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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소리를 훔친 그림자가 구애한다3화

내 목소리를 훔친 그림자가 구애한다

내 목소리를 훔친 그림자가 구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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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침묵을 지휘하다

초연 입장 시간, 대극장에는 관객이 가득 찼다. 무대 뒤의 거울판은 천으로 가려졌고, 음향 통로에는 접근 금지 표식이 걸려 있었다. 나린은 출입문마다 비상 신호를 확인했다. 초록 등은 대피 경로가 열려 있다는 뜻, 붉은 손전등은 공연을 멈춘다는 뜻이었다.

“그럼 시작합니다.” 라비안이 말했다. 그는 관객석을 향해 나갔다.

“먼저 저녁 보고서를 공개한다고 약속했잖아요.” 나린이 말했다.

“초연 뒤에 하겠습니다.”

“그건 동의한 일정이 아니에요.”

“초연을 취소하면 극장이 폐쇄될 수 있습니다. 저주가 번지는 걸 막으려면 관객을 안에 두어야 한다고 했잖아요.”

“그 말도 증명되지 않았어요.”

라비안은 무대 쪽을 보았다. “이제 관객이 기다립니다.”

그는 객석으로 나갔다. 나린은 출입문을 열어 둔 채 남았다. 관객은 기대에 차 있었고, 누구도 저주를 믿을 이유가 없었다. 그녀는 공연을 강제로 중지할 수도 있었지만, 그 선택이 모두에게 어떤 위험을 만들지 알지 못했다.

로에가 지휘대 옆에서 그녀를 찾았다. “이엘 씨는 준비됐다고 했습니다. 다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멈추기로 했어요.”

“당신은요?”

“저는 들리는 것과 보이는 걸 구분하겠습니다. 듣지 못하는 소리를 상상으로 채우지 않을 겁니다.”

나린은 손전등을 건넸다. “필요하면 붉은 신호를 보내세요. 누구도 완주를 강요받지 않습니다.”

“당신도요.”

“저는 무대감독입니다.”

“당신이 무대감독이어도 안전 중단을 받아야 해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로에는 그녀의 직책을 방패로 쓰지 않았다. 나린은 자기 이름으로 된 붉은 신호등을 무대 바닥에 놓았다.

공연이 시작됐다. 첫 장면은 대사 없는 합창이었다. 단원들은 손의 움직임과 발걸음으로 리듬을 만들었다. 객석은 조용했다. 이엘은 입을 열지 않고, 팔의 각도만으로 다음 음을 지시했다. 로에는 지휘봉을 흔들지 않고 단원들의 호흡을 보며 손바닥을 내렸다.

두 번째 장면에서 이엘은 짧은 독백을 했다. “나는 여기 있어.”

그림자는 따라 하지 않았다. 나린은 거울천이 단단히 고정되어 있는지 확인했다. 음향 통로에서 진동이 없었다. 세 번째 장면이 시작되려는 순간, 객석 뒤에서 아이가 물었다.

“엄마, 저 목소리 누구야?”

그 질문이 무대 위 거울천을 흔들었다. 검은 천 아래에서 그림자가 일어섰다. 그것은 아이의 목소리로 “누구야?”라고 반복했다. 관객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림자는 객석의 사람들 쪽으로 몸을 늘였다.

라비안이 무대 옆에서 중단을 요구했다. “멈추면 안 됩니다. 계속 연주하세요. 봉인된 잔향을 풀어 줘야 해요.”

나린은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걸 누가 확인했죠?”

“옛 공연 기록에 그렇게 쓰여 있습니다.”

“그 기록은 공개되지 않았고, 목소리를 잃은 단원이 있어요.”

“멈추면 저주가 객석으로 나갑니다.”

그는 관객을 겁주고 싶지 않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가 사실을 아는지, 두려움을 믿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나린은 로에에게 손전등을 비췄다. 붉은색. 로에는 곧장 합창을 끊었다.

관객들이 소리를 질렀다. 그림자는 그 소리를 따라 두 번 외쳤다. “나가! 나가!” 객석의 한 여성이 출구를 향해 달려갔다. 다른 관객들이 그녀를 따라가려 했다. 출입문은 열려 있었지만, 그림자의 목소리와 실제 안내가 섞였다.

나린은 확성기를 들지 않았다. 그녀는 초록 손전등을 출구 위로 올리고, 손으로 천천히 이동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수아가 반대편 문에서 같은 신호를 반복했다. 안전요원들은 소리 대신 빛을 따라 관객을 나누어 이동시켰다.

“공연을 멈추면 그림자가 더 따라 할 거예요.” 라비안이 말했다.

“계속해도 이엘 씨가 위험합니다.”

“이엘은 원해서 무대에 섰습니다.”

이엘은 무대 중앙에서 붉은 손전등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계속 노래하고 싶다는 뜻인지, 공연을 멈추고 싶다는 뜻인지 표시하지 않았다. 목소리도 내지 않았다. 나린은 대답을 대신 하지 않았다.

“이엘 씨, 지금 공연을 계속하고 싶습니까?”

그녀는 두 손을 어깨 높이로 들어 올렸다. 공연 정지 신호였다.

로에는 그 신호를 보고 음악을 멈췄다. 이엘의 그림자가 바닥에서 일어나 그녀의 발목을 감았다. 그림자는 그녀의 목소리로 “계속해”라고 말했다. 이엘은 두 손을 내리지 않았다.

라비안이 외쳤다. “그건 그녀의 목소리입니다. 노래를 계속해요!”

“그림자가 말하는 걸 이엘 씨의 의사로 받아들이지 마세요.” 나린이 말했다.

이엘은 손전등을 세 번 흔들었다. 그녀가 정한 대피 신호였다. 나린은 무대 아래 조명을 모두 붉게 바꾸었다. 단원들은 악보를 내려놓고 출구 쪽으로 물러났다. 공연을 완전히 멈추면 저주가 퍼진다는 옛 기록이 맞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그러나 누군가의 목소리를 저주의 대사로 오해할 수는 없었다.

로에는 지휘대 옆의 종을 치지 않았다. 대신 손바닥으로 무대 바닥을 세 번 두드렸다. 신호는 저주가 모방한 적 없는 진동이었다. 수아는 거울천의 고정끈을 풀어 검은 면이 바닥으로 떨어지게 했다. 천이 내려오자 그림자들의 실루엣이 잠시 사라졌다. 거울판에는 관객과 무대가 비치지 않았다.

그림자는 더 크게 몸을 늘였다. “나가, 나가.” 그 목소리는 출구를 가리키지 않았다. 관객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나린은 바닥에 미리 그어 둔 붉은선을 따라 비상등을 하나씩 켰다. 그 빛이 닿을 때마다 그림자는 뒤로 물러났다.

객석 통로에서 한 노부인이 일어났다. “여보, 여기야.” 그녀의 입술이 떨렸다. 그림자는 무대 옆에서 남자 목소리로 “여기야”를 되풀이했다. 노부인은 출구가 아니라 무대 쪽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안전요원이 손을 뻗었지만, 나린은 눈으로 멈춰 달라고 신호했다. 몸을 붙잡으면 더 놀랄 수 있었다.

그녀는 초록 손전등을 바닥에 비추고, 자신의 가슴을 가리킨 뒤 출구 쪽을 가리켰다. 노부인은 한참 그 불빛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저 사람 목소리예요.”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 대답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나린은 입술로만 말했다.

노부인은 두 손을 가슴에 모았다. “그 사람은 죽었어요.”

로에는 그 말을 듣지 못했지만, 그녀의 얼굴을 보고 무대의 진동이 더 커졌다고 판단했다. 그는 반주 장치 전원을 끊으라고 손짓했다. 수아가 스위치를 내리자 바닥의 저주파가 멈췄다. 노부인은 스스로 출구 쪽으로 돌아섰다. 안전요원은 그녀가 원할 때까지 거리를 두고 따라갔다.

“거울판 뒤쪽으로 연결된 옛 합창관을 열어야 합니다.” 로에가 말했다. 그는 한쪽 귀를 누르고 있었다. “그곳에서 잔향이 돌아오는 걸 느낍니다.”

“혼자 가지 마세요.”

“같이 갈 수 있습니까?”

“네. 왼쪽으로 갈게요.”

그들은 이엘과 단원들이 빠져나갈 때까지 무대에 남았다. 나린은 그의 팔을 잡기 전에 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두운 통로에는 관객의 목소리가 그림자처럼 따라왔지만, 그들은 답하지 않았다.

낡은 합창관 문에는 이엘의 어머니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로에는 잠금 장치를 만지지 않고 나린에게 열쇠를 건넸다. “이 안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문을 열기 전에 확인을 받아야 해요.”

“누구에게요?”

“이엘 씨에게. 이건 그녀의 어머니 기록일 수 있어요.”

나린은 통로로 돌아와 이엘에게 의사를 물었다. 이엘은 한참 침묵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볼게요. 하지만 내일은요.”

“알겠습니다.”

그들은 그날 밤 문을 열지 않았다. 단원들은 극장을 안전하게 빠져나왔고, 누구도 목소리를 새로 잃지 않았다. 초연은 중단됐지만, 저주는 무대 안에 남았다. 로에는 열린 출구를 가리키는 조명 신호를 기록했고, 나린은 이엘의 정지 결정을 공연 일지에 적었다.

복도 끝에서 나린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녀는 물을 마시려다 컵을 놓쳤다. 로에는 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손등에 튄 물을 보고 컵을 주웠다. 그는 나린에게 다가가기 전에 손바닥을 펴 보였다. 도움이 필요한지 묻는 표시였다. 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로에는 물컵을 그녀 손에 직접 쥐여 주지 않고, 손 닿는 곳에 내려놓았다.

“지금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요.” 나린이 말했다.

“그럼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는 그 자리에 남았지만 질문을 더 하지 않았다. 나린은 물을 마셨다. 누군가 침묵을 곧장 해석하지 않고 기다려 주는 일은, 그녀가 무대 위에서 지키려던 규칙과 닮아 있었다.

“당신은 공연을 살리려고 멈췄군요.” 로에가 말했다.

“사람을 살리려고요.”

“그 둘이 다를 때는 어떻게 합니까?”

“다음에는 그 질문을 혼자 결정하지 않을 겁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듣지 못한 소리를 혼자 완성하지 않겠습니다.”

두 사람은 대극장 밖 복도에 나란히 섰다. 관객들은 대부분 떠났지만, 일부는 목소리를 잃을까 두려워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붉은 조명 대신 초록 비상등 아래에서 서로의 이름을 확인했다. 나린은 로에에게 손전등을 돌려줬다.

“내일 같이 합창관을 열겠습니까?”

“이엘 씨가 동의한다면요.”

“그럼 물어보러 가죠.”

그들은 먼저 대답을 구하지 않고, 이엘이 머무는 병실 쪽으로 걸었다. 무대 위에서 그림자는 더 이상 노래하지 않았다. 그런데 로에의 보청 장치에서는 누군가가 아주 낮게 세 박자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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