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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택배는 밤 열두 시에3화

그림자 택배는 밤 열두 시에

그림자 택배는 밤 열두 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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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반송 불가의 서명

재하는 배송장에 적힌 옛 주소와 접수 기록을 비교했다. 주소를 등록한 날짜는 하늘이 사라진 날보다 한 달 앞섰다. 수령 확인은 다음 날 새벽에 찍혀 있었다. 그는 그날 자신이 집에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학교 결석 기록과 아르바이트 출근표를 확인하려고 낮에 옛 동네의 자료 보관소를 찾았다.

보관소 직원은 오래된 출근 기록은 본인 동의 없이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재하는 열람 신청서를 작성하고 목적을 설명했다. 동생의 실종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자기 기록을 찾는 것이며, 다른 사람의 자료는 필요하지 않다고 적었다. 답변은 며칠 뒤에 온다고 했다.

“오늘 밤 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데, 낮 기록이 왜 필요하죠?” 우리가 물었다.

“제가 서명한 기억이 없어요. 기억이 없다는 것과 그날 서명하지 않았다는 건 다르니까요.”

“그러면 소포를 받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맞아요. 이름만 적혀 있다고 꼭 받아야 하는 건 아니에요.”

그는 하늘의 주소를 찾아야 했지만, 물건을 받는 것이 동생을 만나는 일과 같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소포는 정보를 전할 수 있어도 하늘의 현재 마음을 대신 말할 수는 없었다.

미정은 접수 기록의 대리 서명 규정을 확인했다. 기록에는 대리 수령자의 이름과 수령인의 동의가 있어야 했지만, 당시 서명란에는 동의 절차가 없었다. 누군가 규정을 어겼거나, 장부를 사후에 고쳤을 가능성이 있었다.

재하는 미정에게 자기 배송을 다른 기사에게 넘기지 말아 달라고 했다. 그는 이 사건의 당사자였지만, 수령 판단은 자신이 하겠다고 했다. 미정은 배송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배정 변경을 보류할 수 있다고 답했다.

“당신이 받으면 사건은 끝나요?”

“모릅니다. 먼저 기록을 확인하고 싶어요.”

“받지 않으면요?”

“거부한 이유를 제 이름으로 남기겠습니다.”

낮에 돌아온 그는 자기 방의 서랍을 뒤졌다. 하늘이 사라진 날의 물건은 대부분 정리되어 있었다. 그러나 현관 열쇠 고리는 남아 있었다. 한쪽 고리가 끊어져 있었고, 작은 종이 태그만 없어졌다. 배송 상자 안에 든 열쇠와 모양이 같을 수도 있었다.

그는 그 가능성을 메모했지만 결론으로 적지 않았다.

재하는 옛집 주소를 보고도 바로 가지 않았다. 배송장은 물건이 있어야 주소로 인정됐다. 이름이 공란인 상태로는 수령 확인을 받을 수도 없었다. 그는 먼저 미정에게 접수 기록을 확인해 달라고 했다.

장부에는 열 해 전의 배송 하나가 남아 있었다. 발송인 문하늘, 수령인 문재하. 소포는 자정에 접수됐고, 수령 확인은 다음 날 새벽 1시 12분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결과는 ‘대리 수령, 반송 불가’였다.

“제가 받은 기억이 없어요.”

“서명은 당신 이름이에요.” 미정이 말했다.

“제가 그날 집에 있었는지부터 확인해야겠어요.”

“기록을 믿지 않나요?”

“기록은 확인할 대상이지, 바로 결론은 아니니까요.”

우리는 낮에 옛집 근처를 찾아갔다. 집은 철거된 자리에 작은 공원이 생겨 있었다. 우리에게 주소와 기억을 물었지만, 그녀가 알던 집은 편의점 건너편의 골목에 있었다. 재하는 공원 가장자리에서 옛 문턱의 흔적을 찾았다. 바닥 타일이 한 줄 다르게 놓여 있었다.

미정은 주소카드를 가져와 주변 지번과 대조했다. 재하의 가족은 그 집에서 이사한 기록이 없었다. 전출 날짜는 하늘이 사라진 다음 달로 입력되어 있었다. 누군가 사라진 뒤에 가족 전체의 주소를 바꿔 적은 것이다.

“누가 이 기록을 바꿨죠?”

“행정 이관 때 자동 처리됐을 수 있어요.”

“이름은요?”

“전출 신고자는 당신입니다.”

재하는 서명을 봤다. 필체는 자기 것과 비슷했지만, 그는 당시 고등학생이었다. 하늘이 집을 나간 밤, 재하는 부모님에게 연락하지 않았고, 새벽에 친구 집으로 갔다. 다음 날 돌아왔을 때 가족은 이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주소 이전 서류를 작성한 기억이 없었다.

우리는 사라진 주소를 확인하려고 옛 우체통의 문패 목록을 펼쳤다. 그 안에서 ‘하늘’이라는 이름이 적힌 작은 열쇠가 나왔다. 열쇠에는 우편함 번호가 없었다. 미정은 자정 택배 장부의 보관함과 같은 모양이라고 했다.

“이 열쇠는 누가 맡겼습니까?”

“접수 기록에는 없어요.”

“그럼 우리가 소유권을 정하면 안 되겠네요.”

재하는 열쇠를 문패와 함께 봉투에 넣었다. 그는 봉투 앞면에 발견 장소와 날짜를 적고, 미정과 우리가 각자 서명했다. 찾은 물건을 바로 여동생의 것이라고 확정하지 않고 보관했다.

재하는 배송을 시작하기 전에 수령 거부가 완료로 처리되는 조건을 다시 확인했다. 미정은 새로 만든 양식에 거부 시각과 본인 확인 방법, 상자를 보관한 위치를 기록하도록 했다. 재하의 이름이 수령인으로 적혀 있어도 자동으로 대리 수령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문구도 추가했다.

“본인 확인은 어떻게 하죠?”

“본인만 아는 정보로 확인하면 됩니다. 주소나 가족 이름처럼 다른 사람도 알 수 있는 정보는 부족해요.”

“그럼 하늘에게 직접 물어야겠네요.”

“소포를 받기 전에 물을 수 있다면요.”

미정은 예전 접수 장부를 한 장씩 비교했다. 대리 서명 기록은 그날 한 건만 있는 게 아니었다. 반송 불가 소포가 접수된 날마다 수령인 대신 다른 사람이 서명한 흔적이 있었다. 이름은 다 달랐지만, 모두 같은 주소 관리 코드로 처리돼 있었다.

재하는 그 코드가 어디에 등록됐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 미정은 오래된 우편소의 분류 번호라고 답했다. 우편소는 12년 전에 폐쇄됐고, 보관함 열쇠는 현재 찾을 수 없었다. 그의 주머니에 있던 작은 열쇠가 그 보관함 열쇠와 같은 모양이었다.

그들은 열쇠를 억지로 맞춰 보지 않기로 했다. 먼저 번호와 보관 기록을 찾아야 했다. 미정은 주소카드를 넘기며 옛 우편소의 위치를 확인했고, 우리는 문패 목록에서 같은 번호가 적힌 물건이 있는지 찾아보기로 했다.

재하는 하늘의 배송장을 접지 않고 투명 파일에 넣었다. 그의 이름이 적혀 있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지만, 서명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는 자기 이름을 읽을 때마다 아버지의 서명을 흉내 내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그 기억이 실제로 있었는지, 지금의 배송장 때문에 만들어진 것인지는 구분할 수 없었다.

“내가 그때 문을 안 열었다는 건 사실이에요.”

“왜 그랬는지 아직 모르는 거죠?”

“네. 그 이유를 알아도 하늘 대신 결정할 수는 없어요.”

자정이 되자 공원 가로등이 꺼졌다. 그림자 길은 나무 사이로 이어졌고, 바닥의 타일이 옛 골목처럼 바뀌었다. 재하는 배송 가방을 열었다. 안에는 작은 종이 상자가 들어 있었다. 겉면에는 하늘의 글씨가 있었다. ‘오빠가 직접 받을 것.’

그는 봉인을 열지 않았다. 상자의 무게는 가벼웠다. 배송장에는 수령인 문재하, 주소는 옛집, 수령 확인 시각은 새벽 1시 12분으로 적혀 있었다.

“받지 않으면 반송되나요?” 우리가 물었다.

“반송 불가라고 되어 있어요.”

“그럼 억지로 받을 수밖에 없겠네요.”

“아니요. 거부할 수는 있어요. 다만 거부도 제 서명으로 남아야 합니다.”

재하는 상자를 문턱에 두고 이름을 불렀다. 골목 안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하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수령인에게 물건을 받을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대답은 없었다.

그는 배송 완료란에 서명하지 않았다. 대신 수령인 부재라고 기록했다. 그러나 배송장은 잉크가 번지지 않았다. 소포를 두고 갈 수 없다는 뜻이었다. 재하는 상자를 들고 골목 안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갔다.

그때 그의 그림자가 벽에 붙었다. 몸은 앞으로 움직였지만 그림자는 문턱에 남아 있었다. 그는 더 나아가지 않았다. 그림자가 떨어져 나가면 돌아올 길을 잃을 수 있다는 미정의 경고가 떠올랐다.

우리는 재하의 손전등을 비추어 그림자의 방향을 바꿨다. 빛을 직접 닿게 하자 그림자는 발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상자의 봉인은 흔들리지 않았다.

“하늘아, 네가 보낸 게 맞다면 네가 직접 확인해.”

재하는 상자를 문턱 위에 내려놓았다. “내가 받아야 한다면 이유를 말해 줘. 말할 수 없다면 오늘은 가져가지 않을게.”

골목은 조용했다. 새벽 1시 11분, 배송장의 글자가 한 번 번졌다. 수령 확인란 아래에 새로운 문장이 나타났다.

‘대리 수령인: 문재하. 대리 서명: 문재하.’

재하는 손을 떼었다. 오래된 서명은 그의 필체와 닮았지만, 서명 날짜는 하늘이 사라진 밤이었다. 누군가 그에게 묻지 않고 대신 받은 기록이었다.

그는 거부란에 이름을 적었다. 소포를 받을 수 없다고 기록했다.

배송장은 처음으로 번졌다.

상자의 봉인이 저절로 풀렸다. 안에는 재하가 하늘에게 돌려주지 못했던 집 열쇠가 들어 있었다. 열쇠 고리에는 작은 종이 태그가 달려 있었다.

‘내가 나간 건 네가 문을 안 열어서가 아니야. 다음에 만나면 그때 이야기할게.’

재하는 종이를 읽고도 상자를 닫았다. 그가 확실히 아는 건 소포가 열렸다는 사실뿐이었다. 하늘이 어디 있는지, 돌아올지, 자신을 용서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재하는 아직 자기 서명이 효력을 얻지 않았다는 사실을 미정에게 전하기로 했다. 다음 기록을 보기 전, 먼저 원본 장부를 확인해야 했다.

배송장에 새 글씨가 나타났다.

‘그는 문장과 접수 시각을 적고 배송장을 봉인했다. 누구를 찾아야 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자기 이름을 대신 쓴 사람이 누구인지 먼저 확인해야 했다.

다음 배송: 보낸 사람을 찾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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