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기와지붕 참새 검객1화

기와지붕 참새 검객

기와지붕 참새 검객

AD
스폰서 광고

1화: 빈 문서가 드러낸 이름

나채령은 기와가 울리는 소리로 순찰자의 몸무게를 맞혔다. 남쪽 용마루에서 들리는 세 번의 둔탁한 소리, 뒤이어 조금 가벼운 두 번. 첫 번째는 갑옷 입은 병사, 두 번째는 발끝으로 걷는 궁중 감찰관이었다.

“셋, 둘.” 채령은 손가락으로 박자를 세었다. “뒤에 한 명 더.”

옆 기와가 낮게 울렸다. 그녀는 몸을 낮춰 도깨비기와의 목 뒤로 숨었다. 검은 지붕 아래에서 순찰자의 그림자가 지나갔다. 달빛이 구름 뒤로 가라앉자 채령은 바람을 들이마셨다. 기와의 온도가 식고 있었다. 구름은 오래 머물지 않을 터였다.

“문서 위치는 확인했어?” 지붕 아래 골목에서 동생 정우가 속삭였다.

“확인했어. 북쪽 별채, 세 번째 서까래 아래.”

“누나, 거긴 오늘 순찰이 두 배라며.”

“그러니까 네 약값이 두 배가 되는 거지.”

정우는 기침을 삼켰다. “약값은 내가 갚을게. 봉투는 의뢰인한테 그대로 돌려줘.”

“봉투가 돈이 될지 문서가 돈이 될지 보고 정할게.”

“그 말은 도둑들이 하는 말이야.”

“맞아. 그래서 난 도둑이야.”

채령은 허리춤의 짧은 검을 확인하고, 발끝으로 기와를 눌러 울림을 살폈다. 북쪽 별채의 지붕은 청기와였고, 기와 아래에 빈 공간이 많았다. 발을 세게 디디면 안쪽 서까래가 흔들려 소리가 난다. 그녀는 오래된 나무 장식 위를 밟아 소리를 분산시켰다.

별채 창문은 종이문으로 막혀 있었다. 채령은 창틀에 귀를 댔다. 안에서는 붓 긁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 문서를 옮기는 중이었다. 그녀는 창문 옆 기와를 들어 작은 구멍을 냈다. 안쪽의 등불이 바닥에 길게 번졌다. 봉인된 문서함은 책상 위가 아니라 장롱 아래에 놓여 있었다.

“한 번 더 확인하자.” 그녀가 정우에게 속삭였다.

“뭘?”

“의뢰인은 문서함을 훔치라고 했지. 안에 든 걸 훔치라고 하진 않았어.”

“그래서?”

“봉인째 가져가면 돌려줄 수 있어.”

“그럼 돈은 못 받아.”

“네 약값은?”

“약방 주인이 이미 한 달 치는 외상으로 줬어.”

채령은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 말을 왜 지금 해?”

“네가 문서함을 부수기 전에 말하고 싶었어.”

“그럼 약값을 대신 내준 사람은 누구야?”

정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채령은 그 침묵을 기억해 두었다. 의뢰인이 돈을 냈다면, 정우가 감추는 이름은 봉투와 연결되어 있었다.

문서함에는 금속 봉인이 걸려 있었다. 채령은 봉인을 자르지 않았다. 얇은 철사로 자물쇠를 밀어 올리고, 함을 들어 기와 위로 올렸다. 손바닥만 한 함은 예상보다 가벼웠다. 안에 종이 한 장만 들어 있는 무게였다.

그녀는 함을 품에 넣기 전에 손톱으로 봉인 가장자리를 훑었다. 귀족가의 문서함은 대개 두 겹으로 잠겨 있다. 겉쇠는 열려도 안쪽에 작은 유리알이 걸려 있으면, 상자를 기울이는 순간 깨져 경보가 울린다. 채령은 함을 세 방향으로 기울여 소리를 들었다. 안쪽에서 아무것도 부딪히지 않았다. 유리알은 없었다.

하지만 봉인끈에 매달린 금속패에는 참새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손가락으로 누르면 패가 안으로 들어갔다. 채령은 재빨리 손을 뗐다. 그건 잠금이 아니라 눌러야 작동하는 표식이었다. 그녀는 은고리를 빼서 패와 문틀 사이에 끼워 두었다. 금속이 튀어나오지 않게 고정한 뒤에야 함을 들었다.

“문서함을 왜 손대지 않고 들어 올렸어?” 정우가 물었다.

“안에 든 종이는 훔칠 수 있어도, 봉인은 주인에게 돌려줘야 하니까.”

“그걸 누가 정했는데?”

“내가.”

정우는 고개를 저었다. “누나 규칙은 네가 곤란해지면 바뀌잖아.”

채령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함을 들어 올리면서도 금속패에 끼운 고리를 다시 확인했다. 걸쇠가 풀리면 알림이 울리는 대신, 누군가 닫히지 않은 문을 발견하게 될 터였다.

그때 방 안의 붓소리가 멈췄다. 누군가 창문을 열었다.

“거기 누구냐?”

채령은 문서함을 품에 넣고 지붕 반대편으로 뛰었다. 첫 기와는 낮게 울렸지만, 두 번째 발판에서 소리가 끊겼다. 기와 아래가 비어 있었다. 그녀는 뛰는 방향을 바꾸며 몸을 굴렸다. 서까래 하나가 발목을 쳤다. 아픔이 올라오기 전에 검을 뽑아 처마 끝에 꽂았다. 몸이 떨어지는 걸 막아 준 것은 검이 아니라 오래된 나무였다.

“누나!” 아래에서 정우가 소리쳤다.

“조용히 해!”

추격자의 발소리가 용마루 위로 올라왔다. 채령은 여덟 걸음 안에 지붕 끝을 넘어야 했다. 기와의 울림은 이제 둘이 아니었다. 가벼운 발 하나가 왼편에서 좁혀 왔고, 무거운 군화 둘이 뒤에서 따라왔다.

채령은 왼쪽 발소리의 간격을 셌다. 감찰관은 세 걸음마다 발끝을 안쪽으로 모았다. 그 습관은 지붕에서 방향을 바꿀 때 몸을 덜 흔들기 위한 것이었다. 그녀는 다음 기와를 밟지 않고, 처마 밑의 나무 장식에 손을 걸었다. 몸을 매달아 무게를 뺐다가, 한 박자 늦게 반대편 지붕으로 뛰었다. 군화는 그대로 직진해 빈 기와를 밟았다.

기와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병사 한 명이 발을 헛디뎌 지붕 안쪽으로 빠졌다. 동료가 그의 팔을 잡아 겨우 끌어냈지만, 무거운 발소리는 이제 하나뿐이었다.

“한 명 줄었어.” 정우가 아래에서 속삭였다.

“그 사람을 떨어뜨리려고 한 게 아니야.”

“알아. 그래서 소리만 냈지.”

“기와 하나 값은 네 약값에서 빼.”

“그럼 내가 돌려줄게. 약사가 누나한테만 외상 준 건 아니니까.”

“지붕 위에서 도망치지 마라.” 감찰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문서는 가져가도 너는 잡겠다.”

“문서는 필요 없어요?”

“그건 네가 훔친 뒤에 보자.”

채령은 웃고, 청기와의 끝에서 반대편 회색 지붕으로 뛰었다. 공중에서 몸을 접자 치맛자락이 기와에 걸렸다. 그녀는 허리검으로 천을 잘라냈다. 한쪽 귀의 은고리가 흔들리며 달빛을 반사했다. 뒤에서 누군가 그 반짝임을 알아보고 방향을 바꿨다.

“은고리 여자다! 궁궐 쪽으로 갔다!”

그녀는 지붕 위 물받이 홈을 밟아 속도를 줄였다. 멀리서 순찰 북이 울렸다. 도성 지붕은 격자처럼 연결되어 있어도, 아무 길로나 달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대궐 쪽 기와는 감찰관만 밟을 수 있었고, 바깥 지붕은 주막의 굴뚝과 염색장 증기로 막혀 있었다.

채령은 골목 쪽으로 몸을 낮춰 내려가 정우를 찾았다. 그가 있던 자리에는 빈 약봉지만 남아 있었다. 골목 입구에 백상필의 옥반지가 번쩍였다.

“동생은 잠깐 맡아 두었네.” 상필이 말했다. “문서만 주면 약값은 오늘 안에 해결해 주지.”

채령은 문서함을 품에서 꺼내 들었다. “정우를 어디에 데려갔어요?”

“그 아이는 약방에 있어. 내가 돈을 내고 맡겼을 뿐이야.”

“돈을 낸 이유가 문서 때문인가요?”

“그걸 네가 알 필요는 없지.”

채령은 문서함의 봉인을 확인했다. 금속끈은 멀쩡했지만, 함 안의 종이는 희미한 달빛만 받아도 봉인 틈에서 비쳤다. 그녀는 함을 상필에게 건네지 않았다.

“먼저 정우를 데려와요.”

“조건을 흥정하는군.”

“아니요. 위치를 묻는 거예요.”

“약방 골목 끝, 붉은 등불 아래.”

채령은 문서함을 상필의 발 앞에 떨어뜨렸다. 상필이 허리를 숙인 순간, 그녀는 골목 벽을 밟고 처마로 올라갔다. 문서함은 그의 손에 남아 있었다. 그녀는 빈손으로 달렸다.

등 뒤에서 상필이 금속함을 집어 들었다. 봉인끈이 끊어지는 소리가 났지만 경보는 울리지 않았다. 채령은 골목을 두 번 꺾어 일부러 방향을 바꿨다. 상필이 뒤따라오는 발소리를 들은 뒤, 염색장의 낮은 담을 밟았다. 널어 둔 파란 천이 어깨에 스치며 자주색 저고리를 물들였다. 그녀는 천을 찢지 않으려고 몸을 낮춘 채 담 끝으로 미끄러졌다.

골목 모퉁이의 약방에는 붉은 등불이 켜져 있었다. 채령은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처마 밑에 숨었다. 정우가 며칠 전부터 이 약방을 오갔지만, 약값을 낸 사람이 누군지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 창 안에서 약사가 누군가와 낮게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는 여기 없어. 그만 찾아.”

“약값을 대신 낸 건 우리 쪽이다. 어디로 갔는지 말해.”

“돈을 냈다고 아이까지 살 수 있는 건 아니야.”

채령은 그 목소리가 백상필의 것임을 알아들었다. 그는 약방 안쪽을 뒤졌고, 약사는 문을 막고 있었다. 정우는 이미 떠난 뒤였다. 채령은 상필이 문서함을 놓고 온 사이, 약방 뒷문으로 돌아가 정우의 행방을 찾기로 했다.

“문서를 가져오지 않으면 약값은 끝이야!” 상필이 외쳤다.

“그럼 내일 다시 훔치죠!”

채령은 뒷문으로 돌아 약방 안에 들어갔다. 약사는 창문을 잠그고, 정우의 약봉지를 내밀었다.

“상필이 아이를 데려가려 했어. 정우는 네 문서에 이름이 있다는 말을 듣고 먼저 궁궐 지붕 쪽으로 갔다.”

“혼자요?”

“그 아이는 네가 돌아올 줄 알았어. 그리고 네가 빈손으로 오면 약봉지를 건네 달라고 했지.”

채령은 약봉지를 받았다. 하루치뿐이었지만 약초 냄새가 아직 따뜻했다. “정우가 상필을 따라갔다는 뜻이에요?”

“상필보다 먼저 그 문서의 주인을 찾으러 갔어. 상필은 문서함을 들고 궁궐 쪽으로 돌아갔고.”

채령은 빈손으로 들어왔지만, 정우의 흔적을 얻었다. 약방 뒷문 밖에는 젖은 발자국이 지붕으로 이어져 있었다.

채령은 다시 위로 뛰었다. 문서함을 열어 종이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약사는 등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햇빛 아래선 아무 글도 안 보일 거야.”

“그럼 달빛을 기다리죠.”

채령은 옥상에 올라 문서함의 봉인을 풀었다. 종이에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다. 달빛이 구름 사이로 빠져나오자, 빈 종이 위로 은빛 글씨가 떠올랐다.

‘나채령. 네가 이 문서를 훔쳤다면, 백상필은 이미 네 동생을 데려갔다.’

문서 아래에는 정우가 약값을 대신 받은 날의 날짜와, 궁궐 감찰패의 작은 표식이 적혀 있었다. 채령은 문서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궁궐 지붕 위로 참새 모양의 금속 표식이 하나씩 박히기 시작했다. 순찰관이 새 길을 닫고 있었다.

AD
스폰서 광고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