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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수선하는 야간 공방3화

별을 수선하는 야간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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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닫힌 관측소의 불빛

태인은 새벽 다섯 시가 되기 전에 공방으로 돌아왔다. 배달 가방은 비어 있었고 우비는 말라 있었다. 그는 계단 앞에서 잠시 숨을 골랐다. 열일곱 번째 칸이 삐걱거렸다.

서린은 작업대 앞에서 밤새 태엽을 풀고 있었다. 회중시계의 초침은 한 칸 움직인 뒤 그대로 멈춰 있었다. 손가락에 쥔 핀셋 끝이 조금 떨렸다. 그녀는 태인의 얼굴을 살피고 먼저 물었다.

“동생을 만났어요?”

“문 앞까지만 갔습니다.”

“왜 들어가지 않았죠?”

“새 주소를 알아야 했습니다. 예전 집은 비었고, 이웃이 지아가 다른 동네로 갔다고 하더군요.”

“그럼 약속을 지킨 건 아니네요.”

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찾겠다고 말한 건 처음이 아니에요. 이번에는 찾는 과정까지 감추지 않겠습니다.”

그는 가방에서 오래된 배달 영수증을 꺼내 작업대에 놓았다. 뒷면에는 주소와 함께 작은 별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서린은 확대경으로 그 흔적을 살폈다. 종이 섬유 사이에 푸른 가루가 박혀 있었다. 시계의 다이얼에서 보았던 선과 같은 색이었다.

“이 물건을 맡긴 사람은 누구였어요?”

“배달 앱에 등록되지 않은 의뢰였어요. 현금으로 받아 왔고, 발신인은 ‘별을 보관하는 사람’이라고만 했습니다.”

“왜 지금 말해요?”

“어제는 그 말을 하면 제가 먼저 의심받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오늘은요?”

“이미 의심받고 있으니까요.”

서린은 영수증을 천체도 위에 올렸다. 지도에는 표시되지 않던 선 하나가 종이의 별과 겹쳤다. 선은 강 북쪽의 폐쇄된 관측소를 향하고 있었다. 명자는 그 이름을 듣자마자 공구 상자를 닫았다.

“거긴 가면 안 돼.”

“왜요?”

“관측재단이 관리하는 구역이야. 허가 없이 들어가면 고발당한다.”

“고장 난 시계의 의뢰인이 그곳과 연결돼 있어요.”

“그래서 더 안 된다는 거야.”

서린은 손에 묻은 기름을 닦았다. “할머니는 아버지의 마지막 수리를 봤다고 했죠. 그날도 거기 있었어요?”

명자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벽에 걸린 천체도를 꺼내 작업대에 펼쳤다. 선이 끊긴 북쪽 별자리의 일부가 붉은 연필로 표시되어 있었다.

“네 아버지는 저 관측소에서 일했다. 별가루를 훔친 게 아니라, 강제로 별을 고정하는 장치를 멈추려 했어. 그 장치가 사람들의 약속을 한 방향으로 모으고 있었지.”

“사람들이 스스로 약속하지 않게 만들었다는 건가요?”

“정확히는 약속을 바꾸기 쉬운 사람과 어려운 사람을 나눴어. 관측재단은 갈등이 적은 도시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누구의 약속을 지킬지는 재단이 정하려 했지.”

“그걸 아버지가 막다가 사라졌고요?”

“나는 멈추라고 했어. 하지만 함께 가지는 않았지.”

명자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흔들리지 않으려는 듯했다. 태인은 시선을 작업대에 두었다. 서린은 천체도의 붉은 표시를 따라갔다. 관측소에 가면 아버지의 기록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동시에 누군가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었다.

“우리 셋이 같이 가요.”

“내가 왜 널 도와야 하지?”

“어제 저를 막으려 했잖아요. 오늘은 제가 결정했어요.”

명자는 열쇠 꾸러미를 내려놓았다. “네가 결정했다고 해서 위험이 사라지는 건 아니야.”

“알아요. 그래서 혼자 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거예요.”

태인은 자기가 가진 영수증을 접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전 길을 압니다. 배달하던 시절에 관측소 후문까지 들어간 적이 있어요.”

“무단침입 기록은?”

“있습니다.”

“그걸 숨기고 이 의뢰를 받았어?”

“예.”

“왜?”

“그때 운반한 상자 안에 별가루가 들어 있었습니다. 발신인이 누구인지 알아내면 제가 한 일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서린은 영수증을 태인 쪽으로 밀었다. “그 말은 관측소에서 다시 해요. 거기서 숨기면 돌아오지 않아도 됩니다.”

태인은 영수증을 받아 들었다. “숨기지 않겠습니다.”

해가 떠오를 무렵 세 사람은 폐쇄된 관측소에 도착했다. 언덕 위의 건물은 유리 돔이 깨져 있었고, 입구에는 관측재단의 잠금 장치가 새로 달려 있었다. 명자는 예전 직원 출입증을 꺼냈지만 단말기는 붉은 불만 깜빡였다.

“출입 기록이 취소됐군.”

태인이 담장 왼쪽의 배수로를 가리켰다. “여기로 들어갈 수 있어요. 제가 지나갔을 때는 막히지 않았습니다.”

“언제였죠?”

“사 년 전입니다.”

“그때보다 좁아 보이는데.” 서린은 바닥을 살폈다. “지금도 들어갈 수 있는지 확인하고 결정해요.”

그녀는 자를 꺼내 배수구 너비를 재고, 손전등을 넣어 안쪽의 깊이를 확인했다. 사람 하나가 기어갈 수는 있었지만, 안쪽에는 녹슨 철망이 있었다. 명자는 장갑을 끼고 철망을 흔들었다. 위쪽 고정 나사가 풀려 있었다.

“누군가 최근에 열었어.”

“재단 직원일까요?” 태인이 물었다.

“아니면 우리와 같은 의뢰를 받은 사람.”

서린은 들어가기 전에 약속을 정했다. 명자가 먼저 들어가고, 태인이 뒤를 살피며, 서린은 마지막에 기록을 챙긴다. 무언가 이상하면 두 번 두드리고 전원 되돌아온다. 누구도 혼자 남지 않는다.

배수로 끝에는 지하 보관실이 있었다. 벽면의 기록 서랍은 대부분 비어 있었다. 몇 개는 강제로 뜯긴 흔적이 있었고, 바닥에는 발자국이 겹쳐 있었다. 태인은 먼지가 묻은 상자 하나를 알아봤다.

“이게 제가 옮긴 상자입니다.”

상자는 비어 있었다. 서린은 바닥의 긁힌 자국을 따라 벽 쪽으로 갔다. 벽 한가운데에 작은 금속판이 붙어 있었다. 표면에는 별자리 대신 시계 부품 번호가 각인되어 있었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아버지의 회중시계를 꺼냈다. 시계 뒷면의 작은 흠집이 금속판의 홈과 정확히 맞았다.

명자가 숨을 삼켰다. “그 시계를 여기서 만든 건가?”

“아버지가 쓰던 물건이에요.”

회중시계를 홈에 끼우자 금속판이 열렸다. 안에는 얇은 필름과 손글씨로 된 메모가 있었다. 필름에는 서린이 본 적 없는 별자리 도면이 찍혀 있었다. 붉은 선으로 별들을 강제로 연결한 뒤, 끝부분에 ‘수선자 한도윤’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서린의 아버지 이름이었다.

메모는 짧았다. ‘별을 고치는 사람은 원인을 대신 선택하지 않는다. 기억을 대가로 요구하는 장치도 멈춰야 한다. 서린이 이 시계를 열었다면 명자에게 북쪽 방의 열쇠를 달라고 해라.’

서린은 종이를 두 번 읽었다. 명자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북쪽 방은 어디죠?”

“돔 아래. 지금은 재단이 막아 뒀을 거야.”

“열쇠는요?”

명자는 코트 안주머니에서 작은 황동 열쇠를 꺼냈다. “내가 가지고 있었다.”

“왜 지금까지 말하지 않았어요?”

“네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생각했어.”

“준비됐는지는 제가 판단할게요.”

그때 지하 보관실의 출입문이 닫혔다. 철컥, 잠금쇠가 걸렸다. 천장 스피커에서 익숙한 안내음이 흘렀다.

“비인가 보관 자료 접근이 확인되었습니다. 관측재단 보안팀이 도착할 때까지 현 위치에서 대기하십시오.”

태인은 출입문으로 달려갔다. 손잡이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서린은 메모를 접어 주머니에 넣고 회중시계를 다시 꺼냈다. 태엽은 안쪽에서 느리게 돌고 있었다. 멈춘 초침이 이번에는 거꾸로 움직였다.

세 사람은 서랍마다 번호를 확인했다. 기록은 최근에 누군가 가져간 듯 비어 있었지만, 먼지 위로 남은 직사각형 자국은 상자가 두 개 이상 사라졌다는 걸 보여 줬다. 서린은 빈 자국 옆 바닥을 손전등으로 비췄다. 가루가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져 있었다. 발자국을 따라가자 벽에 붙은 센서와 작은 카메라가 드러났다.

“재단은 이곳을 폐쇄했다고 했잖아요.” 태인이 말했다.

“공식 관측은 멈췄겠지. 감시는 계속한 모양이야.” 명자가 렌즈를 천으로 가렸다.

서린은 카메라를 부수지 않았다. 전원이 살아 있으면 누군가 지금도 화면을 보고 있을 수 있었다. 태인은 배달 가방에서 절연 테이프를 꺼내 노출된 선을 감쌌다. 손을 움직이면서도 그는 상자 운반 기록을 숨겼던 일을 다시 말했다. 언제, 누구에게, 어디까지 옮겼는지 기억나는 만큼 정확히 털어놓았다.

“상자를 넘긴 사람이 관측재단 직원인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주소가 폐쇄 관측소인 건 알았어요. 돈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그 기록을 보관했어요?” 서린이 물었다.

“영수증과 입금 내역은 집에 있습니다. 오늘 돌아가서 가져오겠습니다.”

명자는 태인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다가 짧게 말했다. “그 자료가 사실이어도 네 잘못이 없어지진 않아.”

“알고 있습니다.”

“그럼 왜 가져오려 하지?”

“다른 사람이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게 하려고요.”

서린은 두 사람의 말을 듣고 메모를 접었다. 약속을 지킨다고 해서 과거가 바뀌지는 않는다. 다만 감춘 기록을 꺼내면 다음 선택이 달라질 수 있었다. 아버지도 어쩌면 같은 이유로 이름을 남겼을 것이다.

보관실 문이 잠길 때 천장의 조명이 하나씩 꺼졌다. 서린은 손전등 불빛을 아래로 낮췄다. 바닥에 푸른 가루가 다시 나타났다. 그 가루는 숨은 문 앞으로 이어져 있었다. 누군가 그들보다 먼저 문을 통과했고, 반대편에서 잠금 장치를 걸어 둔 듯했다.

명자는 황동 열쇠를 손바닥에 올렸다. “문이 열리지 않으면 여기로 돌아오자.”

태인이 두 번 두드렸다. 문 너머에서 한 번의 노크가 돌아왔다. 약속한 신호와 달랐다.

“돌아갈까요?” 그가 물었다.

서린은 메모에 적힌 ‘북쪽 방’을 다시 읽었다. 그곳에 아버지의 답이 있을 수도 있고, 재단의 함정이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문 너머에 사람이 있다면 확인 없이 버려 둘 수도 없었다.

“열되, 한 명씩 들어가요. 누가 안에서 기다리는지 보이면 먼저 이름부터 묻고요.”

명자는 열쇠를 자물쇠에 넣었다. 문이 조금 열리자 차가운 바람과 함께 오래된 종 냄새가 밀려 나왔다.

벽 너머에서 종소리가 한 번 울렸다.

명자가 열쇠를 쥐었다. “북쪽 방으로 가는 통로가 하나 더 있어.”

“그쪽으로 가면요?” 태인이 물었다.

“나도 몰라.”

“모르는 길로 들어가자는 거군요.”

“여기서 기다리면 재단이 먼저 도착해.”

서린은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아버지의 메모는 열쇠를 달라고 했다. 그러나 북쪽 방을 열면 무엇이 기다리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회중시계의 초침이 한 칸 더 움직였다. 서린은 그 작은 움직임을 확인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통로를 찾죠. 이번에는 같이 들어가요.”

명자는 벽의 낡은 천체도를 걷어 냈다. 뒤에 숨은 문이 드러났다. 그 문 너머에서 누군가가 노크를 두 번 했다.

서린도 두 번 두드려 답했다.

세 번째 노크는 문 안쪽에서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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