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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을 보관하는 궁정 기록관3화

폭풍을 보관하는 궁정 기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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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바람을 풀어놓다

새벽의 보관고 문이 열리자 바닷물이 먼저 쏟아졌다. 병이 깨진 건 아니었다. 균열이 유리벽을 둘러싸고, 그 틈으로 염수와 바람이 흘러나왔다. 세레나는 격리막 뒤에서 기압계를 확인했다. 바람은 북쪽 바다로 향하고 있었지만, 왕궁의 보호막이 기류를 막아 도시 안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보관고를 닫아야 합니다.” 이사벨라가 말했다.

“닫으면 압력이 더 쌓입니다.” 세레나는 대답했다. “유리병이 터지면 방향을 고를 수 없어요.”

“왕궁 보호막을 낮추면 폭풍이 궁 안으로 들어옵니다.”

“방출구로 보내면요?”

“북쪽 방출구 앞에 아렌의 함대가 있습니다.”

세레나는 창문 너머 항구를 보았다. 선원들은 갑판에서 날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렌은 함장들과 마지막 출항 조건을 확인하고 있었다. 선원 일부는 동의했지만, 네 명은 여전히 반대했다. 함대는 출항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배를 항구에 묶어 두면 폭풍이 도시에 닿을 수 있었다.

로데릭 평의회장이 수비대와 함께 보관고에 들어왔다. “왕궁 보호막을 유지합니다. 함대는 항구를 떠나지 않습니다. 병은 지하 보관실로 옮기세요.”

“이동 중 깨질 수 있습니다.” 세레나가 말했다.

“그럼 다른 방식을 제안하세요.”

“보관고 셔터를 열고, 폭풍을 북쪽 방출구로 보냅니다. 함대는 먼저 북쪽 암초 뒤로 대피합니다. 선원 전체의 동의를 받을 수 없다면 출항시키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면 폭풍이 왕궁을 지나갑니다.”

“기류를 낮추면 도시를 향하는 압력도 바다 쪽으로 풀립니다. 왕궁은 일부 훼손될 수 있지만, 피난 경로를 열 수 있습니다.”

“왕궁을 희생하겠다는 거군요.”

“사람이 먼저 나갈 수 있도록 문을 열자는 겁니다.”

로데릭은 이사벨라를 돌아봤다. “기록관이 왕실을 위협합니다.”

“저는 지금 관측값과 선택지를 말씀드렸습니다. 최종 결정은 평의회가 합니다.”

그 순간 병의 균열이 길게 벌어졌다. 유리벽의 파란 빛이 갈라지고, 바람이 셔터를 때렸다. 기상고 바닥에 쌓인 물이 발목 높이로 밀려왔다. 마르타가 넘어지자 세레나는 손을 뻗었지만 렌즈를 떨어뜨렸다. 금속 렌즈가 바닥에 부딪혀 한쪽 고리가 휘었다.

“마르타, 괜찮아요?”

“네. 발목만 부딪혔어요.”

“기록장과 함께 나가요. 안쪽에 더 들어오지 마세요.”

세레나는 이사벨라와 함께 셔터 쪽으로 갔다. 손잡이를 내리려면 두 사람이 동시에 압력을 버텨야 했다. 아렌이 도착해 반대편을 잡았다.

“함대는요?” 세레나가 물었다.

“선원 전원에게 상황을 알렸습니다. 반대하는 네 명은 항구에 남고, 대피 지원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나머지는 해도와 예상 위험을 듣고 북쪽 암초 뒤로 이동하는 데 동의했어요.”

“왕자 명령으로?”

“아니요. 함장들이 각각 확인했고, 동의하지 않은 사람은 배에 태우지 않았습니다.”

그는 동의서가 아니라 각 함장의 서명과 선원 수를 적은 항해 장부를 보여 줬다. 세레나는 그 사실을 믿기로 한 게 아니라, 기록으로 남기기로 했다.

“왕궁 보호막은 내리지 않았습니다.” 로데릭이 말했다.

“그럼 폭풍을 바다로 보낼 수 없습니다.”

“왕실의 안전이 우선입니다.”

세레나는 바람장부를 펼쳤다. “왕실은 방출을 지연하라고 명령한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과거에 그 시각을 고쳤습니다. 그때 어떤 피해가 생겼는지 아직 조사 중입니다. 오늘 다시 지연한다면, 그 선택과 피해를 모두 기록하겠습니다.”

이사벨라가 그녀를 돌아봤다. “당신이 시각을 바꿨다고요?”

“네. 그 기록을 공개하겠습니다.”

아렌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녀를 대신해 변호하지도, 왕실의 권력을 들먹이지도 않았다. 세레나는 그 침묵이 자신에게 결정을 맡기는 것임을 알아차렸다.

로데릭은 평의회 명령서를 꺼냈다. “그 기록을 공개하면 당신은 기상고에서 쫓겨날 겁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하겠습니까?”

“제 이름을 지우지 않겠습니다.”

그녀는 바람장부의 원본을 펼쳐 정정란을 만들었다. 과거 시각 수정, 지시자, 이후 조사되지 않은 피해를 구분해 적었다. 아렌은 왕실 인장을 빌려 선원 동의 기록과 항로 변경 계획을 공개 자료로 등록했다. 그가 인장을 눌렀을 때 손이 떨렸지만, 종이를 밀어 넣었다.

“보호막을 내리세요.” 아렌이 로데릭에게 말했다.

“왕실 지위를 잃을 수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죠. 그래도 선원과 주민을 먼저 빼야 합니다.”

로데릭은 명령서를 찢지 않았다. 대신 수비대장에게 북쪽 문과 시장 대피로를 열라고 했다. 왕궁 보호막은 전부 내리는 대신 도시의 바깥쪽만 낮추기로 했다. 그 선택으로 바람은 궁정 지붕을 넘어 동쪽 방출구로 흐를 길을 얻었다. 완벽한 해법은 아니었다. 동쪽 외벽과 천문대 일부는 바람을 맞게 될 것이었다.

“방출구를 열겠습니다.” 이사벨라가 열쇠를 돌렸다.

셔터가 움직이지 않았다. 바닥에 쌓인 염수가 장치를 굳혀 놓았다. 세레나는 물속에 무릎을 꿇고 낮은 걸쇠를 찾았다. 기류가 밀려와 손을 흔들었다. 아렌은 그녀의 팔을 잡기 전에 물었다.

“잡아도 됩니까?”

“팔꿈치만요.”

그가 그녀의 팔꿈치를 붙들었다. 이사벨라는 걸쇠에 열쇠를 넣었다. 세레나는 금속 렌즈가 아니라 맨눈으로 기류를 보며 밀어야 할 방향을 짚었다. 걸쇠가 풀리자 셔터가 위로 들렸다. 바람이 구멍을 찾아 한꺼번에 바다 쪽으로 달렸다.

항구에서는 함대가 움직였다. 동의하지 않은 선원들은 배에 오르지 않고 등대와 부상자 대피를 도왔다. 아렌은 깃발 신호로 암초 뒤의 대기 위치를 전달했다. 세레나는 기압을 읽어 방출구를 조금씩 열었다. 병이 깨지지 않은 채 바람이 빠져나가면 폭풍은 지정 해역에서 풀릴 수 있었다.

그러나 북쪽에서 큰 파도가 밀려왔다. 방출구 앞의 암초를 덮고, 선단의 첫 배를 옆으로 밀었다. 아렌은 선원들에게 방향을 바꾸라는 신호를 보냈다. 함대는 암초 뒤로 물러나며 항로를 새로 잡았다. 배 한 척의 돛대가 기울었지만 부러지진 않았다. 항해사들은 닻을 내리고 서로의 위치를 확인했다.

“북쪽 방출은 막혔습니다!” 마르타가 외쳤다.

세레나는 기압계 바늘을 살폈다. 동쪽 바다에 낮은 골짜기가 생겼다. “동쪽으로 2도 돌리면 됩니다. 하지만 천문대가 바람을 먼저 맞습니다.”

“그럼 등대 신호가 꺼질 수 있어요.” 아렌이 말했다.

“대피선이 바다에 있습니다.”

“등대지기에게 알리겠습니다.”

아렌은 왕자를 보내지 않고 항해 신호를 보냈다. 등대지기는 두 차례 깜박임으로 수락했다. 세레나는 방출구의 방향을 조정했다. 바람은 천문대의 첨탑을 스치고 동쪽 바다로 흘렀다. 왕궁 창문 몇 장이 깨졌고, 항구의 밧줄들이 끊어졌다. 그러나 시장과 염전으로 향하던 구름은 바다 위에서 풀렸다.

폭풍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비와 파도는 며칠 더 남을 것이었다. 다만 저장고에서 한꺼번에 터져 나오지 않고, 넓은 해역으로 흩어졌다. 기상고의 압력계가 조금씩 내려왔다. 세레나는 젖은 장부를 가슴에 안았다. 종이 가장자리가 번졌지만, 정정 기록은 읽을 수 있었다.

“세레나!” 아렌의 목소리가 외벽 너머에서 들렸다.

그는 돌아왔지만 그녀를 만지지 않았다. “괜찮습니까?”

“렌즈는 깨졌지만 눈은 괜찮아요.”

“그럼 다행입니다.”

“당신 배는요?”

“한 척이 돛을 잃었습니다. 선원은 모두 살아 있습니다. 반대했던 네 명이 등대 신호를 도와줬어요.”

세레나는 대답을 듣고 안도했다. “그럼 그 선택은 그들이 한 거군요.”

“그렇습니다.”

“제가 당신을 믿었다고 말하는 건 아니에요.”

“압니다.”

“오늘 기록을 같이 공개해요. 왕실과 함대, 제 수정 기록까지 모두 포함해서.”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렌은 깨진 렌즈를 들어 올리지 않고 그녀에게 손수건만 건넸다. 세레나는 얼굴의 물과 소금을 닦았다. 두 사람은 기상고의 무너진 창 앞에 서서 항구를 바라봤다. 배는 항구로 돌아오고 있었고, 왕궁에는 대피 안내가 이어졌다. 동쪽 등대는 불이 꺼졌지만 등대지기는 구조선과 함께 항구에 도착했다. 바람을 푼 대가는 남았지만, 더는 한 병 속에 숨겨지지 않았다.

며칠 뒤 기록 심의회는 폭풍 저장 기록을 공개 검토하기로 했다. 세레나는 자신의 수정 행위를 맨 앞에 적고, 아렌은 왕실 권한으로 각 섬의 증언을 받아들이는 절차를 열었다. 이사벨라는 기상고장 직위를 내려놓지 않았지만, 보관고 열쇠를 공동 심의회에 맡겼다. 로데릭은 왕궁 손상을 보고하며 항만의 피해도 같은 문서에 기록했다.

아렌은 궁정 정원에서 세레나를 만났다. “선원들은 다음 항해에도 동의 절차를 요구했습니다.”

“좋은 일이네요.”

“저도 다음 항로를 함께 검토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기록관의 업무로요?”

“그건 당연하고요. 개인적으로도 같이 걷고 싶습니다.”

세레나는 잠깐 생각했다. “이번에는 당신이 원하는 걸 분명히 말했네요.”

“당신이 거절해도 바람장부는 함께 공개할 겁니다.”

“그럼 답을 해도 되겠어요.”

그녀는 그의 손을 잡지는 않았다. 대신 두 사람은 바닷바람이 불지 않는 정원 길을 나란히 걸었다. 세레나는 왕궁 지붕 너머에서 남쪽 구름이 새로 모이는 걸 보았다. 폭풍병 보관소가 비었어도 하늘은 계속 바뀌었다. 기록에는 다음 날의 바람을 예언하지 않고, 오늘 읽은 방향만 적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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