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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을 빌려주는 전당포2화

스킬을 빌려주는 전당포

스킬을 빌려주는 전당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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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세 번째 사용

혜진은 정오 전에 돌아왔다. 그녀는 치유 스킬을 한 번 더 썼다고 말했다. 던전 입구에서 동료의 팔을 치료했고, 사용 횟수는 총 세 번이었다.

“횟수는 맞아요. 그럼 방패 스킬은 언제 돌려받죠?”

“정오 만료 후에 자동 반환됩니다. 다만 거래 확인을 위해 본인이 있어야 해요.”

혜진은 안도했다. 전날 밤보다 팔을 움직이기 쉬웠고, 동료도 던전을 무사히 빠져나왔다. 그러나 그녀는 치유 능력을 한 번 더 쓰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마지막 사용을 남겨 두면 다른 팀원을 도울 수 있었을 것 같다고 했다.

수진은 이미 한도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혜진은 세 번 사용했으며, 장부에도 그렇게 적혀 있었다. 추가 발동은 계약 위반이 될 수 있었다.

“그럼 기억 이자가 생기나요?”

“사용 초과가 확인되면 이자가 걸립니다. 아직 초과하지 않았어요.”

“그럼 한 번 더 써도 되는 것 아닌가요?”

“아니요. 한도는 3회예요. 지금 더 쓰면 초과가 됩니다.”

혜진은 전당포를 나가려다 멈췄다. 시장 통로 반대편에서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 헌터 보조원으로 보이는 청년이 손목을 잡고 주저앉아 있었다. 던전 장비를 옮기다 부상을 입은 듯했다. 혜진은 빌린 치유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수진은 그녀를 막지 않았다. 대신 계약서를 다시 보여 줬다. 한 번 더 사용하면 기억 이자가 발생한다. 어떤 기억이 담보될지는 알 수 없다. 혜진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제가 하면 기억을 잃을 수 있겠죠.”

“네. 그렇다고 제가 당신을 대신해 선택할 수는 없어요.”

청년은 손목이 부러진 것 같다고 말했다. 혜진은 그를 치료할 수 있었지만, 대가가 자신에게 돌아왔다. 그녀는 잠시 손을 내려다봤다. 그러고는 청년에게 먼저 이름과 부상 상태를 물었다. 청년은 박인우라고 답했고, 병원에 가고 싶다고 했다.

“치유 스킬은 지금 사용할 수 있어요. 다만 제 계약 횟수를 넘기게 됩니다.”

“그럼 하지 마세요. 병원에 가면 돼요.”

혜진은 안도와 죄책감을 동시에 보였다. 그녀는 인우를 일으켜 세우고 응급실까지 동행했다. 스킬을 쓰지 않고도 도움을 줄 방법을 찾았다.

수진은 사용 기록이 늘어난 시각의 전당포 내부를 다시 살폈다. 조명은 11시 58분 47초에 꺼졌고, 비상등은 12시 00분 03초에 켜졌다. 장부의 네 번째 발동은 그 사이에 기록되어 있었다. 전당포 시간 장치는 재부팅 중이었지만, 보관함 센서는 실제 마력 파동을 감지했다.

“시간 오류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네요.” 도겸이 말했다.

“그렇다고 혜진 씨가 썼다는 뜻도 아니에요.”

수진은 원본 장부를 촬영하고, 센서 로그를 별도 저장 장치로 옮겼다. 기록을 수정하지 않고 복사본에서만 시간을 대조했다. 혜진은 사용 시각에 자신이 있던 장소와 동행자를 적었다. 세 번째 치유는 게이트 밖에서 썼고, 네 번째 발동이 찍힌 시각에는 전당포 근처에 없었다.

도겸은 계약서의 대여 인장을 확인했다. 인장은 혜진의 손에 한 번 반응했고, 네 번째 발동 때는 반응하지 않았다. 스킬이 대여자 외 사람에게 연결됐거나, 보관함이 자동으로 능력을 다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어느 쪽인지 확인할 자료는 부족했다.

“기억 이자는 누구에게 걸리는 거죠?” 혜진이 물었다.

“현재는 대상이 확정되지 않았어요. 기록상 계약자가 혜진 씨이지만, 실제 사용자가 다르면 이자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

“그럼 제 기억을 열지 말아 주세요.”

수진은 이자를 봉인 상태로 유예하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기억을 누구에게서 가져왔는지 확인할 때까지 봉인을 풀지 않고, 당사자가 직접 확인한 뒤에도 반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문장을 넣었다. 혜진은 서명하기 전에 계약서 사본을 받아 꼼꼼히 읽었다.

조사를 마친 뒤 수진은 바닥의 초록빛 가루를 발견했다. 가루는 뒷문에서 보관함까지 이어졌지만, 신발 자국은 없었다. 그녀는 직접 만지지 않고 사진을 찍었다. 초록빛은 치유 스킬을 발동할 때 생기는 잔광과 비슷했다.

“발자국을 따라가야 하지 않을까요?” 혜진이 물었다.

“먼저 출입 기록과 장부를 확인해야 해요. 흔적만 따라가면 계약을 놓칠 수 있습니다.”

혜진은 전당포에 남아 다음 조사에 동행하기로 했다. 수진은 남아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 혜진은 스스로 서명한 대기 확인서를 제출했다. 그녀는 자기 기억이 담보되었을지 모른다는 불안을 숨기지 않았다.

혜진은 동료에게 병원 진료 결과를 확인했다. 손목은 염좌였고, 치유 스킬을 한 번 더 쓰지 않아도 고정과 휴식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녀는 어제 마지막 발동을 남겨 둔 선택이 잘못이 아니었다는 걸 알았다. 모든 남은 사용 횟수를 소비해야 이득을 보는 것은 아니었다.

수진은 계약서에 사용 횟수가 적게 남았을 때 대여를 조기 종료할 수 있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이미 쓴 횟수만큼만 정산하고, 남은 횟수는 자동으로 원소유자에게 돌아간다. 혜진은 그 문구를 읽고 동의했다.

“이렇게 하면 스킬을 다 쓰지 않아도 손해가 줄겠네요.”

“남은 사용 횟수를 돈으로 바꾸는 건 아니에요. 능력을 돌려받는 겁니다.”

혜진은 자신이 방패를 맡겼을 때 느낀 감각을 다시 적었다. 손끝 저림은 사라졌고, 왼팔의 온도도 돌아왔다. 이 기록은 담보 능력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수진은 혜진의 신체 변화가 계약 조건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날 정오, 담보 스킬 반환을 위해 장부를 열었다. 혜진의 방패 스킬이 유리병에서 나와 몸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장부의 잉크는 멈추지 않았다. 사용 기록에 네 번째 표시가 생겼다.

혜진은 놀랐다. 그녀는 치유 스킬을 더 쓰지 않았다. 수진은 계약서에 적힌 시간을 확인했다. 세 번째 발동은 11시 58분으로 기록돼 있었고, 네 번째는 11시 59분이었다.

“누가 썼죠?”

“모릅니다.”

수진은 치유 스킬을 잠시 회수했다. 혜진은 능력을 쓴 적이 없다고 했고, 거짓말을 하는 표정도 아니었다. 수진은 대여자에게만 스킬을 연결해 둔 것이 맞는지 확인했다. 등록된 사용자 외에 사용한 흔적이 있었다.

그녀는 계약을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혜진은 기억을 담보로 넘기고 싶지 않았지만, 누구에게 스킬이 쓰였는지 알아야 했다. 수진은 이자를 확정하기 전에 사용자의 동의와 기록을 확인하겠다고 했다.

전당포 바닥에는 초록빛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발자국은 유리 보관함 쪽으로 이어졌다. 수진은 발자국을 따라가다 상점 뒷문에서 멈췄다. 문 아래에는 작은 손자국이 있었다.

“아이였을까요?” 혜진이 물었다.

“모르겠어요.”

“그럼 발자국을 따라가면—”

“확인 전에 쫓아가면 안 돼요. 계약 스킬이 누구에게 연결됐는지 먼저 찾아야 합니다.”

수진은 상점의 출입 기록을 확인했다. 뒷문은 열리지 않았다. CCTV에는 빈 통로만 찍혔다. 하지만 유리 보관함 안의 수호 스킬은 빛을 잃고 있었다.

전당포 장부에 새로운 문장이 나타났다.

‘기억 이자 1건 발생.’

혜진은 손을 움켜쥐었다. “무슨 기억이죠?”

수진은 아직 열어 보지 않았다. 기억의 내용을 대여자가 선택할 수 없다는 규칙은 있었지만, 발생 즉시 수령할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이자 처리를 유예하고, 사용 기록의 원본을 따로 보관했다.

수진은 장부의 사용 기록과 혜진의 진술을 나란히 놓았다. 기록된 네 번째 발동 시각은 11시 59분. 전당포의 시간 장치는 11시 58분 47초부터 12시 00분 03초까지 재부팅 중이었다. 장치가 시간을 잘못 기록했을 가능성은 있었다. 그러나 보관함 센서는 같은 시각에 실제 능력 파동을 감지했다.

“시간 오류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네요.” 도겸이 말했다.

“그렇다고 혜진 씨가 썼다는 뜻도 아니에요.” 수진은 답했다.

그들은 장부의 원본을 복사하고, 센서 기록을 별도 저장 장치로 옮겼다. 수진은 전당포 내부 기록을 직접 수정하지 않고, 도겸이 확인하도록 했다. 조사에 참여하는 사람이 거래의 주인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혜진은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게이트 근처에서 누군가 치유를 받았는지 물었다. 동료는 세 번째 치료 뒤에 손목이 덜 아프다고 했지만, 네 번째 효과는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발동 기록과 실제 효과가 다를 수 있었다. 치유 스킬이 다른 사람에게 쓰였다면 손목이 아니라 전당포 안에서 누군가를 치료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수진은 뒷문 앞에 남은 초록빛 발자국을 촬영했다. 발자국은 사람의 신발 자국과 겹치지 않았다. 바닥에서 희미하게 위로 올라가는 형태였다. 그녀는 손으로 닦지 않고, 투명 덮개를 씌워 보존했다.

“발자국을 따라가야 하지 않나요?” 혜진이 물었다.

“먼저 안전을 확인해야 해요. 전당포 밖에서 나타난 흔적이라면 따라가는 순간 거래 기록을 놓칠 수 있어요.”

혜진은 조사 과정에서 자기 기억이 담보됐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수진은 지금은 기억 이자가 봉인 상태라고 다시 확인해 줬다. 혜진은 첫 던전의 생존 기억이 사라지면 누가 자신을 구했는지도 잊게 될 거라고 말했다.

“기억은 당신의 것이에요. 계약이 끝나도 제가 동의 없이 사용하지 않을 겁니다.”

“그 약속을 문서에 써 주세요.”

수진은 추가 합의서를 작성해 서명했다. 기억 담보는 채권으로 양도할 수 없고, 이자 분쟁이 해결되면 당사자에게 반환한다. 혜진은 문장을 읽고 직접 서명했다.

그날 저녁 계약 조사원 이도겸이 전당포를 찾아왔다. 그는 수호의 계약 번호를 보고 얼굴이 굳었다.

“이 계약은 갱신될 수 없는 문서입니다.”

“그런데 만료일이 연장됐어요.”

도겸은 장부를 닫았다. “그럼 누군가 원 계약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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