이동할 때 불편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매번 같은 방법을 원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혜린은 수업 시작 전에 오늘 사용할 이동 방식을 선수와 보호자에게 다시 확인하기로 했다.

민호는 물가에 앉아 빨간 킥보드를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25미터를 가 보고 싶다고 했지만, 아직 대회 신청은 원하지 않았다. 민호의 어머니는 대회가 목표가 되면 훈련이 더 재밌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민호는 자기 기록을 먼저 알고 싶다고 말했다. 혜린은 둘의 말을 번갈아 들으며, 대회 목표와 오늘의 수영 목표를 따로 적었다.

“엄마가 대회에 나가면 좋겠다고 하는 건 알겠어요. 그래도 먼저 혼자 25미터를 가 보고 싶어요.”

“그럼 대회 신청은 아직 결정하지 않는 걸로 적자.” 혜린이 말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수영을 포기할까 봐 걱정했다고 했다. 민호는 대회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지금은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 설명했다. 수진은 보호자에게 대회 관련 서류와 분류 절차를 알아볼 수 있지만, 신청은 선수의 동의를 확인한 뒤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어머니는 민호가 수영을 오래 했으면 좋겠다는 자신의 기대를 인정하고, 오늘은 기록 측정부터 해 보자고 했다.

배소라는 수영장 벽에서 물속 회전을 연습했다. 그녀는 이전 영상에서 회전할 때 몸이 오른쪽으로 기울고, 벽을 미는 순간 속도가 줄어든다고 했다. 혜린은 소라가 동의한 범위에서 짧은 영상을 촬영했다. 얼굴은 프레임 밖에 두고, 발과 어깨의 움직임만 보이게 했다. 소라는 영상 파일을 본인과 코치만 볼 수 있도록 저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첫 시도에서 소라는 벽에 손을 댄 뒤 몸을 돌렸다. 회전은 빨랐지만 숨을 내쉴 시간이 부족했다. 그녀는 물 밖으로 올라와 기록판에 “속도보다 호흡”이라고 적었다. 혜린은 호흡을 어느 지점에서 내쉴지 소라가 선택하게 했다. 출발대 훈련은 소라의 오늘 목표가 아니었다. 그녀는 25미터 기록을 재지 않고 턴 동작을 네 번 연습하기로 했다.

수영장 가장자리에서 혜린은 동작을 말로 설명했다. 시범을 보여 주려고 팔을 들어 올리자 왼쪽 어깨가 찌릿했다. 수진은 그 움직임을 멈추게 했다. 혜린은 통증이 4라고 말했다. 지난주보다 하나 올라간 수치였다. 수진은 진료를 받기 전까지 반복 시범을 하지 말고, 코치가 물 밖에서 동작을 설명하도록 준비하자고 했다.

“내가 움직임을 보여 주면 선수들이 더 잘 이해해.”

“영상과 설명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어깨가 아픈데 증명을 위해 물에 들어갈 필요는 없습니다.”

혜린은 자기가 수영을 완전히 떠났다고 생각해 왔지만, 물가에서조차 몸이 반응하고 있었다. 그녀는 통증을 무시하고 시범을 보이려던 이유를 생각했다. 코치라면 선수보다 먼저 들어가야 한다고 믿었고, 자신이 아직 수영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기도 했다. 그녀는 수진에게 병원 예약을 다시 잡겠다고 말했다.

수진은 센터의 풀리프트 수리 요청서를 보여 주었다. 요청은 한 달 전 제출됐지만, 예산 검토가 진행 중이라는 답만 있었다. 대체 장비는 한 번에 한 명만 이동할 수 있고, 안전 인력이 추가로 필요했다. 수업 시작이 늦어지면 레인 사용 시간이 줄었다. 수진은 장비 지연을 선수의 출석 문제로 처리하지 말아 달라고 체육센터에 요청했다. 혜린은 그 내용을 수업 기록에도 남겼다.

민호는 훈련 전에 오늘 쓸 보조 도구를 선택했다. 지난 수업처럼 킥보드를 쓸지, 부력 장비를 착용할지 물었다. 민호는 빨간 킥보드를 원했지만, 손목이 피곤하면 벽을 잡고 쉬기로 했다. 수진은 그가 어떤 도구를 쓰더라도 기록이 낮아지거나 높아지는 것을 선수 능력의 기준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건 본인의 목표에 맞고 안전한지였다.

그는 12.5미터 지점까지 나아갔다가 멈췄다. 혜린은 완주를 재촉하지 않았다. 민호는 팔을 쉬고 다시 시작했지만, 두 번째 시도에서는 18미터에 도달했다. 물에 들어온 지 15분이 지나자 호흡이 빨라졌다. 민호는 손을 들어 종료 신호를 보냈다. 수진은 바로 레인 밖으로 나오도록 도왔고, 보호자는 수건을 건넸다.

“내일도 이 거리만 할까?” 민호가 물었다.

“오늘 네가 편안하게 끝낸 거리와 쉬고 싶은 신호를 기록한 뒤 다시 정하자. 내일 같은 거리를 할지, 더 짧게 할지는 몸 상태를 보고 네가 말해 줘.”

민호는 오늘은 18미터까지 갔고, 다음에는 20미터를 시도해 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25미터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지만, 한 번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기록을 듣고 기뻐했지만, 민호에게 더 해 보라고 말하지 않았다.

소라는 턴 연습의 마지막 시도에서 호흡을 내쉬는 시점을 바꿨다. 회전 시간이 조금 길어졌지만, 벽을 민 뒤 자세가 더 곧게 나갔다. 그녀는 빠르지 않아도 원하는 방향으로 나왔다는 점을 기록했다. 혜린은 영상에서 소라가 벽을 미는 순간의 발 위치를 보여 주었다. 소라는 다음 수업에서도 같은 동작을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수업 중간에 자유수영 이용객 한 명이 레인에 들어왔다. 체육센터 시간표에는 장애인 수영반이 예약되어 있었지만, 레인 표지가 잘 보이지 않아 이용객은 자기 시간이 시작된 줄 알았다고 했다. 수진은 센터 직원에게 확인한 뒤 한 레인을 조정하고, 선수들에게 변경된 공간을 설명했다. 좁아진 레인에서는 회전 연습을 멈추고 벽 가까운 짧은 동작만 했다. 민호는 킥보드를 쓰는 공간이 줄어 불편하다고 말했다. 혜린은 그 말을 기록하고, 다음 수업 전에는 레인 예약 표지를 더 크게 붙여 달라고 요청했다.

다른 수업과 공간을 나눠 쓰는 문제는 선수의 능력과 무관했지만, 실제 훈련에 영향을 주었다. 수진은 수영장 관리자에게 접근 가능한 레인과 이동 시간을 포함한 시간표를 다시 제출하기로 했다. 혜린은 오늘 줄어든 거리를 정상 훈련량으로 계산하지 않겠다고 했다. 민호는 공간이 좁았는데도 18미터까지 간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 했지만, 혜린은 측정 조건을 함께 적으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록에는 거리뿐 아니라 레인 변경도 표시하기로 했다.
훈련이 끝난 뒤 민호 어머니는 대회 분류를 언제 알 수 있는지 물었다. 수진은 센터가 진단이나 분류를 대신하지 않으며, 관련 기관의 절차를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호는 대회 신청 전에 자기와 함께 자료를 보자고 했다. 어머니는 신청 서류를 미리 모으되, 민호의 동의 전에는 제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참가 여부는 가족의 바람만으로 정할 수 없었다.

수업이 끝나기 전 소라는 오늘의 턴 영상을 다시 보고 싶다고 요청했다. 혜린은 얼굴이 보이지 않는 구간만 함께 확인했다. 소라는 지난 기록보다 빠른지 묻지 않고, 몸이 오른쪽으로 기울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영상에서는 벽을 밀 때 발끝이 한쪽으로 빠져 있었다. 소라는 그 지점을 다음 목표로 정했다. 보호자는 시간을 재지 않았다고 아쉬워했지만, 소라는 기술 기록이 먼저라며 자신의 노트를 보여 주었다. 보호자는 딸이 원한 연습이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다음 주에도 참관하겠다고 했다.
혜린은 선수들이 나간 뒤 혼자 수영장 가장자리에 남았다. 물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왼쪽 어깨는 여전히 아팠다. 수진은 다시 통증 수치를 확인하고, 업무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병원 예약을 하라고 했다. 혜린은 예전에 다녔던 재활 클리닉에 연락해 다음 주 상담 시간을 잡았다. 진료 뒤에는 코치로서 어떤 시범을 맡을 수 있는지 다시 정하기로 했다.

수진은 센터 민원 창구에 리프트 수리 지연에 대한 공식 답변을 다시 요청했다. 지난번 요청 번호와 담당 부서를 적고, 대체 장비 사용에 추가 인력이 필요한 사실을 덧붙였다. 혜린은 다음 회의 때 선수와 보호자가 원하는 이동 방식도 함께 설명할 수 있도록 동의를 구하겠다고 했다. 시설 문제를 개인의 불편으로만 남겨 두지 않기로 했다.
풀리프트 수리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수진은 임시 장비를 사용할 때마다 점검 담당자를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센터는 인력 한 명을 더 배치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었다. 혜린은 수업 시간에 이동과 준비가 얼마나 걸리는지 기록해 예산 요청에 붙이기로 했다. 장비 문제가 선수의 수업 시간을 줄이지 않도록 근거를 남겨야 했다.

다음 수업 목표는 민호의 선택에 따라 20미터까지 시도할 수 있고, 소라는 회전 후 호흡과 방향을 다시 확인할 예정이다. 혜린은 자기 어깨 진료 결과를 센터에 필요한 범위로 공유하기로 했다. 그녀는 코치로서 선수 앞에 서는 것과 물속에 들어가는 일이 같지 않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수진은 혜린에게 선수들의 영상 파일을 보호자에게도 보낼지 물었다. 민호는 영상 공유에 동의했지만, 얼굴이 나오는 장면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고 소라는 파일을 센터 밖으로 보내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혜린은 선수별로 선택이 다르다는 걸 확인하고, 소라의 영상은 센터 기기에만 두었다. 민호의 영상은 얼굴을 가린 훈련 장면만 보호자에게 공유하기로 했다. 동의는 한 번 받으면 끝나는 절차가 아니었다.
수영장 문을 나서며 민호는 빨간 킥보드를 제자리에 놓았다가 다시 집어 들었다. “이건 제가 가져갈래요. 다음 주에도 이걸 쓸 거예요.” 어머니는 기록을 재도 되겠지만 멈추고 싶으면 먼저 말하라고 했다. 민호는 “엄마가 그때 또 25미터까지 가라고 안 하면요”라고 답했다. 어머니는 아들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럴게. 네가 멈추면 내가 먼저 수건을 가져올게.” 민호는 바로 믿는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그때 센터 운영자가 수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른 선수단의 추가 연습 때문에 다음 주 청소년반에 배정된 레인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통보였다. 민호는 통화 내용을 듣고 킥보드 손잡이를 쥐었다. “오늘 겨우 자리를 옮겼는데 또 줄여요?” 수진은 가능하면 대체 시간을 찾겠다고 했지만, 민호는 “시간을 찾는 동안 우리가 또 못 들어가잖아요”라고 말했다. 혜린은 바로 해결을 약속하지 않았다. 대신 민호에게 다음 날 센터장에게 직접 원하는 훈련 조건을 말해도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민호는 킥보드를 가방에 넣었다. “이번엔 제가 말할게요. 엄마도 제 대신 말하지 마세요.” 어머니는 그 부탁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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