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건너는 여덟 명

2화: 여덟 명의 시간표
김태성은 팀 회의 전까지 장학금 심의 예정 명단을 가방에서 꺼내지 못했다. 대학 조정팀 회의실에는 선수 여덟 명 중 여섯 명과 코치 박혜진, 콕스 한유진이 모였다. 이지훈은 야간 근무 뒤 잠든 상태라 불참했다. 감독은 회의에 참석한 사람에게 개인 사정을 모두 말하라고 하지 않았다. 다만 수상 훈련이 가능한 시간과 구명 장비를 확인할 담당을 정해야 했다.
유진은 각자 가능한 시간만 포스트잇에 적게 했다. 태성은 월·수·금 새벽이라고 썼다. 다른 선수는 수요일 수업이 있어 그날 오전에는 올 수 없었고, 두 명은 주말 아르바이트를 했다. 태성은 팀 훈련을 위해 일정을 비워야 한다고 말하려다 멈췄다. 자기 장학금과 학비도 같은 표에 써야 했다.
그는 결국 등록금 심의 예정 사실을 공개했다. 장학금이 팀 운영 여부와 연결되어 있어, 지금 결과가 나지 않으면 다음 학기 수강을 신청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선수들은 태성이 팀을 지키려는 이유가 성적만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지훈은 여기에 없었지만, 그의 생활비 문제도 함께 다뤄야 했다.
“훈련 시간은 가능한 시간을 먼저 맞추고, 횟수는 그다음에 정하자.” 혜진이 말했다. “참석 못 하는 사람에게 벌점을 주는 식으로 해결하지 않는다.”
태성은 팀 회의가 느려지는 것 같아 답답했다. 하지만 훈련 시간을 무조건 새벽으로 고정하면 지훈과 수업 있는 선수들은 계속 빠질 터였다. 그는 수요일 새벽을 일주일에 한 번으로 줄이고, 금요일 오전에는 인원 확인 후 보트 훈련을 하자고 제안했다. 유진은 강변 기상과 유속을 고려해 출항 여부를 당일 결정하자고 덧붙였다.
훈련표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지훈이 가능한 시간을 직접 말해야 했고, 다른 선수 한 명은 시험 기간에 수업이 늘어날 예정이었다. 혜진은 대체 인원 없이 에이트를 띄우지 않기로 했다. 태성은 부족한 자리를 자기 체력으로 메울 생각을 접었다. 대신 수요일은 육상 훈련과 보트 정비를 하고, 금요일은 여덟 명이 모이면 수상 훈련을 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회의를 마친 뒤 혜진은 에이트의 노와 좌석 번호를 다시 확인했다. 좌현 노와 우현 노는 번갈아 배치되어 보트의 균형을 잡았다. 한 명이 빠지면 좌우 무게가 달라져 보트가 한쪽으로 기울 수 있었다. 태성은 자신의 스트로크석에서 뒤쪽 선수들의 어깨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려 했다. 하지만 보트 안에서는 앞사람의 리듬과 물소리를 듣는 것이 더 중요했다.
지훈은 오후에 기원에 돌아왔다. 그는 야간 근무 뒤 잠을 자고, 팀 회의 기록을 읽었다. 태성이 임대료와 장학금 문제를 공유한 걸 보고 놀랐다. 지훈은 자신도 가족 생활비를 보태고 있어 야간 근무를 줄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태성은 지난번 자신이 지훈을 공개적으로 몰아붙인 일을 사과했다. 지훈은 사과를 받아들였지만, 앞으로는 근무표를 공유해도 모든 이유를 설명하라고 요구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훈련에 갈 수 있는지만 알려 줄게. 집 사정은 팀에 다 말하고 싶지 않아.”
유진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다. 수상 훈련을 할 사람 수와 안전 담당을 알 수 있으면 됐다. 태성은 결석 사유를 확인하기 위해 근무표 사진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지훈은 수요일 새벽은 가능하고, 금요일은 다음 주부터 교대 시간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 시간을 기준으로 출석을 조정하기로 했다.
금요일 새벽, 에이트에는 여덟 명이 탔다. 바람은 초속 3미터 안팎이었고 강은 잔잔했다. 혜진은 구명조끼와 노 상태를 확인하고, 유진은 코스 양쪽에 보트가 있는지 살폈다. 태성은 스트로크석에 앉기 전에 어깨 통증을 1이라고 보고했다. 혜진은 통증이 더 커지면 즉시 훈련을 멈추라고 했다. 태성은 오늘은 250미터 구간 두 번만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첫 캐치에서 오른쪽 노가 먼저 물에 들어갔다. 좌현 선수들은 반 박자 뒤에 캐치했고, 보트가 오른쪽으로 틀어졌다. 유진은 속도를 올리지 말고 노를 물에서 빼라고 했다. 태성은 분당 28회 구령을 내렸지만, 선수들은 숫자를 세느라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노가 물에 들어가는 소리도 한 박자로 들리지 않았다.
“숫자 말고, 앞사람 손이 앞으로 돌아오는 걸 봐.” 유진이 말했다.
태성은 구령을 끊고 자신의 리커버리 속도를 낮췄다. 노가 물에 들어가기 전 손을 조금 더 앞으로 보내고, 다리 힘을 쓸 준비를 했다. 뒤에 앉은 선수들은 태성의 어깨 움직임과 노 소리를 들었다. 두 번째 구간에서는 캐치가 덜 엇갈렸다. 보트가 똑바로 나아가자 유진은 스트로크 레이트를 26으로 낮추고, 서로의 노가 물을 잡는 소리를 듣게 했다.
그들은 250미터를 1분 19초에 통과했다. 이전 기록보다 느렸지만, 좌우 흔들림이 줄어들었다. 태성은 속도가 떨어진 것만 보고 싶지 않았지만, 보트가 한 번도 크게 기울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유진은 정확한 기록은 바람과 물 흐름을 함께 봐야 한다고 했다. 오늘의 수치는 공식 대회 기록이 아니라 훈련 기록이었다.
첫 구간을 마친 뒤 태성은 기록을 만회하고 싶어 다음 250미터에서 스트로크 레이트를 30으로 올리자고 했다. 유진은 강변 깃발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며 속도를 높이지 말자고 했다. 태성은 짧은 구간이면 괜찮다고 주장했다. 혜진은 안전 코스를 확인한 뒤 짧게 시험할 수는 있지만, 좌우 캐치가 먼저 맞아야 한다고 조건을 붙였다.
두 번째 출발에서 태성이 구령을 빠르게 하자 선수들은 초반 다섯 번을 따라왔다. 여섯 번째 캐치에서 좌현 노 하나가 물 위를 스치며 늦게 들어갔다. 보트는 우현으로 밀렸고, 바로 앞에 있던 훈련용 부표에 가까워졌다. 유진은 즉시 스트로크를 끊고 선수들에게 노를 물에서 빼라고 외쳤다. 혜진은 모터 보트로 접근해 거리를 확인했다. 충돌은 없었지만, 팀은 곧바로 정박했다.
태성은 자신의 속도 구령이 선수들의 타이밍을 압박했다고 인정했다. 지연된 선수는 노걸이에서 손이 미끄러졌고, 바람도 옆에서 불었다고 설명했다. 원인은 하나가 아니었지만, 레이트를 올리는 선택이 여유를 줄인 것은 분명했다. 유진은 강변에서 다시 출발할 때 낮은 레이트로 돌아가자고 했다. 태성은 기록을 만회하는 것보다 보트를 안정시키는 게 먼저라고 동의했다.
두 번째 구간에서 지훈은 초반 드라이브에 힘을 몰아 넣었다. 태성은 그가 뒤에서 빨리 밀어주는 것을 느꼈지만, 중반부터 보트의 리듬이 흔들렸다. 유진은 강도를 낮추고, 캐치 직전 노의 높이를 맞추라고 지시했다. 지훈은 힘을 조금 줄이고 노를 물에 넣는 순간을 맞췄다. 보트는 속도가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마무리까지 페이스를 유지했다.
정박하기 전 유진이 손바닥을 들어 모두의 노를 멈췄다. 강 건너 산책로에서 달리던 아이가 물가로 굴러간 공을 잡으려다 미끄러졌다. 태성은 자리에서 몸을 비틀었지만, 유진은 먼저 모터 보트 쪽을 향해 신호를 보냈다. 혜진이 선수 둘에게 노를 고정하라고 하고, 남은 인원과 함께 천천히 강변 쪽으로 움직였다. 바람에 밀려오는 보트와 아이 사이에 거리를 두자, 아이의 아버지가 난간을 넘어 내려와 공을 건졌다.
“우리가 더 빨리 갔으면 물살 때문에 애 쪽으로 밀렸을 거예요.” 유진이 말했다.
태성은 방금까지 속도를 올리는 일만 생각했다. 그는 아이가 놀라 울음을 터뜨리는 동안, 출발을 서두르느라 강변의 변화를 놓쳤다는 걸 깨달았다. 지훈이 노를 정리하며 말했다. “캡틴, 이럴 때도 네가 먼저 속도를 줄여야지. 네가 앞에서 급하면 우리도 앞만 보게 돼.”
태성은 대꾸하지 못했다. 그의 손바닥에는 노 손잡이 자국이 깊게 남아 있었다. 아이 아버지가 고맙다고 손을 들었고, 유진은 모터 보트가 돌아오는 걸 확인한 뒤에야 팀을 다시 선착장 쪽으로 안내했다. 아무도 기록을 묻지 않았다. 여덟 명은 각자 노를 들어 올렸고, 태성은 가장 뒤에 남아 흔들리던 보트의 선수를 붙들었다. 지훈이 옆에서 같이 밀어 주자, 둘의 손이 같은 박자로 배를 제자리까지 돌렸다.
정박 뒤 지훈은 출석표를 보며 다음 주 근무 교대가 가능할지 확답할 수 없다고 했다. 점장에게 휴무 변경을 요청했지만, 아직 답을 받지 못했다. 태성은 그가 계속 훈련에 빠질 것이라고 단정했던 자신을 돌아봤다. 지훈은 팀이 장학금 심의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자기 근무 시간도 조정할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둘은 매주 월요일 저녁에 가능한 시간을 업데이트하기로 했다.
훈련 뒤 혜진은 학교에 제출할 운영 계획 초안을 만들었다. 장학금 유지 기준, 수상 훈련 인원, 장비 점검 기록, 선수 일정이 항목별로 들어갔다. 태성은 초안을 보고 자신이 장학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팀 성과로만 설명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개인 성적과 팀 운영 가능성은 학교가 따로 판단해야 했다. 혜진은 그 내용을 반영했다.
유진은 체중 관리표를 가방에서 꺼내 구겨 버릴 뻔했다. 콕스는 체중 규정 때문에 식사량을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체력이 떨어지고 있었다. 혜진은 팀에서 사용하는 기준과 대회 체중 조건을 확인하고, 수진 학생상담사와 식사 계획을 상담하라고 했다. 유진은 선수들 앞에서 몸무게를 공개하지 않고 싶다고 말했다. 태성은 그 선을 존중하기로 했다.
팀은 다음 주 수상 훈련을 금요일로 잡았다. 지훈은 교대 근무를 요청했고, 시험이 있는 선수는 새벽 참여가 가능한지 다시 확인하기로 했다. 조정팀의 운영비 심의는 다음 주 수요일이었다. 태성은 등록금과 장학금 자료를 제출해야 했고, 팀 운영 계획에는 선수별 출석 가능 시간만 반영하기로 했다.
보트는 두 번 250미터를 달렸고, 기록은 이전보다 느렸다. 그러나 여덟 명의 캐치가 한 구간에서는 맞았고, 지훈은 자기 가능한 시간을 밝혔다. 태성은 스트로크를 낮춰도 팀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다음 훈련에서 같은 리듬을 재현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몰랐다. 강물은 바뀌고, 선수 일정도 바뀔 것이다.
그날 밤 행정실에서 장학금 심의 일정이 앞당겨졌다는 메일이 왔다. 운영 계획 제출은 금요일까지였고, 팀 예산은 다음 주까지 확정해야 했다. 태성은 훈련표를 다시 보며 금요일 오전에 여덟 명이 모두 모일 수 있는지 확인했다. 지훈의 근무 변경 답은 아직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