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건너는 여덟 명

1화: 맞지 않는 캐치
새벽 다섯 시 십 분, 강변 보트 창고에는 여덟 명 중 다섯 명만 나와 있었다. 김태성은 스트로크석 자리에 앉아 빈 에이트를 바라봤다. 물안개가 강 위에 낮게 깔렸고, 콕스 한유진은 바람과 유속을 확인하는 기상 앱을 열어 두었다. 이지훈은 아직 오지 않았다. 팀은 지난주부터 세 번째 새벽 훈련을 인원 부족으로 취소했다.
“오늘도 다섯 명이면 보트 못 띄워요?” 태성이 물었다.
“여덟 좌석을 맞추는 것보다 안전이 먼저야. 남은 세 명 중 두 명은 연락이 안 돼.” 유진이 답했다.
태성은 출석표에 결석을 표시했다. 그는 지훈이 야간 근무 때문에 늦을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최근 팀 회의에서 훈련 약속을 지키자고 말했었다. 태성은 팀이 해체될 위기에 처했는데도 멤버들이 제시간에 오지 않는다고 느꼈다.
대학 스포츠부는 조정팀 운영비를 다음 학기에 줄일 수 있다고 통지했다. 장학금 대상자 수를 줄이고, 강변 창고 임대료를 다른 종목과 나눠 내는 방안이 검토 중이었다. 전국체전 예선에 나가려면 보트 정비와 대회 등록비가 필요했다. 코치 박혜진은 최소 여섯 명의 수상 훈련 참여 기록을 제출하라고 했다. 현재 출석으로는 팀 운영 계획을 만들기 어려웠다.
혜진이 창고 문을 열고 나왔다. 그녀는 선수들에게 물 위 상황을 직접 확인하기 전에 보트가 안전한지 살피라고 했다. 선체에 흠집이 있는지, 노걸이 잠금이 닫혔는지, 구명장비가 좌석별로 있는지 확인했다. 유진은 풍속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어 긴 코스 훈련은 어렵다고 보고했다. 혜진은 오늘은 육상 에르고미터로 리듬을 확인하고, 바람이 잦아들면 짧은 구간만 물에 나가기로 했다.
태성은 여덟 명이 모두 오지 않았으니 훈련 강도를 높여도 되지 않느냐고 했다. 혜진은 에르고미터는 개인 훈련일 뿐, 보트 훈련을 대신하지 않는다고 했다. 팀이 비어 있는 자리를 숫자로 채우기 위해 무리한 수상 훈련을 하면 사고 위험이 커졌다. 태성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오전 다섯 시 오십 분, 지훈이 보트 창고에 도착했다. 눈이 충혈됐고 점퍼에는 편의점 이름표가 달려 있었다. 그는 밤샘 근무 뒤 수업에 갔다가 바로 왔다고 했다. 태성은 지훈에게 연락이라도 미리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훈은 근무 교대가 늦어졌고, 팀 단체방에 메시지를 남겼다고 답했다. 태성은 메시지를 못 봤다.
“나도 장학금이 걸려 있어. 이 훈련을 빠지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태성이 말했다.
“내 생활비도 걸려 있어. 너만 힘든 것처럼 말하지 마.”
유진은 두 사람의 말을 끊었다. 지훈은 오늘 수상 훈련을 할 상태가 아니고, 팀 전체 인원도 부족했다. 혜진은 지훈에게 휴식을 권하고, 오늘 수업과 근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지 물었다. 지훈은 다음 수업이 오전 아홉 시고, 야간 근무가 그날 저녁에도 잡혀 있다고 했다. 잠을 자려면 훈련에 계속 남을 수 없었다.
태성은 지훈을 질책한 것이 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팀의 출석표에 지훈의 생활 일정은 적혀 있지 않았다. 그는 지훈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여겼다. 혜진은 출석 가능한 시간을 함께 확인하기 전에는 다음 훈련을 약속으로 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에르고미터 훈련에서 태성은 분당 32회로 500미터를 당겼다. 그의 손은 앞에 있던 손잡이를 빠르게 끌었지만, 다리와 몸통의 순서가 빨랐다. 유진은 페이스를 낮추고 캐치 순간을 맞추라고 했다. 태성은 자신이 스트로크석이라 템포를 잡는 게 역할이라고 말했다. 유진은 템포를 내는 것과 다른 선수들이 따라올 시간을 주는 건 다르다고 답했다.
태성은 한 번 더 당기다가 어깨가 당기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강도를 낮췄다. 혜진은 통증이 있는지 물었고, 태성은 근육이 뻣뻣할 뿐이라고 했다. 혜진은 통증이 반복되면 수상 훈련 전에 알려 달라고 했다. 태성은 부상자처럼 취급받을까 봐 걱정됐다. 그가 빠지면 팀 페이스를 누가 잡을지 알 수 없었다.
여섯 시 반, 바람이 잠시 잦아들었다. 혜진은 강변 구간을 살펴보고 짧은 250미터만 왕복하자고 했다. 보트에는 태성, 유진, 다른 네 명이 탔다. 한 자리가 비어 무게가 좌우로 달라졌다. 유진은 균형을 위해 좌석 순서를 바꾸고, 태성을 스트로크석에 앉혔다. 지훈은 보트 옆에서 노 상태와 구명장비를 확인했다.
첫 캐치에서 좌현 두 명이 먼저 노를 넣고, 우현 선수들은 반 박자 늦게 물을 잡았다. 보트는 왼쪽으로 기울어 진행 방향이 흔들렸다. 태성은 스트로크 레이트를 올리며 리듬을 맞추려 했지만, 노가 동시에 물에 들어가지 않아 물보라만 커졌다. 유진은 구령을 짧게 내고 보트를 안정시켰다.
“캐치가 안 맞으면 속도를 올리지 마!”
태성은 템포를 낮췄다. 두 번째 시도에서도 한 명의 노 끝이 물에 늦게 닿았다. 그 선수는 태성의 리듬을 듣느라 몸이 먼저 움직였다고 말했다. 유진은 스트로크석의 손 움직임을 보는 대신 자기 좌우 노의 리듬을 듣고 맞추라고 했다. 태성은 자기가 만드는 속도가 모두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걸 처음 들었다.
짧은 구간을 마친 뒤 보트는 강변에 정박했다. 유진은 스트로크 레이트와 바람 방향을 적었다. 기록은 평소보다 빨랐지만, 좌우 캐치 차이가 커 보트 속도는 오히려 느렸다. 태성은 기분이 나빠 수치를 다시 확인했다. 자신의 리듬이 빠른데도 보트가 느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혜진은 선수들에게 오늘 훈련을 계속할지 물었다. 지훈은 이미 수상 훈련을 하지 않기로 했고, 다른 선수 한 명도 수업 때문에 돌아가야 했다. 남은 인원으로는 에이트를 다시 띄울 수 없었다. 태성은 한 구간만 더 하자고 했지만, 혜진은 인원과 컨디션이 안전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훈련을 종료하고 보트를 올렸다.
보트를 운반할 때 지훈은 짐을 들려다 허리가 뻐근하다고 했다. 그는 지난주에도 혼자 보트 덮개를 옮긴 적이 있었다. 태성은 그 사실을 몰랐다. 지훈은 자기 사정을 말하면 팀에서 빠지라고 할까 봐 얘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태성은 그런 말을 할 생각은 없었다고 했지만, 자신이 이미 결석을 비난한 뒤였다.
“그럼 가능한 시간을 말해 줘. 훈련을 못 오더라도 네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수 있어.”
“수요일은 수업 전에 올 수 있어. 금요일은 야간 근무가 끝나야 돼.”
유진은 출석표에 가능한 시간만 표시했다. 결석한 이유 전체를 팀에 공개하지는 않아도 됐다. 혜진은 장학금 유지 기준과 팀 운영 요건을 학교에 다시 물어보겠다고 했다. 태성은 장학금 대상자만 출석에 집착하는 구조가 팀을 나누고 있다는 것을 생각했다.
행정실에서 나온 태성은 복도 게시판에 붙은 장학금 대상자 명단을 보았다. 자기 이름 옆에 ‘심의 예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다른 종목 선수 몇 명은 다음 학기 지원이 확정된 상태였다. 태성은 담당자에게 자기 장학금이 왜 심의 대상인지 물었다. 행정 직원은 성적뿐 아니라 팀 운영 여부와 선수 등록 상태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조정팀이 축소되면 장학금도 함께 조정될 수 있었다.
“그럼 팀이 없어지면 지금까지의 성적도 의미가 없습니까?”
“그건 아직 결정되지 않았어요. 다음 주 회의에서 기준을 안내할 겁니다.”
태성은 복도 창가에 서서 학비 고지서를 다시 펼쳤다. 등록금을 내지 못하면 수강 신청이 보류될 수 있었다. 그는 장학금 심의 결과를 기다리기만 할 수 없었다. 운동부 운영계획과 학점 조건을 함께 준비해야 했다. 이 사실을 팀에 말하면 자기 자리를 지키려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망설였다.
수업 전에 태성은 체육부 행정실에 들렀다. 장학금 축소 통보의 세부 기준과 신청 일정이 궁금했다. 행정 담당자는 다음 주 회의에서 인원·성적·훈련 기록을 검토한다고 했다. 팀이 운영 계획을 제출하면 심의 자료에 포함할 수 있지만, 장학금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었다. 태성은 그 내용을 팀에 공유하기로 했다.
강변 창고에 돌아오자 지훈은 편의점으로 향했다. 유진은 태성에게 리듬을 낮추면 자기가 스트로크석에 맞출 수 있는 시간을 더 잘 듣는다고 말했다. 태성은 자신이 템포를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했지만, 여덟 명이 따라오지 못하면 그 리듬은 의미가 없었다. 그는 다음 훈련에서 분당 28회로 250미터를 맞춰 보자고 제안했다.
유진은 실제 바람과 선수 출석을 확인한 뒤 결정하자고 했다. 혜진은 팀이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훈련 계획을 문서로 만들라고 했다. 태성은 자신이 혼자 적던 기록표에 출석 가능 시간, 바람, 수면 상태를 추가했다. 선수들이 매일 모든 정보를 공개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보트에 탈 수 있는 상태인지 서로 확인해야 했다.
그날 에이트는 250미터를 한 번 달렸다. 캐치는 맞지 않았고, 보트는 흔들렸다. 팀은 예정된 훈련을 마치지 못했다. 태성은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훈련을 억지로 이어 가지 않았다. 다음 번에는 더 낮은 템포에서 노가 물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맞추기로 했다.
강변을 떠날 때 혜진은 팀 운영 계획 초안을 보냈다. 그 안에는 최소 인원, 구명장비 점검, 장학금 심의 일정이 적혀 있었다. 태성은 지훈의 근무표와 자신이 밝히지 않은 등록금 사정을 함께 생각했다. 다음 팀 회의에서 각자 필요한 조건을 말해야 했다. 강을 건너려면 보트가 움직여야 했지만, 먼저 여덟 명이 같은 시간에 모일 수 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