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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을 보관하는 궁정 기록관1화

폭풍을 보관하는 궁정 기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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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유리병의 폭풍

기상고의 유리병은 바람 소리로 먼저 깨어났다. 세레나는 책상 위 잉크병이 기울기 전에 그 소리를 들었다. 벽면마다 걸린 바람장부가 한 장씩 들썩였고, 가장 안쪽 선반의 폭풍병에서 파란 빛이 맥박처럼 뛰었다.

“방출 시각은 사흘째 해 질 무렵입니다.” 기록 보조관 마르타가 말했다.

“장부에는 오늘 새벽이라고 적혀 있어요.”

“전령이 일정을 바꿨습니다. 동쪽 항로로 보내려던 폭풍을 남쪽 방출구로 돌렸대요.”

“전령의 말만으로 원본을 고칠 수는 없습니다.”

세레나는 은빛 렌즈를 눈에 댔다. 유리병 안의 구름은 작게 웅크려 있었지만, 병목으로 끌려 올라가는 바람줄기가 북쪽으로 휘었다. 기압이 압축되고 있었다. 그녀는 잉크를 묻혀 장부 한쪽에 시각과 관찰을 적었다. 유리병에 손을 대지 않았다. 오래 들여다보면 렌즈의 잔광이 눈에 남았고, 현재의 흐름과 기억한 흐름이 뒤섞일 수 있었다.

“누가 바꾼 거죠?” 마르타가 물었다.

“그 질문은 원본을 확인한 뒤에 해요.”

기상고 바깥의 천문대 항구에는 왕실 함대가 정박해 있었다. 항해사 왕자 아렌이 구조선 네 척을 이끌고 북쪽 군도로 출항하려 했다. 사흘 전 폭풍으로 섬 항구가 막혔고, 염전과 물 저장고에 식량이 끊겼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그러나 왕실은 폭풍병을 풀기 전까지 출항을 허가하지 않았다. 선단이 폭풍과 마주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아렌은 직접 심사실로 들어왔다. 물에 젖은 외투 끝에서 바닷물이 떨어졌다. 그는 왕관을 쓰지 않았지만, 문 앞의 경비가 길을 비키는 순간 왕자라는 사실을 숨길 수 없었다.

“세레나 기록관, 출항 심사는 얼마나 걸립니까?”

“현재 기록으로는 허가할 수 없습니다.”

“오늘 해가 지면 섬의 우물도 바닥납니다.”

“폭풍병이 아직 저장 상태입니다.”

“저 병이 항로를 막고 있나요?”

“병이 막는 게 아니라, 방출이 늦어졌습니다.”

아렌은 장부를 보려다 손을 멈췄다. “보여 줄 수 있습니까?”

“심사 당사자가 원본을 만질 수는 없습니다. 읽어 드릴 수는 있어요.”

세레나는 방출 예정 시각과 실제로 기록된 시각을 읽었다. 아렌은 사흘째 해 질 무렵이라는 표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럼 병은 오늘 풀려야 했군요.”

“원본 기록대로라면 그렇습니다.”

“누군가 변경했습니까?”

“아직 확인 중입니다.”

그녀는 질문을 남겨 둔 채 렌즈를 벗었다. 일정을 바꾼 사람을 찾는 건 중요했다. 그러나 지금 더 중요한 건 병의 상태였다. 세레나는 유리병 안의 바람이 북쪽으로 휘는 걸 다시 봤다. 궁정에서 정한 방출구는 남쪽 바다였다. 압축이 계속되면 병이 깨질 수 있었다.

아렌은 바깥의 해도를 펼쳤다. “우리 배는 북쪽으로 가야 합니다. 남쪽에 폭풍을 풀면 섬에 닿는 시간이 더 늦어져요.”

“북쪽 방출구에서 폭풍을 풀면 함대가 지나갈 수 있나요?”

“조류가 맞으면 가능합니다. 다만 북쪽 방출구는 암초가 많습니다.”

“선원들이 알고 있습니까?”

“아직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허가를 낼 수 없어요.”

아렌은 답을 늦추지 않았다. “그들에게 알리고 동의를 받겠습니다.”

“왕자 명령으로 출항시킬 수도 있잖아요.”

“왕실 명령은 배를 움직일 수 있어도 돌아오게 하진 못합니다.”

그 말은 준비된 대사처럼 들리지 않았다. 아렌은 해도의 한 지점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그의 손가락은 북쪽의 작은 섬들 사이에서 멈췄다. “저곳에 갇힌 항만 관리관은 제 스승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를 구하려고 선원에게 위험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세레나는 그 사실을 심사 기록에 쓰지 않았다. “출항 이유는 기상 조건과 선원 동의로 적겠습니다. 사적인 관계는 기록하지 않아요.”

아렌은 잠깐 그녀를 바라보다 말했다. “그 점은 고맙습니다.”

보관고의 종이 울렸다. 폭풍병을 관리하는 이사벨라가 문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열쇠를 손에 감아 쥐고 있었다.

“병의 상태는 정상입니다.”

“렌즈로 확인한 바람은 북쪽으로 휘고 있어요.” 세레나가 말했다.

“병은 허용 압력 안에 있습니다. 아직 사흘이 지나지 않았어요.”

“장부는 오늘 새벽 방출로 기록합니다.”

“일정은 조정됐습니다.”

“원본에 수정 이유와 승인자가 없습니다.”

이사벨라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왕실 기상고의 운영은 기록관이 아니라 제 책임입니다.”

“그렇다면 책임자의 이름이 남아 있어야죠.”

이사벨라는 아렌을 흘겨봤다. “왕자님께서 출항을 서두르시는 건 압니다. 그러나 병이 풀리면 해안 마을들이 바람을 맞습니다.”

“저는 바람을 없애 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항로를 알려 달라고 했습니다.”

“그 둘은 다르지 않습니다.”

“기록관은 다르다고 말하는군요.”

세레나는 둘 사이에서 목소리를 낮췄다. “폭풍을 병에 가두는 동안 공기는 사라지지 않아요. 저장 마법의 대가를 어느 해안이 받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사벨라가 열쇠를 움켜쥐었다. “그런 추정은 보고서에 올리지 마세요.”

“추정이라고 표시하겠습니다. 지우지는 않겠습니다.”

보관고 문이 닫히려는 순간, 병 안에서 금이 가는 소리가 났다. 실금은 유리 표면을 따라 빠르게 번졌다. 마르타가 숨을 들이켰다. 파란 빛이 거칠게 일렁이며 병목에서 회오리쳤다.

“뒤로 물러나세요!” 세레나가 외쳤다.

아렌은 반사적으로 병에 다가서려 했다. 세레나는 그의 팔을 붙들었다. “손대지 마세요. 압력이 풀리면 바람이 튑니다.”

“그럼 뭘 해야 합니까?”

“유리벽의 격리막을 내리고, 방출구를 다시 확인해야 해요.”

이사벨라는 격리막 손잡이를 당겼다. 금속 셔터가 절반쯤 내려오다 걸렸다. 바람이 틈새로 쏟아져 나와 장부를 날렸다. 종이들이 심사실을 빙빙 돌았다. 세레나는 렌즈를 벗어 눈을 감고, 발바닥으로 바닥의 진동 방향을 느꼈다. 병은 아직 깨지지 않았지만, 북쪽으로 밀리는 기류가 벽을 두드렸다.

“셔터가 걸렸어요!” 이사벨라가 외쳤다.

아렌은 손을 뻗지 않았다. “어디를 잡아야 합니까?”

“아래 손잡이를 누르고, 제가 위쪽을 당길게요. 신호를 줄 때까지 힘을 주지 마세요.”

둘은 반대편에서 손잡이를 붙들었다. 세레나가 숫자를 세자 아렌이 힘을 줬다. 셔터가 아래로 움직이며 바람을 막았다. 금 간 유리병은 케이스 안에 그대로 남았다. 방출은 멈추지 않았고, 압력은 계속 쌓였다.

이사벨라는 병을 바라보다가 열쇠를 세레나에게 건넸다. “기록관이 열어 보세요. 단, 병은 꺼내지 말고요.”

“왜 지금은 허락하시죠?”

“제가 승인한 일정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싶으니까요.”

세레나는 원본 바람장부를 펼쳤다. 방출 예정 시각은 수정되지 않았다. 누군가 그 옆에 새 잉크로 ‘남쪽으로 변경’이라고 덧썼다. 잉크의 번짐은 오늘 아침 것이 아니었다. 보관고 열쇠의 봉인도 손상되지 않았다.

“이 문장은 원본과 다른 손으로 썼어요.”

아렌은 장부를 들여다봤다. “그럼 누군가 변경을 숨기려 한 겁니까?”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누군지는 아직 모릅니다.”

그는 해도를 접었다. “제 함대는 항구에서 대기하겠습니다. 선원들에게 폭풍병 상태와 북쪽 암초 항로를 알리고, 출항 의사를 다시 묻겠습니다.”

“오늘 밤까지는 결정을 내릴 수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허락 없이 떠나지 않겠습니다.”

세레나는 그를 믿는다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심사 기록에 ‘선단 대기, 선원 동의 미확인’이라고 썼다. 아렌은 그 문장을 읽고도 고치라고 하지 않았다.

그녀는 원본 장부를 닫으려다 오래된 방출 기록을 펼쳤다. 몇 해 전 북쪽 염전의 폭풍병 항목이었다. 방출 시각 옆에 희미하게 지워진 숫자가 남아 있었다. 세레나는 장갑을 벗었다. 그때 기록관 견습이었던 자신이 왕실 지시를 받아 시각을 하루 늦게 고쳤다. 본문에는 승인자의 이름을 쓰지 않았고, 정정란도 만들지 않았다. 염전이 잠겼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녀는 자신의 수정이 피해를 만들었다고 확신할 증거가 없다고 되뇌었다.

“이 기록을 조사해도 되나요?” 마르타가 물었다.

세레나는 숨을 골랐다. “네. 다만 제가 수정한 흔적이 있을 겁니다. 제 이름도 함께 적으세요.”

마르타는 펜을 들었다. 세레나는 그날 처음으로 자신의 과오를 기록에서 빼지 않기로 했다. 그 사실을 아렌에게 먼저 말하지는 않았다. 아직 사적인 고백보다 원본을 복구하는 일이 앞이었다.

이사벨라는 병 보관실의 문을 잠갔다. 안쪽의 바람 소리는 줄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세레나는 작은 균열을 다시 살폈다. 그것은 병의 안쪽에서 시작된 것처럼 보였다. 금의 끝에는 소금 결정이 박혀 있었다.

“이건 바닷바람의 흔적입니다.” 그녀가 말했다.

“병 안에는 바다에 나간 폭풍만 저장됩니다.” 마르타가 답했다.

“그럼 저장된 폭풍이 아직 항구와 연결돼 있다는 뜻일 수 있어요.”

이사벨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품에서 오래된 봉투를 꺼내 균열 사진 위에 올렸다. 봉투 앞면에는 세레나가 어릴 때 살았던 북쪽 염전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심사실 창밖에서 경종이 울렸다. 항구의 북쪽 등대가 세 번 깜박였다. 해도상으로는 맑은 하늘이어야 할 방향이었다. 아렌은 창문을 열고 바람 냄새를 맡았다.

“비가 옵니다.”

세레나는 기록장에 남쪽과 북쪽, 두 방향을 모두 적었다. 병 안의 폭풍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그런데 바다에서는 먼저 바람이 돌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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